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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6.12.01 조회수 | 13,130

[동네서점탐방] 향긋한 책, 재밌는 향 ‘프레센트 14’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만지고, 맛보는 인간의 다섯 감각은 삶의 귀한 선물이다. 책을 읽는 것은 이 다섯 가지 감각이 한없이 유혹당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가령,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 에세이를 읽다가 쳇 베이커의 연주를 듣기 위해 유튜브를 뒤지기도 하고, <고독한 미식가>를 보다가 침이 꿀꺽 넘어가 부엌으로 달려간 경험은 누구나 한 번씩 있을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가 자유를 만끽했던 짙푸른 지중해의 바다 내음이 궁금할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여타 감각에 비해 냄새, 즉 후각은 마음대로 제어하거나 즐기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이처럼 향기에 대한 갈증을 느껴본 이라면 향기파는 책방 ‘프레센트 14’를 찾아가 볼 것을 추천한다. ‘프레센트 14’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주상복합 아파트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9호선 선유도역에서 5분 거리. 책방 이름 중 프레센트(prescent)는 선물(present)과 향기(scent)를 뜻하는 영단어의 합성어다. 서점의 외관은 공들여 가꾼 아날로그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서점에 들어가면 정면에 일곱 가지의 향수가 배치되어 있다. 이곳의 주인장 최승진씨가 책을 주제로 만든 향수들이다. 지금까지 <웨하스 의자> <그리스인 조르바> <어린 왕자> <4월 이야기> <슬픔이여 안녕> <냉정과 열정사이> <키스 앤 텔> 등 독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은 작품들이 향수로 제작되었다. 이 곳을 찾은 독자들이 책을 먼저 접했다면 그 감동을 향수에서 어떻게 구현했을지 궁금해질테고, 우연히 향을 먼저 맡았다면 책이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질 것이다. 향수만 살 수도 있고, 책과 함께 묶어 선물용 패키지로도 판매한다.

 

 

이곳을 연 최승진씨는 대학 졸업 후 줄곧 향수와 관련한 일에 몸담아 왔다. 향기 마케팅 회사에서 향수 제조도 했고, 향수 매거진 에디터로도 일했다. 그러던 그가 회사를 그만둔 후 선택한 건 서점이었다. 그는 책과 향이 닮아 있다고 말했다.

“책에 기승전결이 있듯 향에도 탑, 미들, 라스트로 항상 스토리가 있죠. 하지만 향수 광고를 떠올려 보세요. 여자가 바다에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는 식으로 스토리를 만들긴 하지만 많이 빈약하죠. 단순히 ‘첫사랑의 향’이라고 묘사하는 것보다는 책의 스토리를 끌어오면 향을 보다 풍부하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어린 왕자>를 만나면 이런 향이 날까? 그런 상상을 하면서 향을 즐겨보시라 말하고 싶어요.”

 
서점 내부에는 1000권 가량의 단행본과 30종의 독립출판물이 배치되어 있다. 서가 곳곳에는 다양한 책 추천 주제들이 표시되어 있다. ‘가깝기 때문에 더욱더 이해가 필요한 가족’, ‘문학과 여행에서 얻는 위로와 풍요로움’, ‘새로운 생각과 창의적인 삶을 위해’, ‘시간이 많으시다면’ 등. 이쯤에서 책방 이름 ‘프레센트’ 뒤에 붙은 숫자 14의 미스터리가 풀린다. 서점 주인장 최승진씨의 책 추천 테마가 총 14가지인 것.

서점 한 켠에는 책과 관련된 태그만 보고 책을 고르는 블라인드 북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수수께끼를 풀 듯 책 내용에 관한 태그만으로 책을 고르는 것은 미스터리한 재미를 준다. 평소라면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을 책들과 마주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요새는 문제집 파는 서점 아니면 대형서점뿐이잖아요. 꿈이라면 이런 작은 서점을 다양한 컨셉으로 만드는 거예요. 챕터 원이 시작이었듯 다양한 컨셉으로 계속 만들어 보고 싶어요.”

목적지로 향하는 길은 하나가 아닌 여럿이듯, 책을 즐기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향뿐만 아니라 다양한 컨셉으로 즐길 수 있는 최승진씨의 말처럼 책을 즐기는 여러 통로를 발견해 간다면 우리가 누릴 책의 세상도 보다 풍성해지지 않을까.

운영 시간 및 휴무일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5가 92
운영 시간 월-목 오전 11시 – 오후11시
                  금-일 오후 12시 – 오후 9시
전화번호 02-2670-1414
홈페이지 www.prescent14.com

▼ 프레센트 14 자세히 보기 


 

 


 

 

 

 

 

 

 

 

 

 



▼ 프레센트 14 주인장 최승진씨의 추천책 

 
<잘자 코코> (정미진 저/ 엣눈북스/ 2014년)

“엣눈북스라고 하는 출판사에서 만든 책인데 어른이 읽기 좋은 동화예요. 직접 읽어도 좋고, 선물하기에도 좋죠.”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윤고은 저/ 한겨레출판/ 2016년)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이기호 저/ 마음산책/ 2016년)

“두 권 다 재미있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한 단편 소설집이에요. 오랜만에 책을 읽는 분들에게도 재미있게 느껴질 만한 책들이라 ‘재미있는 책 추천해주세요’라고 하실 때 자주 추천하는 책들이에요.”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저/ 김영사/ 2015년)

“좀 두껍긴 한데, 요즘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이토록 빨리 지나가는 세상에서 우리가 과연 진보하고 있는 게 맞는지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해주는 책인 것 같아요.”

<대화> (김재순, 피천득, 법정 최인호 저/ 샘터사/ 2004년)

“60대에서부터 90대까지 큰 어르신들의 대화를 엮은 책이에요. 여성, 예술, 행복, 사랑, 가족 등 각각의 주제에 대해 주고받는 대화에서 엄청나게 깊이 있고 통찰력을 느꼈어요. 보통 어른들을 생각하면 소위 ‘꼰대’라는 느낌이 들잖아요. 이걸 보면서 어른들과도 대화가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숨쉬듯 가볍게> (김도인 저/ 웨일북/ 2016년)

“제가 좋아하는 팟캐스트 진행자가 낸 책인데, 철학과 명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쉽게 풀어내고 있어요. 저도 평소 이런 주제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데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한 책은 없었던 것 같아요. 다들 거창하거나 어렵잖아요. 저자인 김도인씨는 말할 때마다 특정 대상을 정해 놓고 말하는 특징이 있어요. 보편적으로 말하면 반발심이 생길 수도 있는데 특정 대상을 정해 두고 하는 말이라서 더욱 쏙쏙 들어오는 것 같아요.”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 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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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진(북DB 기자)

1983년 서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도움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력한 존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이 있어 다행입니다. kiwi@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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