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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8.04.03 조회수 | 8,257

[‘책의 해’ 출판사 탐방④] 다산북스 “원시시대부터 AI시대까지 결국 본질은 이야기에 있다”

※ 2018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포한 ‘책의 해’다. 북DB는 한국 출판·지식 생태계를 이끄는 주요 출판사를 만나 책에 대한 생각과 철학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 기자 주

 

경기도 파주시 다산북스 사옥 전경

 

<천일야화>에서 셰헤라자데는 매일 밤 왕에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것이 그녀의 생사여탈권을 쥔 왕으로부터 목숨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자그만치 1001일 동안 끝나지 않는 이야기는 왕의 호기심을 자극해 하루하루 그녀의 목숨을 연장하게 한다. 이 설화는 그 무엇보다 강력한 이야기의 힘을 상징한다. 2004년 문을 연 다산북스는 이야기를 동력 삼아 성장해왔고, 그 이야기로써 세상을 보다 이로운 곳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출판사다. 문학을 비롯해 경제경영, 인문,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출간하고 있다.

 

 

비즈니스 실무 지식을 스토리로 흥미롭게 전달한 ‘홍대리’ 시리즈, 이지성 작가를 본격적으로 대표 인문학 저자 반열에 올려놓은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조선 최후의 황족 덕혜옹주 돌풍을 몰고 온 권비영 작가의 소설 <덕혜옹주>, 북유럽 할아버지 열풍을 불러일으킨 <오베라는 남자>까지. 모두 다산북스가 탄생시킨 소위 초대박‘베스트셀러’들이다. 다산북스의 예리한 눈은 실력 있는 저자를 알아보았고, 그 진가를 책이라는 밥상에 맛깔나게 차려놓아 많은 독자들이 누리도록 했다. 다산북스의 브랜드 ‘studio 다산’에서 출간한 ‘who’시리즈는 세계 각국에 수출되며 콘텐츠 산업의 첨병 역할도 하고 있다.

 

김선식 다산북스 대표이사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자리 잡은 다산북스 사옥에서 김선식 대표를 만났다. 그에게서 주요 타이틀의 탄생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마다 한 편의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감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한 시대 속에서 대중이 공유하는 화두와 적절한 저자와 만났을 때 어떤 울림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가 생생히 전해졌다.

 

Q 2004년 다산북스의 설립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사람들에게 각인된 것은 ‘홍대리’ 시리즈가 아닐까 싶습니다. 경영서임에도 ‘홍대리’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이야기로 녹여낸 점이 많은 독자의 눈에 들게 한 요인이었습니다.

 

그 책의 모델이 된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라는 책이 있어요. 이 책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베스트셀러지만 그 책의 한계점은 한국적인 감성이 없다는 점이에요. 마케팅의 이론은 훌륭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의 고민과 삶이 배제되어 있다는 거죠.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겅호>,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등의 우화 중심 경영서들을 보면 우리 감성과 모순된 방식이 많아요. 주인공이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멘토가 나타나서 해결을 해주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맨땅에 헤딩하듯 자신의 온 몸을 부딪혀 문제를 해결해 나가잖아요. 그래서 비즈니스의 핵심과 정수를 익히면서도 그들의 삶과 정서,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거죠.

 

Q 다산북스에서 책 출간을 통해 유명 저자가 된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이지성 작가의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전작인 <꿈꾸는 다락방>은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의 인기에 힘입어 본격적인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고, 이지성 작가도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 대표 인문학 저자 중 한 명의 자리에 이름을 올리게 되죠.

 

다산북스는 출판사로서는 늦게 출발한 편이기에 유명 저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책의 성공이란 인사이트, 즉 기회를 보는 능력에 있어요. 독자들의 수요를 알아채는 거죠. 마케터들은 유통 채널을 잘 관리하여 판매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회를 포착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당시 우리 출판사에 <꿈꾸는 다락방> 투고가 들어왔었는데 저에게까지는 못 올라왔죠. 결국 다른 출판사와 계약이 됐고, 저는 책이 나온 후에야 원고를 보게 됐죠. 검토를 해보니 저자가 대중과 소통하려고 하는 능력이 거의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벌써 만 권 정도 판매가 된 상태였고, 큰 대박은 아니지만 이 작가를 눈여겨봐야겠다고 생각했었죠.

 

이지성 작가가 이번엔 차기작인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을 우리 출판사를 포함해 대여섯 군데에 보냈어요. 당시 저는 이 작가와 계약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상태였기 때문에, 그 원고가 들어오자마자 편집자가 저에게 전달을 했어요. 결국 다산북스에서 출간한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은 40만 권 정도가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이지성 작가가 유명해지면서 나중에는 <꿈꾸는 다락방>이 더 잘 나가게 됐죠.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의 7장 리더를 위한 인문고전 독서법을 발전시켜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한 <리딩으로 리드하라>도 잘 되어서 50만 부 이상 나갔죠.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이 이지성 작가의 성공에 첫 단추를 꿰어준 책과도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Q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한동안 하늘색 표지의 오베 할아버지 얼굴이 서점가를 점령 했었는데요. 사실 번역서의 경우에는 외국에서의 명성이나 인기가 국내에서 그대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지요.

 

그때가 박근혜 정권기였어요. 사람들이 이 세계가 소통이 안 될 때는 유머나 환상으로 해탈을 시도합니다. 이 세계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욕구와도 맞닿아 있죠. 당시 우리 출판사에 북유럽 소설들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외서에 조예가 깊은 편집자에게 이후 흥행할 만한 작품을 찾아올 것을 요청했죠. 그때 제안한 타이틀이 <오베라는 남자>였어요. 리뷰서를 검토해 보니 딱 우리가 찾던 책이었어요. 국내 출판사와도 계약이 안 된 상태였고요. 그래서 프래드릭 배크만의 책 세 권을 한꺼번에 계약을 했어요. 계약 당시에도 유럽에서는 흥행했지만 미국 아마존에서도 인기 작가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미국에서는 ‘오베라는 남자’ 영화가 개봉한 이후에 큰 성공을 거두게 돼요.

 

Q 다산북스는 시대로부터 수요를 읽어내고 그에 맞는 저자를 발굴하는 데 강한 것 같아요.

 

출판 비즈니스를 크게 콘셉트 비즈니스와 저자 비즈니스 두 개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어요. 저자 비즈니스는 전통적인 출판사들이 잘 하죠. 저작권을 선점하고 저자와 밀착해서 출간을 진행해 나가요. 한편 콘셉트 비즈니스는 저자 비즈니스에 의존하기는 하지만 콘셉트를 중요시 합니다. 명확하거나 어렴풋하게라도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가 그것이 대중들에게 통한다고 판단되면 기회를 잡기 위해 강력하게 마케팅을 집행합니다. 출판에서 콘셉트 비즈니스와 저자 비즈니스가 결합하게 되면 더 시너지 효과가 나죠.

 

 

Q 한국적 스토리텔링도 다산북스에서 강조하는 요소 중의 하나인데요. 한국적 스토리텔링의 가장 모범적인 예로는 무엇을 들 수 있을까요?

 

기획자들이 외서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인의 감성과 정서, 혼이 깃든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어가기 위한 방법론을 창조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수준이 낮더라도 일단은 시작해야 해요. 제가 생각하는 한국적 스토리텔링의 모범은 ‘후(who)’시리즈라고 생각해요. 한국적 스토리텔링의 감성이 교육열과 결합하여 발전한 것이 에듀테인먼트거든요. ‘마법천자문’시리즈, ‘와이’시리즈, ‘후’시리즈 같은 에듀테인먼트는 우리가 만든 스토리텔링이지만 어느 나라와도 통하는 보편성이 있는 경쟁력 있는 방식이죠. 게임, 애니메이션으로도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서 디지털 사회와도 잘 맞아요. 미래에 폭발적인 책의 한류가 온다면 그 주인공은 에듀테인먼트가 될 거라고 봅니다.

 

Q 위인들의 삶을 다룬 학습만화 ‘후’ 시리즈는 미국 일부 학교에서 교과서로도 채택되어 화제가 되었는데요. 지금까지 얼마나 판매됐나요?

 

‘후 ’시리즈는 10개 국에 수출되었고, 판매량이 800만 부에서 1000만 부로 가고 있어요. ‘후’ 시리즈 판매량 목표를 1억 부로 잡고 있습니다. 후 시리즈가 한 질에 100권이거든요. 100만 질을 팔면 1억 부가 되니 중국 시장을 잘 뚫는다면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올해부터는 중국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중국 광군제 때 알리바바, 징둥과 진행할 수 있는 마케팅을 모색하고 있어요. 이미 토양은 되어 있어요. 골프선수 박세리가 여자 골프의 티핑 포인트를 만들어 준 것처럼 전 세계적으로 100만 질이 판매된 시리즈가 나온다면 우리나라 기획자들의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콘텐츠 산업의 본보기가 될 거라고 봅니다.

 

 

Q 출판사의 모토가 ‘스토리의 즐거움(The Joy of Story)’입니다. 특별히 스토리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요?

 

과거에도 인간은 이야기를 먹고 살았고, 디지털 시대보다 세상이 수천 배 더 많이 변한다고 해도 인간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가 없어요. 따라서 책의 미래는 언제까지나 밝을 겁니다.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 달라진다면 그 변화에 적응하면 되는 것일 뿐, 원시시대부터 AI시대까지 결국 본질은 이야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복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어요. 첫 번째 플레저(pleasure)는 감각적 즐거움이에요. 속도를 즐기거나 맛있는 걸 먹고, 도박 같은 행위가 그렇죠. 다만 중독이 있고 영원히 지속되지 않아요. 두 번째는 해피니스(happiness)예요. 충만 같은 행복감이죠. 어떤 행위에 빠져들다보면 충만감이 들어와서 내가 행복해지는 거예요. 세 번째는 굉장히 중요한 조이(joy)예요. 문학적으로는 카타르시스의 기쁨이며, 종교적으로 말하면 거듭남의 기쁨이죠. 큰 상처인 전쟁과 죽음만 피할 수 있다면 인간은 많은 상처를 받아도 돼요. 그걸 딛고 일어설 때 면역력이 생기고 더 행복해지거든요. 이야기는 간접적으로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서 마음의 면역력을 강하게 하는 양식이에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책을 통해 이런 즐거움을 얻는 것에서 멀어지고 있는데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에요.

 

Q 다산북스는 매년 지자체와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책 기증 사업을 벌이며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는데요.

 

책을 기증하면 덜 팔릴텐데 왜 주고 있느냐는 의견도 많아요. 하지만 독서는 영혼을 건강하게 해요. 그래서 무엇보다 소외된 사람이 책을 읽어야 하고 그들에게 신선하고 좋은 책이 가야 해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요. 우리가 책을 기증함으로써 마음의 양식이 필요한 사람한테 가는 것이 ‘스토리의 즐거움’이라는 이상을 실현하는 거예요.


Q 올해 출간 예정작 중 기대작이 있다면요?

 

올해에 ‘코딩맨’ 시리즈가 3권까지 출간되는데 차후 애니메이션 제작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프래드릭 배크만의 신작 <베어타운>도 4월에 출간 예정이고, 조남주 작가의 짧은 소설집이 5월에 나와요. 줄리언 반스가 쓴 본격 사랑 소설도 출간됩니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둔 책은 이덕일 작가가 쓴 조선왕조실록으로 총 10권 중 1권에서 3권까지를 올 여름 시장에 런칭할 예정입니다. 조선의 왕 27명을 중심으로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하고, 어떻게 미래를 개척할 것인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기획했어요.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 다산북스 대표 도서


<덕혜옹주>(권비영)
당신이 한국인이라면 이 여자를 기억하라.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조선의 마지막 황녀를 알렸다.

 

<오베라는 남자>(프레드릭 배크만)
까칠한 이웃 오베가 웃음과 눈물을 선사한다. 읽으면 행복해지는 소설이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줄리언 반스)
2011년 맨부커상 수상했다. 당신이 예감했으나 감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이야기의 결말. 우리 인생에는 소설 같은 결말은 없다.

 

<백석평전>(안도현)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눈이 푹푹 나린다.” 백석의 일대기를 시인의 언어로 그려냈다.

 

<현남 오빠에게>(조남주 외 5인)

여성의 삶을 담은 페미니즘 소설집이다. 이 소설들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목소리다.

 

▲ 다산북스가 추천하는 도서

 

<소태산 평전>(김형수/ 문학동네)
원불교 교조 소태산의 사상적 깊이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김수영 전집 1·2>(김수영/ 민음사)
시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라고 했던 김수영의 전집이다.

 

<모두 다른 아버지>(이주란/ 민음사)
“내 인생은 내 인생이 아닌 거 같다”고 말하는 청년 세대의 슬픔을 능청스럽게 풀어낸 소설집이다.

 

<입술을 열면>(김현/ 창비)
‘헬조선’의 현재와 미래를 그린 시인 김현의 두 번째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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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진(북DB 기자)

1983년 서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도움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력한 존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이 있어 다행입니다. kiwi@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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