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등록일 | 2019.05.20 조회수 | 1,314

[인문MD 추천 신간] 죽도록 일만 하지 말았어야 했다

유년 시절에는 스무 살이 되면 인생을 꿰뚫는 통찰을 가진 진정한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스무 살이 되어도, 서른 살이 되어도, 불혹에 이른다 해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늘 고민하게 되는 게 인생인 것 같습니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더 나은 모습으로 나이 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까요?

<백살까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이근후/ 메이븐/ 2019년)은 인생의 절반쯤에 이르러 다시 한 번 삶의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에게 50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가 스스로 살아본 인생을 돌이켜 깨달은 삶의 비밀들을 일, 자아, 인간관계에 걸쳐 실질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40가지 조언을 건네는 책입니다.

여든다섯의 노학자만이 해 줄 수 있는 아주 솔직하면서도 철학적인 통찰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죽도록 일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고 있다면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무엇을 가장 많이 후회할까요?

아마도 “죽도록 일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가 아닐까요?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이자 정신과 의사로 50년 넘게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돌봐온 저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가 가장 많이 만난 환자의 연령군은 40대였고, 그들은 한결같이 말했습니다.

“죽도록 일만 하다가 어느새 돌아보니 애들은 많이 자라 저를 본체만체하고, 아내와는 서먹해져 버렸어요.” “좀 더 내 마음대로 살 걸 그랬어요. 그동안 너무 저를 희생시키며 살았어요.”

그런데 저자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희생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거지요. 그러니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기 전에 지금까지 치열하게 살아온 자신을 인정해 주고 칭찬해 주는 것이 먼저라면서 말입니다.

“젊어서 죽어라 일만 했다고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
너무 일만 하느라 다른 좋은 것들을 못 보고 지나쳐서 아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왜 일을 그토록 열심히 했는가를 진지하게 한 번 돌아볼 일이다.
일이 주는 보람과 만족, 기쁨과 성취가 있었기에 일에 몰두하지 않았던가.
일을 함으로써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직업인으로서 자랑스러움을 느끼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죽도록 일만 했다고 한탄할 게 아니라 열심히 일한 자신을 칭찬해 주어야 마땅하다.
인간의 행복 중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일에서 누리는 보람이다.
그 보람을 한정 없이 누렸으니 당신은 얼마나 행운아인가.”

- p.36

50년 넘게 환자들을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쳐 온 여든다섯 노학자의
나이 듦에 관한 가장 솔직하면서도 철학적인 통찰

 
누구나 인생을 뜻대로 살고 싶어 하고, 그렇게 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자도 그랬지요.

하지만 어린 시절에 자력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전쟁과 가난을 겪으면서, 또 청년 시절에 4.19 시위에 참여해 감옥 생활을 하는 바람에 네 아이를 키우는 동안 지독한 생활고를 겪으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수많은 어려움을 뚫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칭찬받아 마땅하며, 인생이 뜻대로 안 풀리고 예기치 않은 시련이 닥쳐도 눈을 씻고 찾아보면 작은 즐거움들이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세상은 개인적인 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닥칠 때마다 절망하면 결국 삶은 무너지고 맙니다. 반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심정으로 내 곁의 즐거움을 가능한 한 많이 찾아 누리겠다고 결심하면, 그 어떤 시련이 와도 인생은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것이 저자가 어차피 살 거라면, 유쾌하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 진짜 이유입니다.

더 이상 불필요한 일과 소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지 말기를

그래서일까요. 저자는 현재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고 일곱 가지 병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의미 있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년 퇴임 후에는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아를 설립해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30년 넘게 네팔 의료봉사를 해 왔으며, 40만 부 베스트셀러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비롯해 20여 종의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또 2011년에는 고려사이버대학 문화학과를 최고령으로 수석 졸업하면서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요.

사람들은 그의 인생을 특별하게 여기며 묻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었습니까?” 이에 대한 그의 답변은 싱겁기 그지없습니다.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습니다.” 즉 사소한 즐거움이 쌓여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인생이 되었을 뿐이라는 겁니다.

이제는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챙기면서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40가지 심리 수업

인생의 중반에 이르면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삶의 방향을 고민합니다.

지금까지 성취와 업적, 책임과 의무 위주로 삶을 꾸려왔다면, 이제는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에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지요. 저자는 그들에게 말합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당신의 인생, 결코 나쁘지 않았습니다. 부디 자부심을 느끼세요. 그리고 어차피 살 거라면 내 곁의 즐거움을 가능한 한 많이 찾아보겠다는 심정으로 유쾌하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더 이상 불필요한 일과 소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지 말고, 이제는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챙기면서 살아가세요.”

의지를 세워 열심히 노력하면 웬만한 일은 전부 이뤄 낼 수 있을 거란 기대와는 달리,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의해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다. 뜻대로 이룰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삶은 예기치 않은 시련으로 크게 흔들렸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나라는 존재의 미약함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 자력으로 어찌해 볼 수 없는 인생의 시련이 일상의 작은 기쁨으로 인해 회복된다는 사실이다. 고(故) 신영복 선생은 말했다.

그 자리에 땅을 파고 묻혀 죽고 싶을 정도의 침통한 슬픔에 함몰되어 있더라도, 참으로 신비로운 것은 그처럼 침통한 슬픔이 지극히 사소한 기쁨에 의하여 위로된다는 사실이다.

큰 슬픔이 인내되고 극복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일한 크기의 커다란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은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살아야 한다. 사소한 기쁨과 웃음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즐거움은 마음만 먹으면 주변에서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작은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 것. 이것이야말로 남들이 보기에 특별한 인생을 살아온 저자가 진짜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던 진정한 이유다.

- 글 : 공현숙 인터파크도서 인문MD(hsk@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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