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

등록일 | 2020.11.24 조회수 | 2,538

사유리의 ‘자발적 미혼모’ 출산이 남긴 세 가지 의미

“2020년 11월 4일 한 아들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자기 자신을 위주로 살아왔던 제가 앞으로 아들 위해서 살겠습니다.”
– 사유리 인스타그램 포스팅 중

방송인 사유리가 지난 11월 4일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남성과 여성이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루고 이들의 성적 결합을 통해 자녀를 출산하는 것이 ‘정상 가족’의 모습이었다면 사유리는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가족을 탄생시켰다. 몇 권의 책을 통해 그녀의 행보에 깃든 함의를 살펴보자.

1. 남들과 다른 선택을 내릴 용기

생각이나 말까지는 쉬워도,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다. 출산 이전에도 여성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자주 소신 있는 발언을 해온 사유리. 그녀는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용기 있는 결정이 가능했을까? <니가 뭔데 아니…내가 뭔데>(후지타 사유리/ 넥서스북스/ 2018년)는 사유리의 에세이집으로 그녀의 단단한 자아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인생에 관한 자신만의 소신이 깃든 아포리즘들은 따뜻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나쁜 사람은 상대를 늘 피해자로 만들지만 비겁한 사람일수록 상대를 가해자로 만든다.’ “네 인생의 조종석은 너의 자리다. 남에게 그 자리를 맡긴다면, 네 인생은 목적지를 잃어버린다.“ 이 책에는 ‘모성애는 죽는 순간까지 지켜야 한다’라는 제목의 글도 실려 있다. 사유리의 모성애가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으며, 그것을 자신의 인생 철학에 맞게 구현한 것이란 걸 짐작할 수 있다.

2.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극복

사유리의 출산 소식이 알려졌을 때 인터넷 상에서 뜨거운 논쟁이 빚어졌다. 사유리가 출산한 아이는 아버지가 없을 테니 성장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쪽과, 정상 가족이라는 성장 환경이 무조건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쪽의 대립이었다. 하지만 정상가족만이 답이고, 이것을 충족하지 못하는 비정상가족은 무조건 잘못된 걸까? <이상한 정상 가족>(김희경/ 동아시아/ 2017년)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되었거나 포장된 폭력들을 드러내고 그 기저에 한국의 가족주의가 뿌리내리고 있다고 말한다. 가부장제에 기반한 한국의 가족주의와 특정 가족 형태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이것이 여성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아가 가족 안에서 개인은 보다 자율적인 주체여야 하고 느슨하게 연대하며 서로를 돌봐주는 공동체로 나아갈 것을 주장하며 입법 제안과 국외 사례를 통해 대안을 제시한다.

3. 결혼과 출산의 분리

지금껏 결혼과 출산은 ‘한 세트’처럼 취급됐다. 유명인이 출산 사실을 공개하면 결혼이 전재된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사유리는 미혼 상태에서의 출산 사실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당당히 공개해 반향이 컸다. 일각에선 비혼 가구가 늘어나는 시점에, 결혼이 비전제된 출산도 사회적으로 포용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다.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우에노 지즈코, 미나시타 기류/ 동녘/ 2017년)는 일본의 두 여성 사회학자가 비혼이 일상화된 사회의 다양한 면을 대담 형식으로 짚어낸 책이다. 이 책의 6장 ‘비혼 시대,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서는 유럽이나 미국 등의 국가에서 결혼과 출산이 분리되어 가는 추세를 언급하면서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아이를 낳고자 하는 욕망이 관습적인 것인지, 본능적인 것인지에 대한 질문으로도 이어진다.



[ⓒ 인터파크도서 북DB www.book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혜진(북DB 기자)

1983년 서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도움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력한 존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이 있어 다행입니다. kiwi@interpark.com

커피, 음료. 디저트를 집에서…홈카페 즐기기 2020.11.26
‘먹어서 세계 속으로’ 2021 미쉐린 '빕 구르망' 리스트 공개 2020.11.19
댓글 주제와 무관한 댓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