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타캐스트

등록일 | 2016.08.31 조회수 | 4,714

[과학살롱] 글 쓰고 그림 그리고... 팔방미인 '화석 사랑꾼' 박진영

박진영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방문연구원 (사진 박진영 제공)

20대 중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우리나라 최초의 중생대 거대 도마뱀 화석을 학계에 보고한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고생물학자. 그의 이름 앞에는 ‘국내 유일 도마뱀화석 전공 고생물학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동시에 과학 저술가이자 어린이 그림책 작가, 고생물 전문화가, 캐릭터 디자이너, 자연사 표본 수집가이자 파충류 애호가이기도 합니다. 화석 사랑꾼이자, 만능 재주꾼, ‘열일’ 하는 매력남. <박진영의 공룡열전>(뿌리와이파리/ 2015년) 저자, 박진영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방문연구원 인터뷰입니다.

Q 우리나라 최초의 중생대 거대 도마뱀 화석을 학계에 보고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대학원 다니면서는 연구주제를 잡지 못해 방황했거든요. 화석 연구를 위해서는 화석 표본이나 뼈가 많아야 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러던 중 한 학회에 참석했는데, 그곳에서 일본의 저명한 거북이 화석 연구자를 만났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금세 친해질 수 있었어요.

학회 프로그램 중 공룡 화석지를 돌아보는 일정이 있었는데요, 남해안 보성 비봉리 공룡 화석지를 방문했습니다. 10여 년 전 즈음 발견된 중생대 거북이 화석이 발견된 곳이었죠. 당시에는 현장에 복제품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학자께서 대번에 ‘이건 거북이가 아닌 것 같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거북이보다는 익룡이나 도마뱀과 가까운 것 같다고 그러면서, “자네 논문 주제 어렵다고 하지 않았나? 혹시 이 화석의 정체를 연구해보는 것은 어떤가?”라고 얘기해주셨어요.

Q 거북이 화석으로 알고 있던 것이 사실은 중생대 거대 도마뱀 화석이었던 거군요. 우연한 계기의 만남과 대화가 중대한 연구로 이어졌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한 번 학계에 발표된 것을 뒤집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연구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마침 그 화석 원본이 제가 있던 연구실에 있어서 바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뼈의 정확한 주인을 알기 위해서는 비슷한 뼈를 구해서 비교를 해봐야 하는데, 문제는 우리나라에 뼈 표본이 많지 않다는 점이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목포자연사박물관에 갔는데 그곳에 남생이 두 마리 뼈밖에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연구를 1년 넘게 진행하지 못했죠.

그래도 뼈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어요. 이번에도 우연한 계기로 뼈를 개인적으로 수집하는 분을 알게 됐어요. 성함이 이태원 선생님입니다. 처음에는 이태원에 사시는 분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웃음) 수소문 끝에 찾아가 조심스럽게 사정 얘기를 했는데, 뼈 표본이 많다며 그냥 막 주셨어요. 그 덕분에 정확하게 비교연구를 할 수 있었고, 비로소 비봉리 화석이 거북이가 아니라 도마뱀 종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연구를 거듭하면서 도마뱀 중에서도 몸길이가 2~3m 되는 거대한 왕도마뱀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요. 재밌는 점은 이 화석이 공룡 알 화석지에서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날 왕도마뱀을 보면 다른 동물 둥지에 침입해서 알 빼먹는 습성이 있는데, 이 친구가 그 옛날에도 공룡 알을 훔쳐먹기 위해 공룡 서식지를 어슬렁거렸다는 것이죠.

‘아스프로사우루스 비봉리엔시스’라는 학명을 붙여줬습니다. 비봉리에서 발견된 흰 도마뱀이라는 뜻입니다. 도마뱀이 흰색이어서가 아니라, 뼈 화석이 하얀색이라서 그렇습니다. 그 지역에서 나오는 화석이 왜 하얀색인지는 다른 분이 연구 중입니다.
 
Q 지금은 웃으면서 말씀하시지만 비교연구를 위해 뼈를 구하는 과정 중에는 마음고생 많이 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밖에 연구를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을 소개해주신다면?

한번은 이태원 선생님께 받은 도마뱀 뼈를 연구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끓였는데, 그 뼈가 약간 부패해 있었어요(뼈를 깨끗하게 해서 화석과 비교하기 위한 밑 작업 – 기자 주). 난생 처음 맡아본 역한 냄새가 연구실 전체에 퍼졌고, 덕분에 동료 연구원들에게도 후각의 신세계를 알려줄 수 있었습니다.(웃음)

앞서 말씀드렸던 이태원 선생님과의 인연도 잊을 수 없는 일이죠. 현재는 서울 목동 생명과학박물관 실장으로 계시는데요, 개인적인 취미활동으로 표본 수집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거북이 표본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동물 박제도 수준급입니다. 최근 파충류 사육하는 방법을 담은 실용서도 내셨어요.

박진영 연구원이 사랑하는 전시품 ‘아크로칸토사우루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1층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 김현기)

“아이들이 공룡을 빨리 ‘졸업’하는 이유, ‘다음에 볼 책이 없어서’”

Q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방문연구원’으로 계시는데요, 박물관과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원래는 개인적으로 연구했어요. ¬화석을 발굴하고 그것을 기증하고 연구해서 논문을 쓰는 식으로요. 독립연구를 하면서 부딪힌 한계는, 제가 직접 자연 발굴한 것으로 연구하긴 하지만 그걸로 논문을 쓸 때 비슷한 화석을 비교 분석 연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비교 분석을 해야 이것이 새로운 종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거든요. 그러려면 다른 박물관에 흩어져 있는 자료를 수시로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요, 협조를 구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죠.

마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으로 재직하셨던 이정모 관장님(현재 서울시립과학관장)께서 방문연구원 제도를 마련해주셨어요. 그래서 올해부터 방문연구원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박물관 소속으로 있으면서 강연을 하거나, 기획 전시를 돕기도 하고요, 동시에 독립연구 활동을 지속해가는 겁니다. 박물관에 소속되어 있으면 논문을 쓰거나 표본 비교 연구를 할 때 발생하는 어려움이 확 줄어들어요. 그리고 제가 논문을 발표하면 박물관 실적도 올라가기 때문에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규모만 봤을 때는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굉장히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학예사분들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특별 전시나 기획 프로그램, 과학 강연이 수시로 알차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Q <박진영의 공룡열전>을 내게 된 것도 서대문자연사박물관과의 인연에서 비롯됐다고 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제가 박사과정 중이었을 때, 박물관에서 뿌리와이파리 출판사의 고생물학 관련 시리즈물인 ‘오파비니아 시리즈’로 기획 강연을 했어요. 집이 박물관에서 가깝기도 하고, 제 연구 주제이기도 해서 강연을 들으러 열심히 왔죠. 그런데 <공룡 이후>라는 책의 강연이 펑크가 난 거예요. 강연을 기획하고 준비하신 이정모 관장님과 지질분야 전시교육 백두성 팀장님은 고생물학계 선배님들이기에 안면이 있었는데요, 저의 안부를 물으시면서 넌지시 강연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어요. 그래서 얼떨결에 강연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첫 강연은 정말 못했어요. 실험실에만 있던 사람이라 대중강연은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재밌는 강연으로 소문난 이정모 관장님 강연을 많이 듣고 참고했습니다.

강연 후에는 뒤풀이로 박물관 바로 앞에 있는 맛보치킨에 자주 갑니다. 한번은 뒤풀이 때 뿌리와이파리 편집자분께서 오셨는데요, 제 강연을 좋게 보셨는지 책으로 내보자고 제안하셨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안이 들어오면 일단 거의 다 하는 것 같네요. 하하. 열심히 강연 내용을 글로 정리해서 원고를 넘겼어요. 그때가 2014년 말이었는데, 그 원고가 2015년 <박진영의 공룡열전>이라는 책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첫 대중강연만큼 첫 원고도 손댈 곳이 많았죠. 편집자분의 첨삭지도를 통해 대중 글쓰기 능력이 많이 향상된 것 같아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사랑방(?) 맛보치킨. 박진영 연구원에게는 잊을 수 없는 곳이다. (사진 김현기)

Q 최근 공룡 동화책도 내셨습니다.

어린 시절 좋아하던 두 가지가 공룡과 디즈니 만화였어요. 그래서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시간이 날 때 머릿속 상상을 메모장에 끼적이곤 했는데, 이것이 어린이 동화책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박물관을 나온 긴손가락 사우루스>(씨드북/ 2016년)라는 어린이 동화책입니다. 공룡에 대한 주요 포인트는 놓치지 않으면서도, 협력하고 공생하는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로 풀어내려고 노력한 작품입니다. 이 책을 계기로 어린이 동화책은 물론, 초등 고학년, 청소년들이 볼 만한 책도 써보려고 합니다.

초등학교에 강연하러 자주 가는데요, 1~2학년까지는 공룡이라는 주제를 정말 재미있어하고 이름을 줄줄 외우지만 3학년 즈음부터는 인기가 시들시들해져요. 그때 즈음 되면 아이들이 “저는 공룡 졸업했어요”라고 하죠. 아이들이 왜 이렇게 빨리 공룡을 ‘졸업’할까, 그 이유가 뭘까 곰곰이 고민해봤어요. 스스로 내린 결론은 ‘아이들이 공룡 이름을 줄줄 외운 다음에 볼 책이 없어서’입니다. 이어서 볼 교양 과학책이 없으니까 ‘나 공룡 다 아는데’ 이런 생각이 들면서 시시해지는 것 같아요.

성인들도 마찬가지죠. 국내에는 연령대별로 읽을 수 있는 공룡 책이 없다 보니 공룡에 대한 흥미, 고생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공룡이나 고생물과 관련한 교양 과학서를 꾸준히 펴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Q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바람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밖에 계획이나 꿈, 과학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 전해주시죠.

고생물학은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이죠. 장구한 생명 역사의 퍼즐을 맞추어가다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거대한 화폭의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연구하면서 자연과 생명에 대해 더욱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제 분야에서 열심히 연구를 지속하면서 논문을 통해 학술 자료를 발표하고 싶고요, 동시에 자연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잘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은 화석이 나올 수 있는 우리나라보다 확률이 낮습니다. 화산이 자주 터지고, 섬나라이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우리나라보다 화석 연구가 더 잘 되어 있어요. 발굴 양도 현저히 많고요. 일본 서쪽 해안에 가면 다양한 해안 포유류부터 공룡 등 각종 뼈 화석이 많이 나옵니다. 우리나라 동해, 남해에도 같은 종류의 화석이 나올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뜻인데, 아직 안 나온 게 많아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화석 발굴하는 많이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선사시대 다양한 생물을 알리는 노력으로 대중적 글쓰기도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박진영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방문연구원 (사진 박진영 제공)

고생물학자 박진영이 추천하는 숨은 명저

<한국의 마지막 표범> 엔도 키미오/ 이은옥, 정유진 역/ 이담북스/ 2014년
<한국 호랑이는 왜 사라졌는가?> 엔도 키미오/ 이은옥 역/ 이담북스/ 2009년

“일본의 동물 작가가 쓴 책입니다. 한국의 마지막 표범과 호랑이를 조사하기 위해 1970~1980년대 한국을 방문해서 이곳저곳을 누볐던 과정을 담았습니다. 대형 고양잇과 동물들에 대한 기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겪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곁들여져 있기에 과학 정보도 얻고, 한국의 과거 모습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입니다.”

<걷는 고래> J. G. M. 한스 테비슨/ 김미선 역/ 뿌리와이파리/ 2016년

“고래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특히 20년 동안 이룬 놀라운 진전을 담은 책입니다. 저자가 발로 뛰며 연구한 내용, 동물 화석을 발굴하기까지의 과정과 뒷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과학의 발견이 추동하는 진보의 의미를 새겨볼 수 있는 책입니다.”

< DINOTOPIA > Gurney, James/ Andrews McMeel Pub

“공룡 이야기책입니다. 공룡과 사람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섬을 상상한 어른용 동화책이죠. 오일 페인팅 그림이 정말 예쁘고, 인상적인 책입니다. 해외에서는 20주년 특별판도 나왔는데,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90년대 초반 나왔다 사라졌습니다.”

글 : 김현기(인터파크도서 과학담당 MD)



[ⓒ 인터파크도서 북DB www.book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파크도서 북DB

인터파크도서에서 운영하는 북디비(BOOKDB)는 국내외 작가, 출판사 DB를 총망라한 도서 정보 사이트로, 작가 랭킹 서비스로 새로운 도서 선택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가 인터뷰, 연재, 리뷰, 만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과학카드북] 도발적이고 대담한 과학의 역사 201609.01
[과학카드북] 견과류 케이크에 숨겨진 과학적 견해 201608.30
댓글 주제와 무관한 댓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 300자

    작가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