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21.04.23 조회수 | 1,201

UN인권위원 서창록 “코로나, 인권에 대해 새 관점 갖게 해”

※ <나는 감염되었다>(서창록/ 문학동네/ 2021년)가 출간됐습니다. 문학동네 편집부가 서창록 작가와 진행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Q 책을 읽어보면 우리 사회가 코로나 확진자를 대하는 방식에 문제의식을 갖게 됨과 동시에, 내 안에는 차별과 혐오가 없었나 돌아보게 됩니다. 이것은 선생님께서 사회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까지 솔직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선생님의 마음속에 있던 편견과 부끄러운 부분까지 책에 적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만이 아니라 선생님 개인이 인권 면에서 부족했던 점과 그 변화 과정까지 기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애초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사회에 대한 비판을 하기보다는 제가 겪은 일들과 느꼈던 것들을 솔직하게 쓰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코로나에 감염된 경험은 제게 특별했고, 제 삶을 바꾸고 인권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을 가지는 계기였습니다. 글을 쓰면서 제가 경험하고 깨달은 것을 독자들이 공감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러지 않더라도 제 스스로 코로나 감염 이전과 이후의 나는 인권전문가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하는 의미에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머릿속에 막연히 생각하던 것을 글로 쓰면서 제 생각도 많이 정리하게 되는 것 같더군요.

Q 코로나와 인권이라고 해서 무거운 분위기의 책일 줄 알았는데 에피소드가 하나하나 생생하고 재밌게 읽혀서 놀랐습니다. 서문에서 이 책은 이전의 연구서나 학술서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쓰여야 한다는 걸 일찌감치 알아차렸다고 하셨는데요. 코로나에 관한 이 책을 쓰시면서 문체와 글쓰기의 형식까지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한 보다 대중적이고 가독성 높은 글쓰기를 선택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사실 처음에 이러한 대중서를 써본 경험이 없는지라 과연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전에 쓰던 전공 학술논문과는 달리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것이라 달리 써야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느끼고 있었고요. 생각해보면 시민사회 활동을 오래 해오면서 대중과 소통하길 갈구해왔는데, 직접 글을 써서 소통할 용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이번 기회가 그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 샘플원고를 몇 편 보내드렸을 때, 편집자가 많은 용기를 주셨습니다. 글이 좋다고 칭찬해주셔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분의 초기 조언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자꾸 가르치려들지 말고 제 경험을 통해 잔잔하게 독자의 마음속에 스며들게 하는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는데요, 대중서들을 많이 읽어보고 글 쓰는 방식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했습니다. 나중에는 아주 재미있더군요. 문장 하나하나가 논리적이어야 하는 학술논문과는 달리 저의 감정과 느낌을 흘러가는 대로 쓰면, 마치 짧은 노래가사가 많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것같이, 간결한 글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글이 꼭 논리적이지 않아도 솔직함에서 나오는 힘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Q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던 순간부터 선생님의 가족들의 대응이 무척 현명했던 것 같습니다. 웬만하면 귀국 직후 가족들이 걱정되니 잠깐이라도 얼굴만이라도 보고 싶어했을 텐데, 선생님의 가족들은 철저히 대면하지 않고서 선생님은 빈집에 가서 홀로 시간을 보냈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온 가족이 감염되는 것을 막아주었습니다. 그러나 내심 선생님은 서운하셨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과 가족들이 '에이 아닐 거야, 괜찮을 거야' 하고 결코 방심하지 않고, 철저하게 조심하면서 가족 간 감염을 차단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가요?

이것은 전적으로 제 아내의 덕입니다. 하와이에서 부모님과 접촉하지 않은 것도 아내의 권유 때문이었고요. 서울에 도착해서 집에 가지 않고 혼자 따로 하루를 머문 것도 아내의 결심 때문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몹시 섭섭했지만 결과적으로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죠. 지나온 세월을 생각해보니 많은 옳은 결정들이 아내의 덕이었던 것 같아요. 잘못된 것은 아내 말을 안 들어서 그런 것도 많고요. 우리 가족이 큰 탈 없이 여기까지 잘 살아온 데는 아내의 덕이 컸음을 많이 느꼈고, 책에도 그 부분에 대해 더 많이 쓰고 싶었지만 그렇게는 못했습니다.

Q 음압병실에서 느낀 고립감과 정신적 위기, 그리고 24시간 감시를 당하는 압박감에 대해 너무나 세밀하게 다뤄주셔서, 코로나 확진자들의 고통에 대해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책에 다 풀지 못한 입원 중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그 부분은 책에 자세히 써서 덧붙일 것이 많지는 않은데요. 조금 회복된 이후, 틈만 나면 계속 걸었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좁은 병실에서 하염없이 왔다갔다 걸었어요. 그렇게 해야 살아남고 건강을 빨리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이 책이 그 좁은 공간을 수없이 걸으면서 떠올리고 탄생시킨 생각들입니다.

Q 책 후반부에 대학 시절 친구가 코로나에 감염되어 오랫동안 투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 에피소드가 있지요. “끝까지 싸워 이겨서 나갈게”라던 그 친구는 그후 코로나를 이겨냈는지요? 그후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그 친구와는 얼마 전에도 통화를 했는데, 아직도 7개월째 산호호흡기를 착용하고 투병하고 있습니다. 폐가 많이 상해서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얼마 전 병원에서는 퇴원했고, 집에서 치료받으면서 곧 하루에 3시간 정도씩은 일을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것 같습니다. 저보다 더 건강한 친구였는데 얼른 이전처럼 회복되길 바랍니다.

Q 최근에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코로나 검사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하려다 취소되는 등 코로나와 관련한 인권 문제는 현재진행형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코로나라는 재난 상황에서도 인권 감수성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러한 재난 상황에서 인권감수성을 잃지 않기는 매우 어렵지요. 또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평소에 인권감수성을 키워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외국인에 대한 차별도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 국가주의가 강화되면서 더 심해지기 쉽습니다. 질문에 언급하신 사건도 어떻게 생각하면, 외국인들을 우리 돈으로 모두 공짜로 검사해주고, 우리도 그 덕에 더 안전해지니까 서로 좋은 일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입장을 바꾸어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그런 대우를 받았을 때 어떨지 생각해보고, 또 그들의 입장에서 이 차별을 어떻게 느낄지 공감해 보면 금방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범죄나 우리나라에서 성소수자나 외국인, 특정종교집단에 대한 반감 등이 다 비슷한 사례입니다. 혐오는 인간의 본성에 있는 것이기도 한데, 우리가 공동체를 유지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위해서도 이러한 역지사지로 생각하는 태도를 미리 훈련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또 그것이 국경을 넘어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어렵습니다. 현재 백신민족주의로 우리가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데 대해 정부를 비판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아직 백신을 한 개도 확보하지 않은 국가가 100개국이 넘습니다. 좀더 시야를 넓혀서 전 세계 공동체의 관점에서 또 소외되어 있는 약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인권감수성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코로나19 감염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직후, 한국인 최초 UN자유권 위원회 위원이 되셨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되는 선거 과정과 그 속에서 선생님께서 다시 초심을 다잡는 과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UN 자유권위원으로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퇴원 후에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살고, 욕심내지 말고, 내가 꼭 해야 하는 일만 하자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UN 자유권 위원 선거도 출마하지 않고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했었죠. 코로나 감염 이후 제가 일을 선별하는 기준은 저를 대신할 대체제가 있느냐 하는 것이었는데, 가장 대체 불가능한 것은 아버지로의 저, 남편으로서 저, 아들로서의 저였습니다. 그래서 가족에게 먼저 충실해야 한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고요. 반면 UN 자유권위원은 제가 꼭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애초에 출마를 결심했을 때의 마음가짐을 돌이켜 생각해보면서 반드시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음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UN 인권이사회 자문위원으로 지난 6년간 일하면서 디지털 신기술과 인권에 대한 연구를 하고 보고서를 만들었는데요, 인권의 미래, 더 나아가서는 인류사회의 미래를 위해 4차산업혁명이라는 대 변화에 인권적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인권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인류사회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2차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유엔의 인권제도에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영역에 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능력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볼 생각입니다.

- 사진 : 문학동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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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서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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