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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6.09.12 조회수 | 3,546

2016년 가을, 지구로부터 보내는 탐사와 고민의 흔적

우리가 사랑했던 과학

학창 시절 지구과학 수업 시간 중에 카타르시스를 느낀 적이 있었다. 선생님은 남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의 해안선 모양이 거의 일치한다고 말했다. 알고 보면 지구가 한 대륙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찢어진 이유는 대륙 이동 때문이라고! 난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칠 때 어떤 느낌인지 도무지 상상이 안 되지만 대륙이동설을 접했을 때만큼은 온 세상이 경이로움으로 다가왔다.

 

 

베게너가 제안한 원시대륙 판게아의 모습

 

하지만 안타깝게도 엄청난 혁신적 생각을 한 대륙이동설의 베게너는 당시 과학계에서 철저히 무시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베게너의 주장은 토론의 장에서 잊혀지고 말았다. 외로이 자신의 이론을 입증할 증거들을 찾는 데 일생을 바치던 베게너는 1930년 그린란드 탐사를 떠났다가 쉰 살이 되는 생일을 넘기고 며칠 안 되어 결국 동사한 채로 발견되었다. - <판구조론>(김경렬/ 생각의 힘/ 2015년) 중에서 

대륙이동설이 유레카를 주었다면 공룡은 늘 환상적이었다. 몸길이 13m, 무게 7톤의 생명체가 한반도에 살았다고 한다. 이 공룡은 백악기시대(대략 1억3500만 년∼6600만 년 전까지)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했던 공룡 타르보사우루스(Tarbosaurus)다. 이 덩치 큰 아이는 발자국만 1m가 넘는다. 혹시 이 발에 깔려보고 싶지 않은지.

 

Q : 공룡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살았어요?

A : 인간은 지하에 숨어 살았어요.

어느 인터넷 페이지에서 본 내용이다. 이 질문과 답을 듣고 3초 동안 아무 생각이 없다면 아마 당신은 과학과 역사 두 학문 모두에 약한 이일 것이다. 대부분은 이 질문과 답이 말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타르보사우르스 상상도


안타깝게도 인간은 공룡을 만난 적이 없다. 지구의 역사 46억 년을 1년으로 구성해본다면, 공룡은 대략 12월 14일(2억 년 전)에 태어나 12월 26일(6500만 년 전)에 멸망했으며, 인간은 이후 12월 30일(300만 년 전) 저녁에서야 태어난 셈이다. 한 번도 보지 못해서일까. 상상으로도 공룡은 환상적이다. 아이들에게 공룡은 최고 인기 아이돌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왜 공룡에 관심 없는 척할까. 그동안 공룡 강좌를 두 번 찾아간 적이 있는데 7세 미만 아이들만 앉아 있어서 '뻘쭘한' 외로움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올 가을 성인들을 위한 공룡 강좌가 기다리고 있다. 

 

지구로부터

 

 

 

드디어 ‘지구’ 이야기다.


올해 공익과학재단 카오스재단(이사장 이기형) 가을 강연(9월 21일~11월 23일,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은 지구를 다룬다. 국내 공룡계의 대표 학자 이융남 박사의 공룡 이야기(3강)도 있고, 애리조나주립대 심상헌 교수의 ‘지구 내부로의 여행’(2강)도, 서울대 명예교수 최덕근의 대륙이동설과 판구조론(4강) 강의도 있다. 가만 생각해보니 최근에 양자역학과 뇌과학에 잠시 끌린 것은 사실이지만, 어릴 때 과학 중 가장 재밌던 분야는 단연 지구과학이었다. 화학, 물리, 수학은 추상적인 이야기를 자주 하는 반면, 지구과학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우리 땅과 공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재미가 없을 수 없었다.

 

과거 지구과학 중에 공룡 이야기만 재밌었던 것은 아니다. 지진도 큰 사건을 가까이서 접하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특히 지진 전에 미리 감지를 해서 대규모로 대피하는 개구리와 개미 같은 동물과 곤충이 신기했다.

 
인간도 언젠가 지진예측이 가능해질까? 개구리와 개미는 네 발을 땅에 두고 배를 거의 깔고 살지 않은가. 우리 인간 중에도 등교·출근 시간이 되어도 절대 이불 속에서 안 나오는, 배를 거의 땅에 깔고 살아가고 싶은 이들이 많은데 이들도 언젠가는 지진 감지를 해내는 동물로 진화할지가 궁금했다. 5강에선 이런 과학적이지 않은 상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지진과 지진파에 대해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이번 사회자인 박민아 교수(한양대)가 가장 기대하는 강연이라고 한다.

 

올 여름 긴 폭염을 겪은 한국인이라면 6강에도 눈이 갈 것 같다. 우리 모두는 너무 더운 시간을 보냈다. 가끔 더위 한 중간에 설 때면, 마음 한 편에 남극의 여름을 그리곤 했다. 하루 종일 햇살이 있지만, 무더운 햇살이 아닌 따스한 햇살이 비친다는 남극의 여름. 남극하면 혹한만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남극의 여름은 우리나라 겨울보다 더 따뜻하다고 한다. 평균기온 영상 3도. 게다가 여름엔 밤이 없고 낮만 계속된다. 6강에선 올 여름 이상기온에 대해 김백민 박사를 통해 들을 수 있다. 강연 중 이벤트로 남극과 화상통화도 준비하고 있다.  

 

 

 

지구의 땅도 하늘도 아름답지만 만일 외계인이 지구 가이드가 되어달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 바다를 보여줄 것 같다. 지구에서 가장 아름답고 신비한 영역은 단연 바다니까. 바다에 빠진 한 남자를 그린 영화 '그랑블루'를 아는지. 2시간 넘게 펼쳐지는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의 바다를 보다 보면 어느새 바다에 대한 동경에 빠지게 된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바다를 그리워하는 병에 걸려, 스스로 바다 깊은 곳에 들어가는 선택을 한다. 그런데 실제로 심해에 들어간 이는 아주 드물다고 한다. 왜일까? 그동안 선호 강좌 설문조사를 해보면 심해 관련 강좌를 만들어달라는 이들이 꽤 있었다. 드디어 열린다. 그것도 심해 경험이 풍부한 김웅서 박사가 등장한다. 가을학기 또 다른 사회자인 이은영 사이언스북스 편집장은 전체 강연 중에 가장 기대하는 강연이라고 전했다.

 

 

 

지구 곳곳 심지어 바다까지 살펴보면 지구 밖이 궁금해진다. NASA에서 근무하는 윤상호 박사를 초청해 지구 안팎을 둘러볼 기회를 얻는다. 그는 레이더를 통한 재난 관리 전문가이다. 달과 화성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들려준다. 큰 차이는 없지만 그래도 10강 신청자가 제일 많은 걸 보면 여전히 우주는 우리에게 최고 동경의 장소다.
 
지난 학기에 우리는 뇌를 주제로 다루면서 마지막 10강을 인공지능으로 마무리하였다. 그때 김대식 교수는 물었다. 만일 인공지능이 우리보다 발달하게 된다면 과연 그들이 보기에 인류가 지구에 필요한 존재인지를. 9강 김경렬 석좌교수와 함께 인류세(人類世)를 다룰 때는 과연 지구 환경에 인류가 어떤 존재가 되고 있는지를 함께 고민할 기회를 얻게 된다. 지구인으로서 지구를 너무 몰랐던 것은 아닐까, 지구인으로서 지구를 너무 홀대한 것은 아닐까, 적어도 강연을 듣는 이들은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직 소개하지 않은 강연. 박록진 교수가 미세먼지와 환경에 대해 7강에서 알려준다. 삼겹살, 황사, 고등어. 과연 언론에서 언급한 용의자 중에서 미세먼지 주범은 누구일까? 이중 삼겹살과 고등어는 좀 억울한 표정을 짓는 것 같은데.


1강은 이번 강연의 총기획자인 이강근 교수와 큰 사고 이후 삶에 깊이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이상묵 교수의 미니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필자는 이미 두 분의 사전 강연을 들었는데 모든 지혜가 총망라되어 있었다. 게다가 이날은 특별한 손님도 오실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 필자가 미끼를 던졌으니 1강에 참석하여 미끼를 꼭 무시길.

 

2016년 가을 지구라는 주제로 열 번에 걸쳐서 탐구하고 나면 우리는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되지 않을까. 해 뜨기 전 출근해서, 별 보며 퇴근하는 바쁜 삶 와중에 잠시 내가 딛은 땅 지구에 대한 고민을 했던 10주간의 시간. 그리고 먼 훗날, 어쩌면 만 년 후, 어쩌면 100년 후 지구에 인류가 사라졌을 때 누군가 우리의 흔적을 우연히 발견했으면 좋겠다. 이것은 지구로부터 보내는 지구인들의 탐사와 고민의 흔적이다.

2016년 가을, 지구로부터.

이 모든 것이 지구로부터

▶  2016 가을 카오스강연 '지구인도 모르는 지구' 홈페이지 바로 가기

 

글 : 김수현 카오스재단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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