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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8.02.28 조회수 | 7,989

[동네서점탐방] 재밌는 소설을 처방해 드립니다 ‘미스터 버티고’

 

경기도 일산은 알고 보면 유명 소설가들의 도시다. 황석영, 김훈, 은희경, 김연수, 김중혁, 천명관 등의 작가가 이 도시에 살고 있다. 신도시로만 알고 있던 일산의 색다른 이면이다. 이런 일산에 문학적 색채를 더해줄 공간을 찾으라면 문학 전문 서점‘미스터 버티고’를 말할 수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일산병원에서 한적한 대로를 따라 종종 걸음으로 5분을 걷다 보면 노란 간판의 서점 이 눈에 띈다. 벽면과 내부 공간 서가에는 국적도 성격도 각기 다른 소설들이 사이좋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미스터 버티고’라는 책방 이름은 국내에는 <공중곡예사>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폴 오스터 소설의 원제 ‘Mr. vertigo’에서 따왔다. 이 책방을 연 신현훈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기도 하며 오래 버티겠다는 희망사항을 담은 이름이기도 하다. 2015년 2월에 문을 연 이곳은 올해로 개업 3년차에 접어들었다. 책방 주인인 신현훈 대표는 오랜 기간 온라인 서점 사업부에서 근무해왔고, 1인 출판사도 운영해 온 출판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소설책 읽는 게 저의 가장 큰 낙인데 그게 제 일이 되었으니 좋죠. 돈만 잘 번다면 더없이 매력적이죠.”

 

평일 오전의 고요함을 깨고 한 여성 손님이 반갑게 인사하며 책방을 찾는다. “아기는 잘 크죠?” 책방 주인과 가족의 안부를 물을 정도로 주인장과 손님의 사이는 친밀하다. 그렇게 한바탕 살가운 대화가 오간 뒤 전화로 주문했던 책을 찾아간다. ‘미스터 버티고’의 주요 고객은 책방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동네에 세워진 책방을 지키기 위해 편리보다는 의리를 택한 이들이다.

 

“ (저희 고객들은) 사실 되게 이상한 분들이죠. 인터넷으로 사면 10% 할인 받고 배달도 해주는데 우리 서점에서는 정가로 사야 하고 직접 와서 가져가야 하는 수고도 치러야 하잖아요. 그래도 우리 서점이 계속 있었으면 하는 응원의 마음으로 책을 사주세요.”

 

 

‘미스터 버티고’서점에 오면 최근에 출간된 외국 소설은 전부 만나볼 수 있다. 물론 다종의 국내 소설 역시 보유하고 있다. 미디어나 출판사 마케팅의 틈에서 발견되지 못한 나만의 취향에 따라 소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리기에 적격의 장소다. 마땅히 읽을 소설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서점 주인장의 담백한 띠지 추천사를 참고할 것을 추천한다.

 

‘이건 그냥 80년생 우리 와이프 이야기다 순식간에 읽고 와이프한테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라고 썼다가 부부싸움하고 와이프가 당장 없애라고 했던 띠지’

- <82년생 김지영> 띠지 추천사

 

‘절대 어렵지 않아요 재미있게 다 읽고 나면 나도 로맹 가리가 쓴 소설 한 번 읽었다고 뿌듯해 할 수 있답니다 전 그랬거든요’

- <자기앞의 생> 띠지 추천사

 

아름답게, 있어 보이게 포장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보여주는 주인장의 성격을 그대로 닮은 추천사다. 신 대표는 어떤 사연으로 띠지에 문구를 쓰기 시작한 것일까?

 

“책방 단골 고객 중에 중년 남성분들이 계세요. 간혹 “요즘 어떤 소설 책이 재밌어요?”라고 물어오는 분들이 있었죠. 제가 읽은 책 몇 권을 추천했더니 읽고 난 뒤 재밌었다고 말해주시더라고요. 이런 게 동네 책방의 매력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저한테 말을 건네는 고객들도 있지만 쑥스러워서 그런 얘길 못하는 고객들이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어디 가면 쑥스러워서 말 걸기를 망설일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제게 재밌느냐고 물어보지 않는 고객에게 책을 소개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했었죠. 그러다가 띠지 형태의 추천사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띠지가 독자와 책을 연결하는 매개라면, 책방에서 일 년 내내 열리는 소설가들과의 만남은 독자와 작가를 직접 잇는 장이다. 지난 한 해 동안은 은희경 작가의 낭독회가 한 달에 한 번씩 일년 내내 열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산에 거주하는 은희경 작가가 먼저 무보수로 낭독회를 제안해 온 것. 작년 12월을 마지막으로 한 시즌을 마친 뒤 현재 이 행사는 잠시 중단 상태다. 이외에도 수많은 작가들의 독자 만남 행사가 이곳에서 수시로 진행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너무 엄숙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책을 읽는다는 행위를 정신적으로나 지적으로 도움이 되거나 공부하기 위한 걸로 생각해요. 하지만 제게 소설 책을 읽는 건 영화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취미 중 하나거든요. 사람들은 책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 같아요. 돈 주고 영화관 가도 재미없는 영화가 많잖아요. 그런데 소설책을 샀는데 재미없다고 하면 실망하고 나중에 책을 안 읽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책이 주는 즐거운 면을 사람들이 찾았으면 좋겠어요.”

 

신현훈 대표에게 최근 읽은 것 중 가장 페이지가 훌훌 넘어가는 소설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어느 「고쿠라 일기」전>을 추천했다. 책 내용을 설명하면서 신 대표의 얼굴은 전에 없이 밝아졌다.

 

“책방 이름처럼 우리 서점이 잘 유지하고 버텨갔으면 좋겠어요. 작년에 아기아빠가 되었기 때문에 이 목표가 더욱 절실해요.”

 

책방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보니 “아, 이런 소설도 나왔나” 싶을 정도로 생전 처음 본 소설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우리는 어쩌면 재미있는 책 찾기에 너무 게을렀던 것이 아닐까? 소설 마니아들에게 거대한 소설의 바다를 헤엄치는 기분으로 이 서가, 저 서가를 기웃거려 보기를 권한다.

 

운영 시간 및 휴무일

 

주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강송로 73번길 8-2
운영 시간  수요일 – 월요일 (오전 11시 – 오후 10시)
전화번호 031-902-7837
홈페이지 https://blog.naver.com/vertigo70
페이스북 www.facebook.com/vertigo7837


▼ 미스터버티고 자세히 보기

 

 

 


▼ 미스터버티고 신현훈 대표가 추천하는 책들

 

<어느 「고쿠라 일기」전>(마쓰모토 세이초/ 모비딕/ 2017년)
추리소설이 아니라 사회소설이다. 아니 소외와 고립 속에서 자신의 삶을 전부 바치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위로 소설이다

 

<얼어붙은 바다>(이언 맥과이어/ 열린책들/ 2017년)
모비딕보다는 가볍고 보물섬보다는 어둡다 읽는 내내 몹시 춥다 가능하면 여름에 볼 것을 권함

 

<누군가 이름을 부른다면>(김보현/ 은행나무/ 2017년)
귀촌 좀비물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장르가 탄생했다. 부산행이 두 시간의 즐거움이었다면, 이 소설은 최소 이틀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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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진(북DB 기자)

1983년 서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도움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력한 존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이 있어 다행입니다. kiwi@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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