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월 25일 별세했다. 향년 78세. 삼성을 오늘날의 위치로 끌어올린 주역의 별세였기에 전사회적 관심이 모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생전 그가 남긴 공과 과에 대한 인식도 명확히 갈렸다. 고인이 삼성 그룹을 세계적 수준의 기업으로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무노조 경영, 정경 유착 등 수많은 그림자를 남기기도 했다는 평이다. 본 기사에서는 삼성그룹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봄으로써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삼성을 가늠할 수 있는 책들을 살펴보려 한다.
<삼성 라이징>
저 : 제프리 케인/ 출판사 : 저스트북스/ 발행 : 2020년 7월 15일
한국인에겐 일개 기업을 넘어서 복잡한 맥락 속에 존재하는 ‘삼성’. 그런 의미에서 이 거대 기업을 또렷이 보려면 좀 더 객관적인 외부자의 시선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적절한 관점을 제시해준다.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등의 해외특파원으로 활동한 저자 제프리 케인은 10년간의 취재, 400여 명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의 실체에 다가가고자 했다. 그가 바라본 삼성이란 기업의 역사는 드라마틱했다. 1983년 70대 이병철과 20대 스티브 잡스의 운명적 만남은 삼성이 반도체에 눈을 돌리게 만들었고, 각종 고급 전자기기에 삼성산 부품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끊임없는 위기감’을 통해 제품력 향상을 이뤄낸 나머지, 2017년 2분기에는 애플을 제치고 121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기술 기업으로 거듭난다. 삼성이 오늘날의 삼성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삼성 독재>
저 : 이종보/ 출판사 : 빨간소금/ 발행 : 2017년 6월 27일
삼성의 오점 중 하나로 평가된 것이 정경유착이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학에서 ‘삼성의 국가 지배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지속적으로 삼성에 관한 연구 활동을 계속해온 인물. 1938년 이병철이 대구 서문시장에 ‘삼성상회’를 세운 뒤 80년의 세월을 거치며 세계적인 재벌 그룹으로 도약하게 되는데 이것은 독재 정권과 맺은 동맹 덕분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1987년 11월 19일 이병철이 사망하고 이건희가 회장직을 세습하면서 동맹의 성격도 변화하는데 이 때는 최고지도자뿐 아니라 국회의원, 정부 관료, 법조인, 언론인에게도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때 삼성은 사회 전부문에 관계망을 뿌리내리게 되고 더욱 강력한 ‘삼성공화국’을 건설하게 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삼성은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사람들의 내면에도 침투해왔다. 주택, 교육, 의료 부문에도 삼성이 진출하면서 삼성은 우리 사회의 욕망을 표현하는 위대한 신이 되었다는 게 저자의 분석. 마지막으로 삼성 개혁 내지 재벌 개혁의 해법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에 있음을 강조하면서 끝을 맺는다.
저 : 권오현/ 출판사 : 쌤앤파커스/ 발행 : 2020년 9월 10일
이건희 사후에도 이제껏 형성되어온 삼성의 DNA는 지속적으로 힘을 발할 수 있을까? <초격차 : 리더의 질문>은 삼성전자 권오현 전 회장이 쓴 책으로 삼성 특유의 기업문
화와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에 발간된 전작 <초격차>가 ‘비교 불가한 기술 혁신, 그에 걸맞게 모든 구성원의 격을 높이’는 초격차 전략의 본질을 말했다면 이 책에서는 여기서 파생된 다양한 질문에 답한다. “혁신을 실패 없이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까?”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등 실제 경영 현장에서 나온 32가지의 고민과 질문이 담겨 있다. 위기와 기회의 시대, 초격차에 닿으려는 삼성전자의 발돋움은 계속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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