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타캐스트

등록일 | 2016.10.31 조회수 | 799

[카오스 강연스케치·지구 1] 먼지의 고민

별먼지, 사람

 

사람들은 왜 기를 쓰고 먼지를 닦아낼까요? 먼지는 우리가 결국 먼지로 돌아간다는 진실을 환기하기 때문이죠. 먼지에서 먼지로, 빛에서 빛으로, 사실 별이란 우주먼지 덩어리죠. 별과 사람은 구성 성분이 같다는 거 알아요? 우리가 어둠을 두려워하는 것은 빛으로 돌아간다는 진실을 일깨우기 때문이에요. 어둠을 두려워할 때 우리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빛인 셈이죠.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 2016 이상문학상 수상작 ‘천국의 문’(김경욱) 중에서

지구과학자 이상묵 교수도, 천문학자 칼 세이건, 윤성철 교수도, 죽음을 다룬 글을 쓴 어느 소설가도 말한다. 우리는 별이라고. 우리 몸의 성분은 초신성 폭발로 이뤄진 별의 잔해들이다. 그러나 별은 아름답게 표현했을 때이고, 사실 먼지다, ‘덩어리 큰 먼지’일 뿐이다.

다가가지 못한 지구의 내면

그렇다면 70억 ‘덩어리 큰 먼지’가 살아가는 지구는 어떤 곳일까. 이강근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지구의 나이는 대략 45.6억 년이고, 반지름은 6350km이다. 몸무게는 5.97×10의24제곱kg이라는데 가늠이 잘 안 된다. 대략 생각해보면 먼 거리에 있는 하늘의 저 달을 끌고 다닐 중력을 가졌으니 꽤 무겁다. 유력한 소문에 의하면 우주엔 출생의 비밀이 하나 있는데 오래 전 지구가 ‘달’이란 자식을 낳고 몰래 저 하늘에 버린 후 밤마다 지켜보고 있다고.

 2013년 7월 19일 NASA의 Cassini spacecraft(지구에서 14억5천만km 거리)에서 찍은 지구(출처 : www.nasa.gov). 화면 우측 아래 흰색 점이 지구.

하지만 이것은 겉지식일 뿐이고 지구 속마음에 해당할 내면에 대해 제대로 아는 인류는 지구상에 없다. 왜냐면 지구 반지름이 6350km인데 인류가 최고로 들어가본 깊이는 12km이다. 12km는 서울시청에서 서초구 예술의전당까지의 거리밖에 안 된다.

겨우 12km라니. 장난 같지만 사실이다. 먼 우주도 아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제대로 들어가보지 못 했다니 처음엔 참으로 의아했다. 주된 이유는 압력과 온도였다. 지구에서 1km씩 내려갈 때마다 15도 이상 온도가 올라간다. 지하 12km가 180도였다고 한다. 중심부 온도는 5000~6000도로 추정하고 있다. 또 냉전시대 이후 경제논리로 인해 관련 지원이 끊겨 연구를 하지 못한 탓도 있다고.

 

1983년 12km를 달성한 러시아(당시 소련)이 발행한 기념우표. 목표는 15km였으나 아직 지구인 중에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럼 뜨겁지 않은 바다는 제대로 가보았을까. 마리아나해구라고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구의 '챌린지 해연'이란 곳엔 지구인 중에 딱 세 명만이 다녀왔다. 우주에 가본 인간의 수보다 적다. 이곳 수심이 약 11km다. 그 세 명 중에 한 명은 영화 아바타, 타이타닉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다. 2012년 3월, 영화 ‘아바타2’를 준비하기 위해 갔다고 한다. 참고로 ‘아바타2’는 2018년 개봉 예정이다.

세 명이라니. 몇 년 전 일요일 아침에 하는 프로그램에서 들은, 지구 속에 또 다른 지구가 있다는 ‘지구공동설’ 이야기가 떠올랐다. 물론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상상력이 발휘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달에 가보기 전까진 달나라에 옥토끼가 산다고 상상했던 것처럼. 우린 아직 지구 내부에 대해 너무 모른다. (참고로 2강에 지구 내부를 살펴보는 방법이 나온다)

인간이 만든 고리, FEW

 

대략 ‘덩어리 큰 먼지’들이 정작 자기가 사는 별 지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럼 먼지들은 지구 안에 살면서 무슨 짓을 하고 살아갈까.

요즘 지구과학자나 환경에 관심 있는 이들이 관심을 주는 단어가 있다. FEW. ‘거의 없는’이란 의미가 아니다. 여기서 FEW는 FOOD(음식), ENERGY(에너지), WATER(물)의 두문자를 모은 것이다. 지구 모든 생명체에게 중요한 FEW, 그러나 우리 인간 때문에 점차 고갈되어가는 자원이 FEW다.

우리는 지표면의 70%가 물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물 전문가인 이강근 교수에 의하면 70%란 수치는 지구 표면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 것이고, 사실 지구 전체 질량 대비 물은 0.02%에 불과하다. 이중 먹을 수 있는 물의 양은 극히 소량이다. 1950년 지구인 1인이 먹을 수 있는 물의 양을 100으로 보면 2020년이면 개발도상국의 양은 30% 수준 이하로 줄어든다. 지금도 봄·가을엔 가뭄을 겪는데 얼마 안 있으면 극심한 물부족 현상이 현실이 된다.

 

 

우리가 쓰는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 같은 기후변화의 원인이 된다. 이것이 FEW와 깊게 연관 된다. 지구온난화로 물이 점차 말라가면 물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나 에너지 생산에 차질이 온다. 또한 물 부족으로 강연 중에 언급된 캘리포니아, 중국 곡창지대에 농사가 제한될 것이다. 물도 부족한데 대량의 물이 필요한 농사를 어찌 짓겠나.


이 농사 제한은 결국 음식 부족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이 되면 부자들만 물과 음식을 먹을 수 있고, 가난한 이들은 대부분 탈수나 기아로 죽을지도 모른다. 사실 최빈국은 지금도 흔하게 겪는 일이다. 우주에서 바라볼 때는 미세먼지와도 같은 인간이 저지르는 일이 주요 원인이다.

50년 후 우리가 남길 유언

남아 있는 시간을 우정을 깊게 하고,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안녕을 고하고, 기력이 있는 한 더 많이 글을 쓰고 여행하고 싶다. 그래서 인식과 통찰의 새 지평에 다다르려 한다. (중략) 무엇보다도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이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던 것은 엄청난 특혜와 모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로 유명한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는 암 선고를 받은 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썼다. 굉장히 행복한 유언이다. 나도 40~50년 쯤 후 유언을 쓰는 상상을 해보았다.

무엇보다도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동물로 살았던 것은 엄청난 특혜와 모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먼지 주제에 아름다운 별 지구를 괴롭히기만 한 것 같아 후회된다.

이런 유언을 쓸까봐 먼지는 고민스럽다.

 

Ps. 이 강연에 국카스텐 하현우가 참석해주었다. 기쁨으로 둥실 날아다닌 어느 먼지.



글 : 카오스재단 김수현 팀장/ 사진 : 카오스재단 제공

참고
KAOS ‘지구’ 강연 중 1강 ‘왜 지구인가?’
강연자 : 이강근(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이상묵(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패널 : 김영희(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사회자 : 이은영(‘사이언스북스’ 편집장)
강연 영상 : 카오스재단(http://www.ikaos.org)



[ⓒ 인터파크도서 북DB www.book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파크도서 북DB

인터파크도서에서 운영하는 북디비(BOOKDB)는 국내외 작가, 출판사 DB를 총망라한 도서 정보 사이트로, 작가 랭킹 서비스로 새로운 도서 선택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가 인터뷰, 연재, 리뷰, 만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과학살롱] 경이를 향한 갈망, 과학자 되기 201610.31
[과학카드북] 노벨상 배출 세계 2위 일본의 원동력 201610.26
댓글 주제와 무관한 댓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 300자

    작가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