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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6.12.28 조회수 | 2,916

[카오스 강연스케치·지구 9] 인간세, 여섯 번째 대멸종?

아름다운 지구

지구는 언제부터 지금의 모습이었을까? 이를 알려줄 수 있는 비밀이 바로 ‘판구조론’ 속에 숨어 있다. 판구조론은 이미 ‘지구’ 강연에서도 수 차례 다뤄졌지만, “그 거대한 지구판이 실제로 움직일까? 움직인다 해도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하고 내심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았을 것 같다. 지금의 인류는 지구판이 움직이고 있음을 실제로 ‘볼’ 수 있다. 바로 GPS 촬영이다. 아래 사진에서 우측 하단의 화살표가 일 년에 2cm 움직였다는 표시다.

(출처 김경렬 교수 강연자료)

사진에서 유난히 화살표가 많은 지역이 있다. 더 많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곳이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티베트고원이다. 인도판이 유라시아판과 충돌하면서 이루어진 고원인데 이 거대한 땅덩어리로 인해 계절풍(몬순)이 생겼다. 떨어져 있던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도 판의 움직임에 의해 서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따뜻한 적도의 바닷물이 대서양 북쪽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티베트고원 남쪽 히말라야 산맥의 모습

지구가 지금의 모습이 되는 데는 무엇보다 태양에너지의 역할이 중요했다. 이를 설명하는 이론이 ‘밀란코비치 순환’으로, 지구의 자전과 공전의 궤적이 조금씩 바뀌면서 태양에너지가 지표에 도달하는 양이 주기적으로 달라지고 이로 인해 빙하기와 간빙기가 교대로 나타난다는 가설이다.


대략 250만 년 전부터 빙하기와 간빙기와 교대했는데, 약 2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절정에 이르렀고 이후 지구는 급속히 따뜻해져서 간빙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다 1만2800년 전 갑자기 한랭화의 역풍이 불어 약 1300년 동안 계속되었는데, 이를 ‘영거 드라이아스기(Younger Dryas)’라고 부른다. (‘드라이아스’는 우리말로는 ‘담자리꽃’으로,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다.)

드라이아스(Dryas, 담자리꽃)

그러나 이 한랭화의 원인은 분명치 않은데, 지배적인 이론은 북아메리카 내륙의 빙하가 녹으면서 바다로 흘러 들어가 대서양 해류의 열염순환을 중단시켰거나 약화시켰다는 것이다(관련기사 : [카오스 강연스케치·지구 8] 해저 2만리 과학 3만리). 쉽게 말해 영화 ‘투모로우’에서처럼 북극의 바다를 찬 담수가 덮는 바람에 세계적인 한랭화가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가설은 외계 천체 충돌설인데 최근에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어쨌든 이 시기에 매머드 등 대형 포유류가 대거 멸종에 이르렀고, 우리 인류도 수렵채취생활에서 농업에 기초한 정착생활로 삶의 방식을 바꾸는 등 지구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영화 ‘투모로우’ 포스터 (©20세기폭스)

불편한 진실

지금의 지구는 간빙기의 시기로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온갖 생물이 번성하고 김경렬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의 말대로 생명체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지구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인류가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이 온난화의 정도가 도를 넘어서게 된다. 약 200년 전에 시작한 산업혁명으로 CO2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농업혁명과 목축업혁명은 아산화질소(웃음가스)와 메탄의 증가를 초래했다. 아산화질소(N2O)와 메탄(CH4)도 모두 온실가스로 각각 질소비료와 가축에서 나온다.


지구온난화가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키일링 곡선(Keeling Curve)’이다. 1958년부터 지구 이산화탄소의 양을 나타낸 그래프로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임을 보여주는 자료다.

키일링 곡선

지구온난화가 초래하는 가장 큰 위험은 해수면 상승이다. 만일 지구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대략 50~60m 상승하는데 이는 대재앙이다. 왜냐하면 현재 70억의 인구 중 절반 이상이 저지대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가 잘 아는 휴양지 몰디브섬과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서서히 물에 잠기고 있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이를 저지하는 마지노선으로 지구온난화를 2도 내로 막자고 합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1995년 오존층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파울 크루첸(Paul J. Crutzen)은 그래서 지금의 시대를 인간세(인류세; Anthropocene)라 부를 것을 주장했다. 산업혁명 이후 급속한 온난화로 지구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그대로 방치하면 여섯 번째 대멸종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고 ‘세’를 가르려면 그에 상응하는 지층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지층이 없다는 것이다. 강연 후 패널토의 때 우스갯소리로 나온 얘기지만 인간세 지층이 있다면 아마 플라스틱과 닭뼈가 주종을 이루지 않을까?

 
참고로 ‘Anthropocene’은 보통은 인류세로 번역되고 있는데 김경렬 교수는 인류 전체보다 개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인간세를 사용할 것을 건의했다. (강연 후에 청중 투표가 있었고 압도적 차이로 ‘인간세’가 채택되었다. 그래서 이 글에서도 인간세로 쓰기로 한다.)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인간세’ 개념을 창안한 크루첸 박사

인간의 양심

찬반 논쟁의 잡음이 끊이지 않지만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는 인간의 노력도 줄기차게 전개되어 왔다. 우리나라에 올림픽이 있었던 1988년은 환경운동에 있어서도 각성의 해였다. 매년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을 선정했던 타임(Time)지가 1988년에는 ‘올해의 행성(Planet of the Year)’로 바꿔 지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일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의 설립으로, IPCC는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의 위협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07년 IPCC는 4차보고서에서 키일링 곡선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현재의 지구온난화가 인간 활동에 의한 것임을 확인한다. 이 업적으로 2007년 IPCC는 환경운동가 엘 고어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엘 고어는 ‘불편한 진실’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세상에 알렸다.)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대략 1/3은 화력발전에 의해, 1/3은 기업이나 국가의 활동에 의해, 나머지 1/3은 개인의 활동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화력발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는 게 시급하다. 태양광, 풍력, 파력(波力), 조력 등. 개인의 비중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지구인 모두의 노력이 중요하다.


환경보존도 중요하다. 숲의 중요성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기지만 습지보존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측면이 있다. 독특한 습지의 생태계로 1년에 2~10mm의 땅이 새로 생긴다는 사실이다. 이는 매년 2.5~3.5mm의 해수면 상승을 상쇄할 수 있는 수치이다. 또한 ‘블루카본’(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열대 지방 하구에서 형성되는 맹그로브(홍수림; 紅樹林)의 보호도 이런 취지이다.

파키스탄 카라치 해변의 맹그로브

한때 자주 들리던 오존층 파괴 소식이 요즘 뜸하다. ‘몬트리올 의정서’로 염화불화탄소(CFCs)의 생산과 사용을 규제해서 오존층의 파괴를 막는 데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다만 더 많은 산업과의 연관성과 국가 간 불균등 소비로 인한 갈등으로 해결하기 더 힘든 게 사실이다.

 
지구는 절묘한 행성이다. 생명이 탄생하고 번성하기에 최적의 위치와 크기, 다양한 조건을 완비한 행성이다. 아직 우린 우주 어느 곳에서도 지구와 유사한 생명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섯 번의 대멸종 사건이 있음에도 생명은 살아남았다. 만일 크루첸 교수의 ‘인간세’ 제안에 여섯 번째 대멸종의 암시가 담겨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자존심은 상처받아야 한다. 자연현상이 아닌 생명 자체에 의한 대멸종의 위협은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이다.

글 : 카오스재단 김남식 사무국장/ 사진 : 카오스재단 제공

참고
KAOS ‘지구’ 강연 중 9강 ‘인간세, 지구의 미래를 걱정한다’
강연자 : 김경렬(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
패널 : 이정은(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 교수)
강호정(연세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사회자 : 이은영(사이언스북스 편집장)
강연 영상 : 카오스재단(http://www.ikao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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