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후기

등록일 | 2012.12.21 조회수 | 132,549

구혜선의 ‘복숭아 나무’에서 열리는 기회의 열매

 

지난 11월 27일 오후 3시 대학로 어컴퍼니 카페에는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진 배우 구혜선의 저서 <복숭아 나무> 출간기념 ‘독자와의 티타임’이 마련됐다. ‘얼짱스타’로 불리던 구혜선은 2004년 MBC 시트콤 <논스톱5> 출연 이후 본격적으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췄고, 2009년에는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금잔디’ 역을 맡으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로 발돋움했다. 구혜선은 연기뿐만 아니라 영화, 그림, 음악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도 손을 뻗었다. 특히 단편영화 <유쾌한 도우미>를 시작으로 장편 <요술>을 연출했고, 최근에는 <복숭아 나무>의 감독을 맡으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 배우 구혜선이 쓴 <복숭아 나무> 표지

 

↑ 독자에게 인사를 하는 배우 구혜선

 

이날 마련된 티타임은 질의응답, 선물 증정, 단체사진 촬영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티타임에 초대된 10여명의 독자들은 소설뿐만 아니라 영화까지 모두 봤다며 구혜선의 열혈 팬임을 자청했다. 카페에 도착한 구혜선은 자리에 앉자마자 “바쁘신 와중에도 부족한 자리에 함께해줘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고, 곧바로 본격적인 대화가 오고 갔다. 진행자는 “이번 티타임의 취지가 출간기념이니만큼 소설과 관련한 질문으로 시작하려 한다”고 운을 뗀 뒤, 사전에 독자들과 함께 준비한 여러 질문들을 차례로 던졌다.

 

이날 구혜선은 이번 소설과 동명 영화인 <복숭아 나무>의 촬영 뒷이야기와 함께 멘토, 결혼, 앞으로의 계획 등 개인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아래는 독자들과 구혜선이 함께한 일문일답이다.

 

↑ 독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배우 구혜선

 

↑ 배우 구혜선의 이야기를 듣는 독자들

 

Q. 영화와 소설의 결말이 차이가 있던데, 일부러 의도한 것인가?

 

결말의 차이라기보다 시점의 차이인 것 같다. 영화는 배우 류덕환과(동현 역) 남상미(승아 역) 위주로 흘러가지만, 조승우(상현 역)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다른 면을 많이 보게 된다. 하지만 소설의 경우는 승아의 눈으로만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조금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소설에서는 승아가 마네킹을 들고 뛰는 장면이 모든 이야기의 포인트라고 생각해서 결말을 그렇게 정했다.

 

Q. 샴쌍둥이를 영화와 소설의 모티브로 삼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실제 샴쌍둥이를 본 적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소재와 관련해서 참신하면서도 거부감이 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실 샴쌍둥이는 꿈에서 본 이미지고, 실제로 본 적은 없다. 혼자서 주제에 관해 많은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꿈에 나온 것이다. 샴쌍둥이는 우리의 모습, 즉 인간의 양면성을 빗댄 표현이었지만, 연예인이라는 직업 때문에 본의 아니게 상처를 받은 내 가족들의 모습이기도 했다. 꿈을 꾸고 나니 멜로디도 함께 떠올랐다. 그래서 <복숭아 나무>는 다른 영화와는 달리 OST 작업을 먼저 한 특이한 케이스다.

 

Q.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세 가지를 뽑는다면?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족, 만나는 인연들, 그리고 나. 특히 만나는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29년을 살면서 29년째 만나는 사람은 가족 말곤 없는 것 같다. 다들 1~2년 친하게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 사이가 멀어지고, 10년을 친했다가도 환경이나 상황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거리가 또 생기더라. 그래서 언젠가부터 매 순간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집중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인생에 멘토는 누구인가?

 

방송특성상 특정 인물을 거론한 적이 많은데, 사실 멘토는 정말 많다. 학창시절에는 매년 바뀌는 담임선생님이 멘토이기도 했고, 때론 지지고 볶는 엄마나 남자친구가 멘토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만난 모든 인연이 멘토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하나만 정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뭔가 한 가지를 정해버리면 그 생각에 갇혀버리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독자의 질문에 웃고 있는 배우 구혜선

 

↑ 배우 구혜선의 핸드프린팅이 담긴 그림

 

Q. 좋아하는 화가나 자신의 그림에 영향을 준 화가가 있다면?

 

예전에 어느 인터뷰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생각하기>라는 책을 읽고,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구혜선의 롤 모델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식의 제목으로 기사가 많이 나가 민망했던 적이 있다. 분명 내가 입체적인 생각을 하게끔 도와주고, 사물을 여러 각도에서 보게 하는 법을 가르쳐 준 감사한 책이다.

 

Q. 감독, 작가, 배우, 화가, 가수 등 많은 수식어가 붙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타이틀이 있다면?

 

전부 좋다. 민망하지만 지금까지의 내 용기에 스스로 박수를 많이 쳐준다. ‘구혜선’이라서 기회가 많았던 것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사실 아무도 내게 기회를 가져다 주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일을 해오면서 딱히 어느 분야에서 성공을 했다고 할 만한 것도 없다. 아직 인정받은 것은 아니지만, 인정받기 위해 무언가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기회를 주고, 나를 용서하는 작업들을 계속 해오고 있다.

 

Q. 여러 도전들을 해왔는데, 혹시 준비 중인 다른 도전이 있다면?

 

도전이라기보다는 지금의 숙제이기도 하지만, 손해를 덜 보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무살 이전부터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었지만, 세상에 드러낸 건 데뷔하고 난 이후부터다. 그렇게 한 10년 정도 시행착오를 겪고 나니 스스로 판단이 조금씩 선다. ‘이건 하면 안 되겠다’, ‘이건 좀 더 파도 되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배우가 자신이 차곡차곡 모은 돈을 낯선 분야에 몽땅 투자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젠 손해를 봤던 10년을 재산 삼아 손해를 덜 보는 방법을 궁리하고 싶다. 반드시 새로운 도전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그건 결혼이지 않을까? 최근 결혼을 발표한 원더걸스의 선예를 보면서도, 용감한 결심을 했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나중에는 결혼이 내 인생 최대의 도전이 될 것 같다.

 

Q. 자신에게 소울메이트란 어떤 의미인가? 구혜선의 소울메이트는 누구인지도 궁금하다.

 

소울메이트는 함께 마음 놓고 수다 떨 수 있는 상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 소울메이트는 오랜 친구이자 이번 영화에도 특별 출연해준 서현진(쌍둥이 엄마 역)이다. 현진이는 장편 데뷔작이었던 <요술>에도 출연해준 적이 있다. 당시 출연료를 밥으로 해결할 만큼 친한 사이다. 이번 출연료는 5년 동안 밥을 사는 것이다.

 

Q. 앞으로 예술가로서의 목표나 목적지가 있다면?

 

해탈하고 싶다.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이라기보다는 자본이라는 측면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자본이 떨어지면 일을 하기 힘들다. 사실 10년 동안 일을 했지만, 돈을 모으지 못해 힘든 점이 많았다. 뭔가를 만들고 나서 돈을 벌지 못해도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예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말은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말과 동의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도 비평하거나 비평받지 않는 해탈의 경지에 오르고 싶다.

 

↑ 독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배우 구혜선

 

Q. 소설과 영화의 내용처럼 실제로 동화를 만들어 볼 생각은 없나?

 

실제로 영화에 나오는 동화책을 쓰고 싶었다. 그럼에도 진행을 하지 않은 건 주위의 반대 때문이었다. 사실 동화를 만들어 의미 있는 일에 쓰고 싶었다. 예전에 영화사 ‘아침’의 故 정승혜 대표님이 입원한 병원을 들렀는데, 그때 소아병동 어린이들이 가장 보고 싶은 게 ‘동화책’이라는 말을 해주셨다. 그래서 처음엔 그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기획단계에서 원활한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소설을 먼저 내게 된 것이다. 동화는 기회가 되면 만들 것이다.

 

Q. 영화나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류덕환(동현 역) 씨가 침대에 똑바로 누워 우는 장면과 남상미 (승아 역)씨가 마네킹을 들고 울며 달리는 장면이다. 영화에서는 승아가 넘어지는 장면이 없지만, 소설에서는 계속 넘어진다. 그 부분이 내 마음을 흔든 것 같다. 사실 영화와 소설 모두 비극적인 결말이다. 종종 스스로 “끝이 행복할 수 있어?”라는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 그게 영화와 소설에서도 보여 진 것 같다.

 

구혜선은 <복숭아 나무>라는 소설과 동명의 영화에서 20만분의 1의 확률로 태어난다는 샴쌍둥이라는 소재에 특유의 상상력을 더해 동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여러 매체의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도 했지만, ‘복숭아’는 아이를 상징하는 축복의 의미가 담긴 과일이고, ‘복숭아 나무’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구혜선은 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평범한 사람으로 살지 못한 샴쌍둥이(상현, 동현)의 아픔을 <복숭아 나무>라는 제목 안에 모두 녹여낸 것이다.

 

그들이 누리지 못한 기쁨과 기회를 대신해주기 위함이었을까? 구혜선은 스스로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은 배우, 영화감독, 소설가, 화가, 가수와 같은 수식어도 어쩌면 연예인이라서 쉽게 얻을 수 있었던 타이틀이 아니라 자신에게 끊임없이 기회를 주겠다는 진지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앞으로 구혜선의 복숭아 나무에선 또 어떤 새로운 타이틀의 열매가 열릴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 독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배우 구혜선

 

↑ 배우 구혜선이 인터파크도서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인터파크도서 북& 8기 정영선

책을 읽으면 섹시해집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출퇴근길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싱글 여성의 50%가 '책 읽는 남자'를 꼽았다고 합니다.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남자'라고 답한 비율도 35%나 됐는데요. 저는 늘 3호선 수서역에서 압구정역까지 책을 읽고, 자리도 양보하는데... 왜 안 생길까요? 어쨌든 우리 모두 지하철에서 헌팅 당하는 그 날까지 절대 책을 놓지 맙시다! Reading Makes You Sexy!

작가소개

구혜선

단편영화 [유쾌한 도우미]로 시작해 장편 [요술]을 연출하였고, [복숭아나무]로 전국 개봉하는 대중영화의 감독으로 거듭났다. 시나리오 작업부터 촬영과 마지막 편집까지 차근차근 당차게 꾸려내는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미스터리 핑크]는 단편영화이자 예술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을 담은 전시도 함께 선보인다. 작가로서 구혜선은 첫 소설 [탱고]를 통해 두 남녀의 풋풋한 열정과 빗나간 첫사랑을 그렸고, [복숭아나무] 시나리오를 토대로 샴쌍둥이의 슬픔을 그린 중편소설을 완성했다. [영화 제작&감독] 2008 단편영화 [유쾌한 도우미] 제작&감독 2010 서울 여성 영화제 트레일러 감독 2010 단편영화 [당신] 제작&감독 2010 장편영화 [요술] 감독 2012 3D단편영화 [기억의 조각들] 감독 2012 장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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