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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6.12.20 조회수 | 2,472

[카오스 강연스케치·지구 8] 해저 2만리 과학 3만리

12 : 3

12는 달에 발자국을 남긴 사람의 숫자다. (달에는 대기가 없어서 외부에서 소행성이 떨어지지 않는 한 한번 찍힌 발자국은 그대로 남는다.) 그렇다면 3은? 수심 1만 미터 이상 들어간 사람의 숫자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중 한 명은 영화 ‘타이타닉’과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이다. 당시 59세의 나이로 ‘딥시 챌린저(Deepsea Challenger)’를 타고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 마리아나 해구를 다녀왔다. 그가 남긴 말이 재미있다. “그곳은 달 같았어요. 마치 다른 행성에 다녀온 기분이에요.”


영화 아바타 포스터


제임스 카메론 감독

그 먼 달에도 12명이나 다녀왔는데 왜 심해에는 3명밖에 다녀오지 못했을까? 물론 관심이 덜했던 탓도 있겠지만 심해는 그만큼 들어가기 어렵다. ‘어마무시’한 수압 때문에 이를 견딜 수 있는 잠수정을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0미터마다 1기압이 상승한다고 하니 1만 미터에서는 1000기압 즉 1제곱센티미터당 1톤의 무게가 실리는 꼴이다. 대충 엄지손톱 위에 코끼리를 한 마리 올려놓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5리터 물통과 ‘유서는 썼습니까?’

당연히 심해잠수정을 만드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크게 만들 수가 없다. 그래서 심해잠수정에는 화장실이 없다. 지구 8강의 강연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김웅서 박사도 5000미터 심해에 다녀왔다. 화장실이 없어서 심해에 들어갈 때는 5리터 물통을 가져간다고 한다. 또 항상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입수하기 전 동료들이 물어본다고 한다. “유서는 썼습니까?” 심해 탐사는 로맨틱하지 않다.


김웅서 박사는 어릴 때 쥘 베른의 ‘해저 2만리’를 읽고 바다 탐험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네모선장이 아로낙스 박사와 함께 노틸러스호를 타고 해저를 누비는 이야기다. 10년 전 ‘과학동아’에 그가 쓴 글의 제목이 ‘해저 2만리, 과학 3만리’이다. 그리고 부제가 ‘21세기의 해양과학자 네모선장’이다. 해양학자로서의 그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얄궂게도 그가 탄 심해잠수정 이름도 ‘노틸’이었다. 여러모로 그의 꿈이 이루어진 게 아닐까?

심해잠수정 노틸호에 탄 김웅서 박사 (출처 김웅서)

천년 ‘열염순환’(Thermohaline Circulation)

‘대류’라는 현상을 아는가? 찬 물질이 내려오고 더운 물질이 올라가면서 전체 계가 빙글빙글 돌며 섞이는 현상이다. 지구 껍질 밑 맨틀이라는 곳도 대류가 일어나면서 지각판을 움직이고 판과 판 사이에서 지진과 화산 활동을 일으킨다.

바다에서도 거대한 대류 현상이 일어나는데 그 힘의 발원지는 북극이다. 북극의 물은 당연히 차서 밀도가 높다. 게다가 얼음이 얼 때는 염(소금)이 빠져 나가기 때문에(북극의 물이 더 짜다는 말이다) 물의 밀도는 더욱 높아져서 무거워진 물 덩어리가 심해로 가라앉는다. 이게 거대한 순환의 시작이다. 이 물이 대서양을 따라 하강하다 남극 근처까지 내려가고, 남극 대륙 주위를 돌다 한 줄기는 인도양 쪽으로 갔다가 다시 대서양 쪽으로, 또 다른 줄기는 태평양 쪽으로 흘러 들어가 인도양을 거쳐 첫 번째 줄기와 합친다. 이것이 대서양으로 흘러들어가 거대한 순환을 끝낸다.

이렇게 한 바퀴를 도는 데 무려 천 년이 걸린다고 한다. 아래 그림을 보면 파란 색이 찬 물, 바다 밑을 흐르는 줄기이고, 빨간 색이 따뜻한 물, 바다 표면을 흐르는 줄기이다. 그런데 맨틀대류도 천년 열염순환도 인간은 이걸 도대체 어떻게 알아낸 것일까? 2016년 11월 14일 68년 만에 가장 큰 달 ‘슈퍼문’이 뜨고 그것이 해수면 상승을 일으킨다고 했다. 정말로 달이 바닷물을 끌어당기는 걸까? 과학은 생각할수록 거짓말 같은 이야기들이다.

눈 내리는 심해

바다 속에서도 눈이 내린다! 바다 표면의 생물체의 배설물이나 사체 등이 유기물 조각이 되어 천천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데 이게 바로 ‘바다눈(marine snow)’이다. 이 바다눈은 심해에 사는 생물에게는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축복’이다. 혹독한 심해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생물은 많지 않다. 먹잇감이 적다는 말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하늘에서 먹이가 마구 쏟아져 내린다니. 이 또한 거짓말 같은 이야기다.


바다눈 (출처 flickr @Ocean Networks Canada)

심해 환경은 워낙 혹독해서 이 곳에서 살아남은 생명체는 독특한 모습과 생활사를 갖고 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외계생명체가 따로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환경에 적응한 위대한 진화의 산물일 뿐이다.


영화 에일리언 괴물의 모델이 된 심해생물 프로니마(phronima) (출처 flickr @mrccos)

 
블롭피시(blobfish)

심해에는 무엇보다 생명의 비밀이 숨어 있다. ‘열수분출공’이 그것이다. 지구 내부의 물질과 에너지가 지각을 뚫고 솟아오르는 곳이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열수분출공을 중심으로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된다. 그리고 그 생태계의 중심에는 화학합성을 하는 세균들이 있다. 이들은 빛과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지열과 황화수소 등을 이용해서 영양분을 합성한다.


많은 과학자들은 생명의 기원이 이것과 관계 있다고 믿는다. 더군다나 ‘지구 눈덩이 가설’이 거의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지금, 적도까지 꽁꽁 얼어붙은 환경에서 생명 진화의 끈을 유지할 수 있었던 곳이 있다면 바로 이 열수분출공이었을 것이다.


지구 내부의 물질과 에너지가 지각을 뚫고 솟아오르는 곳, 열수분출공

해저 2만리, 과학 3만리

바다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그곳엔 아직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수많은 자원들과 풀지 못한 수수께끼가 숨어 있다. 김웅서 박사의 ‘해저 2만리, 과학 3만리’라는 제목에는 그 보물창고를 찾겠다는 과학자의 의지가 담겨 있다.

중국의 ‘해양굴기(海洋堀起, 바다에서 일어섬)’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뇌를 정복한 나라가 21세기를 지배한다”라는 말이 있다. 바다로 말하자면 이를 과거형으로 바꿔야 한다. “바다를 정복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했다!”

글 : 카오스재단 김남식 사무국장/ 사진 : 카오스재단 제공

참고
KAOS ‘지구’ 강연 중 8강 ‘심해, 비밀의 문을 열다’
강연자 : 김웅서(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패널 : 김동성(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이판묵(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
사회자 : 박민아(‘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 저자)
강연 영상 : 카오스재단(http://www.ikao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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