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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1.01.28 조회수 | 4,553

낯선 작가에게서 한국인의 향기가 느껴졌다?

한국계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호흡하며 성장한 이들. 한국계 작가들이 쓴 문학과 마주할 때면 익숙하면서도 생경한 느낌이 든다. 이름과 외모에서 느껴지는 유사함과는 달리 몸담아온 세계는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작품 곳곳에서는 한국 문화의 흔적이 드러난다. 경계인으로서 세계 속에서 당당히 활약하는 한국계 작가들의 면모를 살펴보자.

이민진 | 30년간 재일교포 4대 대서사 완성한 한국계 1.5세

한국계 1.5세인 미국 작가 이민진.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 없다’라는 강력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그녀의 작품 <파친코>(이민진/ 문학사상/ 2018년)는 일제 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재일교포 4대에 걸친 대서사를 치밀하게 기록했다. 그녀는 1989년 일본에서 재일한국인을 만난 선교사의 강의를 들으면서 이들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후로 30년의 세월동안 구상하고 집필하면서 이 작품을 완성시켰다. ‘뉴욕타임스’, ‘BBC’ 등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고, 2019년엔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애플TV에서 윤여정, 이민호 등 주연으로 한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할 계획을 밝혀 화제다.

이윤하 | 구미호 설화, 임진왜란에서 착안한 세계관

‘SF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 후보에 3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린 이윤하 작가. 그녀는 미국으로 이민한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이다. 고등학교는 서울에서 다녔고, 코넬대학교 수학과,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수학교육 박사 학위를 받는 등 특이한 경력을 지녔다.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나인폭스 갬빗>(이윤하/ 허블/ 2020년)에는 전통 구미호 설화에 기반한 ‘구미호 장군’과 김치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우주인이 등장한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에서 착안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소수 민족 출신의 우주 제국 장교 ‘켈 첼리스’가 ‘구미호 장군’과 함께 비인간적인 우주 제국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 국가를 새롭게 건설하는 대서사를 담고 있다.

수잔 최 | 한국계 최초로 전미도서상 수상

한국인 아버지와 유대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수잔 최 작가. 그녀는 1998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 <외국인 학생>에서 아버지의 나라 한국의 역사와 연관된 이야기를 선보인 바 있다. 그리고 지난 2019년 다섯 번째 장편소설 <신뢰 연습>(수잔 최/ 왼쪽주머니/ 2020년)으로 마침내 미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손꼽히는 ‘전미도서상’을 한국계 최초로 수상했다. 1980년대 미국 남부 예술고등학교 연극과에 연기 교사 킹슬리 선생이 부임하면서 진행한 ‘신뢰 연습’ 시간을 통해 만 열다섯 살 세라와 데이비드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제니 한 | 음식은 한국 문화와 연결되는 중요한 통로

독서와 베이킹, 그리고 짝사랑이 취미인 평범하고 소심한 한국계 미국인 소녀 라라 진. 짝사랑에지칠 때면 홀로 끄적이던 연애편지 다섯 통이 실수로 발송되어 버리면서 일어난 소동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이 영화와 동명의 원작 소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제니 한/ 한즈미디어/ 2019년)를 쓴 이는 한국계 미국인 제니 한이다. 그래선지 작품 속에서는 세 자매가 돌아가신 엄마를 기억하기 위해 한국인 가정의 전통을 지켜나가는 모습이 중요하게 그려진다. 작가의 말에서 그녀는 “음식은 한국계 미국인이, 특히나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한국계 미국인이 한국 문화와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라고 말하면서 그래서 라라 진의 가족들을 “보쌈을 즐기고 요구르트를 마시고 김치를 먹”는 모습으로 그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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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진(북DB 기자)

1983년 서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도움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력한 존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이 있어 다행입니다. kiwi@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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