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등록일 | 2019.08.13 조회수 | 1,535

[인문MD 추천 신간] 짜내는 '치약'이 아닌 존엄한 '인간'으로…

“인간은 치약이 아닙니다. 하지만 너무도 많은 시간을 우리는 치약으로 살고 있습니다. 짜내고, 짜내다가, 텅 빈 껍데기로 버려지는 삶.”

이 책은 뜬금없이 '치약' 이야기로 프롤로그를 시작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오랜 시간을, 능력 이상으로 많은 일들을 쳐내기 위해 책상에 앉아 있는 세상의 치약들. 우리에게 중요한 건 뭘까요? 저자는 그것이 '평소의 시간' 이라고 말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날들을 얼마나 풍부하고, 충만하게 보내느냐가 우리를 치약이 될 운명으로부터 구원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이죠. 저자는 <생각의 기쁨>(유병욱/ 북하우스/ 2017년)에서 작은 아이디어를 크게 키워나가는 ‘과정의 즐거움’과 ‘생각의 기본기’를 이야기했던 TBWA 카피라이터 유병욱입니다.

카피라이터는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낼까요? 평소에 어떤 시간을 보내기에, 우리 마음을 뒤흔드는 카피를 쓰는 것일까요?
 
그는 이번 <평소의 발견>(유병욱/ 북하우스/ 2019년)에서 ‘평소’ 속에 숨겨진 놀라운 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대답은 특이하거나 거창한 습관이 아니었습니다. 평소의 관찰, 평소의 메모, 평소의 음악, 평소의 밑줄처럼, 작고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이지요.

별일 없이 무심코 보내는 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면, 그렇게 ‘평소’를 만끽하다 보면,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생각이 찾아온다고 말입니다. 크고 많고 대단한 것을 이야기했다면 부담스러울 법한데, 누구나 시도해 볼 수 있는 ‘생각법’을 이야기 해주는 책입니다.

“아무것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짧은 틈새의 시간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낼까? 어떤 말에 귀를 기울이고, 어떤 문장에 밑줄을 긋고, 어떤 장면을 관찰하며, 어떤 음악에 소름이 돋을까? 또 그것들은 어떤 특별한 아웃풋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관찰’입니다. 저자 주위엔 능력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많은데, 그들은 ‘좋은 관찰자’라는 공통점을 지녔다고 하네요. 하나같이 “같은 것을 봐도 더 깊이 생각하고, 삶이 주는 기쁨을 더 깊숙이 누리는 좋은 관찰자”였던 것이죠. 더욱이 그들은 그저 관찰에 그치지 않고, 그 순간을 메모하고,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등 방식을 가리지 않고 기록하고 수집하고 축적하는 데 열을 올립니다. 마치 사냥꾼처럼.

저자는 이들 ‘좋은’ 관찰자들의 행동을 “가차 없는 포획”이라고, 재미나게 표현합니다. 그냥 운 좋게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카피가 도대체 얼마나 될까요? 어쩌면, 군더더기 없는 단 하나의 문장이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구들은, 이렇듯 ‘평소’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생각의 창고 속에서, 매순간 하나씩 건져 올린 것들이었나 봅니다.

이 책의 저자 유병욱도 섬광처럼 사라지는 생각의 단초를 붙잡아두기 위해, 스마트폰 메모장, 노트, 냅킨, 이면지, 휴대폰 음성메모 등 가리지 않고 적어둔 다음, 때때로 꺼내서 곱씹어본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시인이 붉게 익은 대추에서 몇 달 전의 폭염과 태풍을 읽어내듯, 때론 천천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발견하게 되는 놀라운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이 책은 평소 속에 놀라운 힘을 이야기합니다.

저자가 평소에 발견하고, 만나고, 줍고, 듣고, 찍고, 밑줄 긋고, 모은 것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광고 촬영장 간식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 광고 경쟁 프레젠테이션, 재롱잔치, 제주 공항, 극장 근처 커피숍, 휴가철 여행지, 영국 방송, 재즈, 가요, 팝송, 책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취향의 경계를 넘나들며 재즈 음악처럼 리드미컬하게 펼쳐집니다.

 

평범한 시간의 틈 속에서 카피의 뼈대, 광고 캠페인의 인사이트가 되는 생각들을 층층이 쌓아올리는 카피라이터의 일상을 생생하게 엿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평소의 관찰,
평소의 독서,
평소의 음악,
평소의 여가.

틈틈이 나를 채울 수 있다면,
고통스럽게 내 밑바닥을 보는 일은 줄어듭니다.”

 

그리고 가끔씩은, 그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시간 속에서 건져 올린 보석들이 특별한 생각으로 태어나는 경험을 합니다.

무심코 흘려보내는 시간이 많으신가요?

손안의 모래처럼 빠져나가버리는 순간들을, 일단 어깨 힘 빼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만의 관찰과 단상, 메모로 채워보면 어떨까요. 저 또한 '짜냄의 시대'에 굴하지 않고, 치약이 아닌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보려 합니다.

책 속의 한 구절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평범하지만, 시시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하루는. 우리의 인생은.”

- 글 : 공현숙 인터파크도서 인문MD(hsk@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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