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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7.02.10 조회수 | 12,688

[동네서점탐방] 레드북스, ‘빨간’ 꿈을 꾸는 이들의 놀이터

서울 지하철 서대문역 3번 출구에서 내려 50미터 정도를 걸으면 건물 2층에 자리잡은 ‘레드북스’가 있다. ‘새빨간’ 이름이 암시하듯 13평 남짓한 공간 벽면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붉은 책들로 빼곡하다. 서점이 문을 연 것은 대학가 사회과학서점의 맥이 거의 끊긴 2010년이다. 대학시절 사회과학서점의 ‘맛을 본’ 80년대 후반 학번인 최백순씨와 90학번인 김현우씨가 힘을 합쳐 서점 문을 연 것이다.
 

 

서가는 다양한 분류에 따라 구성돼 있다. 일단 헌책과 새책으로 나뉜다. 새책 코너는 다시 출판사별 서가와 주제별 서가로 나뉜다. 주제별 서가에는 ‘기후변화’ ‘협동조합’ ‘음식’, ‘중국’, ‘도시농업’, ‘페미니즘’ 등 여러 주제별로 책이 꽂혀 있다. ‘레드북스’는 인문사회과학서점을 표방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딱딱한 책만 있는 건 아니다. 소설이나 만화도 풍부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곳의 운영자인 양돌규씨는 과거 울산 현대정공과 삼성중공업의 노동자로 일했다. 노동자들의 역사를 정리하고 기록하는 ‘노동자역사 한내’에서도 몸담았다. 그는 책 자체의 중요성보다는 책이 사람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만나고 세미나도 하는데 이런 게 정말 중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책을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상품일 뿐, 그 자체로 엄청 고상하거나 문화적으로 훌륭한 것은 아니거든요. 다만 책이 사람 사이에 매개가 된다면 성격을 달리하는 상품일 수 있어요. 그렇지 않고 책이 그저 상품으로서 유통된다면 지배계급의 것이죠.”

레드북스에서는 인문․사회과학 저자들의 북콘서트나 저자와의 대화를 열고 있다. 100명 남짓한 후원회원도 있다. 후원회원으로 가입하면 10% 싸게 책을 살 수 있고, 서점을 방문할 때마다 무료로 음료도 마실 수 있다.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된다’라는 카프카의 말처럼 책은 역사상 가장 변혁적인 매체였다. 레드북스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런 힘을 가진 책들만 모아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서점 중 하나다.

운영 시간 및 휴무일


주소 서울시 종로구 교남동 25
운영 시간 월~금 오전 11시~밤 10시
                 토 정오 12시~저녁 8시
전화번호 070-4156-4600
홈페이지 www.redbooks.co.kr

▼ 레드북스 자세히 보기


 

 

 

 

 

 

 

 

 

 


▼ 레드북스지기 양돌규씨의 추천책 


<나라 없는 나라>(이광재/ 다산책방/ 2015년)


지금까지 좌파들이 쓴 전봉준 관련 소설이 갑오농민전쟁의 반제 반봉건적 성격을 크게 드러내기 위한 기획이었다면, 이 작품은 인간 전봉준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요. 전봉준이 고부봉기 한 뒤부터 죽기 전까지 삶을 한 권에 압축하고 있지요. 전봉준 정도라면 자기가 죽을 운명을 알지 않았을까요? 그 어려운 싸움을 한 반란 지도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에요. 작가는 당시 쓰던 어휘들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데, 그의 의고체 문장이 매우 예스러우면서도 아름다워요. 지금껏 혼불문학상 받은 작품 중 최고인 것 같아요.

 

<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 (이범준/ 궁리/ 2009년) 

지금은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까지도 결정할 수 있는 권위를 지닌 신비한 기관으로 다가오지만 첫 출범한 88년에는 아무 시설도 없고 그저 일곱 명의 재판관만 있던 조직이었어요. 이 책은 100시간 가량의 관련자 인터뷰를 해서 쓴 책인데요. 이 책을 보면 사회라고 하는 거대한 인민의 힘이 바다라면, 이들(헌법 재판관)은 그 위에 이는 작은 파랑 같은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 보면 대통령 탄핵 재판 결과가 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탄핵도 이들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기억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거죠.

 

<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 (리처드 하인버그/ 부키/ 2013년) 

국가 개혁론자들은 개혁을 해서 복지에 치중할 수 있는 자원이 나오면 그걸 가지고 국가의 틀과 복지를 논하자는 논리인데요. 이 논리는 성장이 계속된다는 전제 아래 성립되죠.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가를 물었을 때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어요. 5~6년 전부터 2017년 세계경제위기설은 파다했는데, 그 상황에서 우리가 또다시 성장 중심으로 경제 판과 비전을 짤 수 있는지에 대해 되묻게 하는 책이에요.

 

<이 폐허를 응시하라>(레베카 솔닛/ 펜타그램/ 2012년)


이 책은 대규모 재난이 어떻게 다중 사이에서 결합을 만들어내고, 이 힘에 대해서 국가는 얼마나 공포감을 갖고 대하는 지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전두환 정권을 붕괴시킨 것도 5.18이라는 학살에 대항해 그 피해자들이 싸우며 발생된 힘이었어요. 4.16이나 작년 민중총궐기가 없었더라면 지금 촛불집회가 벌어지는 광화문 광장의 공간이 열릴 수 없었겠죠. 결국 재난 피해자들과 사회적 약자들이 결합력을 가지고 만들어낸 힘이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인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3~4년 동안 거의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 나라가 굴러갈 수 있다는 걸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국가와 혁명>(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돌베개/ 2015년) 

마르크스가 쓴 프랑스 혁명 3부작 중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의 결론을 <국가와 혁명>이 계승하고 있어요. 혁명을 할 때 그 국가 기구를 그대로 장악해서는 혁명에 성공할 수 없다는 거죠. 국가 기구는 부르주아들이 독재를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조직의 형태인데 그걸 그대로 장악한다면 혁명을 할 수 없어요. 그것을 파괴하고 변형해서 다시 재조직을 해야 하죠. 물론 이 책을 쓴 레닌이 실제로 그렇게 했느냐면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결론은 여전히 중요한 것 같아요.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 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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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진(북DB 기자)

1983년 서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도움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력한 존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이 있어 다행입니다. kiwi@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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