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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0.06.24 조회수 | 18,289

'독서광' 빌 게이츠 지난 10년간 독서 취향 분석

소프트웨어의 제왕, 억만장자, 독서광… 빌 게이츠를 수식하는 별명들이다. 그의 인생 전반전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MS) 경영에 바쳐졌다면, 후반전은 시장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으로 꾸려지고 있다. 누군가의 아이디어와 자본이 이처럼 광범위하고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고무적이랄 수 있다. 이쯤 되면 자연스레 호기심을 갖게 된다. 빌 게이츠는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그의 머릿속은 어떤 생각이 자리잡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그의 인생을 3개의 키워드로 조망해보고, 그가 지난 10년간 읽은 책을 분석했다.

1. 3가지 키워드로 보는 빌 게이츠

'인사이드 빌게이츠' 화면 갈무리

① ‘때로는 악마적인’ 소프트웨어의 제왕

빌 게이츠는 1975년 19세의 나이로 MS를 창립한 뒤 2008년 은퇴하기까지 33년 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지배했다. 20세기 후반 개인용 컴퓨터가 본격 보급된 이후로 세계인들은 MS 윈도우 운영 체제를 사용했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라는 브라우저로 웹서핑을 즐기고, MS-오피스 제품으로 문서를 만든다. 그가 걸어온 길이 세계 소프트웨어 역사의 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빌 게이츠에게 영광의 나날만 있었던 건 아니다.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의 문이 열리고 ‘넷스케이프’가 등장하자 MS는 위기를 맞는다. 이에 대적하기 위해 빌 게이츠가 제시한 해법은 윈도우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파는 것. 덕분에 MS의 영향력은 무사했으나 ‘악의 제국’이라는 악명을 얻고 반독점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인사이드 빌게이츠' 화면 갈무리

 

②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억만장자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 웹사이트에 따르면 빌 게이츠의 재산은 1095억 달러(한화로 약 132조원, 2020년 6월 23일 기준)로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에 이어 세계 2위의 부자다. 2008년 MS 공식 은퇴 후 자선사업가로의 변신을 꾀한 그는 ‘창조적 자본주의’라는 신념을 실천하고자 한다. ‘창조적 자본주의’는 시장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

일단 그는 세계 최대 자선 재단인 빌&멀린다 재단의 의장으로 이번 코로나 팬데믹 퇴치를 위한 치료제, 진단키트, 백신을 지원하고자 3억 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 게이츠’에서는 위생 상태가 열악한 개발도상국에 ‘신개념 화장실’ 개발에 투자하고, 소아마비 백신 보급에 발벗고 나서는 모습이 소개되기도 했다.

빌 게이츠의 자선 사업은 단순히 재정적 지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이루기 위해 최선의 사람을 찾아내고 최적의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그에 필요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그는 사업자이자 공학자적인 관점에서 이 사회라는 메커니즘이 선순환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동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사이드 빌게이츠' 화면 갈무리

 

③ ‘본 투 비’ 책벌레

빌 게이츠는 어려서부터 소문난 책벌레였다고 한다. 매일같이 방에 틀어박혀 책만 읽는 경우가 많았다. 그의 어머니는 빌 게이츠의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별도의 노력을 기울였을 정도다. 빌 게이츠는 ‘생각 주간’이라고 하여 일 년에 1~2회씩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오롯이 독서와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가진다 . 무엇보다 빌 게이츠는 1시간에 150페이지를 읽고, 한 번 읽은 것은 90%를 기억할 정도로 높은 지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게이츠노트라는 자신만의 블로그를 운영 중인데 여기에서 그가 읽고 있는 책의 리스트와 서평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매년 여름 휴가철과 겨울 연말에는 추천책 리스트를 발표하는데 전세계 출판 시장에 영향을 줄만큼 파급력이 엄청나다.

2. 빌 게이츠 독서 취향 분석

‘누군가의 서재를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는 말처럼 빌 게이츠의 독서 목록을 보면 그의 관심사가 확연히 보인다. 미국 인터넷 신문사 쿼츠(Quartz)는 빌 게이츠가 그의 블로그에 게시한 독서 목록을 바탕으로  2010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빌 게이츠가 읽은 책을 19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한 바 있다.(‘빌 게이츠가 지난 8년간 추천한 책들(All the books Bill Gates has recommended over the last eight years, 2018.5.26) 북DB는 이 분류를 기반으로 2018년 5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빌 게이츠가 읽은 책을 반영해 총 220권의 책으로부터 빌 게이츠의 독서 성향을 분석했다.

▶ 경제와 부의 불평등(총 27권)

빌 게이츠는 지난 10년간 경제와 부의 불평등에 관한 책을 가장 많이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220권 중 27권이 이에 관한 책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자본을 가진 자산가 빌 게이츠가 불평등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건 일면 역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대규모 자산을 가진 이들이 모두 부의 불평등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므로 이것은 부의 규모에 환원시키기보다는 빌 게이츠 개인적 관심의 결과로 보는 것이 옳다.

리스트를 살펴보면 몇몇의 흥미로운 책들이 눈에 띈다. 미국 백인 노동 하층민 출신 저자의 성공담을 기록한 <힐 빌리의 노래>, 스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21세기 자본>, 세계적인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 등의 책이 이에 속했다.

▶  개발과 대외 원조(총 19권)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개발과 대외 원조’ 카테고리로 총 19권의 책이 이에 속했다. 빌 게이츠는 개인 차원의 불평등뿐만 아니라 선진국과 개발 도상 국가 사이의 개발 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기회의 격차와 그것의 해소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빌 게이츠의 개발도상국 ‘위생 화장실’ 구축 및 소아마비 백신 보급이 이런 맥락에 속하는 활동들이다. 빌 게이츠의 대외 원조 활동의 주요 원동력에는 역시나 책이 있었다.

빌 게이츠에게 ‘개발과 대외 원조’ 관련 영감을 준 책들로는 도시 빈곤 르포르타주의 걸작이라고 불리는 <안나와디의 아이들>, 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이 쓴 <위대한 탈출>, 201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비지트 배너지와 에스테르 뒤플로가 쓴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등이 있었다.

▶  질병과 공공 의료(총 19권)

최근에 빌 게이츠가 한국 뉴스에서 여러 차례 호명된 적이 있었다.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2015년 TED 강연에 출연해 “만약 앞으로 몇십 년간 무엇인가가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인다면 그건 아마 전쟁이 아니라 전염성이 매우 강한 바이러스일 겁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5년 전 그의 발언이 현 상황을 예측한 것 같다는 인상을 준 것. 실제 빌 게이츠는 코로나 팬데믹 유행 이전에도 꾸준히 전염병이나 공공 의료에 관한 글을 그의 블로그에 남겨온 바 있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

단은 코로나 백신 개발을 위해 2억5000만달러를 기부하고 백신 개발 관련 7가지 아이디어도 지원했다.

빌 게이츠는 총 19종의 질병과 공공 의료 관련 책을 읽어온 것으로 보인다. 이중 국내에 번역된 책은 많지 않다. 세상을 바꾸는 의사 폴 파머가 쓴 <감염과 불평등>이 국내에 출간됐지만 현재 절판 상태다. 이외에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는 않았지만 역사상 최악의 팬데믹으로 불리는 1918년의 독감 대유행을 그린 등도 그가 읽은 책들에 속해 있다.

▶  바츨라프 스밀 Vaclav Smil (총 18권)

그의 독서 리스트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바로 바츨라프 스밀 캐나다 매니토바대학 환경지리학과 교수다. 에너지, 환경, 식량, 인구, 경제, 역사, 공공정책 등 광범위한 분야를 연구해온 인물로 2010년 11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발표한 ‘지구적 사상가 100명’에도 선정된 바 있다. 바츨라프 스밀의 책은 이해하기 까다롭기로 소문난 바 있지만 빌 게이츠는 바츨라프 스밀을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그의 모든 책을 다 읽어버렸다. 바츨라프 스밀의 책을 읽고 기후 변화 해결을 위한 해결 방안을 고민하던 중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원전 회사 ‘테라파워’를 설립하기도 한다. 국내에는 <새로운 지구를 위한 에너지 디자인>이라는 책 한 종만이 번역 출간된 상태다.

빌 게이츠의 서재는 그 자체가 거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넓고 깊다. 앞에서 주목한 주제 외에도 소설(17권), 교육(15권), 인간 진화와 문명(15권), 과학(14권), 회고록(10권), 행복, 심리학, 목적(10권), 거대 기술과 발명(9권), 기후 변화와 에너지(8권), 정치사, 정치인 전기(7권) 수학, 과학적 사고(7권), 경영(7권), 리더십과 경영(7권), 전기(5권), 테니스(3권), 기타(3권) 등 주제들이 뒤를 이었다. 책은 빌 게이츠에게 있어서 세상을 보고, 문제를 발견하 고, 또 해결하는 방법 조차도 모두 들어 있는 보물창고가 아니었을까? 그의 지식과 사고 회로를 형성한 책을 좇아 가는 것 역시 흥미로운 독서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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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진(북DB 기자)

1983년 서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도움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력한 존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이 있어 다행입니다. kiwi@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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