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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6.07.26 조회수 | 16,102

[동네서점탐방] 냥덕들의 천국, 고양이 책방 ‘슈뢰딩거’

‘냥덕’(고양이 마니아)이라면 이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6월 9일 정식으로(5월 9일 임시 오픈) 문을 연 고양이 책방 ‘슈뢰딩거’다. '슈뢰딩거'라는 이름은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드러내기 위해 고안된 사고 실험 '슈뢰딩거의 고양이'에서 따온 이름이다. 열 발자국만 걸으면 가게를 모두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공간이지만, 일단 들어서면 한 걸음 한 걸음 떼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이곳에는 에세이, 그림책, 소설, 동화, 신문 등 고양이를 주제로 한 모든 책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 일반 서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해외 서적과 국내 작가들의 독립출판물도 함께다. 한 권 한 권 주인장의 애정과 손길이 닿지 않은 구석이 없다.

취재 당일인 7월 19일. 약속 시간에 맞춰, 서울 숭인동 골목을 지나치는 어르신들 사이로 걸어오는 예쁜 한복 차림의 주인장이 눈에 들어왔다. 고양이와 책을 좋아하는 자신을 ‘스스로 고용하기 위해서’ 이 책방을 열게 되었다는 슈뢰딩거의 주인장 김미정씨를 만났다.

 

 

Q 고양이 책방을 열게 된 이유가 있나?


문헌정보학과를 나왔는데 전부터 책을 워낙 좋아해서 책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책이 가득한 곳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사서가 되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취업할 곳이 없다면 내가 나를 고용하는 수밖에 없었다.(웃음) 결정적이었던 건 2년 반 전부터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의 영향이 크다. 가끔 서점에 가도 고양이와 관련된 책을 보려고 하면 코너마다 일일이 찾아가서 봐야 하는 게 불편했고, 고양이와 관련된 책을 모아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과 고양이라는 주제가 함께 있는 책방을 열게 된 이유다.

Q 문을 연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운영 중인 SNS에도 방문객이 꽤 많고 포털사이트에 ‘고양이 책방 슈뢰딩거’를 검색해봐도 후기들이 많이 보인다. 냥덕의 힘인가.

슈뢰딩거 오픈 전에는 SNS 같은 것을 활발히 했던 사람이 아니라 지금 이렇게 소통하는 것이 조금 어색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아서 정말 감사하고 기분도 좋다. 한편으로는 ‘이런 책방을 원했던 사람들이 많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Q 고양이 관련 책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하다.


규모가 작은 책방이다 보니 소량으로만 주문하기 때문에 중간 거래상과는 거래가 어려울 거라고 들었다. 게다가 판매가 일정한 편이 아니라 재고의 위험이 있어 해외 서적의 경우는 소량 직구(직접 구입)하여 판매하고 있다. 참고로, 이곳에서는 책이든 기타 문구류든 3개 이상 판매되면 ‘대박’친 거다.(웃음)

Q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었나.


고양이와 관련된 책만큼은 오직 슈뢰딩거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앞으로의 고민이 있다면 콘텐츠의 꾸준한 업데이트다. 한 번 왔던 사람이 또 올 수 있으려면 콘텐츠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돼야 하는데, 요즘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다. 그래서 국내 작가들과 함께 연계하여 그들의 출판물을 소개하고 있고, 그 규모나 종류를 넓혀갈 생각이다. 해외 서적을 함께 판매 중이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국내 작가들의 책이 더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책방이 굉장히 잘 돼서 “파는 건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작가님들은 하고 싶은 거 마음껏 만드세요”라고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Q 구체적으로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는지.


책을 판매해서 얻는 수익만으로 먹고살기 힘들다는 건 예상하고 있다. 그보다 궁극적인 목적은 슈뢰딩거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플랫폼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작가 아니면 손님인데, 그들은 모두 고양이를 모두 사랑하거나 애정을 가지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일 것이다. 가끔 손님들끼리 “고양이 몇 마리나 키우세요?”라고 서로 물으며 이야기를 나눌 때 기분이 좋다. 나 역시 손님과 두 시간씩 수다를 떨기도 하고.(웃음)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모임이나 워크숍을 진행하고 싶고, 고양이를 키우진 않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예비 집사들의 모임 같은 것도 진행하려고 구상 중이다. 조만간 냥덕 모임이 시작될 것 같다.

Q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거나 자랑할 만한 공간은?


옛 서적들을 컬렉션처럼 진열해둔 책장이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들이기도 하고, 이곳을 방문한 외국인 손님들이 선물하고 간 책들도 있어서 소중한 공간이다. <해빗 캣>(HABIT CAT)만 판매용이고 나머지는 모두 전시용이다. 구 소련 시대의 어린이 그림책이나 <장화 신은 고양이> 팝업북과 같은 빈티지 서적들이 대부분이다. 광고 속에 등장한 고양이를 모두 모아둔 책도 있고, 영화 속 명장면을 고양이로 재연한 책도 있다. 맨 윗줄 오른쪽에 있는 책은 당나라 시대의 명화를 모두 사람 대신 고양이로 채워넣은 책인데, 반응이 굉장히 좋아서 입고 예정 중이다. 바로 옆 벽면에 전시된 그림은 ‘소소비’라는 작가의 그림들이다. 이 전시가 끝나면 벽면을 활용해 또 다른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카운터 옆에는 손님들이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 사진을 직접 붙여놓기도 한다.

 

Q 골목에 위치해 있다. 슈뢰딩거를 찾는 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을 만한 장소를 추천한다면?


여기가 신설동역에서 도보로 3분 정도의 거리인데, 골목이 꼬불꼬불거려서 방문하는 분들이 조금 헤맨다. 그래도 시간을 가지고 이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보다 보면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다. 이 동네에는 구옥들이 많다. 동대문 상권에 있어서 공장들도 많고, 신설동역 근처에는 풍물시장과 동묘시장도 있다. 여러모로 굉장히 ‘아재’틱한 동네다.(웃음) 신설동역에서 조금 걸어가면 청계천도 있고 안암산과 성북천도 위치해 있어서 쉬엄쉬엄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을 것이다. 지금은 더워도 봄, 가을 산책 코스로 아주 좋다. 책방과 같은 골목에 위치해 있는 ‘도담도담 한옥도서관’도 추천한다. ‘서울의 아름다운 도서관’ 중 하나로 선정된 곳인데, 규모가 작지만 안에 들어가보면 자갈 깔린 마당도 있고 굉장히 아늑하다. 특히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장소다.

 

 

 

운영 시간 및 휴무일


▶ 7월             월-토 (일요일 휴무) / 오후 3시 - 9시
▶ 8월 이후      화-토 (일요일, 월요일 휴무) / 오후 3시 - 9시
▶ 주소            서울 종로구 숭인동 365
▶ 전화번호      070-5123-2801
▶ 홈페이지      https://www.facebook.com/catbookstore
                       https://www.instagram.com/catbookstore

▼ 슈뢰딩거 자세히 보기

 



 

 

 

 



 

 

▼ 슈뢰딩거 주인장 김미정 씨가 추천하는 책들

1. <고양이는 고양이다 1 : 하루를 견디면 선물처럼 밤이 온다>  (김하연 / 이상미디어 / 2015년)

고양이를 이야기할 때면 빠질 수 없는 주제가 있다. 길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다. 집고양이들은 사랑을 받으며 살지만 길고양이들은 사랑은커녕 살아남는 것조차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김하연 작가의 책은 그런 현실에 초점을 맞춘 사진들이 많다. 이 책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외면할 수 없지만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가슴 아픈 길고양이들의 현실을 담고 있다.

2. <달을 쫓다>


달을 좇아가는 고양이의 모습을 그린 한 편의 우화 같은 그림책이다. 내용도 좋지만 그림이 정말 예쁘고 알록달록한 색감이 아름답다. 이 작가 역시 다섯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집사다.

3. <고양이의 크기>


어느 날 집에 돌아와보니 3m로 훌쩍 커버린 고양이가 기다리고 있다는 기발한 설정의 그림 책이다. 발상도 재미있고 그림도 정말 귀여워서 푹 빠져서 읽다 보면 마지막에는 가슴이 찡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4. <무심한 듯 다정한> (정서윤 / 안나푸르나 / 2016년)


저자가 엄마와 반려묘의 일상을 담은 포토에세이로 유기묘였던 고양이 ‘순돌이’와 엄마의 따뜻한 일상들이 예쁘게 포착되어 있다. 저자가 자신보다 세상을 먼저 떠날 ‘순돌이’의 일상을 사진으로 남기다가 엄마 역시 그럴 수 있다는 걸 깨닫고 기록으로서 남겨둔 것인데, 개인적으로 유기묘 입양의 좋은 사례로 소개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글도 사진도 정말 좋은 책이다.

 

 

 

5. <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 (리타 레이놀즈 / 책공장더불어 / 2009년)


이 책은 반려동물을 잃고 슬픔이 지속되는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책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뿐만 아니라 강아지, 햄스터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든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펫로스’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그것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펫로스 증후군’을 경험했지만 위로나 공감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6. <동물해방> (피터 싱어 / 연암서가 / 2012년)


‘동물들의 권리’에 대한 논의가 많이 필요한 시점이다. 얼마 전 논란이 된 강아지 공장으로 인해 이제 막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책은 ‘동물권’에 있어서 가장 유명한 실천윤리학자이자 동물해방론자인 ‘피터 싱어’의 책이다. 동물권리에 대한 고전이라 불리는 책이기 때문에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렇지 않은 사람들 모두가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7. <캣 센스> (존 브래드쇼 / 글항아리 / 2015년)


고양이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한 책이다. 전에 어떤 수의사가 사람들이 고양이를 너무 의인화 한다거나, 필요 이상으로 고양이에 감정 이입하는 것을 걱정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이 그에 대한 답을 주고 있는 것 같다. 고양이에 대한 모든 것을 행동학적으로 풀어낸 책으로, 조금 딱딱하게 느껴지겠지만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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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영(북DB 기자)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색 중입니다. iylim@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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