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20.12.17 조회수 | 2,700

배우 정애리 “날마다 당연한 하루는 없다”

※ 정애리 배우가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놀(다산북스)/2020년)을 출간했습니다. 놀 출판사 편집부가 작가와 진행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Q 7년 만에 책을 내셨어요. 책에도 밝히셨지만, 이 책의 인세를 모두 기부하신다고 들었어요.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나누며 살게 되신 계기가 무엇이었을지 궁금합니다.

촬영차 갔던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만나게 됐어요. 그때부터 시작했지요. 그곳이 성로원 아기집이에요. 아이들을 보러 가다보니까 다른 어려운 아이들이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집중을 하다 보니 노숙인이나 장애인 등 또 다른 아픔을 가진 계층을 살피게 되었고요. 그 인연이 차례로 이어져 월드비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책을 낼 때마다 인세를 기부했는데요. 제가 전업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내릴 수 있었던 결정이었겠죠. 이걸로 힘이 된다면 기꺼이 나누겠다는 생각을 늘 해요. 어쩌면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흘러온 게 아닐까 싶어요.

Q 1978년에 데뷔하시고는 쭉 정상에 계셨고, 이후로도 좋은 일을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선생님께 아픔이나 위기가 있었을 거라고는 짐작도 못 했는데요. 삶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선생님만의 비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가 속을 들여다보지 않아서 그렇지 누구나 각자의 아픔이 있습니다. 저도 사람이니 당연히 그렇겠지요. 그런데 저는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거기에 파묻히지 않으려고 해요. 생긴 일에 너무 집중하면 매몰되어버리잖아요. 그때는 이럴 일인가 아닌가, 나무보다는 숲을 보려고 애를 쓰는 편입니다. 만약 돈을 잃었다고 친다면, 이 일에 집중하다 건강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 다 잃어선 안 되겠지요.

Q 많은 분들이 선생님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계십니다.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을 글과 사진으로 멋지게 풀어내셨는데요. 촬영으로도 많이 바쁘실 텐데, 집필은 주로 언제 하시나요?

저는 스마트폰으로 글을 써요. 스마트폰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하죠. 어떤 사물을 보고 떠오른 생각이 끊임없이 머릿속에 맴돌 때가 있어요. 그걸 글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아요. 책을 내려고 할 때는 시간을 따로 내기도 하지만요.

Q “스러져가는 시간들이 서럽기도 하겠지요. 아직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도 찬란했는데…. 하지만 그것이 인생입니다. 때가 되면 내려오는 것”이라고 쓰신 대목에서 선생님의 인생관을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자기 자리에 있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자리라는 게 위치가 될 수도 있고 해야 할 일이 될 수도 있는 건데요. 때가 되면 내려와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워요. 끊임없이 다잡고, 끊임없이 내려놓아야 가능한 일이에요. 애정을 가지고 했던 것들이 더 내려놓기가 어려워요. 그걸 인정할 줄 아는 게 잘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게 나이를 잘 먹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의 모든 것은 지금도 진행 중이에요.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것이지, 날마다 당연한 하루는 없거든요.

Q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일하시면서 선한 영향력을 널리 퍼뜨리고 계십니다. 올해는 코로나로 아프리카에 못 가셨을 텐데요. 그곳에 있는 어린이들에게 안부 인사 부탁드립니다.

최근에 갔던 곳에서는 “아쬬”라고 인사한답니다.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라는 말 아시죠. 스와힐리어로 “잘 될 거예요(직역하면 ‘걱정거리가 없다’)”라는 뜻이잖아요. 이걸 외치고 싶어요. 사실 그 아이들은 코로나보다 배고픔이 더 무서울 거예요. 배고픔이 어서 나아져서 우리의 사랑이 그들에게 도착할 때까지 잘 견뎌주면 좋겠어요.

후원을 하던 아동 가운데 가나에 있던 아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말라리아에 걸렸다고 하더라고요. 만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렇게 된 거죠. 영양실조가 너무 심해서 그 병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대요. 이를 계기로 아이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쩌면 그 아이들은 코로나보다 지금 당장 처한 배고픔이 더 힘들 거예요.

우리도 코로나가 불러온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힘들잖아요. 그곳에서는 늘 ‘생존’과 사투를 벌여요. 거기서 만났던 아이들은 대부분 사흘을 굶었어요. 그저 잘 견뎌주기를 바랄 뿐이죠.

Q 사실 기부나 봉사에 마음이 있어도 선뜻 시작하기가 어렵잖아요.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독려를 하신다면?

크고 멋지게 돕는 것도 좋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겠어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나 책을 읽어주는 것처럼, 내 것을 조금씩 나누는 것들을 먼저 해보시면 좋겠어요. 한 잔의 커피 값을 보내는 사소한 것조차도 미루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바로 시작하시면 좋아요. 이야기기로만 들었을 때와는 다른 커다란 기쁨과 채움이 생겨요.

받는 분들에게 큰 도움도 되지만, 하시는 분들도 너무 행복해하셔요. 그 기쁨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어요. 나눔은 결코 일방적이지 않아요. 나눌수록 채워져요.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가치가 바로 나눔이에요.

Q 코로나로 다들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십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시간을 열심히 살고 있는 분들께 응원의 말씀 부탁드려요.

지금은 정말 다 떠나서 살아내고 견뎌내야 하는 시기예요.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어떤 곳이든지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잖아요. 우린 저기도 갈 수 있을 거예요. 힘내세요.

- 사진 : 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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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정애리

삶의 고비를 여러 번 넘으면서도 여전히 괜찮다, 고 말하는 사람. 위로와 희망, 나눔과 봉사가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배우.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드라마와 연극, 영화로 세상을 만났고,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며 이웃을 돕는 일이라면 주저 없이 나서고 있다. 1989년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노량진 ‘성로원’을 시작으로 ‘월드비전’ ‘연탄은행’ ‘생명의전화’ 등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회단체를 알리는 데에 오랫동안 힘을 보태왔다. 행정자치부 선정 대통령 표창, 세종문화상 통일외교부문상, 대한민국 나눔대상, MBC 봉사대상, KBS 감동대상,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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