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파는 막국숫집' 김윤정 “마음을 다하니 또 찾아주셨습니다”

  • 등록일 202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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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리막국수 김윤정 대표가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다산북스/2020년)를 출간했습니다. 다산북스 출판사 편집부가 작가와 진행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한 번 오면 단골이 되는 가게, ‘고기리막국수’의 김윤정 대표는 용인의 외진 산골짜기 고기리에 테이블 여덟 개의 작은 식당을 시작했습니다. 불리한 입지에도 하루 1000명이 넘는 손님이 오고, 코로나19로 인해 소비가 크게 위축된 2020년, 가게를 연 지 8년 만에 매출 30억을 달성했습니다. 이 책에는 첫 가게에서 큰 실패를 겪은 뒤 이뤄낸 값진 성공의 비결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담았습니다.

“한 번 온 손님을 단골로 만들려면 진심으로 대해야 합니다”

Q 축하의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가게나 기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물론, 학생, 직장인, 프리랜서 등 다양한 분야에 계신 많은 분이 대표님의 책을 읽어주시고 공감 가득한 메시지를 보내주고 계십니다. 이런 반응 혹시 예상하셨나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책을 내기 전 서점에 가봤는데, 주식이나 재테크 전략을 내세운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다수 올라가 있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누구나 돈을 벌고 싶어 하지만 돈을 왜 벌려고 하는지, 벌어서 어디에 왜 쓰려고 하는지, 자기 인생에서 돈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만 자기가 원하는 삶에 가까워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에 천만 원을 버는 장사의 비법을 말하는 책을 쓴다면 더 팔릴 수 있을 테니 잠깐 고민하기도 했죠. 하지만 제가 먼 길을 돌아온 만큼, 마음이 바로 서야 좋은 태도와 자세가 흘러나오고, 그 태도와 자세가 가게의 운영 방식을 바꾸며, 그렇게 바뀐 운영 방식이 손님에게 가닿아야 결국 다들 그토록 원하는 성공에 이르게 된다는 걸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메시지가 크게 공감을 얻었다는 것은, 올해 코로나19라는 큰 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분이 저희가 보여드리고자 한 진심의 힘을 실제로 확인해보고 싶어 하신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분들이 소비자의 입장이 되실 때를 떠올려보셔도 상품이나 식당을 선택하는 기준이 예전과는 달라졌음을 알게 모르게 느끼셨을 테니까요. 그래도 내심 불안했죠. 다들 부자 되는 책을 덥석 집어드실 것 같아서요.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Q 책을 내신 지금까지도 단기간에 큰 부를 쌓는 기술을 앞세운 서적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제목에서부터 떡하니 ‘작은 가게’ ‘진심’을 이야기하시는데요, 기존의 경제경영서들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인상이 듭니다. 이 책만의 매력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세계적 기업이나 국내 대기업의 사례를 다룬 책, 혹은 명문대 출신이나 해외파인 저자가 쓴 책은 사실 너무 먼 이야기처럼 괴리감이 있죠. 실제로 적지만 열심히 모은 돈을 들고 부동산을 돌며 좀 더 저렴한 가게 자리를 알아보거나 다니던 직장을 무작정 그만두고 창업하신 분들이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 혹은 브랜드의 성장 과정을 본들 직접적인 도움을 얻으실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제가 그랬거든요.

처음에 가게를 차리면 규모가 작은 게 당연한데, 그 작은 가게가 살아남으려면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고, 그건 진정성 있는 소통에서 시작한다는 깨달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알리고 싶지만 도통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께 생생한 제 경험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이 책만의 매력이지요. 경제경영서에 나오는 어려운 용어는 전혀 없지만 사실은 작은 가게이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그 원리들, 그러니까 원칙, 가격, 메뉴, 디테일, 조직관리, 리더십, 위기관리, 핵심가치 등이 다 녹아 있다는 독자분들의 피드백을 많이 받습니다.

"사람들은 차곡차곡 기억을 만들려고 식당에 갑니다"

Q 정말 마음을 다하면 손님이 찾아오나요? 입지와 상권, 규모 같은 것만 놓고 보자면 굉장히 불리한 조건이셨는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이곳에 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우선은 품질을 높이는 일에 마음을 다했습니다. 상품의 품질이 좋지 않다면 아무리 친절한 집도 팔리는 것은 한두 번일 뿐, 소비자들은 냉정합니다. 처음엔 저희도 손님이 없으니까 한겨울에 뜨끈뜨끈한 떡국을 팔고 싶었어요. 남편과 둘이 앉아서 테스트해보는데 남편은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저는 그거라도 팔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맛있다’를 연발했죠. 그런데 정말 춥던 어느 겨울날, 어김없이 막국수를 드시러 온 손님들을 보자마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더라고요. 저분들은 이렇게 추운데도 여길 와야만 하는 이유가 있구나, 왜냐하면 우린 ‘막국숫집’이니까. 그때부터는 막국수만 팔았습니다. 아마 떡국과 막국수를 같이 파는 집보다는 맛이 점점 좋아졌을 거예요. 마음 굳게 먹고 선택과 집중을 하기 시작하니 품질이 좋아지고 거기에 크게 호응해주시는 손님들이 생겼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심을 다했습니다. 진심을 다하다 보니 매출보다는 막국수를 먹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단지 허기만 채우려고 식당을 찾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오기 전의 여정, 도착해서의 첫인상, 식사하고 돌아가실 때의 여운까지 다 살펴드려야 하는 것이 식당의 일이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손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특별한 경험,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드리고자 애썼습니다. ‘막국숫집 거기 참 좋았어.’ ‘막국수도 맛있었고, 우리 아버지를 모시고 가서 참 행복했어.’ 저는 사람들이 이런 기억을 차곡차곡 만들려고 식당에 가고, 같은 이유로 다른 가게나 제품을 찾는다고 생각합니다.

Q 좋은 제품을 파는 한편으로 한 분 한 분에게 집중하며 손님의 기분과 상황까지 파악하는 게 굉장한 공을 들이는 일이잖아요. 특히 손님을 대하며 진심을 실천하기가 너무 힘들 때도 있으실 텐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손님을 음식을 팔아야 하는 대상으로 보게 되면 손님에게 집중할 이유가 없어지지요. 빨리 매출이나 올려주고 나가기를 바랄 테니까요. 하지만 저 손님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맛, 서비스, 위생에 대한 기준을 더 엄격하게 잡게 됩니다. 오신 분들이 행복한 기분으로 가시도록 노력하는 만큼 결국 제가 행복해진다고 생각하니 아무리 찰나의 순간이라도 손님에게 초집중하게 되지요. 김치 한 접시를 갖다드리는 순간, 화장실을 안내해드리는 순간, 카운터에서 계산하는 순간들이요.

컴플레인도 물론 있습니다. 많아요. 처음엔 창고 뒤편으로 몰래 들어가 한참을 울었어요. 지금은 컴플레인을 하시는 손님께 어떻게 대처해야 내 손님으로 만들 수 있는지 정도는 제법 터득한 것 같습니다. 사실 컴플레인을 한다는 건 애정이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컴플레인도 없이 그냥 다시는 안 오시는 게 가장 무서운 거죠.

식당이다 보니 음식에 대한 말씀도 종종 듣습니다. 그중 일방적인 비난을 들었을 때는 ‘저건 음식 자체에 대한 비난이지, 나와 요리사인 내 남편에 대한 비난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정리합니다. 나에 대한 비난이라고 생각하면 저도 사람인지라 욱하게 되니까, 음식과 사람을 철저히 분리해서 생각하는 게 오랫동안 마음을 정리해온 비법입니다. 물론 근거 없는 비난이 아니라 발전을 위한 조언을 들었을 때는 당연히 개선책을 마련합니다.

식당을 하다 보면 개인적인 일로 기분이 다운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늘 즐거운 마음으로 임합니다. ‘손님은 내 사정을 전혀 모르고 계신다!’ 하고 늘 마음을 다잡습니다. 아주 가끔 손님이 제 기분을 언짢게 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그 손님 때문에 바로 뒤에서 방긋방긋 웃으시는 다른 손님에게 쏟을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이 아까워서 좋은 기분은 극대화하고 나쁜 기분은 얼른 내다버리는 게 몸에 배었어요. 그래야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Q ‘여기가 화장실 맞아요?’라는 글 중 “정갈하다고 소문 난 한정식집에 갔는데 화장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자리로 돌아와서도 비위생적이었던 잔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라고 쓰신 대목에서 저도 무릎을 탁 쳤습니다. 맛집이라고 해서 가보면 화장실 때문에 기분이 확 상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손님들이 여기가 화장실 맞냐고 물으실 정도로 청결하고 아름답게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것도 물론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다가 신경 쓰게 된 부분입니다. 화장실을 기다리면서 그 앞에서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왔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공공화장실이나 집에 있는 화장실은 점점 좋아지는데,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경험하는 화장실은 여전히 불안감을 주었습니다. 화장실 문을 열기 전에 혹은 닫혀 있는 변기 뚜껑을 열 때 살짝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요. 어떤 식당의 화장실을 다녀오고서 같이 온 일행에게 혹시 불쾌감을 주지는 않을까, 분위기를 깨지 않고 곧 먹을 음식에 집중하려고 속으로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누군가 그 식당 이야기를 꺼내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다시 가기를 꺼렸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말합니다. 식당은 음식만 맛있으면 된다고.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당연히 식당의 기본은 맛입니다. 하지만 그 기본인 맛보다 더 앞서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화장실에서 배웠습니다. 화장실은 맛보다 우선하는, 좋은 식당의 기준입니다. 주방의 청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화장실의 청결입니다. 손님은 식당 화장실이 깨끗하지 않으면 주방에 직접 들어가보지 않아도 주방 역시 깨끗하지 않을 거라고 상상하기 때문이지요. 혹시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에게 “그때 갔던 그 식당에 갈까?”라고 물었는데 “그 식당 말고 다른 데 없어?”라고 답한다면 화장실이 불편하지 않았나 생각해보시기를 추천해드려요. (웃음)

Q ‘단체보다 한 사람’이라는 글에서 뭉클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식당에서 단체 손님을 받지 않는 것은 손해를 보는 일이나 마찬가지이니, 누구나 함부로 따라 할 수 없는 일이겠죠. “마음은 익명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더군요”라고 쓰신 부분에 밑줄을 그으면서 이게 진심 경영의 정수가 아닐까 짐작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수십 명의 손님이 한꺼번에 온다면 매출도 확 오를 테고 음식을 낼 때도 먼저 예상해서 준비해둘 수 있으니 일거양득 아닌가 싶어서, 단체 예약을 받아야 하나 아주 잠깐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여덟 테이블에서 시작한 우리 식당이 단체 한 팀으로 거의 다 찬다면 단둘이 오신 분들은, 제 경험만 돌아봐도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누구에게나 늘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건 식당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도 손님이 되어 여러 가게를 다니다 보면 직원들이 활기찬 목소리로 건네는 인사를 받습니다. 그중에는 분명 활기는 띠었는데 정작 제 마음에 내려앉지 않는 인사가 있습니다. 마치 허공에서 톡 하고 터지는 비눗방울처럼 말이죠. 그런 인사를 받으면 어디다 인사를 해야 할지 몰라서 머쓱하게 들어갑니다. 나중에는 제가 응답을 해야 할 이유조차 잃어버리게 되더라고요. 상품을 사고 계산할 때까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매장을 나오게 되는 일도 흔해졌습니다. 당연하게도, 꼭 그 매장에 가야 하는 이유 같은 건 생기지 않았고요.

그런 경험에서 저는 손님이 밀려드는 때도 예외 없이, 단 1초라도 한 분 한 분에게 가닿는 인사를 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인사를 받은 단 한 명의 손님에게 그 짧은 순간 ‘내가 이 집에 정말 잘 왔구나. 이렇게 환영받는구나!’라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카운터 앞에 설 때도 마치 그 손님에게 인사드리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처럼 눈을 마주치고 인사하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이는 집중의 문제이지 시간이 걸리는 문제는 아니니까 누구든지 실천하실 수 있습니다.

한편 저희 집에서는 손님이 들어오시는 순간 이름을 불러드립니다. 누구누구의 엄마, 이 차장 혹은 김 부장으로 불렸을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드리는 것은 먼 곳까지 찾아오신 손님들께 고마움을 담아 한 번 더 의미를 부여하는 일입니다. 이름이 한 번씩 공명되는 것은 단순히 음식 맛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파장일 테지요.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다 보면 식당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음식의 전달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으로 보여요. 이름을 서로 모르고 만남을 어찌 이루겠습니까. 맛집이라고 해서 그냥 따라왔는데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 국숫집과의 특별한 인연이 생기고 그 특별함은 호감으로 이어집니다. 이름으로 시작된 그 힘은 부드럽고도 강력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 그릇에서 천 그릇을 팔기까지 체득하신 ‘진심 경영’ 노하우 중,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외식업 사장님들, 혹은 예비 사장님들께 꼭 권하고 싶은 세 가지만 말씀해주세요.

우선 내 음식보다는 내 음식을 드실 손님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음식을 드시러 오는 손님의 이유를 계속 살피는 것, 마지막으로 손님을 다시 오게 하려면 어떠한 마음을 지녀야 하는지 끊임없이 성찰하는 태도를 꼽겠습니다. 장사가 잘된 뒤에 이런 마음가짐을 소홀히 하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가게들을 많이 봤습니다. 저희도 역시 그런 실패의 경험이 있습니다. 책을 낸 이유 중의 하나는 제 마음을 다잡기 위함도 있습니다.

- 사진 : 다산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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