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 있는 역사 책들을 보면, 특별한 주제를 뼈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테마역사서'가 인기있습니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읽었던 문명이나 왕조 같은 거시적 주제가 아니라, 범죄, 미스터리, 혹은 특정 인물 같은 디테일 한 소재를 중심으로 역사를 다루는 책들인데요.
사실 그러한 세부적인 테마를 중심으로 역사를 연구하는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충분한 사료도 부족할 것이고, 그 사료에서 유의미한 논점을 끌어낸다는 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 될 테니까요.
그러한 저자들의 노력 끝에 소개되는 이 역사책들은, 우리에게 좀 더 풍성하고 다채로운 역사적 지식과 즐거움은 전해줍니다. 최근 출판사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테마 역사서 다섯권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크리미널 조선>(박영규/ 김영사/ 2019년)
조선시대의 범죄 70여가지 사건들을 추적, 프로파일링을 한 책입니다.
고위층의 권력형 사건과 은폐부터, 평민과 노비와 같은 하층계급에서 일어난 살인과 사기사건까지.
그리고 그 사건들을 치밀하게 파헤치는 조선의 수사기법까지 다룬, 조선판 CSI 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모든 범죄에는 욕망이 담겨져 있다고 하죠.
조선시대의 범죄들을 파헤쳐 보면서 당시 사람들의 적나라한 욕망은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봅니다.
<말의 마지막 노래>(울리히 라울프/ 까치/ 2019년)
인류에게 가장 중요했던 동물은 무엇일까요? 소와 돼지, 개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겟지만, 이 책의 주제는 바로 '말' 입니다.
증기기관과 함께 문명에서 그 중요함이 사라졌지만, 말은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동물이었습니다.
말을 통해 도시의 모습이 바뀌었고, 전쟁의 양상이 달라졌죠. 말을 통한 교통체계의 확보는 한 문명의 흥망성쇠를 결정짓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그동안 말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무시되어 왔다고 이야기하며, 치밀한 연구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말의 역사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비추어 보고 있습니다.
<탈세의 세계사>(오무라 오지로/ 더봄/ 2019년)
삶에서 절대 피할 수 없는 두 가지는 죽음과 세금이라고 하죠.
거꾸로 이야기하면 인간의 역사에서 탈세 역시 항상 있었을 것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로마제국 시대에도 탈세가 있었다고 합니다.
조세 정의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함을 결정짓는 변수라면,
탈세의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과거로부터 현재의 답을 찾는 과정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나무를 심은 사람들>(고규홍/ 휴머니스트/ 2020년)
이 책이 다루는 것은 나무에 대한 역사가 아닙니다. 정확히 '나무를 심은 사람들에 대한 역사'입니다.
나무를 심고 보살피며 그 곁을 지키는 사람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나무 인문학자인 저자는 원효대사부터 이황, 신사임당, 김구 선생까지,
우리가 잘 아는 역사 속 인물들이 나무와 어떠한 관계를 갖고 있었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이러한 내용의 사료를 모으는 것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집요함이 필요한 작업일지 생각해보며 읽었습니다.
"나뭇결에는 이 땅에 산 사람들의 온갖 이야기가 담겨 있다"라고 저자는 이야기 합니다.
나무를 통해 먼저 세상을 살다 간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책 입니다.
<미스터리 세계사>(그레이엄 도널드/ 현대지성/ 2020년)
역사 속에는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들이 많습니다.
피라미드의 진실부터 모차르트의 죽음, 잔 다르크의 최후에 대한 숨겨진 진실.
미스터리는 시대를 통틀어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입니다.
우리가 통속적으로 알고 있는 어떤 상식에 대한 반전과 충격을 기대하게 때문이죠.
역사책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독자라면,
흥미진진한 28가지 미스테리로 엮은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 글 : 남기산 인터파크도서 역사MD(kysan85@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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