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등록일 | 2019.05.13 조회수 | 1,440

[소설MD 추천 신간] 한국형 서스펜스의 세계적인 도약! 편혜영 소설

2015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편혜영 작가의 단편집 <소년이로>(편혜영/ 문학과지성사/ 2019년)가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단편집은 편혜영 작가님의 팬으로서,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형 서스펜스의 세계적인 도약을 일궈온 그녀의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소년이로 학난성(少年易老 學難成)’
(소년은 늙기 쉬우나 학문을 이루기는 어렵다.)

송나라 주자의 <주문공문집>에 나오는 시의 첫 구절입니다.
'순간순간의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라는 뜻입니다.

소년이 어른이 된다는 변화에 초점을 두고 보았을 때 ‘소년이로’가 작품집 제일 앞에 놓인 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합니다. '나이 들어버린 소년, 즉 소설 속에서 어른은 어떤 모습일까' 라는 궁금증을 자아 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것, 그래서 어떠한 상황에도 의연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요.


저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삶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해도 다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너무나도 다정하던 아버지는 외할아버지의 병간호를 하며 그 다정함을 잃어가고('다음 손님'), 성실히 일했을 뿐인데 속수무책으로 큰 부상을 입게 되고('원더박스'), 용량대로 제초제를 사용했지만 왜인지 마당은 엉망이 되어버리는지('잔디'). 상상도 못 한 일 앞에서 우리는 온몸이 굳어버린 듯 당황하고, 더러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결국 하나의 질문에 집착하기에 이른다. 대체 누구 잘못이냐고, 누구의 잘못으로 내가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냐고...
 
돌아갈 곳을 잃었다. 지금 잃은 건 아니었다.
교통사고가 나면서 잃었다. 혹은 그보다 훨씬 더 전에.
얼마나 오래전부터 이 모든 걸 결국 잃게 될 줄도 모르고
애써 달려온 건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_'식물 애호' 중에서

소영이 보기에 수만은 더 신랄하게 생각하지는 못했다.
이를테면 왜 자신이 김이 사는 아파트까지 찾아가게 되었는지 하는 것 말이다.
수만은 다른 사람이 저지른 잘못이나 무책임한 행동에 피해 입은 것만 생각하느라 거래 당시 면밀히 살펴보지 않은 제 실수는 잊어버렸다.
일부러 상관없는 척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데 몰두하다 보면 명백히 다른 사람 탓이 되니까.
_'원더박스' 중에서
  
한번 묻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습니다. 이 불운을 책임질 자를 찾아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누구 탓이냐는 질문에 질문을 더해보지만 그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답은 단 하나입니다. 그것은 어쩌면 가장 피하고 싶었던 답, 바로 이 모든 불운의 시작에 내가 있다는 것. 언제 시작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마치 내가 빠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인생은 우리의 다리 한쪽을 당겨 이미 준비되어 있던 함정으로 끌어들입니다. 자기 자신 외에 누구도 탓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 우리는 그 불편한 진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어떤 얼굴은 어둠 속에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다” 

무너지는 우리의 관계들, 그 허약했던 기반에 대하여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일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 옆에는 그들의 허우적거림을 ‘지켜보는 자’들이 있습니다. 도대체 누구 잘못이냐고 묻는 수만 옆에 “그렇다면 나는 누구 잘못으로 종일 간병을 하느냐고” 되묻는 소영('원더박스'),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처남의 잘못을 왜 변호하고 다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지명('개의 밤'), 유준의 집이 망해가는 걸 가까운 곳에서 모두 목격한 소진('소년이로')이 그들입니다.


그리고 이 ‘지켜보는 자’들 역시 삶의 진실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됩니다. 

작가의 소설을 읽는 것은 깊이 모를 심연을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소설의 공간에 빨려들면서 자기 안 깊숙이 숨겨둔 생의, 혹은 세계의 민낯을 만나고 느닷없이 낯선 장소, 상황, 시간 속에 던져진 자의 가위눌림과 두려움에 전율하게 된다.
_오정희 소설가

 

삶의 곳곳에 감춰진 고통스러운 함정에 발 하나쯤 빠진 채 우두커니 서 있는 건 그리 큰일도 아니다.
편혜영의 단편들은 함정 옆에 세워진 작은 경고판이다. 이 경고를 읽고 당신만은 무사히 함정을 피해 가시길.
_김용언 ‘미스테리아’ 편집장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무는 삶의 수수께끼
우리는 이 어려운 질문에 답할 수 있을까

<소년이로>는 작가의 열번째 책이자 다섯번째 소설집으로, <밤이 지나간다>(2013) 이후 6년 만에 그간의 단편소설들을 묶었습니다. 이번 소설집에는 ‘뉴요커(The New Yorker)’에 게재되면서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이끌어낸 <식물 애호>와 현대문학상 수상작 <소년이로>가 실렸습니다.

작가는 장편소설<홀>(2016)로 지난 2017년 셜리 잭슨상을 수상하며, 미국 문학 시장에서 한국 문학의 가능성을 증명해낸 바 있습니다.

그녀의 소설들은 마치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처럼 인물들의 눈앞에 뿌연 막을 드리우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자신 앞에 놓인 사건 사고들의 원인을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인생에 드리웠던 장막이 조금씩 걷히고 숨겨져 있던 진실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삶의 어둠을 지워내려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편혜영의 문장과 만나 독자들을 숨 막히는 긴장감 속으로 몰아넣고 작품 속 추리극에 동참시킵니다.

일단 발을 들이면 이 난제의 답을 찾을 때까지 누구도 쉽게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 답할 수 있을까요?
 

※ 편혜영의 작품들
 


<홀> (편혜영/문학과지성사/2016년)

 

"불안과 의심으로 가득한 세계, 그 안을 파고드는 편혜영의 시선"

이 책의 이야기는 '작가세계'(2014년 봄호)를 통해 발표한 단편 '식물 애호'에서 시작되었다. 느닷없는 교통사고와 아내의 죽음으로 완전히 달라진 오기의 삶을 큰 줄기로 삼으면서, 장면 사이사이에 내면 심리의 층을 정밀하게 쌓아 올렸다. 또한 모호한 관계의 갈등을 치밀하게 엮어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해냈다. 사고가 일어난 직후 벌어지는 일들과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일들이 교차로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한 인간에 대한 적나라한 일면이 서로 단단히 연결된 문장들로 기록되었다.
 


<선의 법칙> (편혜영/ 문학동네/ 2015년)

 

"파국에서 시작되는 인물들의 궤적,
다른 점에 가닿으려는 안간힘으로 그려지는 선"

이 소설은 아버지의 죽음과 동생의 죽음을 시작으로 엇갈리듯 만나는 두 주인공의 생의 곡선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가족의 예기치 못한 죽음, 그 죽음이 촉발시킨 부채감과 죄책감은 고립된 채 존재하던 두 개의 점, 신기정과 윤세오를 간신히 만나게 한다. 그 점들의 움직임은 작품 전반에 걸쳐 인물들이 맺고 있던 희미하지만 분명한 선을 우리의 눈앞에 그려낸다.

- 글 : 양단비 인터파크도서 소설MD(danbee@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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