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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8.05.31 조회수 | 9,864

['책의 해' 출판사 탐방⑤] 유유출판사 "인문교양서, 저희처럼 가볍게 만드는 곳도 있어야죠"

“이모티콘 중에 ‘ㅠㅠ’ 있지 않습니까? 그거예요.”


‘유유출판사’라는 이름이 낯선 독자들에게는 이 설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조성웅 대표가 유유출판사를 각인시키는 첫 번째 방법이다. 이 방법이 ‘없어보일 때’ 쓰는 두 번째 방식은 ‘유유자적(悠悠自適)’의 ‘유유’를 따왔다고 소개하는 것이란다. 실제로 출판사의 이름은 중국 명시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

여전히 그 이름이 낯설다면 유유출판사의 책을 살펴보는 수밖에.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추상적인 디자인, 획일화된 규격의 유유출판사 책들을 언젠가 한 번쯤 마주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한 번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디자인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12년 첫 책을 낸 유유출판사는 지금까지 출간한 79종의 책 대부분을 한 명의 외주 디자이너가 작업했다. 디자인의 통일성, ‘공부, 고전, 중국’이라는 세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인문교양서를 작고 가볍게 휴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이제는 유유출판사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다큐멘터리 방송 제작 연출부에 있다가 10년 간의 출판사 편집자를 거쳐 이제는 ‘1인 출판계의 롤모델’이라 불리는 조성웅 대표를 지난 5월 30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서점 ‘땅콩문고’에서 만났다. 직원은 조 대표와 편집자 두 명이 전부인데, 그마저도 각자의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방식이라 별도의 사무실이 없기 때문이다. 초기에 사무실 비용을 절약할 요량으로 택한 작업 방식이 이제는 자리를 잡았단다. 작업 방식으로도, 그 결과물로도 유유출판사는 평범의 영역을 비켜나 있다.

Q ‘공부, 고전, 중국’ 세 가지 주제를 필두로 한 인문교양분야의 책들을 ‘작고 단단하게 재미있게’ 만든다는 게 유유출판사의 모토입니다. 책의 제형은 물론이고 디자인까지 통일성을 갖추고 있어서 유유출판사의 정체성이 확실해요. 어떤 목표가 있었나요?

사람들이 인문교양서를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부터도 그걸 원하는 독자이기도 하고요. 크고 무거운 책, 힘들고 어려운 책 잘 못 읽거든요. 물론 인문교양서를 크고 두껍게 ‘잘’ 만드는 출판사도 있지만 저희처럼 가볍게 만드는 곳도 있죠.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유유출판사의 역할은 조금 다른 거죠.

Q 통일성 있는 디자인과 휴대성 때문인지 유유출판사 책을 찾는 독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봐주셔서 고맙죠. 디자인 이야기를 하셨으니 말인데 저는 디자인 덕을 정말 크게 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유유출판사에서 현재까지 79종의 책이 나왔는데 3권의 책만 다른 분이 작업을 하고 모두 이기준 디자이너가 작업했거든요. 한 명의 디자이너가 작업하기 때문에 통일성을 갖추게 됐고요. 처음에 디자이너와 큰 원칙들을 정했어요. 이를테면 색을 많이 쓰지 않고, 구상적인 이미지는 가급적 쓰지 말자고요. 대신 추상적이지만 직관적으로 책 내용을 연상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해달라고 했죠. 물론 세부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전담을 하고요. 처음에는 디자이너와 의견 조율을 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는데 이제는 디자이너도 저도 서로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어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아요.

Q 몇 명의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나요?


직원은 저와 편집자 두 명이에요. 모두 각자의 집에서 재택근무를 합니다. 처음에는 사무실 비용을 아끼려고 했는데 저랑 같이 일하지 않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그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웃음) 대신 채팅하거나 통화로 업무를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만나서 이야기를 해요. 외부 디자이너까지 고정적으로는 총 네 명이 책을 함께 만들어요. 외주로 교정교열 봐주시는 분들도 몇 분 있고요.

Q 유유출판사 책들은 개성이 뚜렷해요. 첫 책 출간됐을 때 반응은 어땠나요?

색을 많이 쓰지 않고 심플하게 한다는 디자인 원칙이 디자이너에게도 저에게도 일종의 실험이었어요. 첫 책이 2012년 1월에 나온 <단단한 공부>인데, 제가 믿고 의지하는 선후배 편집자들에게 먼저 보여줬을 때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어요. “왜 이렇게 돈을 아꼈냐”는 말부터 시작해서 저희 디자인 자체를 굉장히 낯설어했어요. 디자이너와 어렵게 정한 원칙인데 반응이 안 좋아서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다행히 첫 책 판매가 나쁘지 않았어요. 판매까지 안 좋았으면 제가 많이 흔들렸을 수도 있어요.(웃음) 판매가 생각보다 괜찮았기 때문에 ‘한 번 가보자’라는 마음을 갖고 지금까지 온 거죠.

어느 순간 종수가 쌓이고 많아지다 보니까 처음에는 저희 책을 낯설어했던 분들도 ‘저것도 가능할 수 있겠구나. 지금 보니 괜찮네’라는 생각을 갖게되신 것 같아요. 예전에는 복잡하고 화려한 표지가 많았거든요. 최근 들어 책 디자인들이 심플해지다보니 저희 책 표지를 ‘괜찮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 같아요.

Q 같은 주제를 다룬 책이 많잖아요. 결국은 어떻게 담아낼 것이냐의 문제인데, 유유출판사는 어떤 차별성을 추구하고 있나요?

요즘에는 자기계발서도 인문교양으로 분류하는 책들 많은데요. 제가 생각하는 인문교양은 회사에서 승진하게 돕거나 학교 성적 잘 받게해주는 공부가 아니예요. 자기 내면이 더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에요. 책을 기획할 때 이 기준을 늘 염두해두고 저자를 섭외할 때도 저희와 결이 맞는 분들과 진행하려고 노력하죠.

Q 그래서인지 신선한 작업물이 많아요. 교정교열 전문가가 쓴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투고의 왕도를 다룬 <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 공부 도구의 작동 원리를 담은 <문구의 과학> 등. 기존의 작가들도 유유출판사에서는 신선한 주제로 책을 내서 ‘이 작가 책이 맞나?’ 싶은 생각이 간혹 들기도 하고요.

유유출판사가 ‘공부, 고전, 중국’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을 내는데, 주제에 맞춰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니 소재를 온갖 군데서 찾게 돼요. 저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걸로 책을 내겠다’는 생각없이 그냥 말하는 주제들 중에서 얻는 아이디어가 있거든요. 책을 보다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SNS를 하면서 누군가 올린 글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기도 해요.

(바로 옆에 진열된 책들) 이 책들이 ‘땅콩문고’라고 해서 저희가 열심히 내고 있는 ‘문고 시리즈’인데요. 이제 독자들의 ‘읽는 호흡’이 짧아졌잖아요. 그에 따라서 책 분량이 원고지 400매 내외, 한 꼭지당 원고지 25~30매 정도예요. 길지 않은 분량인데 한 권 읽고 나면 ‘이 주제에 대해서는 뭔가 알게 된 것 같아’하는 느낌을 주는 책들이에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목이 다 ‘~하는 법’이에요. 사실 이런 제목은 실용서에서 많이 쓰잖아요. 인문교양서 내면서 실용적인 포장 방식을 가져오는 것이 모순적일 수 있지만, 저부터도 책을 한 권 읽으려고 하면 ‘이 책은 어떤 식으로 나에게 도움이 될까?’하는 고민을 하거든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의 심리적 저항을 없애고 어떻게 책을 구매하게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게 돼요. 이 시리즈의 제목도 그 고민의 결과물 중 하나예요. 꽤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Q 앞서 첫 책이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고 하셨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책은 무엇이었나요?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이 책이 유유를 먹여살리는 효자 같은 책입니다.(웃음) 저자분 직업이 교정자거든요. 오랜 시간 작업하면서 ‘이런 거 조금만 신경쓰면 괜찮아질 수 있는데’ 생각해왔던 걸 정리한 책이에요. 이 책 읽은 분들은 다 좋아하시더라고요.

Q 다른 인터뷰를 보니 저자분과 오랜 인연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첫 회사인 ‘생각의 나무’ 출판사에서 외주 교정자로 알게 된 분이에요. 당시에 이분의 교정지를 보며 ‘교정교열은 이렇게 해야 되는구나’라는 걸 많이 배웠어요. 출판사 옮기면서도 종종 연락을 하다가 제가 독립을 하고 난 뒤에 이제까지 쓴 글을 묶어서 보내주시더라고요. 책이 될 만한지 봐주겠냐면서요. 이분 글솜씨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작업은 하고 싶었는데, 원고에서 다룬 주제가 굉장히 다양했어요. 그중 ‘동사’에 대해 흥미롭게 설명한 꼭지가 있었는데 이걸 살려서 동사를 모은 에세이로 내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스토리를 가미해서 내용을 보충해주셨어요. 그렇게 탄생한 책이 <동사의 맛>이에요. 그게 선생님과 작업한 첫 책이었고요. 반응이 좋았어요. 이후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냈고요.

Q <동사의 맛>은 만화로도 나왔어요.

그것도 사연이 좀 재밌어요. <동사의 맛>을 낸 뒤에 김영화 만화가가 그 책을 본 거예요. 아까 <동사의 맛> 안에 스토리가 가미됐다고 말씀드렸는데 만화가는 그 스토리에 꽂힌 것 같더라고요. 저에게 투고를 하셨는데 한 회 분량을 만화로 재구성해서 보내셨더라고요. 그런 일들 자체가 재밌잖아요. 출판업하면서 경험하기 힘든 일이었어요. 그런데 <만화 동사의 맛>은 생각보다 잘 안 됐어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만화를 친근하게 생각하니까 반응이 좋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오히려 기대 안 한 책은 생각보다 반응이 좋고... 독자들의 마음을 알 수가 없습니다.

Q 출판 편집일을 처음 했을 때와 비교해서 독자들의 변화를 어떻게 느끼고 있나요?

책도 다양한 매체 중 하나잖아요. 전통적인 매체고요. 책보다 재밌는 것들이 너무 많은 시대인데, 그럼에도 여전히 책을 읽어야한다는 생각을 강박적으로 갖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에요.

그렇지만 책이 가진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디어 내지는 사건이나 사태의 전모를 논리적으로, 맥락과 체계를 잡아서 이해하려면 책이 필요해요. 책이 아니면 체계적인 지식을 얻기가 힘들어요. 그걸 위해 저희가 책과 독자 사이의 징검다리 노릇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쨌거나 책을 손으로도 잡아보고 만져보고 읽어보고 해야 성취감 같은 게 있으니까요. 작은 성취감이 쌓이다 보면 더 두꺼운 책에도 도전할 수 있고요.

Q 목표하는 바를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서 1인 출판사의 강점도, 약점도 있을 것 같거든요. 어떤 점들이 있나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제일 좋은 건 ‘속도’예요.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으니까. 망해도 제가 망하는 거니까 아무도 뭐라고 못 하고...(웃음) 그런 게 제일 좋아요. 단점은 돈이 없는 거죠. 이것도 단점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 좋은 책이고 잘 만든 것 같은데 독자들에게 반응이 좋지 않으면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알리지 못해서 안 팔리는 건가’라는 고민에 빠지게 돼요. 그것도 제 책임인 거죠.

Q 마케팅을 많이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요즘에는 마케팅에 돈을 많이 써야 효과가 있잖아요. 저희는 그럴 여력이 안 되니 SNS를 통해 ‘이런 책이 있다’는 걸 열심히 알리려고 해요. 그래도 늘 부족하죠. 그렇다고 당장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현재는 입소문이 가장 좋은 홍보인 것 같아요.

Q ‘효리네 민박2’에서 박보검 씨가 유유출판사의 책 <쓰기의 말들> 읽고 있는 장면이 화제가 됐었거든요. 일명 ‘박보검이 읽은 책’이라고 회자됐어요. ‘뜻밖의 마케팅’이었던 셈인데 독자들 반응은 어땠나요?

그날 본방송을 보고 있었거든요. 책이 불투명하게 가려져서 저희 책인지 몰랐는데 아들이 표지가 초록색인걸 보고는 “저거 아빠 회사 책 아니야?” 그러더라고요. 나중에 보니 맞더라고요. 참 얼떨떨했어요. 다음날부터 바로 반응이 오더라고요. 저희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선물이었어요.

Q 현재 어떤 책들을 기획 중인가요?

아마존 본사가 미국 시애틀에 있거든요. 시애틀에 있는 동네서점을 취재한 책이 올 여름에 나올 거예요. <읽는 삶, 만드는 삶>이라는 책을 쓴 저자가 편집자인데, 여러 사정으로 미국 시애틀로 이민을 가게 됐어요. 편집자다보니 서점에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간 김에 서점 취재를 해달라고 했죠. 다른 책들도 계속해서 기획을 하고 있어요. 저희가 2012년에 첫 책을 내고 이제 7년차인데 한 해 평균 10~12종의 책을 냈거든요. 올해는 조금 더 많이 내고 있어요. 2018년에는 24종 이상의 책을 내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지금까지는 목표를 이뤘어요. 남은 기간 동안 그걸 잘 완수하는 게 목표예요.

Q 1인 출판사의 장점이 유유출판사의 정체성을 살리고 있는 것 같은데, 나중에 출판사를 확장할 수 있는 환경이 돼도 지금처럼 1인 출판사로서의 형태를 유지할 생각이신지 궁금해요.


책을 만드는 당위는 팀 밖에 될 수 없는 것 같아요. 기획자, 편집자. 보통은 두 업무를 동일인물이 하는 경우가 많죠. 한 팀, 네다섯 명의 팀원들만 있으면 책이 나올 수 있는 구조가 되거든요. 아무리 큰 회사도 결국은 팀이 책을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조직을 크게 키울 생각은 없어요. 만약 확장이 가능하다면 유닛으로 다른 시리즈물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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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영(북DB 기자)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색 중입니다. iylim@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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