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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8.01.02 조회수 | 18,645

[‘책의 해’ 출판사 탐방①] 문학동네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게 하는 게 출판사 역할”

※ 2018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포한 ‘책의 해’다. 북DB는 출판 생태계를 이끄는 주요 출판사를 만나 책에 대한 생각과 철학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 기자 주

​“문학동네 하면 두 가지 다른 놀라움이 듭니다. 1993년에 창립되어 지금 24년, 불과 24년 만에 한국문학에 이렇게 깊고 두텁고 무겁게 자리를 잡았다는 놀라움이고요. 또 하나는 24년 하면 사반세기쯤 되니까 꽤 연식이 되는 출판사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예민하고 위태롭고 생기발랄한 아주 젊은 에너지가 충만하구나 하는데서 오는 놀라움입니다. 이 두 가지 모순적 놀라움이 교차하는 곳에 아마 문학동네의 진짜 가치가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난 12월 13일에 열린 문학동네 시상식에서 권여선 작가가 남긴 축배사다. 그의 말처럼 노련함과 생기발랄함, 이 두 가지 상반된 속성을 동시에 공유하는 출판그룹 문학동네는 대한민국 문화부흥기인 1993년에 문학 전문 출판사로 발걸음을 뗐고, 동시대 작가들과 함께 호흡하며 성장했다.


문예지 ‘문학동네’에 첫 작품을 발표했던 소설가 김훈, 소설가 성석제, 이제 갓 태어난 신생 출판사였던 문학동네에 원고를 맡긴 소설가 윤흥길, 이병천, 자신의 첫 책을 선뜻 이곳에서 내리라 결정한 소설가 윤대녕, 평론가 김화영 선생이 ‘허름한 창고 같다’고 표현했던 초창기 문학동네 사무실을 찾아와 직접 원고를 맡긴 소설가 김연수, 문학동네소설상과 작가상의 1회 수상자인 은희경, 김영하 같은 작가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문학동네는 없었을 것이다.


출판그룹 문학동네가 가진 생각과 그 구조를 들여다보고자 했다. 경기도 파주 회동길에 자리 잡은 문학동네 사옥에서 김소영 편집국장을 만났다.

 

김소영 편집국장

 

Q ‘문학동네’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는 독자들도 있을 겁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문학동네 출판사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문학동네는 문학 전문 출판사로 첫발을 뗀 이래 지금은 인문, 예술, 교양, 만화, 경제경영, 실용 분야의 책을 출간하는 10개 계열사와 함께하는 출판그룹입니다.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뿐 아니라 해외 거장들의 신작도 현지와 시차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발 빠르게 소개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문학동네소설상, 신인상, 어린이문학상 같은 공모제도를 통해 역량 있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젊은작가상’을 통해 신예작가들의 좋은 작품을 독자들에게 알리려 노력하는 한편, 한국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 데도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무엇보다도 문학동네는 그 안에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브랜드, 임프린트, 계열사를 두고 다양한 성격의 책을 출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출판에 대한 열정과 기획력은 있지만 자기 자본이 없고 출판 전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문학동네와 손을 잡고 자기 출판사를 만들어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문학동네 자본과 시스템으로 임프린트를 만들고, 연봉 외에 순수익의 20%를 임프린트 대표에게 지급합니다. 그 성과에 따라 임프린트가 계열사(법인회사)로 발전하고, 계열사 대표이사가 되면 직위 지분을 갖게 되고 그 지분에 따라 배당을 받고 개인 지분을 확보해나갑니다. 개인 지분을 51%까지 확보하게 되면 독립할 수 있습니다. 북하우스가 그렇게 독립해 나갔고, 달은 지난해 독립했고, 휴먼큐브도 올해 독립합니다. 각 브랜드 대표들의 관심분야와 특장들이 다 다르다보니 자연스럽게 기획도 다채로워집니다.

 

Q 말씀대로 각기 다른 분야에서 다른 개성의 책을 내는 출판사들이 뭉친 곳이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는 문학동네만의 정체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문학동네는 인간과 세계 사이에 가로놓이는 가장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통로를 꿈꿉니다.’ 1993년 12월 3일 문학동네가 첫 걸음을 뗄 당시 ‘문학동네 소식지’에서 표명한 말입니다. 인간과 세계 사이에 많은 통로가 있지만, 저희는 그중 책이 가장 창조적인 통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문학동네는 그 통로를 개척하는 사람,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회사라는 자부심을 품고 있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자신의 삶 속으로 들어온 책 한 권이 있을 것이고, 그 책을 통해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되고 ‘세계 속의 나’를 꿈꾸기도 할 것입니다. 그것이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게 한다고 믿습니다. 분야가 무엇이든 그걸 가능하게 하는 책들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Q 출판사의 조직 구성도 궁금합니다.

 

크게 편집부, 기획마케팅부, 홍보부, 미술부, 제작부, 관리부로 구성됩니다. 계열사들은 독립하기 전까지는 자체 편집부와 담당마케터를 가지고, 이외의 부문은 문학동네와 공유합니다. (주)문학동네만 말씀드리면 국내도서 편집부가 6개팀, 해외도서 편집부도 5개팀으로 다른 출판사들에 비해 편집 인력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교열이나 교정 원칙도 엄격하지만 해외문학 편집에 있어서는 반드시 원서 대조를 꼼꼼히 합니다. 특히 판본이 많은 고전문학의 경우는 편집할 때 다른 언어권의 번역판본도 참고하고요. 길고 고단한 과정이지만 책에 대한 신뢰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Q 책은 ‘가치’를 좇는 ‘상품’입니다. 하지만 ‘가치’와 ‘상품성’이라는 두 개의 가치가 부딪힐 때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럴 땐 내부에서 어떻게 의견 조율을 이루나요?

 

‘가치’와 ‘상품’이라는 두 가지 ‘무엇’이 별개로 존재한다면 출판은 그 둘이 만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가치는 세상과 만날 때 비로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고 상태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상품화하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 책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치’와 ‘상품성’이 서로 잘 조율되었을 때 독자들도 만족해하고 여기서 저희도 뿌듯함을 느낍니다. 그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게 편집, 디자인, 마케팅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독자 반응이 기대보다 냉담했지만 훗날 어떤 계기로 세상에 알려지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책들도 있습니다. 그럴 땐 좋은 책은 결국 사람들이 알아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른 산업에서는 신상품만을 찾지만 책은 시간이 흘러도 인정받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많이 팔리는 책에 주력하기보다는 좀더 멀리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획하는 것이 출판의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출판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 같은 것이니까요. 

 


Q 한국문학의 세대나 성향의 변화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정확하게 느끼는 곳이 문학동네 출판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장 최근 감지한 한국문학의 새로운 조류나 특징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최근 한국문학이 독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특히 페미니즘 열풍이 단순히 문학뿐 아니라 인문 및 에세이 쪽에서도 큰 흐름을 차지하는데요. 저희가 볼 때는 작가나 독자들이 ‘현재, 여기’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고, 문학작품을 읽을 때도 소설 속 화자에 나를 이입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딸에 대하여>나 <82년생 김지영> 같은 작품들도 모두 지금 현재의 문제들, 여기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거든요. 독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작품을 찾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쇼코의 미소>, <너무 한낮의 연애> 같은 책의 독자 리뷰에서 “내 얘기 같다”는 평을 보는 게 저희에겐 반가운 일이기도 합니다.

 

Q 요즘 세대에게는 책보다 SNS나 넷플릭스와 같은 영상 매체가 더 친숙한 매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의 위기’가 거론되는 이 시대에 대응하는 문학동네만의 전략이 있나요?

 

영상 매체나 스마트폰 기기가 훨씬 휴대하기도 용이하고 접근하기에도 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만이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향한 욕구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아요. 출판 시장이 안 좋다고 하지만 동네 서점들도 많이 생겨나고 그곳에서 추천한 책들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베스트셀러에 많은 독자들이 몰려 읽었다면 지금은 개인 맞춤형으로 가는 추세인 것 같아요. 넷플릭스 같은 영상 서비스도 개인 취향에 맞춘 영상을 제공하고, SNS의 타임라인도 모두 본인이 선택한 계정을 구독하는 방식이니까요.

 

단순히 매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동안 독자들이 나에게 딱 맞는 책을 찾지 못해서 읽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알쓸신잡’ 같은 방송에서 소개된 책들에는 수요가 분명히 있는 걸 보면 사람들이 책에 아예 관심이 없었다기보다는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는 독자들이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이 자신들의 취향을 발견하는 데 문학동네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Q 많은 수의 유명 작가들이 문학동네에서 책을 내고 있는데요. 이분들이 문학동네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편집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한 권의 책을 내기까지 최소 이삼 년을 고투합니다. 어떤 책에는 작가의 전 생애가 담기기도 하고요. 작가의 그 노고를 아는 것, 편집자가 그 원고의 무게를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고를 받은 이후에도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혹은 2년 이상을 편집자와 작가가 계속 소통하면서 진행하는 작업입니다. 어떤 책은 아이디어 단계에서 시작하기도 하고, 어떤 책은 작가가 완성한 원고의 장점을 파악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진행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저자와 소통하며 1차 독자가 되어주는 편집자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그런 편집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문학동네가 작가들의 신뢰를 받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케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문학동네 마케터들은 기본적으로 자기가 담당하는 팀의 책을 모두 다 읽습니다. 책을 읽지 않는 마케터는 책이 지닌 힘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각 부문에서 자신이 맡은 책에 대해 책임감을 갖도록 하고 있습니다.

 

 

Q 문학동네는 박근혜 정부 시절 <눈먼 자들의 국가>를 출간하며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정부 지원 도서 선정에서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에 출판사는 이 사실을 인지했는지 궁금합니다.

 

당시에는 정부 지원의 우수도서 선정 등에서 선정 종수가 전례 없이 크게 줄어든 것에 대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그것이 블랙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서슬 퍼렇던 군사독재시대도 아니었으니 그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지요. 이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보도를 보고, 저희도 그런 비상식적인 일이 정부 차원에서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것은 출판사만의 문제라기보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작가들의 문제이고 우리 사회 전체의 일이기도 합니다. 최소한의 상식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정권을 잡고 국정을 농단한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Q 문학동네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외국 출판사가 있나요?

 

출판사가 계속 진화하는 가운데 어느 곳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일 같습니다. 오히려 독자적인 브랜드로서 문학동네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만, 단순한 출판사를 넘어 프랑스 문화의 산실로 꼽히는 갈리마르 출판사에 대해서 존경심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앙드레 지드, 생텍쥐페리, 마르셀 프루스트, 알베르 카뮈 같은 프랑스 문학 거장의 작품이 모두 이 출판사를 통해 세상에 나왔습니다. 플레야드 총서를 포함해 고전문학들과 철학서를 꾸준히 내고 있고 파리에 자사 이름을 딴 서점도 운영하고 있지요.

 

문학동네도 갈리마르처럼 자국의 문학을 중심으로 하는 문학 전문 출판사로 시작한 이래 국내작가 발굴에 존재의의를 두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갈리마르처럼 100년이 넘는 시간을 견디며 발전해가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문학동네는 아직 갈 길이 멀고 부족한 점도 많은 성장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 문학동네 대표 도서

 

1.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문학동네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9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빛나는 성취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살아 숨쉬는 동시대 한국문학의 정전을 완성해나가기 위한 기획. 다양한 세대의 폭넓은 문학적 성과를 아우름으로써 그 다채로움을 더해가고 있다. 앞으로도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은 한국문학의 가치를 높이고 한국문학의 특수성을 세계문학의 보편성과 접목시키는 역할을 수행해나가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나아갈 것이다.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09년 12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시작으로 세계문학의 위대한 성과를 정선하여 21세기 정전의 목록을 쌓아가고 있다. 최근 완간한 <전쟁과 평화>(전4권)는 톨스토이 문학의 최고 권위자인 박형규 고려대 명예교수의 번역으로 국내 유일의 정본이다. 원전에 충실한 현대적인 번역과 정교한 편집,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전쟁과 평화> 일독에 도전해보길 권한다.

 

3. <문학동네 시인선>
2011년 ‘보다 젊은 감각과 보다 깊은 사유를 지향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시작한 문학동네 시인선은 한국시의 미래를 예감해보는 데 더없이 좋은 단초가 되어줄 것이다. 차별화된 디자인과 젊은 감각으로 6년 만에 100호 기념 티저 시집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를 출간했다. 한국시의 미래를 예감해보는 데 더없이 좋은 단초가 되어줄 것이다.

 

4.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가 2010년부터 제정, 운영해온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등단 10년 이내의 젊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모든 중단편소설 가운데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 7편의 작품과 7명의 젊은 평론가들의 해설을 엮어 출간하고 1년 동안은 5,500원의 특별가로 판매한다. 매년 새해의 시작과 함께 젊은작가상 본심이 시작된다.

 

▲ 문학동네 추천하는 문학동네의 책들

1. <오직 두 사람>(김영하)
김영하 작가가 7년 만에 펴낸 신작 소설집. 그가 7년 만에 펴낸 신작 소설집에서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번 살아보게 한다. 고통을 겪는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을 대리 경험하며 우리는 그간 알지 못했던,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다양한 감정들과 마주하게 된다.


2. <바깥은 여름>(김애란)
작품이 이룬 성취보다 오래 우리의 마음에 남을 풍경은 이런 게 아닐까. 녹음이 짙은 화창한 바깥으로 건너가지 못한 채, 눈이 흩날리는 스노볼 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여름 안에 놓여 있다는 것. 그 시차(時差)가 만들어낸 풍경이 자꾸만 우리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3. <기사단장 죽이기>(무라카미 하루키)
세대와 국경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된 무라카미 하루키가 7년 만에 선보인 본격 장편소설.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관념의 경계를 꿰뚫는 이야기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대범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무라카미 하루키 월드의 집대성.

 

4. <알제리의 유령들>(황여정)
문학동네소설상의 제23회 수상작. 압축된 문장과 그 사이사이의 여백에서 ‘이야기되지 않은 것’이 전하는 울림을 최대치로 증폭시켜낸 수작이다. 소설은 서로 다른 인물들의 시선을 성기게 교직하여 빈칸으로 남아 있던 삶의 풍경들을 희미하게 그려나간다.

 

5. <책과 노니는 집>(이영서)
“역사물의 교훈주의를 뛰어넘어 본격적인 역사동화의 장을 열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은 동화. 조선 시대 천주교 탄압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필사쟁이 아이 ‘장이’의 눈으로 혼란스러운 시대를 담담하고 섬세하게 그렸다.

 

6.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벨 훅스)
페미니즘이 여성을 위한 이론과 실천이라 말한다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이 책은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여성과 남성을 포함한 모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냈는지 보여주면서 페미니즘 운동이 ‘남성혐오 운동’이 아닌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기 위한 운동’임을 강조한다.

 

▲ 문학동네가 추천하는 7권의 책

 

1. <오정희 컬렉션>(오정희/문학과지성사)
1968년 데뷔한 이래, ‘단편 미학의 정점’ 등 숱한 수식어로 추앙받아온 오정희 작가의 주요 소설들이 새 옷을 입고 출간되었다.

 

2. <빛의 호위>(조해진/ 창비)
“살아 있고, 살아 있다는 감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주는 울림은 비단 이 문장이 실린 단편뿐 아니라 책을 읽는 내내 독자의 감각을 두드린다.

 

3. <딸에 대하여>(김혜진/ 민음사)
홀로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생계를 꾸리는 엄마. 레즈비언인 딸과 그 딸의 파트너. 나이 든 엄마인 내가 갖게 된 세상에 대한 시선이 이렇게 적나라할 수 있을까.

 

4.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은유/ 서해문집)
이 책은 엄마, 아내, 딸, 노동하는 여성으로서 언어가 되지 못하는 일상의 울분을 말하기로 결심한, 한 여자의 분투기다.

 

5. <랩걸>(호프 자런/ 알마)
여성 과학자의 이야기를 그녀가 연구하는 식물을 통해, 실험실을 통해 들려주는 이 책은 일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가장 담담하고 솔직하게, 힘주지 않고 이야기한다.

 
6.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동아시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부제만으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 책은 건강과 질병에 대해 갖고 있던 일반적인 인식을 ‘사회역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보여준다.

 
7.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이미경/ 남해의봄날)
작은 출판사로서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남해의봄날 출판사의 색깔과 꼭 닮은 책. 20여 년간 200여 점의 구멍가게 그림을 그린 화가 이미경의 세밀화와 작가가 직접 쓴 글을 엮었다.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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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진(북DB 기자)

1983년 서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도움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력한 존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이 있어 다행입니다. kiwi@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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