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21.02.18 조회수 | 3,289

박찬일X노중훈 “'비효율의 전형' 백년식당이 오히려 더 번성하는 이유”

※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박찬일/ 인플루엔셜/ 2021년)이 출간됐습니다. 인플루엔셜 편집부가 박찬일 작가, 노중훈 사진작가와 진행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그는 새벽 4시 반이면 나와서 가게 안에 있는 스무 개 넘는 드럼통 탁자의 연탄에 불을 붙인다 그의 손바닥을 보니, 이건 같은 요리사로서 경외감이 든다. 한 가지 일에 오직 장인처럼, 오래 일한 사람들만이 통하는 어떤 표시이자 자랑스러운 옹이다. -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중

<백년식당>(박찬일/ 중앙M&B/ 2014년), <노포의 장사법>(박찬일/ 인플루엔셜/ 2018년) 등을 출간하며 노포 탐사 프로젝트를 이어온 박찬일 셰프와 노중훈 사진작가가 2021년 2월, 또 한 번 우리 곁을 찾아왔다. 프로젝트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에서는 위대한 노포 20곳에서 시대를 초월한 장사 철학을 제시하고 있다. 출간을 기념하며 저자 2분을 만나 노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노포 탐사 프로젝트의 결정판!

Q 2012년부터 함께 진행해 오신 노포 탐사 프로젝트도 어느덧 10년 대장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시게 됐고,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나요?

박찬일(이하 박) : 우리나라에 ‘백년식당’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실, 백년식당이 많아져야 그것이 올바른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의 흔적과 사회상이 반영된 장소의 가치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해외여행을 가면, ‘헤밍웨이의 단골 카페’ 같은 수식어가 붙은 곳을 갈 때마다 부러운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왜 우린 그런 곳들이 없을까?’ 이 질문부터 시작해서, 우리 스스로 취재해보자고 마음먹게 됐습니다.

노중훈(이하 노) : 프로젝트의 10년을 돌이켜보면, 저는 굉장히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노포’라는 말 자체가 생경한 단어였는데, 요즘에는 KBS1 '6시 내 고향' 프로그램에 ‘노포’라는 이름이 들어간 코너가 생길 정도가 됐어요. 그만큼 많은 분들이 노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 가치도 올라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포 전문 유튜버나 인스타그래머들도 많아졌고요. 저 또한 ‘할매와 밥상’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웃음)

Q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에는 여러 노포들의 이야기가 자세히 실려 있었는데요. 그중 겨울마다 문을 닫는다는 대구 상주식당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노 : 상주식당은 오래된 추어탕 집인데요. 옛날에는 겨울에 추어탕의 주재료인 배추와 미꾸라지를 구할 수 없었거든요. 그 전통을 지금까지 유지하면서, 매년 겨울을 재충전의 시간으로 가지는 곳입니다. 이 배포도 참 멋지지만, 주인 어머님의 눈빛과 곧추선 허리를 잊을 수가 없어요. 가게의 반들반들한 방바닥부터 일할 때의 동선까지, 모든 면에 있어서 ‘완벽함’이 느껴졌습니다. 정말 이런 곳은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 정도로요.

Q 서울의 유명 노포 ‘우래옥’의 이야기도 반가웠는데요. 이곳만의 특별함은 무엇이 있을까요?

박 : 우래옥에 들어가면, 금테 안경을 쓰시고 멋지게 양복을 차려입으신 노인분께서 맞아 주시곤 했는데요. 바로 김지억 전무님이었습니다. 1962년에 우래옥에 입사해서 60년 가까이 일하신 분이지요. 그런데, 작년 여름 우래옥에 갔는데 전무님이 안 계시더라고요. 천년 은행나무처럼 항상 그곳에 계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당황해서 여쭤봤더니 봄에 퇴직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러운 변화겠지만, 아쉬운 마음은 감출 수 없었습니다. 

노 : 저 또한 김지억 전무님처럼 한곳에서 오래 일한 분들을 보고 있으면 존경심이 절로 일어나요. 세월 그 자체도 존경스럽지만 그분들이 지닌 고집, 배짱, 경영철학, 기술 등은 정말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결국 모든 일이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요. 중요한 건 역시 ‘사람’이지 않나 싶어요. 함께 일하는 직원과 끝까지 간다는 원칙이 ‘58년 근속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겠죠.

이 비효율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Q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독자분들이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박 : ‘장사’라는 것이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거든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특출난 기술이 필요할 수도 있고, 남다른 아이디어가 요구되기도 하겠죠. 그런데 노포에는 자연적으로 누적된 경영법들이 녹아들어 있어요. 저도 현재 식당 운영을 하고 있는 입장으로서, 노포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곤 했는데요. 저처럼 많은 독자분들도 이 책을 통해 그 철학을 자연스럽게 느끼길 바랍니다.

노 : 특히 ‘이 비효율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하는 책 표지의 띠지 문구가 눈에 띄었어요. 사실 지금은 효율 중심의 사회입니다. 그 시선에서 보면 노포는 ‘비효율의 전형’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것이 ‘옛것의 가치’로 인정받으면서 오리진의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잘 보여주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무교동북어국집’입니다.

Q 저 또한 “한 그릇의 북엇국을 위해 수만 번의 국자질을 버텨낸다”라는 무교동북어국집의 이야기에서 경외심이 들더라고요. 그곳의 이야기를 좀 더 해주시겠어요?

박 : 그 일대에 북엇국집이 굉장히 많았는데, 거의 다 사라지고 ‘원조’격인 이 집만 남았습니다. 이 집의 루틴을 듣고 있으면, 온몸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예요. 한 솥 당 딱 몇 그릇만 퍼야 한다는 것이 정해져 있고, 북어를 손질하는 것조차 디테일 하나하나를 따지죠. 사람이 자기 일을 하게 되면 게을러지게 될 수밖에 없어요. 10가지 일을 하다가 8가지, 7가지 이런 식으로 일을 줄여 나가죠. 그런데 여기서는 10가지를 끝까지 지키는 겁니다. 저는 이게 굉장히 대단하다고 봐요.

Q 한 편, 몇 년 전부터 젊은 층 사이에서도 ‘노포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오리진의 힘’이 담긴 노포의 철학이 2030세대들에게도 소구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 : 물론 이러한 변화가 반갑기도 한데요. 단골 식당에 앉을 자리가 없어졌다는 건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웃음) 더불어 한 가지 경계하는 건 있습니다. 사실 ‘노포’의 가치라는 건, 하나의 트렌드가 된 허름한 식당 전경이나 음식 한 그릇만으로는 다 느낄 수 없거든요.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노포의 이면에 담긴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고, 많은 분들이 그 지점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노 : 저도 작가님의 말에 100% 공감합니다. 노포의 의미는 ‘사람’과 ‘공간’이 주는 힘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간혹, 어떤 분들의 경우 한 번 가서 드셔보시곤 음식에 대한 평가를 너무 날카롭게 하시기도 하더라고요. 단순히 ‘맛있다’와 ‘맛없다’로 노포의 가치를 판단하시는 거죠. 사실 대부분의 노포는 재료에 대해 상당히 예민하기 때문에 보통 맛있지만요. (웃음) 이렇게 노포에 주홍 글씨를 새기듯이 평가하는 건 조금 지양해 주셨으면 합니다.

Q 독자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박 : 노포가 인기를 얻는 데 있어, 저희의 프로젝트가 단초가 되었다는 건 상당히 기분 좋은 일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계속 이어져서, 노포를 아끼는 분들이 더 많아지고 ‘노포’처럼 오래된 것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노포’를 꿈꾸며 새로운 시작을 하는 사람들 또한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노 : 책 속의 글보다는 사진에 집중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농담이고요. 코로나19로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가 지나가면, 몇 분이라도 모시고 노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 모두 건강하시길 바라며,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사진 : 인플루엔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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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박찬일

누군가는 ‘글 쓰는 셰프’라고 하지만 본인은 ‘주방장’이라는 말을 가장 아낀다. ‘노포’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시절부터 오래된 식당을 찾아다니며 주인장들의 생생한 증언과 장사 철학을 글로 써왔다. 세계에서 인구당 식당 수가 제일 많고, 그만큼 식당이 쉬이 폐업하는 나라, 대한민국. 그럼에도 격동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버티고 이겨낸 노포의 민중사적 가치를 발견하고 기록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무도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자’며 후배 노중훈과 의기투합해 전국의 ‘백년식당’에 근접한 노포들을 찾아 취재하기로 했다. 그렇게 2012년 ‘노포 탐사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전국의 ‘밥장사의 신’들을 찾아 발로 뛰며 취재한 지 어언 10년 가까이 흘렀다. 그들의 숭고한 노동과 벅찬 인심과 변치 않는 맛을 정리해 《백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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