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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8.02.02 조회수 | 11,727

[‘책의 해’ 출판사 탐방②] 밝은세상 “독자에게 꾸준히 사랑 받는 소설이 좋은 소설”

※ 2018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포한 ‘책의 해’다. 북DB는 한국 출판·지식 생태계를 이끄는 주요 출판사를 만나 책에 대한 생각과 철학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 기자 주

 

 

한 번 집어 들면 내려놓을 수 없는 책이 있다. 긴 여정의 여행이나 특별한 계획 없는 휴가를 떠날 땐 믿고 보는 작가의 소설 한 권만 손에 쥐면 든든하다. 그 여정이 아무리 지루하다 해도 내가 속한 곳은 작가가 상상력으로 직조해 낸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일 테니 말이다. 이처럼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도 이야기에는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힘이 있다.

 

밝은세상은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이야기에 강한 출판사다. 1990년에 문을 연 이곳은 독자들의 마음을 흡인하는 대중소설을 연달아 출간해 왔다. 한국인에게 사랑 받는 외국 작가 기욤 뮈소, 더글라스 케네디 등이 밝은세상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30대 이상의 독자들이라면 1995년 출간된 하병무의 <남자의 향기>(1995), 조창인의 <가시고기>(2000)로 밝은세상을 기억하는 이도 있을 테다.

 

독자들을 매혹시키는 소설책은 어떻게 세상에 나와 독자들을 만나는 것일까? 그 답을 얻기 위해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밝은세상 출판사를 찾아 마케팅을 총괄하는 최형묵 이사와 편집을 총괄하는 김동주 주간을 만났다.

 

밝은세상 최형묵 이사(왼쪽), 김동주 주간(오른쪽)

 

Q 친구나 지인의 서재를 구경하다 보면 기욤 뮈소나 더글라스 케네디 작가의 책이 꼭 한 권씩은 눈에 띄던데요. 책은 친숙해도 막상 그들의 책을 내는 출판사는 잘 몰랐던 게 사실입니다. 이런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최형묵 : 밝은세상은 1990년 10월 5일 창립되어 올해로 창립 28년째에 들어섰습니다. 초창기에는 스티븐 킹의 <부적>, <쿠조> 등의 외국소설과 정치인들의 도덕성을 질타하는 김현묵의 <거짓말 보고서> 등을 출간했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습니다.

 

전환점이 된 게 1995년에 나온 하병무 작가의 <남자의 향기>, <들국화> 같은 책이었는데요. 300만부 이상이 판매됐죠. 그 이후에 이정규의 <초록빛 모자의 천사>, 이정명의 <천년 후에> 등이 선을 보여 꾸준히 베스트셀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남자의 향기> 표지에 처음으로 인물 사진을 썼는데 그 책이 워낙 좋은 반응을 얻다 보니 서점에 나가보면 다른 출판사의 책들도 유사하게 인물 사진 표지를 쓴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2000년에는 조창인의 장편소설 <가시고기>가 출간되어 47주 동안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오를 정도로 큰 반응이 있었죠. 작가의 후속작인 <등대지기>, <길> 등이 연이어 밀리언셀러를 기록했고요.

 

김동주 : 2004~2005년 경부터는 외국소설 출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2004년부터 장폴 뒤부아의 <프랑스적인 삶>, <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 <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 <케네디와 나>를 출간해서 주목받았습니다.

 

2006년에 기욤 뮈소의 장편소설 <구해줘>를 출간하면서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게 되었고, 이후 14권의 소설을 더 출간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2010년에는 미국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를 출간하면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고, 마찬가지로 14권 정도의 소설을 더 출간하면서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도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티에리 코엔, 샤를로테 링크, 카린 지에벨 같은 작가들의 소설을 내왔고, 주로 프랑스 소설이었습니다. 최근엔 조엘 디케르의 <볼티모어의 서>와 베르나르 미니어의 <눈의 살인>을 내 호평 받았습니다.

 

아마 책 출간 종수에 비해 가장 높은 비율로 베스트셀러를 내는 출판사가 아닐까 싶습니다.(웃음)

 

 

Q 밝은세상 출판사의 조직, 인원 구성도 궁금합니다.

 

최형묵 : 전체 구성원이 대표님 포함 12명이고, 기획자 2명, 편집자 3명, 디자이너 1명, 마케팅부가 4명, 회계가 1명이에요. 작년에 인원을 충원하기 전까지는 평균 근속 년수가 10년 이상 될 정도로 탄탄한 팀워크를 자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Q 기욤 뮈소나 더글라스 케네디 같은 작가들은 밝은세상을 통해 한국과 인연을 맺은 대표적 작가들인데요. 오랜 기간동안 밝은세상 출판사와 꾸준히 책을 내고 있습니다.

 

김동주 : 기욤 뮈소의 소설 중 <구해줘>를 첫 소설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타 출판사에서 <구해줘>  바로 직전 작품인 <그 후에>를 출간했지만 괄목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구해줘>를 출간해 백만 부 가까이 팔았고요. 기욤 뮈소 작품이 세계 40여국에서 출간되는데 프랑스 다음으로 판매량이 많다고 하더군요. 더글라스 케네디도 프랑스 다음으로 많이 팔았고요. 그 동안 거둔 성과를 감안하자면 작가들께서도 우리가 거둔 성과를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Q 기욤 뮈소나 더글라스 케네디의 경우 일러스트 표지가 특유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독자들의 뇌리에 새겨지며 사랑을 받았습니다.

 

최형묵 : 기욤 뮈소는 출간된 14권을 한 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작업 했고, 더글라스 케네디는 2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일관된 스타일을 적용해 작업했어요. 특정한 스타일을 고수하니 어떤 작가의 책이라는 것을 독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어서 유리한 점도 있고, 그래서 식상하다는 의견도 있어요. 찬반양론이 있어서 그동안 고수해 온 표지 스타일을 벗어나 변화를 줄지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젊은 세대는 기욤 뮈소와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을 낸 출판사로 기억하겠지만 그 이전 세대에게는 조창인 작가의 <가시고기>로 밝은세상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외국소설로 주력 출판 분야에 전환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가요?

 

김동주 : 국내저작물을 배제하겠다고 결심한 적이 없음에도 자연스럽게 외국소설 위주로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어요. 예를 들면 기욤 뮈소나 더글라스 케네디는 1년에 한 번 혹은 최소 2년에 한 번은 신간을 내는데요. 이렇게 정기적으로 작품이 나오니 장단기 플랜을 세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에 비해 국내 작가들은 정기적으로 작품을 쓰는 작가가 드물더군요. 결국 생산되는 작품이 별로 없다는 뜻입니다. 사실 창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열악한 편이긴 하죠. 밝은세상이 외국소설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 배경입니다. 물론 여전히 국내 작가들의 작품도 출판하고 싶지만 퀄리티와 시장성을 냉철히 따져볼 필요가 있겠지요.

 

Q 사람들이 열광하는 소설을 지속적으로 출간하는 비결이 따로 있나요?

 

최형묵 : 나름 걸출한 작가들을 만나는 행운을 누린 것 같습니다. 물론 우연히 주어진 게 아니라 열심히 찾아 헤맨 결과이기도 하죠. 소설이 재미있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번역이나 편집의 질도 중요하고, 마케팅부서에는 최대한 판매할 수 있는 나름의 스킬도 있어야 하겠죠. 밝은세상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면에서 매우 강점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책이라는 판단이 들면 과감한 마케팅 전략을 세웁니다. 한 번 성공한 작가인 경우에는 두 번 세 번 연이어 사랑받을 수 있도록 꾸준한 뒷받침을 하고 있습니다.

 

Q 외국문학을 주로 내는 출판사로서 번역 품질 관리가 관건일 듯 한데요.

 

김동주 : 비용을 많이 지불하더라도 번역 품질이 좋은 전문번역가들과 작업을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전문번역가 풀이 그리 폭넓지 않은 것이 현실이에요. 가령 프랑스문학의 경우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는 분들이 손에 꼽을 정도죠. 이런 악조건 속에서 번역 품질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편집자의 교정교열 작업이 훨씬 치밀하고 섬세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고, 밝은세상은 그런 부분에 많은 힘을 쏟고 있습니다.

 

 

Q 일각엔 대중문학에 대한 배타적 시선도 존재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중소설을 꾸준히 내는 출판사로서 이런 경향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

 

김동주 : 우리나라의 언론이나 문단에서 여전히 소설을 양분해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경향이 작가들의 창작 의지를 위축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아직 신춘문예 제도도 남아 있고, 명시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국내 주요 문예지들에서 활동하는 비평가들이 원하는 작품 경향과 주제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등단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작가나 시인이 될 수는 있겠지만 문단 밖에서 나 홀로 창작활동을 하기란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겠지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 소설을 저급한 문학으로 취급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알렉상드로 뒤마나 스티븐 킹이 우리나라 출신이라면 세계적인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들도 우리의 시각으로 보자면 대중소설 작가거든요.  더글라스 케네디는 프랑스에서 기사 작위까지 받았을 정도입니다.  저는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는 소설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통과 공감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그렇습니다.  알렉상드로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여전히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 받는 이유입니다.  기욤 뮈소나 더글라스 케네디도 그런 점에서 매우 훌륭한 작가들입니다.

 

물론 인간과 삶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문학작품은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오락적 요소가 가미된 창작물도 가치를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영화계에서는 오래 전에 그렇게 되었죠. 대중영화’라는 말은 없잖아요. 소설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우리 출판사에서 책을 낸 작가는 아니지만 이우혁 같은 경우는 <퇴마록>을 천만 부 이상 판 작가인데도 그에 대한 평가는 미미한 것 같아요. 다양한 창작이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2018년 밝은세상 출판사만의 새로운 계획이 있나요?

 

최형묵 : 이제는 소설을 토대로 종합출판사 수준은 아니더라도 자기계발이나 인문 분야로도 시각을 넓혀보려고 합니다. 물론 올해에도 기욤 뮈소와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이 나옵니다. 그동안 기욤 뮈소가 매년 프랑스에서 4월 말 경에 출간한 신작을 우리는 12월 첫째 화요일에 내곤 했는데요. 올해에는 예외적으로 11월 국내 출간될 예정입니다.

 

 

▲ 밝은세상 대표 도서


1. <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무려 100주 가까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독자들에게 기욤 뮈소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역작. <구해줘>는 로맨스, 판타지, 미스터리가 적절하게 어우러진 복합장르 소설로 독자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전개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생동감 넘치는 묘사로 널리 사랑받았다.

 

2. <빅 픽처>(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진정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었던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소설로 좋아하는 일과 실제의 직업이 배치되는 현대인들의 좌절과 고뇌를 미스터리 방식으로 녹여낸 소설이다. 국내 주요서점에서 20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며 더글라스 케네디 신드롬을 낳았다.

 

3. <볼티모어의 서>(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작가의 이름을 세계전역에 알렸던 이후 발표한 소설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필연적으로 마주치게 될 위기와 비극 그리고 극복의 희망을 볼티모어 골드먼 가족사를 바탕으로 그려 보이는 소설.

 

4. <가시고기>(조창인 지음)

그해 9시 뉴스에까지 등장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소설. 백혈병을 앓으며 사경을 헤매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마치 가시고기처럼 모든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기뻐하며 죽어가는 한 아버지의 부성애로 나라 전역을 눈물바다에 빠뜨린 소설이다.

 

밝은세상 직원들이 추천하는 도서

 

1. <이갈리아의 딸들>(게르드 브란튼베르그)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성역할이 눈앞에서 뒤집힌다. 통쾌한 고발이다.

 

2. <소송>(프란츠 카프카)
끝없이 계속되는 악몽의 굴레. 부조리한 세계 속 인간의 무력감을 잘 보여준다.
 
3. <쇼코의 미소>(최은영)
한 단어와 한 문장과 한 장면 속에서 오래 머무르게 되는 소설들이 모여 있다.
 
4. <노르웨이의 숲>(무라카미 하루키)
이 소설만이 지니는 특유의 분위기에 끌려 6개월 사이 두 번 완독했다. 책장 앞을 지날 때마다 자꾸만 읽고 싶어진다. 


5. <소설>(제임스 미치너)
소설 만드는 일로 먹고살 줄 몰랐던 시절, 베테랑 편집자님께 추천받았던 소설. 편집자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해준 인생책!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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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진(북DB 기자)

1983년 서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도움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력한 존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이 있어 다행입니다. kiwi@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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