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후기

등록일 | 2018.01.08 조회수 | 4,684

[심현보 북잼플레이] “좋아하는 감정과 좋아한다고 쓰는 건 달라요”

 

 

새해를 며칠 앞둔 2017년 12월 27일, ‘사이와 사이를 잇는 밤’이라는 제목으로 작사가 심현보의 북잼 콘서트가 한남동 북파크에서 열렸다. 제목만큼이나 심현보의 작고 따스한 목소리는 늦은 밤과도, 2017년 마지막 수요일과도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마지막 수요일을 함께 보낼 수 있어 의미있다는 말로 시작한 이야기는 작사가이며 가수이기도 한 심현보의 노래로 끝이 났다.

 

‘사이와 사이를 잇는 밤’, 그의 이야기는 노랫말처럼 감미롭게 오갔고 작은 공간은 따뜻하고 보드레한 느낌으로 가득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오늘과 내일 사이, 여기와 저기 사이, 그 사이와 사이를 이어주고 채워주는 건, 역시나 사랑이 아닐까 얼핏 생각해 본다. 그의 말과 달콤한 노래를 듣고 있노라니 말이다. ‘사랑을 말하는 작사가’ 심현보가 들려주는 노랫말에 중독된 덕분에, 연말이 조금 더 따뜻해진 기분이다.

 

 

평범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게 작사가의 일

 

<작사가의 노트>(살림/ 2017년)가 궁금한 사람들은 다양했다. 아마도 공통점이 있다면 글과 음악을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한 감성하는 사람들’이라는 것만은 분명해보였다. 자신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바쁜 연말에 추위를 뚫고 여기까지 온 사람들은 아마도 글쓰기, 감성적인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라며, 심현보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로 이 날 토크를 시작했다.

 

그는 연애편지 얘기를 먼저 꺼냈다. 간절한 마음으로 편지를 쓰다보면 어느새 상대방이 점점 더 좋아지는 걸, 연애편지를 써 본 사람이라면 경험해봤을 것이다. 자기 감정이 글로 옮겨질 때 마음이 눈에 들어오고 좋아한다는 막연한 감정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안과 밖을 맴도는 생각과 마음이 형태를 갖추며 자기 것이 되는 경험과 다르지 않다. 그 역시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가 가사쓰기로 이어졌다.

 

“글을 쓴다는 게 거창하지 않아요. 일상 속에서 다양한 생각을 하고 다양한 감정을 갖는데 그건 형태가 없잖아요. 그런데 짧더라도 자기 감정과 생각을 글로 쓰면 형태가 드러나요. 우리는 모두 바쁘고 치열하게 살고 있어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들이 있어도 그냥 스쳐지나가도록 내버려두죠. 잠깐 시간을 내서 생각하면 그 감정과 생각은 고스란히 내 것이 되는 경험을 해요.”

 

글이 자기 감정에 형태를 부여하는 일이라면, 가사는 다른 글과 어떻게 다를까? ‘오늘 기분도 울적한데 소설이나 한 번 써볼까?’ 소설이라는 장르를 이렇게 접근하긴 어렵지만 가사는 그런 가벼운 접근이 가능하다. 분량이 짧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가사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사실 그렇기 때문이다.

 

“가사는 멜로디 위에 존재하는 노래의 이야기”라고 그는 설명했다. 누구나 음악을 처음 들을 땐 귀로 듣는다. 멜로디가 음악의 첫인상이라면 노랫말은 성격에 빗대면 적절할까? 멜로디를 듣고 ‘노래 괜찮은데?’ 싶다가, 노랫말을 이해하고 자기 이야기라고 느끼는 순간 노래 한 곡에 몰입돼 푹 빠지게 되는 걸 생각하면 말이다. 그러니까 가사는 음악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듣는 사람이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성격을 만들어주는 글쓰기이다.

 

그런데 왜 노랫말은 항상 사랑 얘기, 이별 얘기밖에 없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이라며 그는 작사, 작사가의 일을 세세하게 풀어놓았다.

 

“우리는 모두 사랑하기 이전이거나 사랑하는 중이거나 혹은 사랑이 끝난 후에 있지 않나요? 사람들이 음악에 열광하는 건 어제까지는 내 얘기가 아니었는데 오늘 갑자기 내 얘기가 되기 때문이에요.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작사가는 누군가 음악을 들으면서 공감할 수 있게 해주고, 평범한 사람의 노래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이에요. 음악 들으면 노래와 함께 그 노래를 들었을 때 느꼈던 감정, 그 날의 날씨와 공간까지 추억이 통째로 떠오르잖아요. 그게 음악의 힘이고 가사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멜로디 위에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작사라면, 누군가의 기억을 끄집어내서 음악과 작용하도록 하는 게 작사가의 일이겠죠.”

 

 

매일 마시는 카페라떼도 노랫말 소재 될 수 있어

 

노랫말의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면, 멜로디 위에 흐르는 사람의 목소리를 통하는 ‘귀로 듣는 글’이라는 것이다. 분량이 짧고 자기 얘기가 소재가 될 수 있어 누구나 가사를 쓸 수 있지만, 멜로디 위에 입히는 글이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게 더 많은 글이기도 하다. 가사를 쓰는 게 ‘어려운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 드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공간의 제약, 그리고 사람 목소리를 통해 전하는 글이라는 특징이 있다며 노랫말쓰기와 관련한 조언을 이야기하자, 어느 때보다 북콘서트장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사람들 눈이 진지해졌다. 누구나 쓸 수 있고 일상의 소재가 노랫말이 될 수 있는 가사쓰기의 핵심을 그는 2가지로 정리한다. 그가 전하는 핵심 꿀팁 두 가지는 아이디어, 그리고 확장과 축소이다.

 

가사의 소재가 되는 아이디어는 누구의 일상에서든 얻을 수 있다. 아이디어는 단어일 때도 있고 문장이나 장면, 소리가 될 때도 있다.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한 모든 것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 그것들이 모이고 쌓여 노랫말이 되기 때문이다.

 

그가 좋아하는 것들, 일테면 ‘너무 달지 않은 라떼나 ‘집 앞 산책’ 같은 단어들을 쭉 늘어놓는다. 그 모든 것을 합한 것보다 네가 더 좋다는 아주 단순한 아이디어가 요조의 ‘정말 좋아해’라는 노래로 탄생했다. 그가 언젠가 한 번은 꼭 써보고 싶었던 낱말, ‘이윽고’를 드라마 삽입곡 ‘너의 모든 순간’의 첫 소절에 입히면서 드라마나 영화의 이야기 역시 가사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일상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한 편의 이야기로 만들어주는 건 확장과 축소의 영역이다. 작고 일상적인 소재를 가사의 줄거리나 보편적 주제로 확장시켰다가, 추상적인 감정을 구체적인 이야기로 좁혀가기도 한다. ‘커피가 쓰다’는 별 것 아닌 한 문장에서 시작해서 오늘따라 커피가 쓴 건 ‘네가 없다는 걸 깨닫는 이별의 날로 확장’해가며 한 편의 노래가 완성되어 간다.

 

 

마음 일렁이게 하는 것들을 써보며 행복할 기회 넓히는 경험해보길

 

그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가사쓰기의 구체적인 팁을 주었지만, 작사가로서 꼭 들려주고 싶은 얘기는 ‘가장 중요한 건 일상에서 감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래 가사를 쓰며 작사가 심현보의 시간과 삶의 삶은 풍성해졌고, 그런 일상 속 감성들이 가사쓰기의 밑거름이 돼주었던 것.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감정을 들여다보고, 감정과 경험을 기록해두는 게 너무나 중요하다며, 일상 속에서 감성을 유지하고 그 중요함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주문했다.

 

“좋아하는 감정과 좋아한다고 쓰는 건 달라요.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것들을 써보면 같은 시간을 살더라도 기억의 두께가 달라요. 장래희망이 있다면 기억의 두께가 두꺼워졌으면, 그래서 기억할 수 있는 것, 기억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자기 취향을 깊게 생각해 봐야 해요. 단순히 ‘책 읽는 걸 좋아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나는 어떤 책을 좋아하고, 언제 어디에서 읽는 걸 좋아하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거예요.  ‘나는 4월쯤 날씨가 좋은 어느 날,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공원 의자에 앉아 책 읽는 게 좋아’ 이런 생각을 평소 했다면, 아마 그걸 하기 전부터 되게 기분이 좋을 거예요. 그런 게 없다면 행복할 수 있는, 혹은 기분 좋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다양한 것들이 자신 안에 들어오는 경험은 글을 쓸 때도 도움이 되고,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데도 도움이 돼요. 감정이나 경험을 적어보면서 행복할 기회를 넓혀갔으면 좋겠어요.”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 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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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도서 북& 정윤영(북DB 객원기자)

낮엔 요가, 밤엔 과외로 밥벌이 하며 르포를 쓰고 있다. 세계평화를 꿈꾼다. 정말이다. 뭐라도 하고 싶어 펜을 들었다. 팟캐스트 ‘붉고도 은밀한 라디오’ 대본을 썼다. freak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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