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21.01.11 조회수 | 4,434

양신영X최규화 “태교 영어, 21개월 영아 수학…사회구조적 문제”

좌 : 양신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 우 : 최규화 베이비뉴스 기자

국내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암투를 그린 드라마 ‘펜트하우스’. 숨 쉴 틈 없이 진행되는 욕망과 배신의 폭풍 서사. 그 안에서 그 중심을 차지하는 건 부모의 사랑이다. 물론 드라마이기에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면이 있지만, 자녀에게는 어떻게든 좋은 것만 주고 싶고, 나쁜 건 물리치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라는 것만은 같다. 하지만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라 무엇이 진정 아이를 위하는 길인지 아리송한 순간이 온다.

아이가 세상에 막 태어나 첫발을 뗄 때, 설렘과 기대감으로 충만한 순간, 부모의 귓가엔 여러 이야기가 들려온다. ‘사람의 뇌는 3세 이전에 80%가 완성된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한글을 떼야 한다’, ‘영어는 최대한 어릴 때부터 접해야 한다’…다급한 마음에 무엇이든 시작해보지만 잘못된 건 아닌지, 뒤처진 건 아닌지 불안감은 잔존한다. 이런 학부모들의 불안감과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나섰다. <0-7세 공부 고민 해결해 드립니다>(사교육걱정없는세상, 베이비뉴스취재팀/ 김영사/ 2020년)에는 0-7세 유아 교육에 대한 뇌과학자, 심리학자, 소아신경 전문의, 육아교육 전문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고언이 담겼다.

이 책에 따르면 조기 영유아 사교육은 뇌 발달에 되레 악영향을 미치고, 영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실질적 영어 학습 효과를 제공하지 못한다. 또한 사교육 횟수가 많아질수록 아이의 창의성은 떨어진다. 영유아 교육에 관한 잘못된 속설들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자료를 통해 부정되고, 그 빈 자리는 우리 아이에게 득이 되는 조언들로 채워진다.

지난 12월 2일 이 책을 기획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양신영 선임연구원과, 이 책을 위해 전문가 취재를 총괄한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를 서울 삼성동 인터파크 사옥에서 만났다. 우리 영유아 사교육이 딛고 선 사회적 토양은 어떤지, 양육자 입장에서 문제에 맞부딪힐 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교육 ‘불안’이란 말 뒤에 사회에 대한 ‘불신’ 있다”

Q 각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양신영 :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영유아 사교육의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를 도출하고, 그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는 일을 하는 양신영 선임연구원이라고 합니다.


최규화 : 영유아 전문지 ‘베이비뉴스’에서 일하는 최규화 기자라고 합니다. 이번 책에서는 열두 번의 인터뷰를 취재하고 기록하는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Q 조기 사교육을 받은 집단이 안 그런 집단보다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p.40) 충격적이었어요. 어쩌면 조기 사교육의 부작용을 학부모들은 감지하고 있었을지 모른단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도 불나방처럼 사교육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양신영 : 사교육의 단점을 몰라서 지속하는 분도, 알면서 계속하는 분도 있겠죠. 지난 달, 우리 단체에서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 전문의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가 놀라워요. 조기 사교육이 아이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 부모와 관계를 악화시키고, 학업 거부 같은 행동 문제를 일으킨다는 거예요. 그럼에도 조기 사교육을 하는 건 양육자들의 불안 심리 때문일 거예요. 사교육 업체의 허위 과장 광고나 홍보 전략이 너무나 자극적이기 때문에 거기에 휩쓸리게 되죠. 한국인 특유의 유행에 민감하게 편승하려는 성향이 사교육에도 많이 반영돼요. 이걸 ‘밴드 웨건(band wagon)’ 효과라 하는데요. 조기 사교육이란 수레에 올라타지 않으면 뒤처질 것”이라는 심리가 영유아 양육자에게 퍼지는 거예요.

최규화 : ‘계급’과 ‘차별’이란 단어로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낼 수 있는 지로 계급이란 선이 그어져요. 고액의 영어학원이나 전일제 놀이학원에 보내는 게 그만큼의 효과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 교육을 위해 이 정도 노력 할 수 있는 집이란 걸 확신하기 위해서, 혹은 남에게 보여주려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교육 기관이 서울 시내 강남 3구에 집중적으로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도 계급이란 단어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여기에 자동으로 따라오는 게 차별이죠. 어른 사회의 차별이 아이 세계로 까지 내려간 건 굉장히 오래 됐거든요. 어떤 사교육을 받는지에 따라 차별이 생기니, 내 아이는 차별을 받는 대상으로 만들고 싶지 않죠. 경제적 여유가 돼서 하는 분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음에도 빚을 내고, 투잡 쓰리잡을 뛰면서 영유아 사교육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가정도 많이 보았어요.

Q 책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단어가 ‘불안’이에요. 우리 아이만 사교육 안 시키면 뒤처질까봐, 내 교육 방법이 맞는지 궁금해서 등 사례도 다양해요. 이 불안이란 감정의 배후에 무엇이 있으며, 어떻게 이걸 해소할 수 있을까요?

양신영 : 불안을 없애야 할 부정적 감정이라 생각지 않아요. 우리 모두 아빠▪엄마가 처음이니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막연함은 불안감으로 올 수밖에 없죠. 한 생명을 자라게 하는 건 첫 경험의 연속이라 그 불안을 탓할 이유는 없어요. 다만 우리가 어둡고 캄캄한 바다에 있을 때 저 멀리 등대가 있다면 큰 힘이 되듯, 공통된 가치관을 공유하는 육아 모임이나, 교육시민단체와의 연대가 등대 역할을 해줄 수 있어요. 가정에서 아이를 키울 때 교육 철학, 방향성을 확고히 하는 것도 중요해요. 아이를 사랑하되 부모의 욕망으로부터는 자유로운 주체적인 아이로 키우겠다고 굳건히 마음을 먹어야 사교육 할 때도 나의 욕망이 우선인지, 아니면 아이가 필요로 하는 건지 되묻게 되죠. 그럼 세 자녀에게 34개의 사교육을 시키거나, 하루에 11개 학원에 다니는 사례는 많이 줄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최규화 : 저는 불안이라는 말의 배후에 사회에 대한 불신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낮으니 경쟁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떨어지면 패가망신 하고 말 거란 마음이 생겨요. 열두 번의 인터뷰에서 전문가들 말씀을 들으면서 든 생각이 우리 교육의 다양성이 부족하단 거였어요. ‘교육은 입시’라 생각을 하니 다른 것이 끼어들 틈이 없고, 입시 경쟁 바깥에 내 아이가 존재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거예요. 입시라는 단 한 번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만으로 한 사람의 행복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는 건 부모님도 너무 잘 알거든요. 그런데 그 경쟁이라는 단선적 교육 바깥에서 내 아이의 행복을 찾고 우리 가정의 관계를 찾고 교육적 목표를 위한 다른 방식의 삶을 선택할만한 다양성이 없어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부모님들이 개인적으로 가정 안에서 혹은 아이와 관계에서 할 몫도 있을 테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우리 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경쟁 바깥에 대한 상상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Q ‘평가하기 위해 교육을 하고 있는 형국’(p.88)이란 지적이 뼈 아프게 다가옵니다. 또 ‘대한민국 부모들은 대부분 자기 아이들을 상위 5%에 들게 하려고 노력할 뿐, 95%를 위한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데는 그다지 관심이 없’(p.89)다는 지적도요. 많은 시민들이 교육 제도 자체에 회의를 느끼면서도 거기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형국인데요. 이런 현상을 불러온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세요?

양신영 : 전쟁 같은 상황에서 각개전투를 하는 형국에 마음이 아파요. 배움의 기쁨, 가르침의 보람이 살아있는 교실 현장이어야 하는데 평가를 위한 교육 위주잖아요. 비유를 하나 들면 저는 여의도 불꽃놀이를 즐겨가는데 바닥에 눕거나 앉아서 보면 편하게 즐길 수 있어요. 그런데 혼자만 잘 보려고 누군가 일어나버리면 뒤에 앉은 사람도 거기에 편승해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그 날은 모두에게 불꽃놀이 보는 재미가 망한 거죠. 이 점이 우리나라의 선행교육과 비슷하다는 생각했어요. 목소리 큰 누군가가 앞에 앉아달라고 해서 앉으면 좋은데, 분위기 자체가 사회적으로 동의가 안 되면 다르죠.


여러 교육 선진국들에선 진도보다 미리 배우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고, 그럴 경우 교사들은 교습권을 침해한 데 대해 굉장히 자존심 상해 해요. 불꽃놀이에서 자리 정돈하는 것처럼 때로는 교육에도 관리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우리 단체는 공교육 정상화 법이나, 아동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한 영유아 인권법, 영유아교육법, 학원법을 개정하는 등 입법 운동을 관리 감독의 역할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주길 촉구하는 운동들을 하고 있어요.

 

최규화 : 대부분 사람들이 교육에 대해 말할 때, 알고 보면 입시제도인 경우가 많아요. 교육=입시라고 목적 자체가 사회적으로 대단히 잘못 설정된 거죠. 교육을 받는 이유가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기업에 취직해서, 남보다 앞서 나가고 편하게 사는 것인 거예요. 그런 점에서 교육의 목적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해요. 수십년의 시간 동안 그런 교육이 과연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재들을 길러내고 우리 사회를 발전시켰는지, 모두의 이익을 위해 부합하는지를 질문하고 목적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봐요.

최근 그걸 여실히 체감한 사건이 의료인 파업이었어요. 그 때 한 편의 선전물이 많이 회자되었죠. “어떤 의사에게 치료를 받으시겠습니까?”란 질문에 ‘전교 1등을 하고 공부 잘했던 의사’와 ‘성적은 떨어지지만 추천으로 공공의대에 간 의사’ 중 택하는 보기가 제시된 것이었어요. 전교 1등의 머릿속에 나온 논리와, 그들이 공익을 바라보는 관점을 보여주는 선전물이었죠. 경쟁만이 모든 것을 공정하게 만든다고 착각하는 거죠. 우리 교육은 그렇게 똑똑한 괴물을 길러왔다고 생각하거든요.

Q 두 분 이야기를 듣다 보니 ‘0-7세 사교육’이 작은 주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욕망과 얽혀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규화 : 태교 영어를 왜 할까요? 아이를 영어 전문가로 키우려고? 해외여행 갈 때 쓰게 하려고? 이거 아니거든요. 대학 갈 때 영어 점수 잘 받게 하겠다, 아니면 더 나아가서 취직할 때 영어 점수 만점 받게 하겠다는 생각 때문이잖아요.

양신영 : 예전엔 노동시장의 임금 차별이 대학이나 중고등학교 성적에서 결정됐다면 지금은 영유아까지 내려왔어요. 지난 달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자료 중에 영유아 대상 수학 학원이 21개월 영아부터도 운영되고 있는 걸 발견 하고선 깜짝 놀랐었어요.

최규화 : 21개월이면 아직 기저귀 못 뗀 아이도 있어요. 맘 카페에 보면 실제로 영어 학원(유치원) 보내기 위해 기저귀 떼는 훈련한다는 상담 글이 올라오기도 해요. 초등학생 대상의 소위 3대 영어 학원이 있는데 거기 들어가려면 유아 대상 5대 영어 학원에 들어가야 하고, 거기 들어가려면 3세에 맞는 학원이 있는데 거기 다녀야 해요. 그런 식으로 내려오는 거죠. 사회구조적으로 큰 틀 안에서 영유아 사교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교육이 물러간 빈자리, 꼭 채워야 하나요”

Q 여러 지점에서 영유아 사교육이 비효율적이고 사회적 해악도 크다는 부분에 많이들 공감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사교육이 물러간 빈 곳은 무엇으로 채우면 좋을까요? 사교육이 자녀 보육 및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엄마들로선 당장의 대책이 절박할 것 같아요.

양신영 : 저는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전제에 균열을 내고 싶어요. 보육 때문에 학원을 여러 군데 보낼 수밖에 없는 심정은 이해해요. 저 역시도 세 자녀를 부모님 도움 없이 맞벌이 독박 육아로 키웠거든요. 하지만 그 시간이 반드시 학습적 사교육으로 채워지지 않아도 된다는 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영유아기는 신체적, 정신적 발달을 최우선 삼아야 할 시기예요. 영어·수학을 배우는 것보다 다른 선택을 권하고 싶어요. 우선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보육을 1차로 신뢰하고 길게 가져가면 좋아요. 유아교육을 전공한 경험치가 많은 선생님이 계시고, 정서적 환경적으로 아이에게 더 맞춤이 된 기관이거든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제공하는 돌봄 기능을 일차적으로 많이 신뢰하시고, 2차적으로 방과 후 사교육이 필요하다면 학습적 사교육이 아닌 신체나 정서 발달을 위주로 한 사교육을 선택하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일본 후지유치원을 방송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일부러 위험 요소를 남겨놓은 게 인상적이었어요. 돌도 산만하게 흩어져 있고 잔디도 이곳저곳 나 있고 웅덩이도 패어 있는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이더라고요. 이렇게 실물을 가지고 만지면서 체험을 하며 발달할 시기에, 학습지나 학습적 사교육을 시키는 건 아이 눈높이에서 볼 때 맞지 않는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최규화 : 저는 질문 중에 ‘사교육이 물러간 빈 곳’이라는 표현에 대단히 중요한 힌트가 숨어있다고 생각해요. 사교육이 침투하는 지점이 바로 그 빈 곳이거든요. 공교육의 빈 곳, 그리고 공적 돌봄의 빈 곳이요. 그래서 영유아기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 돌봄 공백 때문에 사교육을 선택하는 분들이 대단히 많아요. 이런 경우 부모님들도 사교육 효과에 대해 많은 기대가 있어서 하는 건 아니에요. 어쩔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하는데 빈 곳을 없애는 건 공공의 역할이죠. 따라서 부모님들께 무조건 사교육을 하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어요. 그럼에도 부모님들이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돌봄 때문에 태권도학원에 보내려는데 기왕이면 영어로 태권도를 가르치는 곳에 보내려 한다거나, 영어 학원에 보내는데 기왕이면 숫자도 가르쳐주는 학원에 보내는 거예요.

양신영 : 실제 영어 태권도, 영어 발레 학원이 많아요. 강남의 한 영어 발레 유치원은 명문 유치원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해요.

최규화 : 그런 생각들이 결국 아이를 피곤하게 하거든요. 그리고 그런 정도로 노출되는 건 영어 교육 효과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게 이 책을 통해 만난 전문가들의 일관된 말씀이었어요. 그런데 부모들의 욕심이 그 틈 사이에서 자라는 거죠. 태권도 가서 돌봄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지만 기왕이면 영어도 몇 마디 하고 오면 좋겠다. 그런데 아이는 그 영어 노래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학원에서 듣고 따라하는 것뿐이거든요. 앵무새처럼 진행되는 영어 교육을 칭찬하고 뿌듯해하는 것만은 참아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시청각만 집중 자극하는 스마트 기기 최대한 멀리해야…휴대폰 관리 주체로 힘 키워야”

Q 이 책에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최대한 늦게 접하게 하라고 말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미 스마트폰이 너무나 익숙해진 세상에서 무조건 ‘안 된다’, ‘해롭다’는 말로 그 유혹을 단념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아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양신영 : 저는 스마트폰과 스마트기기 그리고 멀티미디어를 다루는 펜이나 패드를 한 가족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것들의 특징은 뇌를 골고루 자극하기보다는 시각과 청각에만 집중적인 자극을 준다는 거예요. 그 위험성에 대해 뇌과학자나 소아신경외과의사도 계속 경고 하고 있고요. 스마트폰을 줄지 고민되는 가장 큰 고비는 식당 같은 외부에서의 식사 시간이에요. 이걸 잘 넘기려면 우선 아이가 가장 기분 좋게 양육자들과 앉아 있을 수 있도록 아이의 신체 리듬을 고려해서 외출을 해야 해요.

두 번째론 준비물이 필요해요. 처음 식당에 앉으면 양육자는 밥을 먼저 먹어야 하잖아요. 이 때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게 되면 순간은 모면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론 양육자가 힘들어지게 돼요. 이걸 예방하려면 처음에 치발기를 줘서 놀게 하다가 질려 하면, 맛이 안 나는 오이나 당근 같은 채소들을 줘서 놀게 해요. 여기에 질리면 뻥과자 같은 것들을 흩어놔요. 이것마저도 지루해지면 좀 더 맛이 나는 주스를 주면서 아이가 동영상 없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차츰 늘려나가는 거예요.

처음에는 그 시간이 5~10분밖에 안 될 수 있어요. 그럼에도 이 시기를 중무장 하고 버텨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양육자들의 식사권도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인해 나중에 감당할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에요. 시간을 조금씩 늘리다 보면 어느새 아이가 두 돌이 지나 엄마와 눈빛을 교환하며 음료를 마시고 카페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온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초등학생이 되면 또 한 번의 위기가 와요. 맞벌이 가정 같은 경우, 아이가 학원을 이동해야 하는 시점에서 여러 돌발 상황이 발생하거든요. 그럴 때 휴대폰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져요. 그땐 아이에게 휴대폰을 마련해주기 전에 언제 어떤 용도로 쓰겠다는 내용이 담긴 휴대폰 사용 약속 다짐서를 작성하는 게 좋아요. 만약 게임을 너무 좋아하는 아이라면 게임기를 별도로 마련하셔서 휴대폰과 게임이 동일한 사고 체계 안에서 작동하지 않도록 해야 해요.

웨어러블 기기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아요. 휴대폰을 쥐여주는 순간 친구들과 문자하고 배경화면 바꾸는 등 신세계에 빠지거든요. 그런데 웨어러블 기기를 차고 있으면 휴대폰이 나에게 멀리 떨어져 있어도 문자와 전화를 받을 수 있으니, 필요할 때만 휴대폰을 드는 거라고 생각이 들 수 있어요. 휴대폰을 관리하는 주체로서의 힘을 계속 작은 단계부터 큰 단계까지 키워나가는 게 하나의 팁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에는 패드 안에서 책을 비추면 증강현실이 펼쳐지면서 화석을 캔다든가, 공룡이 살아 움직이는 독서 전집도 많이 나오고 있어요. 너무 재미있게 광고가 돼 사고 싶게 만들거든요. 하지만 이것도 가급적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굳이 디지털 형태가 아니어도 아이들은 아날로그적인 책 자체로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어요. 나중에 초등학교 가면 종이책을 넘겨 가면서 아날로그적인 활자체를 읽을 때 독이 될 수 있어요.

Q 어떻게든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스마트폰을 멀리하게 할 가치가 있는 거죠?

양신영 : 네. 그러면 나중에는 식탁 예절도 좋아지고 대화의 수준들이 깊어지는 걸 느껴요. 같이 밥 먹고 차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다보면 아이들의 생각이 깊거든요. 모든 아이들은 어렸을 때 다 과학자이고, 관찰자이고, 미술가이고, 음악가라고 누군가 그랬던 것 같아요. 단지 그걸 계속하는 사람은 그 직업을 갖게 되는 거고, 흥미가 떨어져서 그만하는 사람은 그 직업을 안 가지게 되는 거라고요.

최규화 : 어른들이 들어주고 아이도 대화에 같이 참여하면 혼자 휴대폰을 보고 있을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보통 어른들이 아이들 얘길 안 들어줘요. 유치원생, 어른들끼리 얘기해야 하니까 아이들은 휴대폰 가지고 놀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아이들은 어딜 가게 되면 당연히 스마트폰을 찾게 되죠.

Q 마지막으로 학부모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양신영 : 학부모님들이 몽땅 사교육을 그만뒀으면 하는 바람으로 쓴 책이 아니에요. 저는 오히려 그 경계에 계신 분들께 위로를 전하고 싶어요. 아이들의 발달 속도를 지켜주고 싶고 기다려주고 싶은데 세상은 다 차에 탑승해서 열심히 달려가고 있어서 뒤쳐진 게 아닌지 질문하는 분들께 충분히 좋은 방향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응원 드리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기획하게 됐어요.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란 책 제목처럼 저도 당신이 느끼는 감정들 고민들 불안감 다 옳다고, 그 안에서 같이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길이 정말 소중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최규화 : 워낙에 사교육 시장에서 쏟아내는 말들이 많잖아요. 그 말들은 한쪽에 기울어 있고 반대쪽 이야기들은 적어요. 그마저도 한 마디씩 나오다가 흩어지는 경우가 많죠. 그 이야기들을 이 책에 잘 모아놓았으니 생각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되시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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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진(북DB 기자)

1983년 서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도움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력한 존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이 있어 다행입니다. kiwi@interpark.com

작가소개

최규화

1982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베이비뉴스 기자. 《월간 작은책》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양성평등미디어상, 인터넷선거보도상, 정치하는엄마들 올해의 언론인상을 받았다. 함께 쓴 책으로 《숨은 노동 찾기》 《그대, 강정》 《난지도 파소도블레》가 있다. 위성처럼 떠다니는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이야기를 모으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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