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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6.12.05 조회수 | 2,643

[카오스 강연스케치·지구 5] ‘지진 났어요, 그리 아세요’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한반도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였다. 정부의 늦장대응에 민심은 술렁였다. 기상청은 그렇다 치고 국민안전처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가?(국민안전처는 세월호 사건 이후 신설된 기관이다.) 9월 19일 중앙일보 ‘송호근 칼럼’에 ‘지진 났어요, 그리 아세요’라는 제목이 떴다. 정부의 수수방관을 꼬집은 말이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출처 Flickr @Gerald Simmons)

이해가 가기도 한다.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지진 참사 얘기가 우리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생각이 이미 우리의 무의식 속에 깊게 박혀 있는 건 아닐까? 적어도 지진과 화산 같은 자연재난과 동떨어진 한반도는 축복받은 땅이라는 생각이. 그래서 우리에게도 ‘OO에서 지진 났대요, 그리 아세요,’ ‘OO에서 화산 터졌대요, 그리 아세요’와 같은 태도가 만연되어 있는 건 아닐까?

 
최근에 발생한 대형 지진을 살펴보자. ▲ 1995년 일본 고베 지진(규모 6.9) 5500명 사망 ▲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지진(규모 9.1) 28만 명 사망 ▲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규모 7.9) 8만7000명 사망 ▲ 2010년 아이티 지진(규모 7.0) 31만 명 사망 ▲ 2011년 동일본 대지진(규모 9.0) 2만 명 사망 ▲ 2015년 네팔 지진 (규모 7.8) 7800명 사망.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 참사

여기에서 우리는 지진의 규모와 인명 피해가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과학적으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지진의 ‘규모’와 ‘진도’를 구분하는 문제이다. ‘규모’는 객관적 척도다. 지진을 폭탄에 비유하자면 폭탄이 갖고 있는 에너지 총량이다. 따라서 규모는 장소에 관계없이 하나의 지진에 대해 하나의 값만을 갖는다. 하지만 폭탄이 터졌을 때 그 위력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이것이 ‘진도’이다. 따라서 피해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규모가 아니라 진도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재난에 대해 얼마만큼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일본은 많은 지진을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훌륭한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당연히 지진의 위력에 비해 그 피해가 최소화된다. 해당 칼럼을 쓴 송호근 서울대 교수의 지적이 바로 이것이다. 준비만 되어 있다면 더 이상 재난이 아니다.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2010년 아이티 지진

한반도의 지진과 관련해서는 먼저 ‘판내 지진’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지진과 화산활동은 판과 판의 경계면에서 발생하지만 판에서부터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것이 ‘판내 지진’이다. 보통 그 규모와 빈도는 작고 낮지만 진원의 깊이가 지표(진앙)에서 가깝고(5~15km) 도시와 근접한 경우가 많아 중규모의 지진으로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또한 주목해야 할 것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한반도 단층에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이다. 이것이 경주와 울산 지역에 지속적인 지진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었을 거라는 점에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9월 경주 지진 이후 중대형 지진이 또 발생할까? 이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어떤 과학자는 응력이 해소되어 더 이상 큰 지진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하고 어떤 과학자는 한쪽에서는 응력이 해소되었지만 다른 쪽에는 오히려 쌓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백두산은 폭발할까?

또 하나의 궁금증이 있다.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에 영향을 줄까? 홍태경 연세대 교수는 북한의 갱도내 핵실험이 기포 발생을 자극하여 백두산 폭발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천지의 10~12km 지하에는 마그마로 이루어진 방이 존재하고 이 방안에서 엄청난 양의 고압가스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고압가스가 팽창해 엄청난 화산쇄설물(화산재 및 부석)을 동반한 대폭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특히 천지 지하에서 발생하는 잦은 ‘화산성 지진’으로 천지에 담긴 20억 톤의 물이 지하 암반 틈새를 따라 지하 마그마와 만나는 경우 더 큰 화산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폭발의 규모는 10세기의 대폭발보다는 훨씬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 위키백과

 

생명을 위협하는 지진과 화산 같은 자연재해는 역설적으로 지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맨틀 대류는 판운동으로 이어지고 거대한 땅덩어리가 움직여 다니다가 때로는 갈라지고 흔들리고 때로는 지각을 뚫고 지구 내부의 물질이 솟구쳐 올라오는 것이다. 결국 맨틀 대류는 지구 물질 순환의 원동력이고 이것이 바로 생명 발생의 원동력이다. 어떤 의미에서 지진과 화산은 생명체로서의 우리 지구인이 숙명적으로 떠안고 살아야 할 존재들인 것이다.


한반도에서 상대적으로 이러한 자연재해가 드물다고 해서 관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지진과 화산의 문제이든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의 문제이든 이것은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적 문제이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인 것이다. 경주 지진은 이것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지진과 화산은 모두 지구의 활동이고 지구는 ‘남의 지구’가 아니다.

 
 

홍태경 교수의 최종 결론도 마찬가지다. ▲ 한반도는 지진과 화산 같은 자연재난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 따라서 우리는 지진과 화산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

 

 

글 : 카오스재단 김남식 사무국장/ 사진 : 카오스재단 제공

참고
KAOS ‘지구’ 강연 중 5강 ‘명종대왕을 반성케한 지진’
강연자  : 홍태경(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패널 : 선창국(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
정승영(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
사회자 : 박민아(‘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 저자)
강연 영상 : 카오스재단(http://www.ikao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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