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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6.12.12 조회수 | 1,812

[카오스 강연스케치·지구 6] 극지에서 온 소식

이상기후의 원인은?

누가 이리도 다정한 소식 보내 오는가
받아 쥐고 돌아서면 금방 눈물이 되는

눈을 손에 받아 쥐면 돌아서기도 전에 그것은 ‘눈물’이 된다. 권경업 선생의 ‘눈’이라는 시다. ‘눈’ 하면 우리에게 떠오르는 것은 이런 따스한 느낌이다. 슬프지만 ‘다정한 소식’이다.

지난겨울엔 제주도에서 카오스재단 워크숍이 있었다. 원래 1박 2일로 예정된 일정이었지만 폭설로 공항이 폐쇄되고 발이 꽁꽁 묶였다. 덕분에 함께 간 과학자들과 하루 더 묵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당연하게 이상기후 얘기도 나왔고 지금 생각하면 참 무식한 질문을 한 것 같다.


“교수님, 지구온난화라고 하는데 웬 혹한과 폭설인가요?”
“고무밴드가 극지의 찬 공기를 꽁꽁 감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극지의 기온이 상승하면 그 밴드가 느슨해져서 일부 지역으로 찬 공기가 남하하게 됩니다. 지구온난화가 오히려 겨울 혹한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카오스 지구 강연 첫 연사였던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의 답변이었다. 창 밖에서 휘몰아치는 눈을 보며 생각했다. ‘이게 정말 극지에서 보내온 소식일까?’ 하지만 그날 제주도의 폭설은 권경업 시인의 ‘다정한 소식’은 아니었다.

 
이러한 이상기후에 대한 나의 무지를 한 방에 날려버린 책이 <극지과학자가 들려주는 기후변화 이야기>(하호경, 김백민 공저)였다. 책을 읽고 나자 나는 마치 지구가 한 마리 커다란 짐승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는 국지적으로 작게 움직일 뿐만 아니라 엄청 큰 스케일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용틀임이 이상기후의 원인이었다. 지금부터 내가 이해한 방식대로 최대한 간단하고 쉽게(?) 겨울철 이상한파의 원인을 설명해 보겠다.

 
찬 공기는 고기압이다. 공기가 차가워지면 부피가 줄고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극지에는 당연히 고기압이 형성된다. 그러면 극지 상공에는 거꾸로 강력한 저기압이 형성된다. 지상의 고기압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상공에는 공기가 밀려드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저기압을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의 제트기류가 형성된다. (어째서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직선으로 바람이 불지 않고 저기압을 왼쪽에 두고 등압선을 따라 바람이 부는지가 궁금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책을 읽어야겠다.) 이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바람으로 북극 상공의 찬바람이 남하하는 걸 막아준다. 이 제트기류가 바로 이강근 교수가 말한 극지의 찬 공기를 꽁꽁 묶는 고무밴드였다!

제트기류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극지의 ‘고무밴드’와 아열대 ‘고무밴드’

자, 이제 북극의 기온이 상승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극지의 고기압이 약해지고 따라서 상공의 저기압도 약화된다. 세차게 불던 제트기류의 고리도 힘을 잃어 마치 뱀처럼 꿈틀거리며 흐르게 된다. 탄성이 약해진 고무밴드가 늘어져 지름이 넓어진 상태를 생각하면 된다. 그럼 극지 제트기류는 위의 그림에서 아열대제트기류 위쪽까지 내려오게 된다. 한국이 있는 동아시아까지. 이에 따라 상공의 찬 공기가 남하하는 곳과 북상하는 곳이 생긴다. 남하하는 곳에서 바로 겨울철 이상한파가 찾아온다.

극지의 제트기류를 따라 형성된 구름

놀랍게도 여름철 폭염도 제트기류와 연관된다. 하지만 당연히 그 메커니즘은 다르다.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김백민 박사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여름철에는 제트기류 약화로 수증기를 이동시키는 이동성 고기압과 저기압이 약화되어 미국과 동아시아에 폭염과 가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복잡하지만 겨울철 한파도 여름철 폭염도 극지에서 보내온 소식인 것이다. 지구는 정말 커다란 한 마리 심술궂은 짐승 같다!

정리해보자.

북극 기온 상승 > 북극 상공 저기압 약화 > 제트기류 약화 > 한파 or 폭염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우리! 

당연하게도 김백민 박사 강연의 핵심 주제는 ‘지구온난화’였다. 물론 우리는 다음 질문이 가장 궁금하다: ‘지구온난화는 사실인가?’ 아니 보다 정확하게 ‘인간 활동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가?’

“인간 활동에 의한 CO2 증가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것에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이견이 없다!”

김백민 박사의 명쾌한 답이다. 사실 지구온난화 자체를 부정하거나 인간이 미치는 영향이 미약하다고 주장하는 소수의 과학자도 있다. 하지만 그 비율을 따져볼 때 지금은 과학계가 지구온난화를 거의 인정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전체 대기의 0.04%밖에 차지하지 않는 CO2가 과연 지구온난화의 주범일까? 그 비밀은 여러 가지 되먹임 효과에 있다. 온도상승으로 극지의 얼음이 녹으면 햇빛을 반사하는 효과가 줄어들고 따라서 온도가 더욱 상승한다. 또한 동토층이 녹으면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방출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 (참고로 메탄가스는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의 20배다.)

이런 식으로 온실가스는 되먹임 효과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증폭시킨다. 또 지구온난화는 지역적으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극지방의 온도 상승폭이 가장 크다고 한다. 제트기류의 약화와 이상기후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 가속되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평균온도는 1.2도 상승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는 상승폭을 2도 내로 줄이는 것에 합의했다. 2도가 넘으면 대재앙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후협약이라는 게 좀처럼 신뢰가 안 간다. 나라마다 생각과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리적 구속력도 없으니 더욱 그렇다. 하지만 어쩌랴, 지금은 무엇이라도 할 수 밖에 없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강연 말미에 극지에서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남극이었다! 남극의 장보고 기지와 실시간으로 연결한 것이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지구의 건강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몸이 불편한 가운데에서도 한승우 대장은 반갑게 남극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남극 장보고 기지(사진출처 극지연구소)

그러나 좋지 않은 소식도 있었다. 올 4월 장보고기지 근처에서 여의도 면적의 50배에 달하는 빙산이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우리의 마음도 쿵 하고 내려앉는다.

글 : 카오스재단 김남식 사무국장/ 사진 : 카오스재단 제공

참고
KAOS ‘지구’ 강연 중 6강 ‘뜨거워지는 지구, 급증하는 기상이변, 왜?’
강연자 : 김백민(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패널 : 안병옥(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최용상(이화여대 환경공학부 교수)
사회자 : 박민아(‘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 저자)
강연 영상 : 카오스재단(http://www.ikao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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