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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6.11.28 조회수 | 1,705

[카오스 강연스케치·지구 4] 지각이 전합니다, ‘위아더월드’

11월 음악계 가장 큰 뉴스는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 로스의 내한이 아닐까. 1994년 데뷔를 했으니 벌써 20년이 넘은 노장 밴드지만,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시규어 로스는 영원한 젊음이다. 특히 이 밴드는 아이슬란드 자연 풍광을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음악이 특징이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거의 아이슬란드 관광청 홍보대사 수준이다.

갑자기 시규어 로스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4강 최덕근 교수의 강연 중에 아이슬란드 팅벨리르(Thingvellir) 국립공원 사진이 나와서다. 사진만 봐도 ‘아, 떠나고 싶다.’ 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곳은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곳이다. 판과 판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이동(발산경계)을 하면서 긴 틈이 생겼다. 관광객들은 왼쪽엔 북아메리카 판, 오른쪽은 유라시아 판을 보면서 걸을 수 있다. 판구조론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셈.

팅벨리르 국립공원(출처 : 위키피디아 / 사진 : zairon)

판구조론에 대해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자. 지구의 암석권(지각과 맨틀의 딱딱한 상층부)이 서로 구분되는 몇 개의 판으로 구분되어 있고, 이것이 유체와 비슷하게 행동하는 연약권 위를 떠다닌다는 가정 하에 지각변동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1970년대에 확립되면서 지구과학계에 패러다임 혁명을 가져왔다.

판구조론은 5억 년 전 살았던 삼엽충을 통해 유추하게 되었다. 영국 내에서 각기 다른 형태를 지닌 삼엽충이 발견되었다. 존 윌슨(John Tuzo Wilson)이란 학자는 영국 웨일즈 지방에는 유럽형 삼엽충이, 스코틀랜드 지방엔 (미국에 살았어야 할) 북아메리카형 삼엽충이 살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지금은 같은 영국 영토라도 5억 년 전엔 서로 다른 대륙이었다는 의미다. 대륙은 붙었다 떨어졌다하면서 움직였던 것.

​영국 웨일즈, 스코틀랜드에서 발견된 각각 다른 종류의 삼엽충은, 이들 지역이 과거 서로 다른 대륙이었음을 증명한다
(출처 : 최덕근 교수 강연자료) 

영국 웨일즈 지방과 스코틀랜드 지방의 예가 와닿지 않는다면 강원도 태백과 영월은 어떨까. 최덕근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현재 두 지역은 50km도 안 떨어져 있지만, 5억 년 전엔 1,000km이상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두 지역의 삼엽충은 완전히 다른 형태를 띤다는 것이 그 증거. 주말에 강원도 태백과 영월 여행을 하면서 지형을 유심히 보는 것도 좋겠다.

패널토의 때 최덕근 교수는 5억 년 전 퇴적층을 살필 수 있는 태백 구문소(천연기념물 417호)를 여행지로 추천한 바 있다.

​태백 구문소(출처 : 문화재청)

판구조론은 지진과 관련이 깊다. 2008년 중국 쓰촨성엔 규모 8.0의 지진이, 2015년 네팔에선 7.8의 큰 지진이 일어난다.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도 아닌데 대륙인 이들 지역에선 왜 이렇게 큰 지진이 일어날까? 바로 이 지역은 히말라야판과 인도판이 서로 충돌하는 곳(수렴경계)이기 때문이다.

딱딱하고 거대한 지각이 왜, 어떻게 움직일까?


이러한 운동의 가장 기본적인 원동력은 ‘맨틀의 대류’이다. 온도차로 인한 밀도차이 때문에 유체 상태의 맨틀이 서서히 움직이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차고 무거운 맨틀은 아래로 가라앉고, 뜨겁고 가벼운 맨틀은 상대적으로 위로 오르면서 그 위의 지각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방금 대륙판과 대륙판이 부딪치는 곳을 수렴경계라고 했는데 해양판과 대륙판이 부딪히는 수렴경계도 있다. 이 곳에서는 대륙판보다 훨씬 무거운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쪽으로 파고들며 맨틀 하부로 가라앉는다. 이것 또한 맨틀 순환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판구조론 설명도(출처:최덕근 교수 강연자료)

또한 1990년대 들어서 지진 단층촬영(토모그래피 tomography)이 발달하였다. CT촬영을 통해 몸 속 구조를 알듯이 토모그래피를 통해 지구 내부의 구조와 온도 등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부터 맨틀 하부에서 지표면까지 향하는 고온의 열기둥과 지표에서 맨틀 하부로 향하는 저온의 열기둥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열기둥을 플룸(plume)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제는 판구조론에 이어서 플룸구조론까지 나왔다. 지구 내부의 과학 내용 중 핵심을 다 이야기한 셈.

“판구조론은 주로 겉 부분의 이야기이거든요. 겉에 한 200~300km 안에서 일어나는 그런 현상을 다루는데 반해서, 플룸구조론은 훨씬 더 깊은 데 움직임을 말합니다. 판구조론과 플룸구조론을 같이 엮어야 우리가 지구의 움직임을 이해할 수 있어요” - 최덕근 교수

그럼 한반도 땅덩어리는 어떻게 생겼을까?

지금부터는 최덕근 교수의 연구결과다. 최 교수에 따르면 한반도는 크게 3부분으로 나뉠 수 있다. 북부, 중부, 남부. 정확히는 북부지괴, 중부지괴, 남부지괴다. 지괴는 역사적으로 함께 움직인 땅덩어리를 묶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북한 땅에 해당하는 영역을 모두 북부 지괴로 보고, 이 아래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강원도 북쪽 지역을 중부 지괴, 경상도, 강원도 남쪽 지역을 남부 지괴라고 말한다.

한반도는 북부, 중부, 남부 3개의 땅으로 나뉘어 있다(출처 : 최덕근 교수 강연자료)

한 마디로 우리 한반도는 겉으론 1개의 땅이나 실제론 3개 역사가 다른 땅이 있다는 것. 중국은 크게 두 가지 땅 중한랜드, 남중랜드로 나뉠 수 있다. 중한랜드가 지금의 북부와 남부가 되었고, 남중랜드는 지금의 중부가 되었다고 한다.

강의 내용을 다 듣고 나면 1985년 라이오넬 리치와 마이클 잭슨 등 당대 탑스타 45명이 아프리카 난민을 위해 불렀던 노래 ‘위아더월드(We Are The World)’가 떠오른다. 대륙은 10억 년 전 로디니아(Rodinia)라는 하나의 초대륙이었다가 떨어지고, 3억 년 전에 판게아라는 초대륙으로 붙고, 그러다 1억 8천만 년 전엔 곤드와나와 로라시아로 나뉜다. 붙고 그러다 떨어지고...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은 결국 지구 안에 하나이자 여럿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전쟁, 기아, 재난, 난민, 환경문제 등에 함께 고민하는 게 아닐까.

글 : 카오스재단 김수현 팀장/ 사진 : 카오스재단 제공

참고
KAOS ‘지구’ 강연 중 4강 ‘한반도 : 10억 년 전으로의 시간 여행’
강연자 : 최덕근(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
패널 : 정해명(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박정웅(現 숭문고등학교 교사, 한국지구과학교사협회장)
사회자 : 박민아(‘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 저자)
강연 영상 : 카오스재단(http://www.ikao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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