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등록일 | 2019.09.24 조회수 | 1,368

[인문MD 추천 신간] 아이를 돌보며 겨우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그저 여느 엄마들처럼 사랑스러운 아기를 기쁜 마음으로 잘 키울 수 있을거라 막연히 생각했더랬습니다. 경악케 하는 육아의 현실에 맞닥뜨리기 전까지는요.

'모성'이란 것이 아이만 낳으면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몇시간씩 안고 겨우 재워 놓아도 등이 바닥에 닿는 순간 '앙~'하고 울어대는 초예민 아이와 씨름하면서,,, 또 아이를 전적으로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경단녀'의 대열에 서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을 맞이하게 되면서 우리는 점점 알아가게 됩니다.

사람이 살면서 누군가의 알뜰살뜰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10년 이상은 되며, 나 또한 그런 사랑으로 한 인간으로 설 수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돌봄'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중요성에 대해 깨달아 가며, 그렇게 '겨우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을요.

돌봄의 즐거움과 괴로움이 가져다주는 빛나는 통찰들

서른 여덟 살에 출산을 한 '노산 워킹맘'이라고 정체성을 밝힌 <돌봄 인문학 수업>(김희진/ 위즈덤하우스/ 2019년)의 저자는 아이를 낳기 전까지 전형적인 한국 직장인의 '저녁 없는 삶'으로, 매일 야근이나 철야, 접대로 집에서는 밥 한 끼 지어 먹지 않는 날이 많았고, 저녁이나 주말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프로답지 못하다 생각했으며, 겨울 내내 아이가 아프다며 병원에 들렀다 늦게 출근하는 워킹맘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었다고 고백합니다.

본인의 악전고투 끝에, '육아능력시험'이 있다면 낙제점 간신히 면할 만한 수준이 된 지금에야 그 시절을 돌이켜보며 본인의 무지함과 옹졸함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다며 사죄한다 말합니다.

아이를 낳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 생생하고 절절한 문장은, 단순한 고백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갑니다. "엄청난 관찰력과 인내력과 창의성, 그리고 유머 감각이 필요한 육아의 과정"을 지나며 저자는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의무이자 권리임을 뼛속 깊이 깨닫"고 "육아의 와중에 얻는 인간에 대한 다양한 통찰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확신하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인문학이 그 의미와 가치를 담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언어라는 것을 절감하고 육아의 즐거움과 괴로움이 가져다주는 빛나는 통찰들을 이 책 한 권에 담아냈습니다.

즉, <돌봄 인문학 수업>은 부모를 넘어 누구나 돌봄을 통해 성취할 수 있는 가치와, 인간으로서 더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보여주고 제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우리 사회가 돌봄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함을 다양한 인문학 책과 접목해 설득력 있게 풀어가고 있답니다.

저자는 노산 워킹맘의 기쁨과 고충을 생생히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해, 일과 사랑, 일과 돌봄이 양립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자 한다며 소회를 밝힙니다. 이 강렬한 감정을 반쯤 농담 삼아 '전향자의 열정'이라고 표현합니다.

저 또한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으로 살아오며, '이래서 애 키우며 철든다 하는구나' 내지는 '내가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었나'를 깨닫곤 합니

다. 너무 미워서 뒤통수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그 사람'마저도, 어느 순간에 가서는 '그래 당신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겠지' 싶어지는 겁니다.

고양이와 개, 혹은 거리의 비둘기 같은 동물들도 취약하지만
위엄있는 존재로서 우리를 감동시키는 순간들이 있다.
약한 존재 안에 숨겨진 힘을 발견하는 경험은

부모가(조금 더 확장하면 돌보고 보살피는 사람들 모두가) 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경험 중 하나이다.

작고 여린 존재가 강력하게 내뿜는 요구를
누구보다 예민하게 살피고 반응해야 한다는
돌봄의 큰 원칙 밑바탕에
이런 존중의 감수성이 자리잡고 있다.
- p.43 '유아기의 전능감과 인간의 존엄' 중에서

"우리에겐 돌봄의 의미와 가치를 알릴 언어가 필요하다."

돌봄을 공부할 때,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는 개인의 양육 경험이 사회에 유익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 사회적 의미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으며 이를 표현할 보편적인 언어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최근 KBS 2TV에서 방영 중인 '돌봄 예능'을 표방한 프로그램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가 화제가 되고 있지요. 저마다의 사정으로 아이를 돌보는 도움이 필요한 가정에 연예인 출연자들이 찾아가 하루 돌봄을 경험하는 이 프로그램은 '육알못'이던 남성 출연자들이 회를 거듭하며 좋은 방향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육아 전쟁을 겪어보며 대한민국 아이 돌봄의 현주소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돌봄 대란 실태 보고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방송에서 출연자들은 점점 돌봄에 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시청자는 이들의 표정과 생각 등이 따뜻하고 풍부해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더불어 돌봄을 가정의 틀 안에 가두지 않고 사회로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지요.

여기서 우리는 양육자가 저마다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나눌 때, 육아는 더 이상 '전쟁'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를 얻고 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돌봄의 경험은 어떤 방향으로든 양육자를 성숙하게 하며, 이를 제대로 인정하고 독려할 때 양육자의 성취는 아이를 더욱 현명하게 기를 수 있는 힘으로 선순환된다는 것을 말이죠.

이는 육아로 인해 자칫 자신이 소모된다고 느끼는 양육자에게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개인의 통찰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자 '돌봄 인문학 공부모임'을 열었습니다. 이때 엄마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모집 인원이 빠르게 마감되기에 이르고, 돌봄과 인문학의 접점에 대해 더욱 확신하게 되었구요. 5년이 넘게 모임을 이어오면서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깨닫거나 고민하는 주제들을 다양한 문학, 역사, 철학 텍스트들을 통해 보다 정확하고 선명한 언어들로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활동들을 바탕으로 쓴 책이기에 돌봄의 의미와 가치, 효과에 대해 더욱 공감하며 읽게 된답니다.

아동을 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던 시절에 자랐으나 자녀의 마음 읽기가 최우선 과제인 세대. 자유와 방임 사이에서 아슬아슬 자랐으나 자녀의 안전과 성장을 온전히 책임지는 세대. 별 수 없이 나는 육아를 책으로 배웠다. <돌봄 인문학 수업>은 딱 나 같은 엄마의 고민이고 질문이고 핵심정리 노트다. 이 책을 육아 동지는 물론 아이를 낳고 키울 계획과 욕구가 전혀 없는 이들도 읽으면 좋겠다. 아이를 생각하는 일은 결국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위로하고 응원하는 일이니까.                                                 

- 조남주 소설가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렇게 상기되는 것이 무척 많다. 특히 나를 돌봐주던 사람들, 아직 내가 나임을 깨닫기 전에 나와 섞여 있던 사람들, 누가 나인지 타자인지 구분되지 않는 그 모호함 속에서 서서히 나를 발견해가는 시기에, 나를 씻겨주고 먹여주고 재워주던 그 손길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재발견하게 되는 가장 근원적인 기억이다. 그 손길들은 우리 마음과 기억의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쌓여서 우리 내면을 형성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은 나의 일부, 나의 한 조각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 이것은 사실 만남과 헤어짐을 충분히 연습한 어른에게도 마찬가지이지만, 아이에게는 더 특별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어린아이를 돌보는 일 역시 자기의 한 조각을 내어주는 일이다. 그 흔적은 아이에게 영원히 남는다.
- p.114 '보조 양육자와의 동고동락' 중에서

'돌봄'이 섬세한 관찰력과 기민한 대응 능력, 유연하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고도의 정신 작업이라는 것이 나의 확고한 신념이다.

집중에서 분산으로, 분산에서 다시 집중으로. 돌봄에는 이런 정신적인 모드 전환이 필요하다.

일과 양육을 양립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두 종류의 이질적인 정신 활동에 익숙해진다는 것, 전혀 다른 구조의 두 언어에 바이링구얼이 되어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뜻이다.
- p.221 '균형을 장려하는 사회' 중에서

육아를 통해 깊어지고 성장하는 부모를 위하여

<돌봄 인문학 수업>은 부모를 넘어 누구나 돌봄을 통해 성취할 수 있는 가치와, 인간으로서 더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보여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돌봄을 공부하는 것은, 한때 아이였던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며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인간다움을 회복하고 일과 사랑, 성취와 돌봄이 양립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지도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어머니(또는 모든 양육자)라는 존재의 무조건적인 돌봄 없이는 어떤 인간도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1시간 20분째 17개월 된 아기밥을 먹이느라 쫄쫄 굶고 있는 여느 엄마에게도,, '언제 이렇게 컸어' 라며 아이의 유년기 시절을 그리워 할 날이 옵니다. 한 명의 아이를 돌보아 키운다는 것이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보다 아직은 힘든 순간들에 고통스러울 지라도 육아를 통해 깊어지고 성장하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해 보시기를 바라봅니다.

오늘 '동지의 정'을 느끼게 하는 따뜻한 이 책을 만나보세요!

- 글 : 공현숙 인터파크도서 인문MD(hsk@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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