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후기

등록일 | 2018.02.14 조회수 | 5,223

[양정철 북잼토크] “자기 언어로 말하는 대통령·총리 갖게 된 건 민주주의 진보”

양정철 작가

 

양정철 북잼 토크 ‘당신의 언어가 민주주의입니다’가 2월 6일 오후 7시 30분 한남동 북파크 카오스홀에서 열렸다. 250여 명의 관객과 함께한 이번 북잼 토크는 1,300여 명의 신청자가 몰리는 등 관심이 뜨거웠다. 또한 수십 명의 기자들이 취재 경쟁을 벌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정권 교체 후 백의종군을 선언한 후 “잊혀질 권리를 달라”며 유랑길에 올랐지만, 아직도 양정철 작가(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관심은 뜨겁기만 하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언어>(메디치미디어/ 2018년) 출간 이후 마련된 이 자리에서 그는 다시 한 번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치에 복귀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금까지 해외를 떠돌며 지냈지만, 2월 말이나 3월 초에는 미국과 일본의 대학에서 공부하며 정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양정철과 그의 친구들’이 만든 유쾌한 자리

 

이번 북잼 토크는 ‘양정철과 그의 친구들’이라는 부제를 달아도 좋을 만큼, 그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지인들이 대거 등장해 칭찬인 듯 디스인 듯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오가며 쫄깃한 재미를 선사했다.

 

1부에는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와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두 사람은 스스로 ‘바람잡이’임을 자처하며 특유의 자유롭고 거침없는 진행으로 분위기를 돋우었다. 평소 출판기념회에 잘 가지 않는다는 김어준 총수는 2012년 대선 후 주진우 기자와 프랑스 파리에서 도피 생활을 할 때 가장 먼저 찾아와준 사람이 양정철 작가라며, 당시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어느 날 양 선배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아주 밝은 목소리로 생일 축하 인사를 하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문재인 대통령이었어요. 그때는 대통령이 아니라 ‘백수 문재인’이었죠. 그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보통 40~50대 남자들은 자기 생일도 거의 안 챙기지 않나요? 그때 생각했죠. 이 사람은 문재인이라는 인간을 그 자체로 좋아하는구나, 정치인이 되었든 자연인이 되었든 끝까지 문재인 곁에 있겠다 싶었어요.”

 

주진우 시사in 기자, 양정철 작가,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

 

두 사람은 독자들로부터 미리 받은 질문과 현장 즉석 질문을 통해 관객과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책에서 혹시 미처 다루지 못한 에피소드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주진우 기자는 “양정철이 경험한 문재인이나 정치권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책이 대박 났을 텐데, 그 부분을 담지 않는 게 무척 어려웠을 것 같다”는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양정철 작가는 “제일 고심했던 대목”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책을 쓰기로 결심하면서 문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현직에 계신 분의 뒷이야기나 정치 이야기로 장사를 하는 게 저 스스로 비루하고 대통령께도 결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원칙을 지키기 위해 경계선에 있는 애매한 이야기는 다 빼고,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에 관해서는 세상을 바꾸는 언어에 필요한 최소한의 이야기만 했습니다.”

 

“정권 교체 후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지금 행보가 그 전부터 마음먹었던 거라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어준 총수는 자신이 진행하는 TV 프로그램 ‘블랙하우스’ 인터뷰 뒷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호텔로 납치해 2시간 동안 인터뷰를 했는데 방송된 것은 10분 정도였어요. 미 방송 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게 ‘5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할 거냐’는 질문에 ‘그 어떤 것도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대답이었어요. 이제부터 자기 꿈을 실현해볼 가능성도 생겼고, 개인적인 일도 할 수 있는데, 황금 같은 인생 5년을 아무것도 안하고 온전히 비워둔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보기엔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웃음)

 

이어 양정철 작가에게 ‘문 대통령 임기 이후 가장 하고 싶은 건 무엇이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저는 문재인 정부가 꼭 성공할 거라고 믿습니다. 저는 지금 문재인 정부를 한마디로 규정하면 건국 이래 사실상 첫 번째 국민주 정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전 정부가 민주적 정부를 표방했지만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주권자인 국민을 팽개치고 황제식 경영으로 주주인 국민을 무시했거든요. 그래서 역사상 초유의 탄핵과 함께 정권 교체가 이뤄진 거고요.

 

이번 정부는 어찌 보면 국민들이 스스로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주가 돼 만든 정부이기 때문에 문재인과 참모들의 정권이 아니라 내가 만든 정부라는 국민들의 책임감으로 성공할 거라고 믿습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고 나면 성공한 전직 대통령 문화가 꼭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성공한 대통령이자 전직 대통령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의 정치 발전과 민주주의 정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 또한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행사 전 관객들에게 포스트잇으로 받은 질문지

 

“문재인 대통령 밑에서 일하면서 혼난 적은 없는지, 문 대통령은 어떤 때 화를 내는지”를 묻는 질문에 양 작가는 “민감한 질문”이라고 운을 뗐다.

 

“사실 저는 혼난 적은 없습니다. 문 대통령은 당신을 도와주는 참모한테 웬만해서는 화를 내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다만 참모들과 논쟁은 치열하게 하는 편입니다. 물론 최종 결정은 당신이 하시죠. 화를 낸다기보다는 분노하고 개탄하는 사안들은 많죠. 큰 틀에서 놓고 보면 종북이나 좌빨처럼 말도 안 되는 철지난 이데올로기 싸움에는 개탄을 많이 하셨습니다. 또 비효율이나 설정, 꾸미는 것을 못마땅해하셨고요. 대통령 후보 시절 TV 프로그램 출연 시 염색이나 메이크업을 하지 않으려고 해서 참모들이 고생을 좀 했죠.” (웃음)

 

보수주의자라고 밝힌 한 관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 진영이 과연 진보주의자들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책에서도 돌 맞을 각오하고 쓴 대목인데, 저는 현재 한국 사회에는 진정한 보수도 진정한 진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양쪽 다 보수와 진보를 자칭하면서 자기들이 주창하는 내용을 가치로 내세울 뿐이지 참다운 보수와 진보 논쟁이 아닙니다. 저는 지금 우리나라가 발전하는 길은 진보나 보수 논쟁이 아니라 합리냐 비합리냐, 애국이냐 매국이냐, 정의냐 부패로 정치를 판단하고 선거에서 심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다음 대선 인물 중 유일하게 이낙연 총리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했는데, 어떤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 양정철 작가는 “그를 언급한 것은 다음 대선과 연관 지어 사례를 든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건국 이래 처음으로 남들이 써준 원고가 아니라 자신의 분명한 판단과 언어로 국민들과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수준 높은 메시지를 낼 수 있는 대통령과 국회의장과 총리를 동시에 갖게 된 것이 우리 사회 민주주의 진보라는 사례를 든 것이다”라고 답했다.

 

2부 사회를 맡은 작곡가 김형석의 피아노 연주

 

2부는 사회를 맡은 작곡가 김형석이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주제곡 ‘오버 더 레인보우’를 피아노로 연주하며 시작했다. 2부에는 노무현의 필사이자 <대통령의 말하기>(위즈덤하우스/ 2016년)의 저자인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양정철‧이호철과 이름 끝 자가 같아 ‘3철’의 하나로 불리는 국회의원 전해철,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국회의원 김경수가 자리를 함께했다. 김형석의 진행으로 자유롭게 진행된 2부의 내용을 정리했다.

 

Q 세 분 다 책을 읽어보셨는지요??

 

윤태영 : 책이 나오기 전 원고 상태로도 보았고, 이후에도 읽어봤습니다. 말과 글에 대해 쓰는 작가가 한 명 더 늘어나 불안합니다.(웃음) 사실 이 책의 내용은 10년 전부터 양정철 작가와 귀가 따갑게 나누었던 이야기라 저에게는 익숙한 내용입니다. 굉장히 좋은 책이기 때문에 아주 길게 팔리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 쓰는 분이라면 문법책처럼 책꽂이에 꽂아두고 보면 좋을 듯합니다.

 

전해철 : 저는 다 읽지는 못하고 앞부분과 마지막 부분을 읽었습니다. 사실 양비(양정철 비서관의 줄임말)는 굉장히 글을 잘 씁니다. 참여정부 시절 상대 진영으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공격을 받을 때 노무현 대통령의 심경을 대변하는 중요한 글은 양비가 거의 다 썼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에도 중요한 글의 초안을 작성했고요. 이런 말과 글에 대한 책보다는 양비의 전문적인 영역인 현안에 대한 글을 쓰면 더 빛을 발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일관되게 양비에게 일을 하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이 책이 많이 팔려서 양비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생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경수 : 사실 오늘 이 자리에는 이호철 선배(이호철 전 민정수석)가 참석하기로 했는데, 제가 갑자기 오게 돼 부랴부랴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한 권 주실 줄 알았는데 안 주시더라고요.(웃음) 정치라는 것이 결국은 말과 글을 통해 어떤 정치를 하려고 하는지 보여주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므로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Q '3철‘이라는 프레임이 억울하거나 버겁지는 않은지요?

 

양정철 : 오늘 ‘3철’이 모인다고 기사가 났는데, 이호철 선배는 일부러 오지 않았습니다. 오늘 ‘3철’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전해철 : 3철은 못된 프레임입니다. 이제는 그 프레임으로 규정짓고 제한하는 것은 그만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세 사람의 공통점은 참여정부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각자의 역할을 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할 때 보좌했다는 것입니다. 3철이라는 프레임은 나쁘지만 함께 일했다는 것에는 긍지와 자부심을 느낍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정철 작가

 

Q 이 책이 나오기까지 여기 계신 분들이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요?

 

양정철 : 사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윤태영 선배와 김경수 의원의 격려와 응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윤태영 선배와는 10년 전부터 이 주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함께 해왔고, 김경수 의원은 자기 콘텐츠와 자기 이야기를 갖고 책을 써보길 권유해 자극을 받았습니다.

 

김경수 : 양정철 선배가 책을 쓰신다고 하기에 어떤 내용이냐고 물으니, 아무도 생각 못할 깜짝 놀랄 주제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책이 나오고 깜짝 놀랐습니다.(웃음) 윤태영 선배와 양정철 선배는 두 분 다 글을 잘 쓰시지만 다른 점이 있습니다. 윤태영 선배는 진중하고 꼼꼼하게 문장을 다듬는 편인 데 비해 양정철 선배는 단숨에 뚝딱 쓰는 스타일이에요.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양정철 선배가 정치에 출마하겠다고 했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반대하면서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민주주의 진보를 이루려면 국민들 의식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함께 글 쓰고 책을 내자고 권유하는 부분이었습니다.

 

Q 글 잘 쓰는 비결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윤태영 : 원래 글을 잘 썼던 건 아니고 자꾸 쓰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잘 쓴다고 이야기를 해줘서 그런가 보다 합니다. 사실 요즘 글 잘 쓰는 고수들이 워낙 많아 명함 내밀기가 겸연쩍어요.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말 잘하는 것과 말재주는 다르듯이 글 잘 쓰는 것과 글재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좋은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고, 고뇌하고, 한 번 더 찾아보는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양정철 : 저는 한 가지 방법으로 메모 쓰기를 권합니다. 저도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인데 윤태영 선배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수첩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책도 사실 본격적으로 쓴 것은 두 달이지만, 몇 년 전부터 메모를 해놓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감히 또 한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문장을 짧게 쓰라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만 지키면 웬만큼은 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양정철 작가, 윤태영 작가, 김형석 작곡가

 

Q 마지막으로 이 책을 준비하면서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말씀해주세요.

 

양정철 : 이 책을 준비할 때 ‘공감’이라는 단어를 노트북에 붙여놓고 글을 썼습니다. 가급적이면 이 책을 읽는 분들과 조금이라도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부분들은 빼고 가급적이면 평범한 시민들이 삶 속에서 겪는 문제의식을 담으려고 애썼습니다. 또 하나는 현학적이지 않고 쉽게 쓰려고 했습니다. 첫 번째는 어느 정도 근접한 것 같은데 두 번째 원칙은 미흡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시 한 편 여러분과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안도현의 ‘비켜준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도움과 영향으로 함께 머무는 것입니다.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권도 그렇게 해서 당선된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성공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십시오. 저는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둥굴레 새싹이
새싹의 대가리 힘으로
땅을 뚫고 밖으로 고개를 내민 게 아니다


땅이 제 몸 거죽을 열어 비켜주었으므로
저렇드키, 저렇드키
연두가 태어난 것

땅이 비켜준 자리
누구도 구멍이라 말하지 않는데
둥굴레는 미안해서 초록을 펼쳐 가린다.

 

- 안도현 ‘비켜준다는 것’ 전문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 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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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도서 북& 이미회(북DB 객원기자)

어린 시절, 외롭고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가장 큰 위안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책이더군요. 가족들이 각자의 자리로 떠난 후 동네 카페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을 때, 그리고 그 책의 느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올 때 그 어디서도 얻을 수 없었던 행복과 위안을 느낍니다. 내 안을 가득 채웠던 그 느낌을 함께 나누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습니다. mimibab@naver.com

작가소개

양정철

양정철로 살았다. 노무현을 만났다. 노무현으로 살았다. 문재인을 만났다. 문재인으로 살았다. 긴 세월이 지나 이제 다시 양정철로 산다. 대통령 후보 문재인의 ‘곁’을 지켰지만, 대통령 문재인과는 ‘거리’를 지키는 사람. 그는 지금 나라 밖에 있다. 조용히 글을 쓴다. _정철 카피라이터가 본 ‘양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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