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등록일 | 2020.07.06 조회수 | 926

[인문MD 추천 신간] 너는 널 위해 무엇을 해주니?

얼마 전 인기리에 끝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를 열심히 봤습니다. 채널을 돌리다가 무심결에 봤는데 재미있더라고요.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한 장면들도 꽤 있었고요. 그러다가 한 장면에서 멈칫, 했습니다.
 
“익준아, 너는 요즘 널 위해 뭘 해 주니?”
“나?”
“응, 너.”
“넌?”
“나는 날 위해 장작 거치대를 샀어.
날 위해 그냥 샀어. 나 이거 살 때 엄청 행복했다.
너는 뭐 해주는데? 널 위해 너한테 뭐 해주냐고.”
“… 이렇게 너랑 같이 밥 먹는 거, 커피 마시는 거.
나는 나에게 그것 해줘."

출처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익준과 송화의 달달한(?) 고백 내용이기도 했지만 저는 그 질문이 참 좋았습니다. 잠깐 가던 길을 멈추고 일상을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질문이니까요.

지금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하는 일이 있나요?
아니, 어떤 일을 해야 내가 즐거워지는지 아시나요?

<행복한 이기주의자>(웨인 다이어/ 21세기북스/ 2019년)로 유명한 심리학자 웨인 다이어의 책 <인생의 태도>(웨인 다이어/ 더퀘스트/ 2020년)는 자기 마음에 집중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타인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 타인의 평가에 연연한 삶이 아니라 스스로가 원하는 선택과 결정을 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라고 말하지요. 제목 그대로 인생을 바라보는 태도를 스스로를 위한 쪽으로 바꾸라고 알려주는 책입니다.

저자의 여러 이야기 중에서 저는 타인의 생각은 그저 타인의 생각일 뿐이라는 내용이 가장 좋았습니다. 내 인생이니까요. 자주 잊고 살지만 지금 이 생은 나의 인생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송화든, 익준이든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주냐는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위하는 대신 남들이 원하는 대로만 살아가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예전에 '더 투나잇 쇼(The Tonight Show, 미국 NBC에서 1954년부터 방영된 심야 토크쇼—옮긴이)'에 여러 번 초대 손님으로 출연했는데, 그때마다 시청자들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제가 농담을 하거나 재미있고 인상적인 말을 하면 이런 편지들을 받곤 했죠.

“엄청 재밌는 농담이었어요. 당신은 정말 멋진 분이에요.” “어떻게 그런 농담을 할 수 있죠? 하나도 재미없었어요.” “당신이 한 말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취향이 나쁘군요.” 편지들은 이렇게 다 다르고, 사람들은 저에 대해 각자 다른 평가를 내립니다. 전 농담 한마디를 했을 뿐인데요.

이런 경험을 통해 제가 알게 된 건, 평판은 신경 쓰지 않되 제 고유한 성격은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제 고유한 성격에 대해 저는 책임이 있어요.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는 제 책임이 아닙니다. 그건 그들의 의견이고, 그들이 그렇게 이름 붙인 것이기 때문이죠. 거듭 말하지만 그건 제 소관 밖의 일입니다. 제 손이 닿는 건 오직 저의 개성이에요. 이건 제 생각과 제 안에 존재하는 애정에서 생겨납니다. 다른 사람들이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평판에서 생겨나는 게 아니에요.

제가 낸 어떤 책에 관해 두 통의 편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한 통은 자신이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좋았고, 자기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그는 그 책을 읽은 결과 인생에서 일어난 모든 변화를 제 공으로 돌렸어요. 다른 한 통에는 제 책이 정말 별로라서 환불하고 싶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습니다.

저는 편지를 읽고 이렇게 했습니다. 제 책에 대한 불평을 써서 보낸 독자에게는 그날 온 멋진 편지의 사본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제 책을 찬양하는 편지를 보낸 독자에게는 불평하는 편지의 사본을 보냈죠. 그리고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선생님 말이 맞습니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자신만의 관점으로 흔들림 없는 인생을 사는 법을 전합니다. 사실 흔들림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살아야 본연의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 지,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웨인 다이어 박사가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극복했던 경험과 심리학 공부를 했던 것,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심리 상담을 진행했던 것들을 통해서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 타인을 대하는 태도, 나아가 인생 전반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어제와 똑같은 삶을 살게 될 거라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우리 인생은 그동안 했던 수많은 선택들의 결과이고, 앞으로 할 선택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마 내일 또한 변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죠. 그게 우리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오늘 내가 원하는 행동을, 말을 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타인이 원하는 대로 한다면) 아마도 내 삶은 영영 바뀌기 힘들 테니까요.

웨인 다이어 박사는 책 말미에 인생의 변화를 도울 9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일상을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볼 시간을 제시하는 질문입니다.
 
1. 삶이 6개월 남았다는 걸 알게 된다면 무엇을 할까요?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일을 할까요? 아니면 새로운 뭔가를 하게 될까요? 어떤 답이 나오든 그것은 많은 이야기를 해 줍니다.)
 
2. 지금까지 함께 살아본 적 없는 사람과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지금 살고 있는 사람과 함께 할 건가요? 아니면 변화를 줄 건가요? 혹시 의무감 때문에 누군가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3. 지금까지 살았던 곳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어디에 살까요?
(어디를 좋아하나요? 거기 가지 못하는 이유가 있나요? 그곳이 싫다면 왜 다른 지역으로 갈 생각은 하지 않는 건가요?)
 
4. 시간을 잴 능력이나 시계가 없다면 몇 시간 정도 잘까요?
(하루에 몇 시간을 자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일찍 일어나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시계나 달력, 일정에 따라 살아가기보다 자신의 필요에 맞춰 삶을 사는 시도를 해 보라는 겁니다.)
 
5. 식사 시간 같은 게 없다면 언제 어느 정도의 양을 먹을까요?
(음식이 있다는 이유로 하루 세 끼를 먹나요? 지금 배가 고프진 않지만 나중에 배고파질 테니 먹어두자는 마음이 있지는 않나요? 내 내부의 신호에 한 번 귀 기울여 보세요.)

6. 돈 같은 게 없다면 뭘 할까요?
(세상에 돈이 필요 없다면 매일 매일 무엇을 할까요? 어떤 활동을 할까요? 돈을 벌 수 있다는, 그 단 하나의 이유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7. 지금 내가 몇 살인지 모른다고 한다면 나는 몇 살인가요?
(당신은 몇 살인가요? 중년인가요? 젊은가요? 이제 나이는 잊으세요. 노화는 어쩌면 태도와 자기 인생에 관한 믿음의 결과물일지도 모릅니다.)
 
8. 오늘부터 새로 시작한다면 어떤 성격의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우리는 매일 자신의 성격을 선택하고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성격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 때문에 그런 성격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거지요.)

9. 어떤 이름표(나이, 직업, 연봉, 사는 곳…)도 없다면 자기 자신을 어떻게 표현할까요?
(이름표를 떼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나요? 아니면 그런 한계들 없이는 자신을 표현할 수가 없나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이 책을 통틀어 웨인 다이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내가 누구인지는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었죠.

처음 몇장을 넘길 때에는 사실 글쎄 그게 생각하는 것만큼 쉬울까, 저는 그날 오후에도 회사에서 직원 복지로 해 주는 '심리상담'에 가서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고, 그게 왜 그렇게 절망적인지에 대해서 1시간 동안 눈물과 함께 쏟아내고 온 참이었습니다.

힘든 사람들이 많은 시대이고, 그래서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 책들이 쏟아지는 이 때에, 이런 책이 과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의아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앞부분에 등장하는 오렌지주스 이야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아지는 바가 있었습니다.

오렌지를 쥐어짜면 오렌지주스가 나옵니다. 마찬가지로 뭔가가 우리를 쥐어짤 때, 뭔가에 압박을 받을 때 나오는 건 우리 안에 있는 것이란 얘기죠. 그게 화든, 증오든, 스트레스든 말입니다. 

누가 우리를 쥐어짜서가 아니라 그저 우리 안에 있는 것이 나오는 것이라구요, 내 안에 없는 것은 밖으로 나올 수 없습니다. 그러니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면 누구도 우리를 화나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이 동의하지 않으면 누구도 당신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할 수 없다."

천천히 읽다 보면 지금의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하는 책입니다. 지나온 과거에 대한 후회도,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이 오직 현재를 알차게 사는 심리학자의 단단한 삶에 대한 지혜를 한 번 읽어보세요. 그리고 오늘, 한 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너는 널 위해 무엇을 해주니?” 하고요.

- 글 : 공현숙 인터파크도서 인문MD(hsk@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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