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등록일 | 2021.01.28 조회수 | 1,235

[신간] 나는 달린다, 고로 존재한다

최근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 달리기 붐이 일었다. 나도 여기에 동조되어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스포츠 용품 회사에서 출시한 달리기 어플을 켜고 매일마다 달린 거리와 속도를 측정했다. '챌린지'에 등록하면 함께 참여한 사람들과 달린 거리를 비교할 수도 있는데 경쟁에는 영 자신이 없어서 여기선 빠졌다. 달리기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 카페에도 가입했다. 코로나 유행으로 실내 운동이 제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라는 운동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던 차에 서점에서 <달리기>(기욤 르 블랑/ 인간사랑/ 2020년)라는 제목의 노란색 책을 발견했을 때 집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기욤 르 블랑 파리 디드로 대학 교수다. 그 자신이 아마추어 마라톤 주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총 42개의 주제 속에서 달리기의 철학적 의미를 탐구한다. 통상적으로 철학 하면 '걷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근대적 도시의 일상 속에서 '산책가'의 의미를 탐구한 발터 벤야민으로부터 시작해, 인터넷 서점 검색창에 '걷기'와 '철학'을 입력하면 수많은 종의 도서가 뜬다. 하지만 철학자가 본 달리기의 의미는 어떤 것인지 궁금해진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것은 더 빠르고, 더 동적일 것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적인 요청에 따르는 달리기는 아니다.

기욤 르 블랑에게 있어서 달리기는 '자기를 넘어섬과 동시에 자기 안에 존재하기 위한 시도-유혹'(p.21)이며 '자신의 허약함에 동감하는 것', '노마드가 되는 것'(p.90)이다. 나아가 달리기는 '자본주의의 은유'이면서 '자본주의적 흐름을 파괴하는'(p.160) 행위이다. 이처럼 저자는 수많은 철학적 개념과 달리기라는 행위의 여러 측면을 연결시켜 설명한다. 방대한 철학사를 관통하는 설명 속에서 종종 길을 잃지만, 단순하다 여겼던 달리는 행위가 이처럼 많은 형이상학적 의미를 띤다는 점에 감탄하면서 읽다 보면 책장을 넘기는 일이 마냥 고단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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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진(북DB 기자)

1983년 서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도움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력한 존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이 있어 다행입니다. kiwi@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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