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등록일 | 2020.11.17 조회수 | 629

[인문MD 추천 신간] 태어난 게 범죄?

'탄생'이란 무릇 축복을 의미하는 것이 만고의 진리일진데, 자신이 태어난 것부터가,
존재 자체가 '범죄'라고 말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코미디언인 '트레버 노아'입니다.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정치 풍자 프로그램 '더 데일리쇼'의 진행자이기도 하지요.

에미상, 피보디상 수상에 빛나는 '더 데일리 쇼'는 특히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하는데요,
말할 것도 없이, 진행자인 트레버 노아는 지금 미국에서 가장 핫한 코미디언입니다.

이 책 <태어난 게 범죄>(트레버 노아/ 부키/ 2020년)는  트레버 노아의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이거 실화냐' 싶은 에피소드가 계속 펼쳐져 한 편의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듯 술술 넘어갑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얘기지만, 트레버 노아가 태어난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남아공에서 인종 간 성관계는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지는 중범죄였습니다.

어머니가 코사족 흑인, 아버지가 스위스인 백인이었던 트레버 노아는 태어난 게 범죄, 그 자체였죠.
  
트레버의 어린 시절은 가난과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었습니다.

등하굣길이 불타고 절도, 살인, 조직범죄가 일상인 곳이었고, 아버지가 떠난 후엔 계부로부터 학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혼혈아로 태어난 그는 흑인, 백인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는 ‘아싸(아웃사이더)’로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트레버 노아는 어쩌면 진짜 범죄자가 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실제로 돈을 벌기 위해 불법 복제한 CD를 팔거나 장물을 거래하는 등
이 책에서 과거 자신이 저지른 잘못된 행동을 고백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남의 것을 빼앗는 대신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트레버의 어머니의 역할이 컸습니다.
  
"과거로부터 배우고 과거보다 더 나아져야 해.
고통이 너를 단련하게 만들되, 마음에 담아 두지 마.
비통해하지 마라."

트레버 노아는 웃음 뒤에 드리운 그림자 같은 슬픔을 보는 것이 얼마나 아린 일인지,
그렇지만 고통을 뛰어넘은 웃음은 얼마나 강력한 지 삶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주인공의 엄마는 자녀에게 운명이 반복되길 바라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 않는, 너무나 힘든 삶을 택했지만 꿋꿋하게 버텨내 아들에게 새로운 자유를 선물했고,
그 아들 '트레버 노아' 또한 기구한 운명에 놓여졌지만 절망하지 않았으며,
엄마와는 절친으로 때론 톰과 제리처럼 싸우면서 본인의 삶을 개척할 줄 아는 멋진 청년으로 자랐습니다.

엄마와 아들로서가 아니라 그들은 '한 팀'으로 어려운 세월을 이겨내고 세상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었습니다.

눈물나도록 가난했지만, 풍부한 경험을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트레버 노아는 가난하다고 느끼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엄마는 흑인들이 절대 가지 않는, 갈 수 없는 장소에 그를 데려갔지요.

'흑인들은 그럴 수 없다'거나 '흑인들은 그래서는 안된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에 얽매이길 거부했습니다.

엄마는 그가 갈 수 있는 곳과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란 없다는 듯 그를 키웠습니다.

엄마는 그를 백인 아이처럼 키웠지요. 백인 문화에 따라 키웠다는 게 아니라,
세상이 내 것이 될 수 있다고 믿게 했고, 내가 나 자신을 변호해야 하고,
내 의사와 결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심어줬다는 뜻입니다.

가능성의 최상층은 그들이 볼 수 있는 세계를 넘어섰고, 엄마는 그 가능성을 아들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놀라운 점은 누구도 그녀에게 그 가능성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것이죠.
누구도 엄마를 선택하지 않았고, 그녀 홀로 순전히 의지의 힘만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했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가 끝날 거라는 확신이 전혀 없을 시점에 '트레버 노아'라는 작은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고 하지만 트레버의 어머니는 정말 대단한 삶을 살았습니다.
흑인 여성으로서 자신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거부했고, 매를 들어서라도 아들의 삶을 올바르게 이끌었으며,
새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죠.
그러면서도 항상 웃음과 긍정적인 마음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현재 트레버가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태도는 아마도 그의 어머니에게서 고스란히 물려받았을 거예요.
그렇게 트레버 노아는 전 세계 사람들을 웃고 울리며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인싸’가 될 수 있었던 거죠.
이런 면에서 이 책은 트레버 노아가 어머니에게 바치는 사랑의 편지이기도 합니다.

빌 게이츠는 이 책을 <호모 데우스>, <힐빌리의 노래>와 함께 여름 휴가에 읽을 책으로 추천했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선정 2017년 가장 많이 읽은 논픽션 top 5에도 선정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중혁 작가가 팬임을 밝히며 강력 추천한 책이기도 하지요.

이 책은 웃기지만, 또한 슬프다.
슬프지만, 망할, 읽는 동안 계속 웃게 된다.
우리는 트레버 노아와 함께 상처를 응시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고통을 피해 도망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삶이 버거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소설가 김중혁

한 사람의 것이라 하기엔 트레버 노아의 삶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합니다.
달리는 버스에서 던져지고, 애벌레로 끼니를 때우고, 유대인 학교에서 히틀러를 외치는 만행(?)을 저지르고…
<태어난 게 범죄>는 말썽꾸러기 트레버 노아와 원더우먼 어머니가 만드는 감동 실화입니다.

이 책을 추천한 김중혁 소설가의 말대로,
‘웃기지만 또한 슬프고, 슬프지만 읽는 동안 계속 웃게’ 되는 책이지요.
절망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사랑과 용기의 힘으로
자아를 찾아가는 한 소년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삶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겁니다.

모두들 전에 없던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요즘입니다.
힘겨운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지만,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각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요.
그럼에도 문득 너무 힘이 들어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
그래서 힘겨운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껏 웃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농담 뒤에 숨은 아픔이,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 대한 고민이,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이 가진 위대함이
장담컨대 우리 모두를 울리고 또 웃길 것입니다.

- 글 : 공현숙 인문MD(hsk@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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