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등록일 | 2019.12.09 조회수 | 1,131

[인문MD 추천 신간]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까

대학 졸업을 앞전에 두고, 이런 저런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의 20대의 방황은 지금 'N포 세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은 비록 '절판' 되었지만, 당시 읽었던 <의미있게 산다는 것>이란 책이 인상깊게 남아있는데요. 빅터 프랭클의 사상을 일상에 도입해, '삶의 어떤 역경 속에서도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의지와 자유가 있다'는 것을 얘기한 책으로, '의미' 라는 것에 대해 좀 더 심도있는 고민을 가질 수 있게 해 준 소중한 책이었습니다.

그 기억으로, <무관심의 시대>(알렉산더 버트야니/ 나무생각/ 2019년)의 저자가 '빅터 프랭클 연구소 소장' 이라는 점은 충분히 매력있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뒷표지 김경일 교수님의 추천사에서도 보이듯이, 그저 '재미있다'고 말하기에는 한 문장 한 문장 그 의미를 곱씹어야 하기에, 요새 흔히 말하는 '말랑말랑한 읽기 쉬운 책'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우리의 삶이 냉소적인 태도보다는 더 의미있고 가치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에 충분히 동조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연구와 실증을 오롯이 담아 그 타당함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풍요를 넘어서 잉여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고 평화롭지만, 잉여에 견줄 만큼 세계 곳곳에서 심각한 경고음들이 들려오는 것도 사실이지요.

우리 사회도 최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우리의 삶의 토대가 되어 왔던 선한 가치들이 붕괴되고 체념과 절망, 이기적 개인주의가 극대화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빅터 프랭클이 말한 ‘실존적 공허’에 빠져 삶 그 자체에서 맛보는 기쁨이 아니라 그것을 대체할 무언가를 찾느라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결핍과 무관심 현상입니다.

무언가에 열광하고 만족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이지요. 일종의 체념이나 둔화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증상은 탁한 색조처럼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어 능동적으로 살려는 의욕을 앗아갑니다. 물질적 풍요로움이 낳은 실존적 빈곤, 즉 냉담함, 고립감, 좌절감, 그리고 무관심은 지금 우리들의 모습일 수 밖에 없습니다.

‘왜 우리는 풍요로워질수록 결핍을 느끼는가?’
‘왜 우리는 수많은 가능성을 외면하고 체념과 무관심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가?’
‘삶에 있어서 정당한 무관심이라는 게 존재할까?’

빅터 프랭클 재단 이사이자 저명한 정신의학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대인들이 처한 이와 같은 아이러니한 상황을 들여다보고, 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냉담하게 변해가는지 진단합니다. 또한 우리 개개인이 이기적이고 냉담한 사회에서 다시 활력과 용기를 찾고 주도적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탈출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삶에 있어서 ‘다들 그러니까 나도 어쩔 수 없어.’와 같은 정당한 무관심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것들, 만들어내야 하는 것들, 즉 우리의 존재 의미는 무관심이 아니라 삶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책임에 기인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모든 순간이 의미 있으며, 가능성으로 열려 있다

인간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가 인간이라는 이름하에 이 땅에 태어났을 때부터 우리에게 숙명처럼 주어진 사명은 무엇일까? 최근 ‘이기적 삶의 태도’란 주제에 휩쓸려 사람들이 외면하거나 가볍게 여기는 것이 책임, 기여, 희망, 사명이라는 삶의 가치들입니다.

저자는 참여적이고 유의미한 이러한 가치들이야말로 우리의 숙명이며, 존재 의미이자, 방식이며 실현 가능한 것들임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무용한 것이라고 치부하고 이 가치들을 삶의 뒤편으로 밀어내면 우리의 삶뿐만 아니라 세상의 많은 가능성들이 사라지고 궁핍함에 시달리게 됩니다.

우리가 눈길을 주지 않으면 그 무엇도 현실이 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들이 바로 우리를 증명해주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빅터 프랭클의 의미치료'에 입각해 현시대를 분석하고 대안을 찾고 있는 저자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순간이 의미 있으며, 가능성으로 활짝 열려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과 우리가 세상으로 발산하는 것 사이에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선택과 자유의 순간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빼앗긴 것과 선물받은 것, 기만당한 것과 지지받은 것, 이 모든 것은 경험일 뿐입니다. 인간은 이러한 인과 사슬의 맨 마지막에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이면서, 그 시작 지점에 서서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보내는 존재이기도 하지요. 보다 성숙하고 의식적인 결정을 내림으로써 이기적인 행동으로부터, 영원히 지속되는 고통으로부터 우리는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이 있다.
무엇을 실현할 것인지는 오직 당신에게 달려 있다.” 

미완의 사실, 그리고 다시 요구되는 세상과의 연대

물론 인생에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고통과 냉혹함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오랫동안 우리를 따라다니고, 쉽게 협상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그 고통이 항상 최종결정권을 갖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결정에 정당성을 주는 것도 아니라고 전합니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충분히 협상 가능하다.' 빅터 프랭클의 말처럼 우리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미완의 사실들 앞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삶의 사실들에 응답하는 한
우리는 끊임없이 미완의 사실들 앞에 서게 된다.”

저자는 빅터 프랭클의 이 짤막한 말에 두 가지 희망이 존재함을 밝히고 있습니다. 하나는 이 세상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개인의 공헌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된다는 것이지요.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세상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이 세상도 우리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연민, 증오, 무관심은 우리의 실존적 고향이 될 수 없습니다. 삶은 우리에게 조역이 아니라 주역을 주었고, 세상과 연대를 통해 이를 실현하도록 사명을 부여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깨닫고 세상과 동맹을 맺을 때 비로소 우리는 온전해지고 자신의 삶과도 조화를 이룸으로써 진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은 매일 고통스러운 일들이 벌어지며, 많은 곳에서 부당하고 무자비한 일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수수방관하고 있지요.

우리 시대의 무관심에 대한 모든 한탄 속에서도 위로가 되는 것은 우리 인간이 그 고통을 끊어낼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한 명의 개인이 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세계를 바꿀 수는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소명이 주어져 있으며, 누구나 세상을 위해 작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이 사실이야말로 삶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아름다운 메시지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에게 숙명처럼 주어진 사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고 기대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할 것입니다. 참여적이고 유의미한 인간성은 실현 가능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존재방식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눈길을 주지 않으면 그 무엇도 현실이 될 수 없습니다.

"이 책을 주의 깊게,
그리고 깨어 있는 정신으로
끝까지 읽는 사람이
자신의 삶을 무관심으로 허비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엘리자베스 루카스

- 글 : 공현숙 인터파크도서 인문MD(hsk@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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