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후기

등록일 | 2018.04.04 조회수 | 10,129

[우석훈 북잼 토크] “한국은 부모의 신용까지 대물림 되는 사회”

- <국가의 사기> 출간 기념... 우석훈 북잼 토크 개최

- “‘후순위채권’은 굉장히 무서운 상품… 금융당국 방치 결과, 서민들이 어마어마한 피해 입어”
- “금융거래가 거의 없는 ‘신 파일러’….굉장히 빠른 속도로 신용불량자 신세”
- “부모가 자녀 통장에 돈을 넣어 관리해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미래는 매우 달라져”

 


 

 

오늘날 한국 사회는 여전히 혼란의 연속이다. 전직 대통령들이 연이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은 요원한 일에 불과한 것일까. 이에 특정 정파나 집단에 얽매이지 않고 환경과 경제라는 두 가지 주제에 집중해 한국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는 경제학자 우석훈의 해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최근에 신간 <국가의 사기>(김영사/ 2018년)를 출간하며 집값에서부터 주식과 교육, 원전, 자원외교, 도시재생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되어 온 일들을 낱낱이 분석하고 그 이면에 숨은 진실을 파헤쳐 건전한 시민 경제를 모색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3월 29일 오후 7시 30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3층에 자리한 북파크 카오스 홀에서는 우석훈의 북잼 토크가 열렸다. 이번 북잼 토크는 우석훈의 신간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로 ‘국가의 본질은 무엇이고, 국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그의 강연이 펼쳐졌다.

 


 

 

우석훈은 ‘과연 세상이 좋아지고 있을까?’라는 물음 앞에서 선뜻 대답을 잘 하지 못하겠다는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했다. 기분상으로는 뭔가 좋아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그러한지는 따져볼 문제라는 것. 강연에서 자신이 선보일 이야기는 ‘지는 사람이 또 지는 이야기’라고 설명하며 이번 책에 수록된 첫 번째 주제인 ‘왜 개인은 맨날 속는가?’를 바탕으로 영화 ‘빅쇼트’와 함께 2011년에 터졌던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부산저축은행이 팔았던’ 후순위채권’을 두고 굉장히 무서운 상품이라 일컬으며 금융당국이 방치한 결과, 서민들이 어마어마한 피해를 겪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정권마다 코스피 종합주가지수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비교·분석했다. 김대중 정권부터 노무현 정권까지의 10년을 살펴보면 6배가량이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는 제자리에 그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보수 정권 동안 주식을 한 사람은 폭락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컸다며 주식의 중독성과 위험성을 경고했다. 보통 집안의 가장들이 주식에 손을 댔다가 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제어할 방법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술이나 담배, 도박에 빠져들면 어떻게든 제지할 방법이 있지만 주식에 중독된 사람을 제지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개인이 섣불리 시도하기에는 굉장히 위험한 요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마련된 안전장치는 없다는 것.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정권은 자신의 임기 내에 코스피 종합주가지수가 오르기를 바라기 때문에 오히려 주식을 더욱 많이 사고팔도록 권장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최근 급성장한 다단계 문제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갔다. 보수 정권 10년 동안 3배가 성장해 현재의 다단계 산업 매출액은 5조가 넘는다는 것. 심지어 다단계 종사 인구는 이명박 정권 당시 415만 명, 박근혜 정권 당시 800만 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수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단계 활동을 통한 수익으로 연간 5000만 원을 넘게 버는 사람은 1만 6000여 명에 불과해 다단계 전체 인구의 1%도 안 되는 수치라고 했다. 나머지 99%가 연평균 50만 원 정도의 수익을 내는데 이는 1달로 계산하면 5만 원도 안 되는 돈이다. 그는 한국의 영화 산업조차 1년에 2조가 조금 넘는데 다단계 산업의 수치는 정부가 너무 방치한 결과라며 이를 제지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는 한국이 신용계급사회가 됐다며 ‘신파일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파일러는 얇은 서류뭉치라는 뜻으로 신용카드 사용 내용, 대출 실적 등 금융거래가 거의 없는 사람을 일컫는다. 나이가 너무 어리거나 너무 많은 사람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신용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5~6등급으로 분류되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우석훈은 한국에 1000만 명 가량의 신파일러가 있는데 이중 고령으로 분류되는 60세 이상이 300만 명, 사회 초년생으로 분류되는 20대가 300만 명, 나머지의 상당수가 미성년자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휴대폰 요금과 같은 소액을 연체하더라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신용 불량자가 되기 쉽다고.

 

 

 

 

“한때 국회의원 유승민의 딸이 2억 원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어요. 세뱃돈을 모아서 넣어 준 거라고 했는데 아마 신용등급을 보면 금방 1등급이 되겠죠. 오늘날 한국의 구조로는 부모가 자녀에게 통장에 돈을 넣어 관리해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삶이 너무나 달라져요. 얼마 전에 제 아이에게 5만 원짜리 장난감 로봇을 사줬는데 금방 후회했어요. 차라리 그 돈을 통장에 넣어줄 걸 하고요. (웃음)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의 신용을 물려받는다는 것은 너무나 불합리한 일이에요. 이건 사실 그리 어렵지 않게 국가가 해결할 수 있거든요. 돈 드는 일이 아니니까요. 미성년자에게 신용등급을 매기거나 미성년자의 신용정보 습득을 법적으로 금지하면 돼요. 그리고 3등급의 기본 신용등급을 주는 거예요. 성인이 되어 관리를 안 해서 내려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일단 출발은 같게 해주자는 거죠.”

 

이어서 그는 책에 수록된 두 번째 주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바탕으로 클랜 현상에 대해 다뤘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그 안의 내부까지 바뀌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 ‘클랜(clan)’이란 '비밀스러운'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형용사 클랑데스탱(clandestine)에서 나온 말로 영어로는 '집단'을 의미한다. 특히 재무부 출신의 인사를 지칭하는 말인 ‘모피아’를 언급하며 이들을 클랜 중의 클랜이라 지목했다. 또한 국토부에 있는 토건족들의 문제를 꼬집으며 새만금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낡은 화두라는 의견이 많아 비록 책에는 수록하지 못했다고. 이는 노태우 정권에서 시작해 김대중 정권에서 확정되어 박근혜 정권까지 끌고 온 국가산업인데 진보와 보수를 떠나 모두가 걸려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책에 수록된 세 번째 주제 ‘네 돈이라면 이렇게 쓰겠니?’를 바탕으로 자원외교와 4대강 문제에 대해서도 짚었다. 자원외교를 위해 그동안 공공기관에서 쓴 돈만 40조에 이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더불어 이명박 정권뿐만 아니라 자원외교의 방향을 잡았던 노무현 정권에도 잘못이 있다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4대강 사업에 쓴 돈은 어찌 됐든 우리나라에 쓴 것이지만 자원외교에 쓴 돈은 한국에는 아무런 이득을 주지 않고 그저 외국에서 사라진 것이라며 이를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한국의 분양권 제도에 대해서도 강하게 질타했다.

 

“전 세계적으로 분양제도가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어요. 일본에도 있었는데 문제가 많다는 걸 알고 없앴죠. 사실 분양은 일본식 표현인데 내 돈을 주고 집을 산다는데 분양을 받는다는 말 자체가 이상한 거예요. 세계 어느 곳을 봐도 주택 시장을 두고 분양이라고 하는 곳은 없거든요. 현재 한국에 집이 없는 가구가 700만 가구인데 여기에 1인 가구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나겠죠. 매년 10만 호씩 주기도 어려운 실정이에요. 10만 호씩 70년을 성공적으로 줘야 모든 사람에게 집을 줄 수 있죠. 그러니까 이 방식으로는 절대로 집 없는 서민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어요. 만약 이 분양제도가 효과가 있다면 왜 세계적으로 한국에서만 하고 있을까요. 이는 우리가 토건 국가라서 한건데 이미 없어졌어야 하는 제도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자가 주택 비율을 보면 1955년도에는 79.5%의 국민이 자기 집을 갖고 있었어요. 6.25 전쟁이 끝난 후에도 80%가량의 국민이 자기 집에서 살았다는 거죠. 한국의 국민은 원래 자기 집에서 살았다는 얘기가 돼요. 그런데 박정희 정권이 시작되면서 자가 주택 비율이 63%로 떨어졌고,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55%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정부는 집을 지어서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게 아니라 집이 없는 국민들이 집 없이 사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해요. 집을 빌려달라는 사람이 있을 때 싸게 빌려주는 식으로요. 지금 이 상태로라면 절대로 집을 가질 수 없죠. 지금껏 분양제를 해오는 동안 한 번도 자가 주택 비율이 늘어난 적이 없거든요.”

 

그는 강연 후 독자와 간단한 질의응답을 가지며 행사를 마쳤다.

 

Q 책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도시 재생과 관련된 부분이 나오는데요. 도시재생에 관해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도시가 좋아질 때는 항상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게 되는데요. 이를테면 그 동네에 오래 살던 원주민들이 이사를 해야 하는 것이 그래요. 10년 전에 제주도 도청에 자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보니까 제주도가 다른 지역에 비교해 원주민의 토지 보유율이 낮더라고요. 만약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관광도시로만 개발하면 땅이나 집이 없는 원주민들은 나갈 수밖에 없는 거죠. 한국은 임대차 보호법이라고 해서 임대 행위를 보호만 하고 있지 그것을 하나의 권리로 인정하지는 않아요. 도시 재생은 사람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 충분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무조건 개발부터 하고 보는 방식은 잘못됐다고 봐요. 이를테면 강남에서 목숨을 걸고 지킬만한 문화적 가치의 건물이 얼마나 있겠어요. 반면 해외의 주요 도시들은 ‘도심의 박물관화’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파리만 보더라도 18세기에 형성된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면서 고치고 정비를 하며 그 도시의 가치를 높이고 있죠. 몽마르트는 마약 거래가 빈번하게 벌어지는 빈민촌이거든요. 그런데도 프랑스 정부는 이를 밀어버리지 않고 치안에만 집중을 하는 식으로 도시를 지켜나가고 있죠.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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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도서 북& 윤효정(북DB 객원기자)

언제나 자유롭고 언제나 사랑하며 언제나 배우고 언제나 글을 쓰고 언제나 즐기며 계속해서 뿌리가 깊어지고 품이 넓어지는 나무처럼 살고 싶습니다. egloo@daum.net

작가소개

우석훈

경제학자. 두 아이의 아빠다. 성격은 못됐고 말은 까칠하다. 늘 명랑하고 싶어 하지만 그마저도 잘 안 된다. 욕심과 의무감 대신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보람으로 살아가는 경제를 기다린다. 대표 저서로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88만원 세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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