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타캐스트

등록일 | 2016.11.07 조회수 | 2,231

[카오스 강연스케치·지구 2] 지구는 움직여 생명을 낳는다

지구는 생명을 품은 유일한 행성인가?

KAOS ‘지구’ 강연 중 2강 ‘지구 내부로의 여행’, 심상헌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의 강연자료 중

위의 두 이미지는 심상헌 교수의 강연자료에서 가져왔다. 지구는 생명을 품은 유일한 행성인가? 지구는 어떻게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갖게 되었나? 이것이 2강의 핵심 주제다. 그가 보내온 강연개요문의 서두는 이렇다.

 

지구상에서 몇 안 되는 맑은 밤하늘을 가진 애리조나에서도 점점 볼 수 있는 별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 수많은 별을 바라보던 우리의 조상들은 우리보다 더 근원적인 질문들에 관심이 많았을지도 모릅니다.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는 생명을 지닌 유일한 행성에 살고 있는 걸까? 어떻게 지구는 생명을 품을 수 있는 환경을 갖게 되었을까? 처음 지구 궤도에 오른 우주 비행사들도, 처음 달로 향하던 우주 비행사들도 아마 같은 생각을 해 보았을 것입니다.

서두를 읽으면서 외국 생활을 20년 가까이 했을 이가 글솜씨가 좋다는 점에 놀랐고, 딱딱한 실험실에서만 살아왔을 것 같은 이가 천문학자들의 글에서 볼 수 있는 낭만을 품고 있어서 놀랐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었다. ‘지구 내부가 이 질문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강연 중에 가장 재미가 없을 거야’

지구 강연 준비를 하던 몇 달 전, 전체 10강 제목을 쭉 훑어볼 때면 가장 한숨이 나오는 부분이 2강이었다. ‘지구 내부로의 여행’이라니. 뻔하디 뻔한 내용일 텐데 어떡하나. 대략 이런 내용이겠지.

 
‘지구는 지각, 맨틀, 핵으로 이뤄져 있다. 제일 위에 지각(crust), 그 아래 두꺼운 부분이 맨틀(mantle), 그 제일 아래 씨앗처럼 핵(core)이 있다. 지각은 대략 30km까지, 맨틀은 두꺼운 층으로 대략 3000km까지, 핵은 그 아래 쭉 퍼져 있다. 이 성분들은...’

몇 km까지가 지각인지, 그 성분이 무엇인지는 대중들이 전혀 안 궁금해 할 텐데 이러한 내용으로 한 시간을 다 채우면 3강부터는 분명 사람들이 안 올 것 같았다. 내가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지구내부 여행은 그렇게 재미가 없었다.

지각, 맨틀, 핵... 위의 내용을 강연 중에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구 내부를 다루려면 당연히 나와야 할 터, 잠시 나왔다. 그런데 이 강연은 담당자인 내게 위로를 준 강연이었고, 재단 설립 후 2년 동안 열린 전체 30개가 넘는 정기강연 중에 네이버 생중계 시청자가 가장 많았던 강연이다.

정기강연 중에는 과학계 수많은 스타강사, 석학들이 나왔다. 그런데도 대중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은 스타강사의 강연보다도 더 많은 시청자가 이 강연을 보았다는 이야기. 그 이유는 마치 추측만 무성한 ‘생명의 기원’처럼 정확히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강연을 듣다 보면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딱딱한 돌이 물처럼 흐른다

 

지구 내부는 움직인다. 알고 있었던 사실인가? 지진이 일어나는 걸 보면 당연히 움직이겠지. 하지만 고체로 이뤄진 지구 내부가 움직인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마치 물처럼 서서히 흐른다. 기적 같은 혹은 마술 같은 이야기로 들리지만 고온과 고압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1강에서 이강근 교수가 인간이 지구 내부로 겨우 12km밖에 들어가지 못 했다고 말했는데 이 역시 고온과 고압이 원인이다. 지구 중심부 온도는 약 4천 도에서부터 6천 도 사이로 추정한다. 태양 표면의 온도가 6천 도 정도라고 하니 짐작이 되는지.

 
심지어 지구 제일 중심부 핵의 주요성분인 철도 흐른다고 한다.(강연자는 철의 흐름이 태양폭풍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지자기장을 낳는다고도 잠시 언급했다.) 어쨌든 이 흐름을 대류라고 한다. 특히 지각 아래에 있는 맨틀의 대류는 윗부분 지각을 움직여서 우리가 사는 지표면의 지진, 화산, 산맥 형성 등의 원인이 된다.

 

그럼 인간이 12km 아래로 가보지 못한 고온과 고압의 세계인 지구 내부를 연구할 방법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지구 내부 연구자들이 고안한 방법은 다양하다. 심상헌 교수는 값비싼 보석 다이아몬드를 실험재료로 삼고 있다. 다이아몬드를 이용해 온도와 압력의 조건을 달리하여서 지구 내부 깊은 곳의 광물들과 암석들의 성질과 변화를 측정한다.

또 방사광 가속기를 쓰는 방법도 있다. 짧은 시간에 고압을 올리는 충격파 실험을 방사광 가속기로 한다. 참고로 얼마 전 포항에 제4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들어와서 과학계에 큰 뉴스가 된 바 있다.(<‘4세대 방사광가속기, 1000조분의 1초까지 분석’> 한국일보 9월 29일)

지구 내부에 대류가 일어나더라도 만약 지구가 한 덩어리 지각으로 이뤄져 있었다면 지진이나 화산이 크게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한 번쯤 들어본 ‘판구조’ 때문에 지구는 여러 격변을 겪는다.

 
판구조론은 간단히 말해 지구 표면은 하나가 아닌 약 40여 개의 딱딱한 판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판들이 서로 움직여 다니면서 충돌하기도 하고 갈라지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 지질학적인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의 기적, 틈

지구 내부에 관한 많은 사실을 알았지만 아직 우리는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얻지 못 했다. 그 중 두 번째 질문 ‘어떻게 지구가 생명이 탄생할 환경을 갖게 되었을까?’, 이 질문엔 여러 가지 유추할 요소가 생겼다. 지구를 둘러싼 40여 개 판에는 각자 판과 판 사이에 경계면 틈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중 ‘중앙해령’이란 곳은 대서양 차가운 바다에 생성되어 있고 북극부터 남극까지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지구 내부 대류로 인해 중앙해령의 벌어진 틈으로 고온의 물질들이 올라온다. 심상헌 교수는 말한다.

중앙해령은 대략 2000m 정도 깊이에 있는 아주 깊은 바다에 있습니다. 따라서 온도도 낮고 생명이 존재하기에 대단히 힘든 환경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뜨거운 물질이 올라옴으로써 그 주변의 온도를 높이게 되고 맨틀에서 올라온 암석들은 생명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원소를 물에 공급해 줌으로써 이 중앙해령에서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아주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즉, 지권(지구내부)과 수권(물)이 만나서 생태계를 탄생시키고 지탱하는 좋은 예가 되겠죠.


 심상헌 교수의 강연자료 중

이러한 경계면을 통해 역으로 물이나 지표면 물질이 지각 아래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물질의 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저 아래 딱딱한 돌덩어리가 1cm씩 움직이고 있고 벌어진 틈으로 물질을 보내서 생태계를 만들어 결국 생명이 존재할 환경을 만든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기적의 연속 같지만, 지구의 46억 년 길고 파란만장한 역사를 생각해보면 한 번쯤 일어날 수 있는 환상의 순간이다.

 

우리의 미래, 우리의 과거

 

다른 한 가지 질문, ‘지구는 생명을 품은 유일한 행성인가?’의 답도 역시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화성이 열쇠를 갖고 있는 것 같다. 화성에도 물이 있다고 한다. 흙 속에 고체인 얼음 형태로. 물이 있다는 건 생명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여기에 심상헌 교수는 중요한 방점을 찍는다.

 

과학자들이 생각하기에 화성은 아마도 지구보다 먼저 생명을 갖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구보다도 더 먼저. 표면 탐사 결과를 통해 어느 시점에 화성의 표면에는 물이 존재했고 대기도 비교적 생명에 친화적이었단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그러니까 화성은 지구 생명의 비밀을 담은 곳입니다. 어느 순간 생명이 번성했고, 어느 순간 모두 죽게 되었을 수 있어요. 화성은 ‘지구는 어떻게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갖게 되었나?’의 답과 ‘지구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주는 열쇠가 될지도 몰라요. 화성의 현 모습이 지구의 미래가 될지도 모릅니다.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보았는지. 외계지적생명체를 찾는 프로젝트다. 우주에 전파를 쏘거나, 우리의 존재를 알 수 있는 수학기호나 그림 같은 것을 날려보내서 외계지적생명체의 응답을 찾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 이렇다 할 응답을 받지 못했다.

 


 

심상헌 교수의 강연을 들으면서 우주를 향해 무수한 메시지를 보내고 찾아 다녀도 응답을 얻지 못 했던 이유는 어쩌면 그들 생명체가 한때 번성했다 지금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성에 생명이 존재했을 가능성은 그동안 SETI프로젝트에 관심이 있었던 내게 자그마한 위로를 주었다. 이 광활한 우주에 생명체가 지구에만 있는 것 같을 때면 우주 전체가 텅 빈 것처럼 외로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화성에 생명체가 살았거나, 적어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차갑기만 한 우주가 따뜻하게 데워지는 것 같았다.

또 다시 수억 년이 지나서 우주 나이 160억 년(현재 우주 나이는 138억 년)쯤을 생각해보자. 어쩌면 지구의 생명체가 모두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구의 과거라 일컬어지는 금성에 수억 년의 기적으로 생명체가 탄생한다면. 금성인들도 외계지적생명체의 가능성이 궁금할 터. 우주를 향해 우리처럼 수많은 전파를 보낼 것이다. 그들 중 누군가는 우주를 항해하고, 마침내 지구를 방문해서 물과 생명의 흔적을 발견할 것이다. 그는 금성인들에게 기쁨의 메시지를 보내겠지.

‘여기는 창백한 푸른 별 지구, 방금 생명의 흔적을 발견했다. 적어도 이 우주에 우리만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구로부터.’

 

 

글 : 카오스재단 김수현 팀장/ 사진 : 카오스재단 제공

참고
KAOS ‘지구’ 강연 중 2강 ‘지구 내부로의 여행’
강연자 : 심상헌(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교수)
패널 : 김은정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박사과정)
 소병달(강원대학교 지질/지구물리학부 교수)
사회자 : 박민아(<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 저자)
강연 영상 : 카오스재단(http://www.ikaos.org)



[ⓒ 인터파크도서 북DB www.book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파크도서 북DB

인터파크도서에서 운영하는 북디비(BOOKDB)는 국내외 작가, 출판사 DB를 총망라한 도서 정보 사이트로, 작가 랭킹 서비스로 새로운 도서 선택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가 인터뷰, 연재, 리뷰, 만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카오스 강연스케치·지구 3] 상식을 깬 공룡, 날다 201611.16
[과학살롱] 경이를 향한 갈망, 과학자 되기 201610.31
댓글 주제와 무관한 댓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 300자

    작가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