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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8.05.08 조회수 | 7,382

‘책의 해’ 집행위원장 정은숙 “당신 인생에 책 사진 한 장 남게 하는 것이 목표”

올해는 정부가 25년 만에 지정한 ‘책의 해’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두 번 지나가고도 남는 시간. 사람, 문화, 시대가 변했듯 책의 의미도, 책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책을 대체할 수 있는 콘텐츠는 물론이고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창으로서의 매체 역시 다양해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가 선택한 것은 ‘놀이로서의 독서’다.


‘책의 해’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한 ‘책의 해 조직위원회’가 지난 3월 22일 공식 출범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를 비롯한 출판·서점·도서관 등의 범출판계와 문학계, 언론계 등 23개 기관장 및 단체장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실무를 총괄하는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가 맡았다.

정부 예산으로 운영을 하면서도 출판계 주도로 이뤄지는 행사에는 책과 독서를 특별한 것, 엄숙한 것으로 여기지 않기를 바라는 조직위원회의 소망이 어려있다. 독자 참여 프로그램인 ‘위드북 캠페인’은 공식 표어인 ‘#무슨 책 읽어?’를 활용한 것이다. SNS에서 ‘공유’를 의미하는 ‘해시태그(#)’를 공식 표어에 넣어 모두가 일상 속에서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책 생태계 전반의 오늘과 내일을 진단하는 ‘책 생태계 포럼’은 3월부터 매달 개최된다. 오는 5월부터는 책과 함께 캠핑을 즐기는 ‘북 캠핑’, 이동 서점 ‘북트럭’, 24시간 개방하는 서점을 만나는 ‘전국 심야책방’ 등 행사들이 열릴 예정이다.

지난 4월 19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세계 책의 날(4월 23일)’ 행사 준비에 한창이던 정은숙 위원장을 만났다. 정 위원장은 “올해가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책과 관련된 이야기 하나쯤은 만들 수 있는 한 해’로 기억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소망을 전하며, 25년 만에 지정된 책의 해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Q 올해는 정부가 1993년 이후 25년 만에 지정한 '책의 해'다. ‘책의 해 집행위원장’으로서 책임감이 남다를 것 같다.

출판인으로서 ‘책의 해’는 무조건 환영이다. 물론 ‘내가 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붙을 때.(웃음) 농담이다. 오랜 시간 책을 만들어왔고 관련 행사나 독자 만나는 문화 행사 등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관련 행사를 더욱 재미있게 기획해보고자 했다.

Q 25년 전과 비교해 '책'의 의미가 많이 달라진 것을 느끼나. 어떤 변화를 느끼고 있는지.

책의 의미가 25년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무게감이 더 생긴 면도, 가벼워진 면도 있다. 예전에는 책이 지식과 정보의 유일한 매체였지만, 지금은 지식과 정보 습득의 역할을 해주는 매체가 많이 생겼다. 활용도는 물론이고 속도도 따라갈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환경에서 책의 가치는 더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많은 매체가 생겨나는 가운데 ‘그렇다면 책이란 건 뭘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책의 무게감이 더해진 측면은 이러한 것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볼 때 책 역시도 여러 매체 중 하나다. 책을 많은 매체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게 된 점에서 보면 가벼워진 측면도 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문화가 변한다고 해서 책의 가치까지 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Q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한다. 역대 최저 독서율이다. 그러나 책을 읽지 않는 독자탓만 할 수는 없다. 책을 대체할 흥미로운 콘텐츠는 무수해졌고, 책을 멀리하는 이유 역시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행위원회가 목표하는 바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독자들이 책을 멀리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고민을 풀기에 앞서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려고 노력 중이다. 출판계 목소리, 서점계 목소리, 독서 단체 목소리들 모두 듣되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 뭘까’ 그 생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독자들의 눈치를 많이 보기로.(웃음)

집행위원회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함께 읽자’는 것. 그리고 ‘가치를 공유하자’는 것. 책을 특별한 것으로 멀리 두지 말고 생활 가까이에 가져오자는 의미다. 함께 읽는다는 것은 소통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책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경험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을’ 경우에는 모두가 책을 완독하지 않아도 대화가 가능하다. ‘이분은 앞부분을 읽고 이런 차원에서 이야기를 하는구나’라는 대화를 하면서 책에 대한 입체적인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경험들이 완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준다. 시간을 내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없애고 책을 가볍고 즐겁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책 읽기의 다양한 방식을 공유하다 보면 책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가능해진다. SNS가 발달하면서 음식에 대한 예쁜 이미지가 공유되기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조금 낯설지 않았나.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음식 사진을 찍고 SNS에 올라온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책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취향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책과 책 읽기에 대한 일상적인 공유를 하면서 책은 특별한 게 아니고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걸 전하고 싶다.

‘2018 책의 해’ 표어가 ‘#무슨 책 읽어?’인데, 여기서 해시태그(#)는 SNS 시대에 ‘공유’를 의미한다. ‘무슨 책을 읽는지 타인과 공유하겠다’ 또는 ‘당신이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하다’는 전제 조건이 깃든 표어다. 가까운 사람끼리 안부 묻듯이 책 이야기를 시작하자는 의미다. 책이라는 게 특별히 시간을 내서 읽어야 하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 가까이에 있고 삶의 한 가치라는 걸 나눌 수 있는 표어다. 우리(집행위원회)는 그런 운동을 하고 싶은 거다. 특별한 것 말고 즐거운 것, 가볍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서의 책 읽기 말이다.

Q 일상적 공유로서의 책 읽기를 위해 조직위원회가 준비 중인 행사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것들인가?

서점 협력사업, 도서관 협력사업, 함께 읽기 캠페인 등이 있다. 먼저 서점의 심야 운영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서점 협력사업인 ‘전국 심야 책방의 날’이 있다. 24시간 책방을 개방하는 것인데, 5월부터 12월 중에 진행될 예정이다. 늦은 저녁이나 밤에도 책방에서 풍경을 즐기고 책 고르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책방의 저녁도 굉장히 아름다울 수 있다.

두 번째는 ‘북 트럭’이다. 이 역시 서점 협력사업으로 책을 실은 북 트럭이 전국 독자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다양한 책이 큐레이션된 상태의 ‘북 트럭’은 도서관이기보다는 ‘이동 서점’의 성격이 강하다. 어떤 날은 책의 저자가 타고 있을 수도 있다. 독자와 소통하며 책이라는 건 뭐고,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떤 주제를 읽을 수 있는지 등을 논의할 수도 있다. ‘북 트럭’은 5월 말에서 12월 말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진행된다.

함께 읽기 캠페인 중 하나인 ‘북캠핑’도 있다. 책 읽기와 캠핑의 즐거움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캠페인이다. 숲, 바다, 도서관 앞마당, 한강 둔치 등 여러 장소에서 어디든 가능하다. 우리가 보통 ‘휴식’을 떠올릴 때면 무엇도 하지 않고 온전히 쉬는 상상을 하지만 책으로도 휴식이 가능하다는 걸 ‘북캠핑’을 통해 알리고 싶다. 가끔은 낯선 장소에서의 북캠핑을 통해 책을 읽고 완전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경험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 협력 사업들도 있다. 도서관에서 발급하는 ‘가족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한 가족들을 초대하는 행사나 전국 도서관의 독서회 등을 직접 초청하여, 이들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도서관에서 운영 중인 북클럽 회원들 역시 함께 모여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책을 선정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책을 읽고 공유하는지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그 외에도 4월에 시작한 국민이 직접 책을 소개하는 ‘북튜버(Book+Youtuber)’, SNS에서 ‘#무슨 책 읽어?’라는 질문을 통해 미션을 수행하고 책 이야기를 나누는 ‘함께 읽기 캠페인’ 중 하나인 ‘위드북’ 등이 있고, ‘고전 줄거리 다시 쓰기’ 이벤트, 책 생태계 비전 포럼 등 다양하다. ‘2018 책의 해’ 홈페이지(http://www.book2018.org)를 통해 연간 행사에 대한 공지가 수시로 게시되고 있다.

‘책으로 노는 법’을 소개하고 싶은 것이 이런 다양한 이벤트의 목적이다. 많은 분들이 ‘책의 해 홍보대사가 있느냐’ 묻고는 하는데, 북튜버에 참여하는 국민 개개인이 모두 ‘책의 해 홍보대사’다.
 

Q 다양한 행사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사람들이 ‘2018 책의 해’를 집행위원장으로서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지 자주 물어본다. ‘성공은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집행위원회의 성공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올해를 특별하게 기억하는 누군가가 책을 새롭게 발견하고 책 읽는 습관을 들이게 되고, 사람들과 활발하게 책 이야기를 나누게 될 때 그들 각각의 성공이 있을 뿐이다.

물론 각 행사를 통계적으로 분석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어떤 의미가 있겠나. ‘책의 해 집행위원회’ 출범식이 3월에 있었으니 조금 늦기는 했지만 어쨌든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시간이 주어졌고 그 안에 독자가 있는 풍경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몫이다. 사람들에게 “책 읽는 거 너무 재밌더라” 입소문이 나거나 또는 “북튜버 영상 너무 끝내줬어”라는 식의 화제가 되고 사람들이 그걸 즐길수만 있다면 올해가 잘 마무리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올해 뿌리는 많은 씨앗을 어떻게 올 겨울에 다 수확할 수 있겠나. 중요한 건 올해 뿌린 씨앗이 내년 봄에 어떻게 꽃을 피우느냐다. 꽃이 안 필 수도 있다. 내년, 내후년, 그 이후로도 쭉 올해의 시도가 계기가 되어 책과 책 읽기에 대한 운동이 활발히 이어졌으면 좋겠다.

특히, 내가 제일 신경쓰는 건 청소년이다. 책 읽기에 습관을 들이면 즐거움을 가장 많이 느낄 세대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시켜서 의무적으로 독후감 쓰는 게 아니라 ‘책 읽기가 이렇게 재밌는 거구나’ 느낄 만한 계기를 주고 싶다. ‘내 맘대로 읽을 거야’, ‘표지가 좋아서 샀어’ 이런 마음도 전혀 상관없다. 책 읽기를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올해 많은 변화를 갖게 된다면 좋겠다.

Q 책을 즐기는 방식은 계속해서 다양해지고 있다. 독립서점은 물론이고 출판사의 자체 제작 콘텐츠, 팟캐스트 등 아주 다양하다. 이런 현상을 ‘책 문화의 확장’이라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책이 하나의 아이템으로 소비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책의 역할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마침 최근에 타이완에서 열린 ‘동아시아출판인회의’에서 이와 관련된 발표가 있었다. ‘동아시아출판인회의’는 동아시아 5개국(한·중·일·홍콩·대만)에서 10년 넘게 개최되고 있는 포럼인데, 인문서를 만드는 출판인이 모여 1년에 두 번씩 각 나라를 돌아다니며 큰 주제에 따른 발표와 토론을 한다. 이번에는 대만에서 주제를 정했는데 ‘토털 미디어 시대의 편집 기술’이었다. 풀이하자면 다매체 시대의 편집 의미에 대한 것이다.

그 포럼에서 아주 중요한 사례 발표 하나를 들었다. 대부분의 참석자가 ‘스마트폰의 활용’이나 ‘방송 팟캐스트를 통한 신기술’, ‘출판의 역할에 대한 성공 사례’를 이야기하는 와중에 한 사람이 ‘종이 사전 편집’에 관한 발표를 했다. 일본의 오래된 서점 편집장인 그는 일본의 대표적 종이사전인 ‘고지엔’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도 종이사전을 보는 사람이 있을까요?”라는 말로 발표를 시작한 그가 굉장히 인상 깊은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고지엔’이라는 사전이 1935년 초판이 출간된 이래로 올 초 개정 7판을 찍은 것과 관련하여 그는 “그게 바로 출판의, 사전의, 편집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이야기이니 내가 SNS에 올린 글을 그대로 읽겠다.

“사회가 엮어내는 현실은 다양하고 유통되는 말 또한 무한하다. 그 속에서 무언가를 골라내고 어떻게 사전 속에 적확하게 기술할 것인가. 이러한 사전의 편집핵심은 종이든 전자판이든 인터넷이든 그것이 ‘사전’인 이상 달라질 수 없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아무리 ‘종이사전’을 읽는 사람이 없고 종이사전의 시대가 죽었다고들 하지만, 결국은 출판이 있어야 새로이 탄생하는 무한한 말들과 사회적 현상들, 새롭게 생성되는 언어를 편집하고 남겨둘 수 있다는 것이다.

출판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에 떠도는 이슈와 말을 잡아서 기록하고 다음 세대로 전승하는 역할을 한다. 세상이 발전하고 달라질수록 출판과 책과 편집의 가치가 훼손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사람들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종이책을 더 안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종이책의 가치는 훼손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펜으로 쓰고 PC로 바뀌고 현재는 스마트폰으로 쓸 수 있지만, 그 수단이나 방식, 즉 사용법이 달라졌을 지언정 기록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거다. 다매체 시대에 소통의 방식은 점차 다양해지지만, 그 가치는 달라질 수 없고 훼손될 수 없다.

상업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종이책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다양한 기기를 활용하고, 다매체를 통해 즐길거리가 많아질수록 기록해야 할 것들 역시 많아지기 때문이다. 종이책을 보는 시간이 조금 줄었을 뿐, 저자로서 책에 담을 내용이나 독자로서 책을 통해 읽을 내용들은 더욱 다양해진다. 나는 그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대가 더 과학적으로 발전할수록 인간은 고민이 많아지고 철학적 사색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인간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스스로 질문할 때 답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책이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더 철학적인 질문들이 많아질 거고, 직업이 다양해지면 그에 대한 실용 정보서도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책의 가치는 훼손될 수 없다. 그 가치를 잘 지키고 책의 활용은 되도록 즐겁게 하는 것이 좋은 방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출판사 ‘마음산책’의 대표이기도 하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2018 책의 해’ 출범식에서 “출판이 살아야 책 읽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라진 독자들을 찾아나서기 위한 출판사의 역할을 언급한 것이다. 출판사의 대표로서는 ‘책의 해’를 맞이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한 사람의 독자만 생각하며 책을 만든다. 가상의 독자 딱 한 사람. 예를 들어, 어떤 책에 대한 타깃 독자를 ‘20대’로 넓게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 준비로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미술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20대가 이 책을 읽으면 어떨까?’ 이런 식의 정확한 타깃을 설정하고 그 가상의 독자가 책을 읽으면 어떨지 끊임없이 상상한다. ‘편집을 이렇게 하면 훨씬 좋아하겠지?’, ‘책의 전체적인 톤을 이렇게 정리하면 좋아하겠지?’라는 생각들. 그러면 책의 콘셉트가 선명해진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책과 저자에 대한 걱정보다는 독자가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에 가장 위기감을 느낀다. 우리가 독자를 어떻게 만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책은 생물이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서 어떤 독자를 만날지 우리는 모른다. 하지만 누가 읽어도 좋은 책을 만들면, 결국 그 책은 아무도 안 읽어도 되는 책이 될 수도 있다. 그만그만한 책이 된다는 이야기다. 책으로 만들 이야기는 무한하고 저자 또한 많다. 다만 걱정하는 건 한 가지다. 독자가 없다는 것. 정성을 다해서 독자를 계속 알아보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음산책’의 경우 북클럽 1기를 모집했다. 독자 50명이 5만 원을 내고 1년간 다섯 권의 책을 함께 읽는 거다. 이 책은 마음산책이 앞으로 만들 책이기 때문에 어떤 책인지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일종의 ‘정기구독’을 하겠다는 독자들이 이틀도 채 안 돼서 300명이 넘게 모였다. 이중 50명과 함께 편집자가 책의 제작 과정 등에 대한 비하인드를 들려주는 시간도 갖는다. 남들에게는 별 다를 것 없이 한 권의 책이 그 사람에게 특별해지는 순간은 그런 것이다. 책과 독자가 특별한 관계 속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앞서 한 명의 독자를 생각하면서 책을 만든다고 했는데 ‘책의 해’를 기획하며 상상해둔 한 명의 독자는 어떤 사람인가. 그 가상의 인물에게 2018년이 어떤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지 묻고 싶다.

책 만들 때처럼 어떤 가상의 독자가 책의 해를 즐겼으면 좋겠는지 상상해본 게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따라 책의 해를 잘 이끌어가고 싶다고 했던 것과 연관이 있다. 봄에는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뭘 올린다는 거야?’라는 호기심으로 인스타, 유튜브를 통해 책의 해 관련 콘텐츠를 접하게 되는 거다. 여름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북캠핑에 참여하게 되고, 전국을 돌아다닐 북트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거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책과 즐겁게 살아야 되겠다’고 마음 먹게 되는 사람. 그게 ‘책의 해’를 떠올릴 때 계속 상상하게 되는 가상의 독자다.

개인적으로는 올해가 모두에게 자기 인생에서 책과 관련된 이야기 하나쯤 만들 수 있는 해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올해를 자기만의 이야기와 더불어 특별하게 기억한다면 얼마나 좋겠나. 물론 우리는 다 잊혀질 것이다. 그러나 자기 사진과 스토리를 갖게 되는 사람들은 다를 거다. 그게 너무 좋다. 책의 해 조직위원회가 바라는 목표가 그거다. ‘당신의 인생에 책 사진을 남기는 것’ 말이다.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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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영(북DB 기자)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색 중입니다. iylim@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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