신간 산책

등록일 | 2021.03.23 조회수 | 2,231

[인문MD 추천 신간] 마흔이 넘었으면 어때서

열 살이 채 안된 어린 시절에는 그저 스무 살이 되면 대단한 어른이 될 줄 알았고, 서른 살이 되면 원하는 많은 것들을 이룬 멋진 모습일거라고 막연히 상상했더랬습니다.

하지만 불혹(不惑)이 넘어서도 여전히 유치찬란한 개구짐은 여전하고, 궃은 일에도 침착하게 나아갈 만큼 단단한 내공을 가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가끔은 구체적으로 몇 살까지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 지를 떠올려 본다거나, 베개 자국이 오후까지 선명히 남아있고 기미가 올라온 게 눈에 확 들어올 때, 또는 잠이 부족해서 정신을 못 차리게 될 때 서서히 '늙음'이란 것이 코 앞에 다가와 있구나 하는 생각에 문득 막막하기까지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100세가 넘은 나이에도 활발한 강연 활동을 이어 나가시는 '김형석 교수님'이나 카이스트에 거금을 기부하고 첫사랑과 멋진 신혼생활을 하고 계신 '이수영 회장님' 같은 분들을 보면 제 노년에도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묘한 설레임을 동시에 느끼기도 하지요.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나이 듦'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할까요?

2021년, 한국은 수년 전 예상했던 대로 고령화 시대로 접어 들었습니다.


다만 건강 수명보다는 질병 수명 쪽으로 수명이 연장된 듯하고, 노년에 대한 경제적·사회적 지지 기반도 척박하기만 하여 그저 암울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좀 더 시야를 넓혀보면 과거 어느 때보다 의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노인 문제 해결에 대한 전망이 밝기도 합니다. 그런 전망들이 현실화되기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기에, 개인적으로 해볼 수 있는 일들을 먼저 생각해보고 준비한다면, 노년이 그저 두렵고 걱정되기만 하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노화의 종말>(데이비드 A. 싱클레어/ 부키/ 2020년) 이나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마르타 자라스카/ 어크로스/ 2020년) 등 나이듦에 대한 책들도 새로운 통찰을 선사해 주었지만, 고대 구로병원에서 20년, 임상 현장에서 10년간 일하며 수많은 마음을 어루만져온 이현수 심리학 박사의 신작 <나는 나답게 나이들기로 했다>(이현수/ 수카/ 2021년)'첫 늙음'을 겪어온 국내 저자라는 점에서 우리가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조언을 잘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친구들과 모임에서 느닷없이 분위기가 가라앉는 경험을 합니다. 한 친구가 아버님이 당뇨로 발가락을 절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낸 후였죠.

각자의 노쇠한 부모님의 이야기도 모자라 본인들의 노화까지 말하게 되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갑자기 속상해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친구든 지인이든 누구와 대화를 하더라도 ‘노화’만큼 희비극이 교차하는 주제가 없을 겁니다. 비탄과 절망에서 초월과 담담함까지 그 넓은 스펙트럼을 종횡무진하니 이것은 역으로 나이 듦에 대해 그만큼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함을 방증하는 것이겠지요.

이현수 심리학 박사는 독자들과 삶의 지혜를 교감하고 서로 용기를 북돋우면서 노년기라는 숲을 산책하듯 유유자적 건너가보자는 취지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인지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 대니얼 J. 레비틴은 자신의 책 <석세스 에이징>(대니얼 J. 레비틴/와이즈베리/ 2020년)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합니다. 노인들에게 삶을 되돌아보고 가장 행복했던 나이를 콕 집어서 이야기하라고 했더니 가장 많이 꼽히는 연령이 82세였다고요.

저자인 이현수 박사 또한 중년기에 인생이 꼬인다 싶었을 때, 프로이트가 정신 구조 이론을 발표했을 때가 63세를 넘어서였다는 말을 듣고 ‘나는 아직 멀었네’ 하면서 희망을 다시 주워 담은 적이 있다고 고백합니다.

책은 '나답게 나이 드는 것이 인생을 가장 평온하게 살아가는 길'임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마흔이나 쉰이 넘었다고 갑자기 이전과 다른 삶을 살 필요는 없으며, 가치관도 바꿀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지금껏 지녀온 가치관은 울퉁불퉁 모양새가 좋지 않은 부분이 조금은 있겠지만, 지금까지 우리를 지탱해온 소중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이면서요. 분명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기에 부둥켜안고 살아왔을 거라고요. 이유가 어쨌든 우리의 것이며, 그저 지금부터는 울퉁불퉁함을 조금씩 매끄럽게 다듬어나가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합니다.

저자는 또한 아직 미완결인 우리의 삶을 점차 매끄럽게 다듬어나가는 방법을 이야기하는데요. 좀 더 깊게 살펴보면 건강과 마음 관리부터 죽음에 대한 사유까지, 병원에 가지 않고도 나이 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지키는 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후천적 소인과 생활 환경에 따라 수명이 좌우된다는 후성유전학적 관점에 따른 건강 관리법, 완숙함을 바탕으로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는 마음 관리법,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좀 더 심플하게 정리해보는 방법, 나아가 치매를 예방하는 일상적 습관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평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법까지 불안하고 두렵기만 한 나이 듦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대처해 나갈지 심리전문가의 따뜻하면서도 실용적인 정보들로 가득합니다.

이현수 박사는 에필로그에서 늙어감을 자각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삶을 정리하게 해주는 강력한 동인이 된다고 말합니다. 하물며 첫 늙음은 그저 축복이며, 첫사랑, 첫눈만큼이나 첫 늙음은 여전히 설렌다고요.

'첫 늙음'을 자각하는 때가 오면, 되돌아갈 수는 없고 앞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아쉬움을 충분히 느끼고 나면 오히려 용감해지고 담담해지며, 선택의 폭이 좁아지면 훨씬 더 집중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더 치열하게 밀도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저 또한 능동적인 삶의 태도로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고, 스스로 인간의 존엄성을 최후 순간까지 지켜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제 첫 늙음을 겪을, 혹은 직전에 겪었을, 혹은 먼 훗날 겪을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아직도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고, 아직도 많은 시간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 삶의 우선순위를 헤아려 집중하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가슴을 진정 뛰게 만드는 것에 몰입해 보시기를...

당황스럽기만 한 첫 늙음을 미소 지으며 맞이하고,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마지막 늙음까지, 당당하게 걸어나가보자고요.

젊음이 주는 찬란한 싱그러움에 못지 않게, 나이 들어가면서 우리들의 '지혜'는 더욱 빛날테니까요!

- 글 : 공현숙 인터파크도서 인문MD(hsk@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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