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타캐스트

등록일 | 2016.12.15 조회수 | 1,230

[카오스 강연스케치·지구 7] 아주 작은 것들과의 동행

호모 사피엔스는 거의 20만 년 동안 세균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19세기 중엽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파스퇴르 등에 의해 아주 작은 것들의 존재가 하나씩 확인되기 시작했다. 세균보다 더 작은 바이러스는 19세기 말 담뱃잎에서 발견되었다. 지금은 보다 발전한 현미경으로 이런 작은 것들의 존재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

미세먼지도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는 미세먼지의 존재를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다락이나 창고에 쌓이는 먼지를 보고 누구라도‘아 공기 중에는 보이지 않는 먼지가 생각보다 많구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을 거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의 생각일 뿐 우리는 그 존재를 거의 의식하지 않고 지낸다. 하지만 과학의 조명을 받자 미세먼지는 그 심상치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에어로졸(aerosol)이라 부르기도 하는 미세먼지는 그 지름이 10㎛ 이하의 작은 알갱이다(PM10). 특히 지름이 2.5㎛ 이하인 경우 초미세먼지라 부르는데(PM2.5) 이것은 신체에 더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아무래도 더 작은 것이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을 테고, 따라서 신체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전문가인 박록진 교수의 강연 중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많은 미세먼지가 자연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이었다. 아래 표는 환경부가 발표한 2012년 서울의 초미세먼지 성분도이다. 이 중에서 암모늄, 유기탄소, 해염 입자가 자연산인데 그 비율을 합치면 49%,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암모늄은 주로 가축과 같은 동물의 배설행위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때문에 생기고, 유기 탄소는 식물이 내뿜는 기체에서 발원한다. 
 


초미세먼지의 화학적 조성비 (서울, 2012 환경부)

2012년 한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25㎍/㎥이었고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기준이 10이라면 우리는 이미 ‘자연산’만으로도 그 기준치를 훌쩍 넘은 셈이 된다. 이를 교수님께 질문하자 아직 자연산 초미세먼지가 정확히 신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해악에 대해 정확히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지구과학계에서는 이것이 아주 핫한 주제고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세균 얘기로 이 글을 시작한 것은 그 야누스적 성격 때문이다. ‘세균’하면 우리는 보통 나쁜 것을 떠올리지만 과학을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세균이 없다면 다른 생물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거다. 심지어 우리 인체를 ‘세균과 동거하는 거대한 공생의 장소’라고 말한 과학자도 있다. 의식하지는 못했겠지만 오랜 진화 과정 동안 세균과 우리 인간 그리고 다른 생명체들은 절묘한 공생의 길을 함께 더듬어 찾아왔을 것이다.

미세먼지도 그렇다. 미세먼지의 좋은 영향 중 밝혀진 것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구름의 응결핵(구름 입자)으로 작용한다는 거다. 미세먼지가 없이는 애당초 비의 씨앗이 되는 입자가 형성될 수 없다는 말이다. 둘째로는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효과다. 미세먼지에는 구름을 만들어 햇빛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거대한 화산 분출 후에 화산재로 인한 햇빛 차단 효과 때문에 지구의 평균온도가 하락한 통계자료도 있다. 그렇다고 미세먼지 문제를 그대로 두자는 말은 아니다. 지나친 미세먼지는 인체에 바로 치명적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 미세먼지에 대한 오해 3종 세트

 

1. 중국발 미세먼지가 원흉이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산업화되면서 더욱 많은 미세먼지가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날아오고 있고 그것이 문제의 주범이라는 얘기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중국의 영향은 30~50% 정도이다. 위의 표에도 있듯이 한국에서의 자동차와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질산염과 황산염도 중요한 원인이다.
 

 

2.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그래서 방송도 많이 타고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통계자료를 보면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대체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정부도 향후 연간 약 1조 정도의 예산을 투여해서 미세먼지 문제를 완화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물론 우리나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지만 정작 미세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일 것이다.

 


한국에서의 미세먼지 농도의 연변화(박록진 교수의 강연자료)

 

3. 안녕, 고등어구이여!
이것은 해프닝에 가깝다. 기상청에서 실내에서 고등어나 삼겹살을 구우면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하게 나빠질 수 있다고 쓴 기사가 와전된 결과다. 실내 미세먼지와 대기 중의 미세먼지는 다른 얘기다. 아무리 많은 가구가 고등어구이를 굽는다 해도 그것이 대기 중의 미세먼지에 직접적 영향을 줄 거라는 상상은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이다. 그래도 이 기사가 도움이 되었다. 실내에서 뭔가를 구울 때는 꼭 환기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부각시켰으니.

 

고등어 해프닝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두려움은 인간의 정신적 면역계를 무력화시킨다는 것이다. 첫째, 공포에 사로잡히면 위기에 대처하는 뇌의 능력이 상당히 저하된다. 우리가 위기 상황에 대처해서 평상시 훈련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이 공포를 느끼면 말 그대로 ‘머리 속이 하얘지기’ 때문이다. 미국 9.11 테러 때 많은 사람들이 침착하게 건물을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에 소방훈련을 많이 했기 때문이란다.

 

 

둘째, 두려움은 ‘나쁜 종교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위기 상황일수록 이상한 루머와 말도 안되는 이론이 사회에 횡행한다. 큰 지진이 나면 꼭 이상한 얘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간다. 목성에 혜성이 충돌하고 다른 혜성이 지구를 향한다고 하니 미국의 어느 광신도 집단이 집단자살을 선택했다. 두려우면 무언가를 믿고 싶고 의지하고 싶어진다. 바이러스는 그 틈을 여지없이 파고든다.

 

박록진 교수의 강연은 이 사실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끼게 했다. 과학강연은 미세먼지에 관한 미신과 맹신과 광신을 시원하게 쓸어버렸다. 그 주제가 두려움의 대상일수록 과학을 들을 줄 아는 귀와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과학이야말로 여러분 머리 속의 뿌연 미세먼지를 걷어내고 깨끗한 시야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오랜 시간 동안 아주 작은 것들과 동행해 왔다. 그리고 그만큼 오랫동안 그 존재를 무시해 왔다. 아니 의식하지조차 못했다. 사실 세균도 먼지도 생명의 존재와 불가분으로 얽혀있다. 거시적인 빅뱅과 우주가 얽혀있듯이. 그리고 그 작은 존재들이 그 동안 참아왔던 얘기들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다. 우리는 이 작은 것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글 : 카오스재단 김남식 사무국장/ 사진 : 카오스재단 제공

 

참고
KAOS ‘지구’ 강연 중 7강 ‘미세먼지는 지구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까’ 

강연자 : 박록진(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패널 : 우정헌(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
정구희(SBS 기자)
사회자 : 이은영(사이언스북스 편집장)
강연 영상 : 카오스재단(http://www.ikaos.org)


 



[ⓒ 인터파크도서 북DB www.book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파크도서 북DB

인터파크도서에서 운영하는 북디비(BOOKDB)는 국내외 작가, 출판사 DB를 총망라한 도서 정보 사이트로, 작가 랭킹 서비스로 새로운 도서 선택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가 인터뷰, 연재, 리뷰, 만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카오스 강연스케치·지구 8] 해저 2만리 과학 3만리 201612.20
[카오스 강연스케치·지구 6] 극지에서 온 소식 201612.12
댓글 주제와 무관한 댓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 300자

    작가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