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후기

등록일 | 2018.03.26 조회수 | 12,300

[채사장 북잼콘서트] “세상은 두드리는 방식에 따라 그에 맞는 문 열어준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한빛비즈/ 2014년)을 통해 인문학 시장의 판도를 바꾸며 스타 작가로 거듭난 채사장. 이후로도 그는 현실의 인문학을 주제로 한 <시민의 교양>(웨일북/ 2015년), 자아와 성장을 화두로 한 <열한 계단>(웨일북/ 2016년)을 선보이며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왔다. 이러한 그가 최근 나와 타인,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조망하고자 나섰다. 그는 새롭게 출간한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웨일북/ 2018년)를 통해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관계를 들여다보며 삶에 대한 자신만의 통찰을 이야기한다.

 

지난 3월 18일 오후 2시,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3층에 자리한 북파크 카오스 홀에서는 채사장의 북잼 콘서트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가 열렸다. 이번 콘서트는 채사장의 신간을 기념하는 자리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은행나무/ 2015년)<대리사회>(와이즈베리/ 2016년) 등을 펴내며 주목을 받은 김민섭 작가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김민섭 작가는 얼마 전 티베트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채사장에게 그곳의 이야기와 안부를 물었다. 채사장은 한 달 정도 여행을 하고 온 티베트에서 “강추위를 견디느라 깨달음을 느낄 틈조차 없었다”는 이야기로 웃음을 자아냈다.

 

김민섭 작가는 책에 실린 목차를 따라 ‘타인’, ‘세계’, ‘도구’, ‘의미’라는 화두로 본격적인 질문을 이어갔다. 그는 ‘타인’의 내용을 읽으며 현재 맺고 있는 관계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너를 안는다는 것은 나의 둥근 원 안으로 너의 원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감내하는 것이며 너의 세계의 파도가 내 세계의 해안을 잠식하는 것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인상 깊은 것으로 꼽았다.

 

 

이에 채사장은 자신의 글이 위로를 주려는 목적은 아니었다고 대답을 했다. 다만 타인과의 관계를 언급하는 부분에서 연애를 중점적으로 꺼내 든 것은 관계 중 가장 강렬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관계를 규정할 때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에 반박하기도 했다. 끝이 좋지 않은 관계일지라도 인생 전체를 고려한다면 그 헤어짐은 분명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 서로 닮아가는 관계이든 독자성을 인정하며 평행선처럼 이어지는 관계이든 그 관계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는 말을 보태기도 했다. 

 

책의 두 번째 주제로 언급된 ‘세계’와 관련해 김민섭 작가는 ‘우리가 세계에 던져졌다고 할 때, 그 세계는 지구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우리는 나 자신에게 던져졌다.’라는 이 책의 문장을 꺼내 들며 윤회 사상을 언급했다.

 

채사장은 이 책은 ‘몸을 가진 나’가 아닌 ‘세계를 보고 있는 나’에 대해 천착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오늘날의 우리는 어디에 어떻게 던져지냐에 따라 그에 맞는 정체성으로 세계를 인식한다는 것. 하지만 우리는 던져진 나 자신, 즉 ‘몸을 가진 나’를 너무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임시적인 몸 대신 보다 더 지금의 세계를 집중해서 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섭 작가는 이번 책에 실린 한 청년의 이야기를 꺼내 들며 바다로 가야겠다고 떠난 청년이 만나고 싶었던 바다가 무엇인지에 관해 물었다. 

 

“어느 날, 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그곳의 주인 할머니와 함께 빌라 몇 곳을 같이 돌아봤는데 당시 저는 할 일이 많이 쌓여있던 터라 마음이 급했거든요. 그런데 부동산의 주인 할머니는 빌라 앞에 놓인 화단의 꽃을 일일이 살펴보고 들어가시더라고요. 정말 인상적이었죠. 그때 문득 깨어있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요. 우리는 왜 백 년 전이나 만 년 후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일까요? 이 물음은 너무나 중요해요. 거기서부터 모든 철학이나 인문학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현재에 놓여있는 것들, 내 주변의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 나의 감정을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 그 청년의 이야기를 썼어요. 예전에 직장 생활을 할 때 늘 사람들에게 ‘힘들어 죽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 그렇게 10년 정도를 살다 보니까 행복해지는 방법을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뭘 해도 재미가 없고, 시간이 나면 초조해지기만 했죠. 최근에는 행복한 사람이 승리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청년이 찾으려 했던 바다 역시 행복이었을 거라 믿고요. 주어진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세계가 다르게 열리고, 세상은 두드리는 방식에 따라 그에 맞는 문을 열어주거든요.” 

 

 

채사장은 이 책의 ‘도구’와 관련한 김민섭 작가의 물음에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인간이 무력해지고 있음을 언급했다. 오늘날은 노동을 통해 돈을 벌어 소비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본주의가 인간이 편안하고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편리한 체제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인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을 무력화시킨다고 비판했다. 하다못해 강연을 하는 교수나 지식인들도 외국의 철학자나 전문가의 말 등 자기 생각보다는 어떤 근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책의 마지막 부분인 ‘의미’와 관련된 질문에는 다음과 같은 답을 이어갔다.

 

“이번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마지막 부분인 ‘의미’에 수록되어 있어요. 저는 지금까지 꼬인 실타래를 풀려면 ‘내가 지금 보고 있다’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분들은 이 바라보는 행위를 두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으로 해석하시기도 하는데 제가 의도했던 것은 그러한 것이 아니에요. 내가 눈을 뜨고, 이 세계를 목격하며, 바라보고 있다는 것. 이것은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근본적인 질문과 닿아있어요. 한국의 독자적인 철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양 철학자들의 말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근거나 배경 없이도 출발할 수 있는 이 관조의 주체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봐요.”

 

이어서 채사장은 현장을 찾은 독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Q 얼마 전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면서 죽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는데요. 작가님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책에서도 죽음에 관해 언급하고 있는데요. 사실 죽으면 저도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죽으면 끝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죽음을 단순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죽음은 한 사람의 전체 의미를 확정해주는 것이니까요. 죽음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찾고 그것을 알아보는 일은 지금을 살아가는 제게 분명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아요. 

 

Q 이번 책은 기존에 나온 작가님의 책과 비교해 호불호가 확연히 나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앞으로는 어떤 책을 계획하고 있나요?

 

아마도 이번 책의 반응에 따라 달라질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제가 쓴 책들은 모두 나름의 방향을 갖고 있어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이분법에 따라 썼고, <시민의 교양>과 <열한 계단>은 변증법을 사용해 주관적인 생각을 더했고, 이번 책은 관계와 다양성을 중심으로 온전히 저의 주관을 담았는데요. 저는 이번 책에 담긴 화두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배경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출판사에서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다시 쓰자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웃음)

 

 

Q 작가님은 왜 채사장이라는 존재로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고 있나요? 향후 작가로서의 활동 이외에 인간 채성호(채사장의 본명-편집자 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본명을 들으니 어디 가서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데요. (웃음) 제가 채사장이라는 존재로 태어난 이유는 나약해서인 것 같아요. <열한 계단>에도 썼지만 한때 죽으려고 했던 적이 있거든요. 사고가 나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우울증에 걸리면서 죽으려고 했지만 실패했어요. 물론 그 이후로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지만요.

 

저에게는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나뉜 세 가지의 목표가 있습니다. 우선 단기적인 목표는 투자회사를 세우는 건데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투자한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에요. 그래서 작년부터 다시금 투자를 시작했어요. 그다음 중기적인 목표는 좋은 사람이 되는 거예요. 주변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힘들 때 전화할 수 있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목표는 다시 태어나지 않는 거예요. 이 삶이 끝나면 어디든 가서 해파리나 오랑우탄, 개미가 되어 그 세계가 전부라 생각하고 고군분투할 텐데 겁이 나요. 그래서 고대 인도인들은 해탈을 꿈꾸며 다시금 삶을 살지 않는 것을 해방이라고 여겼는데 저 역시 그것에 동의해요.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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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도서 북& 윤효정(북DB 객원기자)

언제나 자유롭고 언제나 사랑하며 언제나 배우고 언제나 글을 쓰고 언제나 즐기며 계속해서 뿌리가 깊어지고 품이 넓어지는 나무처럼 살고 싶습니다. egloo@daum.net

작가소개

채사장

저자 채사장은 2014년 겨울에 출간한 첫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밀리언셀러에 오르며 2015년 국내 저자 1위를 기록했다. 차기작으로 현실 인문학을 다룬 《시민의 교양》과 성장의 인문학을 다룬 《열한 계단》, 관계의 인문학을 다룬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까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200만 명이 넘는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책과 동명의 팟캐스트 <지대넓얕>은 장기간 팟캐스트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정치 내용 판도의 팟캐스트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2015년 아이튠즈 팟캐스트 1위를 기록, 현재까지 누적 다운로드 2억 건을 넘어서며, 방송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지적 대화를 목말라 하는 청취자들의 끝없는 지지를 받는 중이다. 성균관대학에서 공부했으며 학창시절 내내 하루 한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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