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후기

등록일 | 2012.12.24 조회수 | 22,356

산타로 변신한 윤건이 독자들에게 준 선물은?


 

불행한 사람을 단 한 명도 용납하지 않는 날, 크리스마스. 올해 12월에는 이런 크리스마스가 하루 더 있었다. 지난 12월 13일 오후 7시 30분, 스페이지 팩토리(구 웰콤씨어터)에서 싱어송라이터 윤건의 에세이집인 <카페 윤건> 출간기념 북콘서트가 열렸기 때문이다. ‘미리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북콘서트에는 약 200여명의 독자들이 몰렸으며, 가수 ‘비지’도 초대 뮤지션으로 무대를 함께해 그 의미를 더했다. 진행을 맡은 ‘북노마드’ 출판사의 윤동희 대표는 “800여명의 독자들이 인터파크도서를 통해 이번 북콘서트를 신청했다”는 말과 함께 윤건을 무대 위로 불러냈다.

 

↑ 윤건 저자의 <카페 윤건> 표지

 

↑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윤건

 

무대에 오른 윤건은 “추운날씨에도 자리를 함께해준 독자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 뒤, 이번 에세이집은 2009년 조현경, 김상현 씨와 함께 냈던 <커피가 사랑에게 말했다> 이후 두 번째 작품이라고 말했다. 윤건은 “당시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윤동희 대표와 인연이 닿아서 <카페 윤건>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 질문에 답하는 윤건

 

<카페 윤건>의 기획과 편집을 함께했던 윤동희 대표는 숨은 제작과정에 대한 여러 에피소드를 꺼내놓기도 했다. “이번 콘셉트가 ‘커피’다보니 표지 컬러를 단순하게 갈색으로 했었는데, 윤건 씨가 눈에 잘 띄는 빨간색을 추천했다. 책의 구성은 윤건씨가 카페에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카페에서 나오는 장면으로 끝이 나는데 이 점 역시 윤건씨가 제안한 것이다.”

 

윤동희 대표는 윤건에게 작업실이자 카페인 효자동에 있는 ‘마르코의 다락방’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윤건은 “데뷔 후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많아서 효자동에 카페 겸 작은 작업실을 만들게 됐고, 처음엔 주로 지인들을 위한 아지트로 이용했다”면서 “나중에 생각해보니 카페라는 공간에는 음악, 커피, 음식, 인테리어, 미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참 많은 걸 담을 수 있는 곳임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 공간 덕분에 많은 영감을 얻었고, 그때 느낀 점들을 메모하다 보니 한 권의 책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 <걷다>라는 곡을 부르고 있는 윤건

 

↑ 곡을 연주하고 있는 윤건

 

이어 윤동희 대표는 “지금까지 윤건의 카페에 대해 들어봤으니 이번에는 윤건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면서 독자들을 위해 준비한 곡을 들려줄 것을 제안했다. 이에 윤건은 <Far East 2 Bricklane> 앨범의 타이틀인 <걷다>라는 곡을 독자들에게 선물했다.

 

윤건은 카페 2층에 있는 작업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리 크지 않은 공간에 녹음실까지 있다 보니 처음엔 복잡해서 작업에 집중이 안 됐다. 그래서 대청소를 한 뒤 선인장과 윤도현 씨가 지어준 ‘모네드(노르웨이어, 달빛)’라는 이름의 5년 지기 피아노 등으로 인테리어를 했다.”

 

↑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윤건

 

이어 입장 전에 독자들로부터 받은 질문지로 구성한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됐다. 윤건이 첫 번째로 뽑은 종이에는 “책의 도입 부분이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해서 카페를 나가는 장면으로 끝이 나는데, 의도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적혀있었다. 윤건은 “콘셉트가 카페다보니 일부러 그렇게 의도했다”고 답했다. 처음에는 작업실이 사는 곳과 멀다 보니 자연스레 그곳과 멀어졌고, 특히 겨울에 오면 너무 춥고 외로운 느낌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커피에 대해 잘 아는 친구의 도움으로 작업실을 카페로 바꾼 것이고 책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그때 그 추운 느낌이 다시 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윤건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독자들

 

다음으로 윤건의 선택을 받은 질문지는 비행기만 그려진 종이였다. 그림만 그려져 있어 호기심에 선택했다고 말한 윤건은 어떤 독자분인지 궁금하다며 질문지의 주인을 찾아냈다. 이에 해당 독자는 “어떻게 하면 뽑힐까를 고민하다가 평소 윤건 씨가 기내식을 좋아한다는 말에 착안해 비행기 그림을 그렸다”고 답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제 진짜 질문을 해달라는 윤건의 말에 해당 독자는 “윤건 씨를 보러 춘천에서 왔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어디였냐는 질문을 던졌다. 윤건은 지난 5월 태풍으로 고생했던 보라카이에서의 기억을 꼽았다.

 

세 번째 질문지에는 “여성으로 느껴지는 입술은 어떤 입술인가?”라는 질문이 적혀 있었고, 이에 윤건은 “웃을 때 예쁜 입술”이라고 짧게 답했다.

 

↑ 질문지를 고르고 있는 윤건

 

산타가 된 윤건은 선물 줄 사람을 고르듯 마지막 질문지를 집어 들었다. 마지막 질문은 윤건의 첫사랑에 대해 듣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윤건은 “진짜 첫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대학교 때 같다”“음대에서 수업을 듣던 타과생이 있었는데, 마지막 수업 후 용기를 내서 돈가스를 먹자고 말한 뒤 친해졌고 연인관계로까지 발전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외에도 이상형이 누구냐는 독자들의 즉석 질문에는 ‘키아라 나이틀리’라고 답했다.

 

↑ <카페 윤건>의 일부를 낭독하고 있는 윤건

 

이어진 순서는 <카페 윤건>의 한 구절을 윤건이 직접 낭독하는 시간이었다. 윤동희 대표는 “이 챕터는 청춘들이 듣고 위로를 받으면 좋을 것 같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부분”이라며 추천했다. 이에 윤건은 213 페이지(# 나의 묵은지 같은 영웅, 존 아저씨)를 또박또박 정성스레 읽어 내려갔다.

 

나의 묵은지 같은 영웅, 존 아저씨

 

가로수길의 반지하 디자인 소품가게.

그곳의 쇼윈도.

쇼윈도에 걸려 있는 내 눈을 사로잡은 액자 하나.

나는 무작정 차를 멈춰 세우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People for Peace’라는 문구가 선명한 존 레논의 사진 한 장.

나는 그곳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초등학교 6학년을 살아내던 어느 날.

나는 동네서점에서 작은 자유를 발견하였다.

그 안에 담겨 있던 비틀스,

그리고 존 레논.

 

나의 삶은 그를 알고 난 이후부터 한 조각, 두 조각씩 끼워맞춰져 나갔다.

피아노 소년 양창익이 탄생하였고,

음악대학에 진학하였으며,

뮤지션이 되겠노라 다짐하였고,

결국 나는 뮤지션이 되어버렸다.

 

생각해보니,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뭔가 대단한 야망과 패기라기보다는 그저 단순한 취향의 문제인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으면 그냥 퐁당 빠져버리면 그 뿐. 그 다음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시간에게 나를 부탁하고 기다리기. 기다림이 간절해지면 시간이란 놈의 마술이 시작된다. 시간을 퍼즐 놀이하듯 우리 삶을 이리저리로 튕기고 굴리며 애를 먹이다가 몸과 마음은 파김치가 되고 포기라는 두 글자가 입 안에서 뱅뱅 맴을 돌 때 즈음이 되어서야 비로소 내가 서 있어야 할 곳에 나를 세워놓는다. 그러니 인생은 조급한 사람들의 필패. 조급함을 피하려면 내 마음속의 영웅 하나쯤은 필수.

 

존 레논은 나를 음악의 파라디소로 이끌어주었고, 포기를 잊게해주었고, 조급함을 견딜 수 있도록 항상 내 곁을 지켜주었다. 내가 그를 처음 알았을 때에는 이미 그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잠들어 있었지만, 먼 훗날 혹여라도 하늘나라에서 그를 만나게 된다면, 나는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는 당신으로 인해 꿈을 배웠고, 그 꿈을 시작하였고, 꿈속에서 진정 행복하였다고. 그리고 나는 평생 동안 당신의 묵은지처럼 곰삭은 깊은 맛의 음악에 빠져 있었노라고.

 

낭독이 끝나자 윤동희 대표는 “존 레논의 음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사랑(Love)’도 아니고, ‘나(Me)’도 아니고, 당신(You)이었다”며 “윤건의 두 번째 곡을 들으면서 오늘 당신을 위해 준비한 모든 순서를 마치겠다”는 말로 무대 위를 내려갔다.

 

 

 

↑ <차우차우>라는 곡을 연주하고 있는 윤건

 

마지막 ‘미리’ 크리스마스 선물은 초대 가수 ‘비지’와 함께한 <차우차우>였고, 노래를 마친 윤건은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다. 오늘 와주신 모든 독자분을 기억하겠다”는 말로 독자들에게 헤어짐의 인사를 건넸다. 한편 이날의 공식적인 순서를 모두 소화한 윤건은 사인회를 통해 다시 한 번 독자들과 인사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 독자에게 싸인을 해주고 있는 윤건

 

12월 13일을 ‘또 하나의 크리스마스’로 만든 윤건. 이날 독자들은 새해 달력, 싸인 CD, 그리고 윤건의 노래와 숨은 뒷이야기까지 많은 크리스마스 선물들을 미리 받았고, 시종일관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한 윤 대표 역시 독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을 것이다.

 

무엇보다 포근한 다락방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순도순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 이처럼 뮤지션 윤건이 직접 꾸미고 운영하는 카페 ‘마르코의 다락방’에 관한 에세이인 <카페 윤건>에서 만날 수 있는 그만의 사람냄새 나는 모습이 독자들에겐 가장 큰 올해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지 않을까.

 

↑ 윤건이 인터파크도서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인터파크도서 북& 8기 정영선

책을 읽으면 섹시해집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출퇴근길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싱글 여성의 50%가 '책 읽는 남자'를 꼽았다고 합니다.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남자'라고 답한 비율도 35%나 됐는데요. 저는 늘 3호선 수서역에서 압구정역까지 책을 읽고, 자리도 양보하는데... 왜 안 생길까요? 어쨌든 우리 모두 지하철에서 헌팅 당하는 그 날까지 절대 책을 놓지 맙시다! Reading Makes You Sexy!

작가소개

윤건

쓰지만 향기가 감미로운 에스프레소를 닮은 싱어송라이터. 연세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했다. 2001년 '브라운 아이즈' 1집 [벌써 일년], 2002년 '브라운 아이즈' 2집 [점점], 2004년 윤건 솔로 1집 [어쩌다], 2004년 윤건 솔로 2집 [헤어지자고], 2007년 윤건 솔로 3집 [설마], 2008년 '브라운 아이즈' 3집 [가지마 가지마] 등을 발표했다. 2005년 일본에서 싱글 앨범 [코이오 스루노 나라]를 발표해 한류의 한 축을 담당했다. 2009년 MBC FM 라디오 [꿈꾸는 라디오, 윤건입니다]를 진행하기도 했다.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는 런던 빈티지시장에 가서 옷을 살 만큼 튀는 패션 감각의 음악선생으로 등장해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고,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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