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후기

등록일 | 2018.07.30 조회수 | 8,415

[정재승 북잼콘서트]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 넘어설 인간의 효용 가치는?”

우리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국내 과학자 중 단번에 이름을 떠올릴 만한 이는 누가 있을까? 아마도 손에 꼽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과학자의 이름만큼은 누구나 친숙함을 느낄 터. 바로 국내 과학 서적 가운데 기록적인 판매량을 올리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정재승 교수다. 저서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어크로스/ 2011년)로 70만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과학과 대중 사이의 접점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해온 그가 17년 만에 단독 집필한 신작을 들고 우리 곁을 찾아왔다.

지난 7월 24일 저녁 7시 30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3층에 자리한 북파크 카오스 홀에서는 정재승의 북잼콘서트 ‘인간이라는 경이로운 숲을 탐험하다’가 열렸다. 정재승 교수가 펴낸 신간 <열두 발자국>(어크로스/ 2018년)에 얽힌 이야기와 과학적 지혜를 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40도를 웃도는 폭염의 열기 속에서도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전 객석이 꽉 들어차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정재승 교수의 신간 도서에 관한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뜨거운지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정재승 교수가 꺼내든 가장 큰 화두는 바로 4차 산업혁명이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바로 IOT(Internet of Things)라고 불리는 사물인터넷에 있는데요. 사물인터넷이란 말 그대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뜻해요. 최근 미국에서 인터넷 센서를 부착한 우산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만약 실수로 우산을 어딘가에 두고 오면 그 센서가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서 분실을 방지해주는 거죠. 지금 여러분이 앉아계신 의자에 사물인터넷을 붙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마도 저는 여러분이 즐겁게 듣고 계시는지, 아니면 졸고 계시는지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또 카펫에 사물인터넷을 붙인다면 먼지에 관한 정보가 청소기에 전달되어 청소기는 먼지의 분포에 따라 청소를 할 거고요. 체중계와 사물인터넷이 만난다면 사용자의 몸무게 정보가 냉장고와 연결되어 냉장고 문이 밤 10시 이후에는 열리지 않을 수 있어요. 

이런 시대가 오면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정보로 바뀔 겁니다. 그럼 그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고 늘어나는 속도 역시 아주 빨라지겠죠? 형식도 전부 다를 거고요. 앞서 말한 양과 속도, 형식을 모두 만족하는 정보를 바로 ‘빅데이터’라고 해요. 최근 들어 흩어진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 시스템이 등장했어요. 덕분에 우리는 빅데이터를 감당할 여유가 생겼고, 그 방대한 정보를 인공지능이 분석해서 인간에게 적절한 혜택을 제공해주는 세상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이에요. 이것을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일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죠.

오늘날 우리가 운전할 때 쓰는 내비게이션은 목적지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어느 길로 가야 빨리 갈 수 있는지를 예측해주고 있어요. 하지만 내비게이션 안에 도로의 상황이 통째로 들어가 있지는 않죠. 이를테면 보행자의 정보가 그래요. 앞에 누가 지나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죠. 차선 정보도 없어요. 2차선이 막히니까 3차선으로 이동하라는 식으로는 말해주지 않으니까요. 노면 정보도 마찬가지예요. 어느 길이 얼어 있는지, 물웅덩이가 있는지 말해주지 않아요. 그런데 만약 앞서 말한 정보가 전부 들어가 있으면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자동차가 직접 운전을 하는 게 훨씬 더 안전할 거예요. 그게 바로 ‘자율주행 자동차’죠. 사실 운전의 알고리즘은 단순한데요. 이 자율주행 자동차는 사람처럼 운전할 능력을 갖췄다기보다는 고려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많아져서 운전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정재승 교수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사회로 나갈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7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리라 전망했다. 특히 서비스업에 관해 이야기하며 자신이 몸담은 대학의 한 실험을 소개했다. 이 실험의 목적은 로봇이 미로를 통과해 목적지까지 도달하게 하는 것. 이 로봇은 두 발로 걸으며 고개와 몸통을 돌릴 수 있지만 어느 방향으로 갈지 생각할 수 있는 기능은 없다고. 그래서 옆방에 있는 학생이 로봇의 상황을 보면서 명령을 전달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학생이 말을 전혀 하지 않고도 생각, 즉 뇌파만으로 그 명령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재승 교수는 이 실험과 연구를 통해 로봇이 서비스업에도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기업들은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고 하면 기계를 도입하는데 적극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다 보니 기계를 잘 다루고 인공지능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은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반면, 이러한 기술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도 새로이 구직하기가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에는 양극화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우리는 ‘인간의 효용 가치는 무엇인가?’,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우리 사회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아이들은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그간의 산업혁명이 이미 진행되고 난 후에 선언된 것들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아직 오지 않았는데 미리 선언되었어요. 그만큼 우리가 준비할 시간이 있는 거죠. 4차 산업혁명이 당장 내일, 내년에 벌어질 일은 아니지만 그 변화의 결과가 혁명적인 만큼 잘 알고 준비하는 게 필요해요. 사실 지금껏 우리가 했던 교육은 사람을 인공지능처럼 행동하도록 만들었어요. 머릿속에 교과서의 내용을 실수 없이 정확하게 입력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죠. 그걸 잘한 순서대로 점수를 매겨 대학을 보냈고요. 그런데 교과서의 내용을 정확히 입력하고 외우는 일은 인공지능이 더 잘할 거예요. 그럼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 다음 세대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요?

답은 크게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인공지능을 잘 쓸 줄 아는 능력을 기르는 거예요. 이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대표적으로 코딩 교육이 있을 거예요. 제대로 된 코딩 교육은 다음의 세 가지를 길러줘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능력, 그렇게 생각한 것을 직접 만들 수 있는 능력, 직접 만든 것을 사람들이 잘 쓸 수 있게끔 디자인하는 능력이요. 사실 학교는 앞서 말한 이 세 가지를 단 하나도 가르치지 않거든요. 기술·가정이라는 과목이 있기는 하지만 무언가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지는 않으니까요. 제가 카이스트 교수가 되면서 5년간 했던 것이 바로 앞서 말한 세 가지를 가르치는 거였어요.

두 번째는 인공지능이 못하는 걸 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거예요. 이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대한 이해와 예술적인 창의성이 필요해요. 인공지능은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은 있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비판하는 능력은 없거든요. 다수의 정보가 말하는 것을 옳다고 판단해버리죠. 그게 인종이나 성을 차별하는 것일지라도요. 그래서 우리는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해요. 인공지능에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려주고 그것과 비슷한 교향곡을 만들라고 하면 얼마든지 만들어낼 거예요. 하지만 고전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모두 들려주고 여기에 없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보라고 하면 못할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이 자기만의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줘야 해요. 저는 앞서 말한 전략 둘 다 옳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맞는 거죠.“

정재승 교수는 닌텐도의 게임기 개발자들이 자동차의 에어백 원리를 바탕으로 ‘위(Wii)’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연결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서로 다른 영역으로 구분된 것들을 과감하게 이어보는 시도를 마음껏 하다 보면 세상에 없던 자신만의 생각과 가치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르내리기 쉬운 에스컬레이터처럼 비슷한 삶을 반복하기보다는, 힘든 계단을 오르내리며 새로운 삶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길 바란다는 당부를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어서 그는 독자와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Q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만들고 수집할 때는 많은 자본과 노력이 필요할 텐데요. 이러한 정보가 널리 보편화되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면 그 희소성이 떨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사람들이 더 이상 정보를 생산하지 않을 수도 있을까요?

인터넷 정보의 독특한 속성 중 하나는 널리 보편화된다고 해서 그 가치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일 텐데요. 구글은 하버드나 스탠퍼드 대학 도서관의 장서를 사진으로 찍어 전자문서 형태로 만든 다음 사람들에게 무료로 공개했어요. 구글의 이용자들이 검색을 통해 책과 본문의 내용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거죠. 그럼 사람들은 구글에 정보가 많다고 생각하면서 검색을 하게 될 거예요. 정보는 일단 모이면 힘이 생기고 중요해지기 때문에 그것을 만들고 수집하는 사람들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라도 계속하려 들 거예요.

Q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우리가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할지 언급해주신 부분이 흥미로웠는데요. 개인적인 노력 외에도 사회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크게 보면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기술의 도입을 미루거나 막는 겁니다. 이를테면 로봇세를 도입하는 거죠. 사람의 고용을 줄인 대신 로봇을 통해 이익을 창출한 만큼 세금을 부과해 그 세금으로 사람들을 교육하고 취업의 기회를 만들어 주자는 취지예요. 이 방법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골고루 분배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두 번째는 개인이 만든 정보에 가치를 매겨 주는 거예요. 이를테면 페이스북에 열심히 글을 올리고 정보를 게시하면 페이스북이 그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주는 거죠. 이건 상황에 따라 기본 소득과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사실 앞서 말한 것보다 더 근본적인 방법은 우리 사회가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잘 갖추도록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Q 교사라 그런지 교육에 대해 말씀하실 때 주의 깊게 들었는데요. 지금보다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미래지향적으로 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는데요. 저는 인공지능이 발전함에 따라 오히려 인간이 평등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인공지능은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것 같은데요. 말씀하신 부분의 예를 들면 금융사의 PB(Private Banking)가 있을 거예요. PB는 은행이 거액의 예금자를 상대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가를 말하는데요. 소위 말해 부자들의 돈을 관리해주는 사람들인 거죠. 물론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는 그러한 혜택을 제공하지는 않고요. 그런데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예금이 얼마든지 간에 조언하고 도와주는 것이 가능해질 거예요. 또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이 모든 아이를 자세히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이때 인공지능이 도울 수도 있고요. 아이의 성장 과정을 분석해 제공하는 거죠. 이렇게 더 나은 세상이 펼쳐질 수도 있지만 결국 이러한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본가들이어서 그들의 요구에 따라 활용될 가능성이 커요. 우리가 모두 이를 예의주시하면서 견제할 필요가 있는 이유죠.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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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도서 북& 윤효정(북DB 객원기자)

언제나 자유롭고 언제나 사랑하며 언제나 배우고 언제나 글을 쓰고 언제나 즐기며 계속해서 뿌리가 깊어지고 품이 넓어지는 나무처럼 살고 싶습니다. egloo@daum.net

작가소개

정재승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이자 뇌공학자. KAIST에서 물리학 전공으로 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일대학교 의대 정신과 연구원,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컬럼비아대학교 의대 정신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및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연구 분야는 의사결정 신경과학이며, 이를 바탕으로 정신질환 대뇌 모델링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2009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서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 선정되었으며, 2011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수상했다. 매년 10월 마지막 토요일, 작은 도시 도서관에서 과학자의 강연 기부 행사 ‘10월의 하늘’을 진행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물리학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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