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후기

등록일 | 2018.02.28 조회수 | 5,673

[요조X박준 북잼플레이] “내게서 사라진 것들, 악착같이 기억하며 살고 싶어”

본업인 가수를 비롯해 영화감독, 배우에 이어 서점주인에 이르기까지. 고양이가 자유자재로 담벼락을 넘나들듯 요조는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난다/ 2017년)을 펴낸 그녀는 매일 책에 관해 쓴 자기 생각과 이야기를 선보이며 새로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21일 오후 7시 30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3층에 자리한 북파크 카오스 홀에서 요조와 박준 시인의 북잼플레이 '나아책궁'이 문을 열었다. 요조의 책을 출간하는 기념으로 마련한 이번 북잼플레이의 부제는 '나는 아직도 책이 궁금하여 자다가도 일어납니다'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난다/ 2017년)으로 사랑받고 있는 박준 시인이 진행을 맡았다.

박준 시인은 요조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라는 산문에 담고 있는 ‘제주에 살게 된 것도 결국 시작은 이 책 때문이다.’라는 문장을 꺼내 들며 현재 거주하고 있는 제주의 삶에 관해 물었다. 요조는 김영갑 사진가의 사진집을 보면서 제주행을 꿈꿨고, 그의 갤러리를 자주 찾으며 제주에 머무르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 계동에서 운영하던 책방을 제주로 옮긴 소식과 함께 제주에서의 삶이 자연과 친화적이어서 좋은 점이 많지만 눈이 많이 내려 며칠간 고립됐던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박준 시인은 앞서 밝힌 산문에 수록된 ‘아무리 좋은 카메라를 가져도 절경을 사진 속으로 제대로 옮겨 오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제주에 내려가서 금방 깨달았다.’라는 문장을 좋은 것으로 꼽으며 그 뒤에 ‘그럼 내가 하는 일은 이곳에 같이 간 사람들의 얼굴을 담거나 그곳에 있는 내 얼굴을 담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덧붙여 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삼십 살’이라는 산문에 실린 ‘늘 감사하고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지만 가난한 것을 교묘하게 억울해하는 버릇이 아직 없어지지 않았다.’라는 문장을 들려주었고, 요조는 결핍으로 인해 생긴 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20대 후반에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돈을 많이 벌면 친환경 제품만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친구네 집에 놀러 갔는데 부엌이며 욕실까지 전부 유기농에 친환경 제품만 쓰는 걸 보면서 의기소침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소속사로부터 정산을 받으면 달걀부터 주방세제까지 전부 다 유기농 친환경 제품으로 채워 넣죠. 경제적으로 빈약해지면 바로 저렴한 생필품을 쓰고요. (웃음) 그리고 저는 약 중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건강을 위한 제일 좋은 방법은 운동인데 매사에 약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꼼수를 부리는 거죠. 옛날에는 몸에 좋다고 하는 걸 악착같이 챙겨 먹는 사람을 보면서 은밀히 비웃었는데 이제는 제가 그렇게 돼버렸네요. 그때는 예술가들이 과음 하거나 밤을 새우는 것처럼 몸을 함부로 쓰는 걸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무리하지 않는다는 것이 철칙이에요. 이제는 술을 마시다가도 얼마나 칼같이 일어나는데요. (웃음)”

박준 시인은 이번 책에 실린 요조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꺼내며 요조의 내면에 한층 더 다가섰다. 박준 시인이 책을 통해 소개한 학창시절의 요조는 열심히 하는 것을 멋이 없다고 규정하며 특히 오래 매달리기에서 만점 받은 아이들을 가장 싫어했다. 매사에 심드렁한 모습을 보여준 탓에 ‘신드렁’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체력장에서도 매달리는 척을 하다가 시작 구호가 떨어지면 오만한 표정으로 사뿐히 땅에 내려서는 소녀였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일기에는 어른이 되어도 절대 오래 매달리기 만점을 받은 애들처럼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적으며.

요조는 그때 당시의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있다며 이제는 건강부터 시작해 자기 일과 주변의 관계에 대해 성실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죽기 전에 세계 일주를 하겠다는 꿈과 함께 몸을 유연하게 접어보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가끔 부모님 댁에 찾아가 드라마를 보는데 등장인물들이 모두 복수에 사로잡혀 있는 이야기에 빠져들기도 한다고. 한평생 하나에 몰입해 사는 사람들을 자신도 모르게 동경하게 된다는 이야기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는 질문에 요조는 화답이라도 하듯 박준 시인의 산문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내가 사라지는 것들의 말을 받아 적는 이유는 그들의 사라짐을 붙잡아 화석처럼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조금 잔인하게 말하자면 나의 시는 충분한 애도와 슬픔을 통해 숱한 사라짐을 완전히 잊기 위함이다. 한 존재가 온전히 존재하려면 온전히 소멸해야 한다. 우리가 존재했다는 것을 아무도 인식하지 못할 때 영원이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라는 문장을 낭독한 뒤 자기 생각을 전했다. 다음 내용은 이번 책에 싣지 못한 미발표 원고이기도 하다. 

“시인은 조금 잔인하게 말했다고 했지만 그것은 나에게 어마하게 잔인한 말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말이다. 완전히 잊는 것. 완전히 소멸하는 것을 나는 원치 않는다.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다. 나는 그가 숱한 사라짐을 완전히 잊는 데 영영 실패하면서 받아 적고 또 받아 적고 끝끝내 실패한 적밖에 없어서 별수 없이 시인으로 한평생 살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사라진 것들을 악착같이 기억하고 또 기억하며 죽어서도 귀신이 되어 나 자신의 사라짐까지도 기억하겠다.”

박준 시인과 요조는 노랫말과 꿈이라는 소재를 통해 서로의 비슷한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요조는 자신의 앨범 ‘나아담궁’에 수록한 ‘세상에 없는 과자’라는 노래가 친구의 꿈을 소재로 만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친구가 너무나 맛있는 과자를 먹었다는 내용의 꿈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그녀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그 과자를 생각하니 너무 슬퍼져서 친구에게 돈을 주고 샀다는 것. 박준 시인은 혼자 사는 친구의 작은 집에서 함께 술을 마셨는데 화장실을 간다고 일어선 자신을 붙잡던 친구가 “가기만 하고 안 오면 안 돼”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그 말이 너무 웃기면서도 슬퍼서 해장국을 사주고 자신의 시에 썼다고 밝혔다.

 

 

“원래는 친구에게 술을 사겠다고 했는데 서로 계속 만나지 못했어요. 그런 와중에 친구가 트위터에 새로운 침구를 사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써놨더라고요. 그래서 돈을 부쳐줬죠. 그런데 아무래도 술 사 먹은 것 같아요. (웃음) 노래를 어떻게 만드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는데요. 저는 노랫말부터 쓴 다음에 노래를 만들기 때문에 하고 싶은 얘기가 늘 있어야 해요. 그리고 예전에 박준 시인님이 어머니와 다툰 날에는 시가 잘 안 써진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도 그런 것 같아요. 누구와 다투면 노래가 잘 안 만들어져요.”

이어서 요조와 박준 시인은 북잼 플레이 현장을 찾은 독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Q 책방을 운영하다 보면 아무래도 매일 책을 접하실 텐데요. 혼자 읽고 싶은 책이나 새로 구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번 책을 쓰면서 절실히 깨달은 게 있다면 영화나 책과 같은 누군가의 작품을 보고 나서는 그에 대한 느낌을 가능한 한 많이 말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래야 우리가 더 좋은 예술을 마주할 기회가 많아질 테니까요. 물론 너무 좋은 작품을 보면 혼자만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죠. 바로 에두아르 르베의 <자화상> 같은 책인데요. 이 책은 정말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꼭꼭 숨겨놓고 싶은 책이었어요. 구하고 싶은 책은 최대한 다양한 언어로 쓴 <어린 왕자>예요.

Q 요조에게 책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 수입에 도움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하시는 이유도요.

저에게 책은 고양이 털 같아요.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키우고 있지만 털은 정말 지긋지긋하거든요. 아무리 쓸고 닦으면서 갖은 노력을 해도 완벽히 제거할 수 없으니까요. 돈도 못 벌면서 왜 그렇게 책방 운영을 계속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저는 수입에 도움이 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균형 있게 어우러졌으면 좋겠어요. 제게는 시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돈 버는 일을 1순위로 두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리고 다들 돈 안 되는 일 많이 하시잖아요. 여기에 오시는 것부터가 그렇지 않나요? (웃음)

Q 이번 책을 보니까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이나 서점을 찾은 손님들과도 친해지시더라고요. 사람들과 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친해지는지 궁금합니다.

사람과 친해지는 일을 설명하기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느껴지는 기운이 있거든요. 저는 관계가 가까워질 때, 서로 애정은 있지만 욕심이 없는 것을 좋아해요. 사람이 좋아지면 더 물어보고 싶고 더 알고 싶고 더 같이 있고 싶은 게 자연스럽기 마련인데요. 지금까지 잘 지내온 사람들을 보면 그런 마음을 서로 잘 조절했던 것 같아요.

Q ‘사랑 어쩌면 그게 전부’라는 산문을 통해서 ‘나는 이제 사랑이라는 말하고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속에서는 손을 놓았다.’라고 쓰셨어요. 이 글을 보면서 공감을 많이 했는데 이 글에 담긴 마음은 어떠한 것이었나요.

비관적이고 우울한 마음이 담긴 것은 아니고요. 예전에는 사랑을 최고의 것으로 생각했어요. 연애가 끝났을 때 빨리 다음 연애를 하지 않으면 젊음과 시간이 낭비되는 것 같아 하루라도 빨리 사랑에 빠지려고 혈안이 돼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연애보다 재미있는 일이 더 많아졌어요. 책방을 운영하는 일도, 오래 두고 싶은 책들도 그렇고요.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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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도서 북& 윤효정(북DB 객원기자)

언제나 자유롭고 언제나 사랑하며 언제나 배우고 언제나 글을 쓰고 언제나 즐기며 계속해서 뿌리가 깊어지고 품이 넓어지는 나무처럼 살고 싶습니다. egloo@daum.net

작가소개

요조

뮤지션, 작가. <나의 쓸모> <나는 아직도 당신이 궁금하여 자다가도 일어납니다> 등의 앨범을 냈고, 『오늘도, 무사』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아무튼, 떡볶이』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공저) 등의 책을 썼다. 2015년 서울 종로구에서 ‘책방무사’를 열었고, 2016년 제 주 성산읍 수산리로 옮겨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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