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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9.10.29 조회수 | 10,061

‘82년생 김지영’ 소설 vs 영화… 달라진 점 3가지는?


오늘날 뜨거운 화제인 페미니즘을 한국사회에서 대중 차원으로 이끈 소설 <82년생 김지영>(조남주/ 민음사/ 2016년). 이 작품은 더 이상 한 편의 소설이 아닌 사회 현상이 됐다. 글은 책 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의 생각을 움직이고, 서로 충돌하게도 만들었다. 수많은 유명인들이 이 책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지지와 비난의 대상이 됐다. 지난 10월 23일엔 소설 운명에 또 하나의 중요한 분기점이 있었다. 정유미, 공유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 개봉한 것이다. 별점 테러 등의 논란도 있었지만 6일만에 120만 관객을 넘기며 순항 중이다. 대체로 원작을 충실히 구현하면서 성공적으로 영화화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와 원작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1. 소설 속 화자인 정신과 의사의 성별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고 비중도 줄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실질적 화자는 정신과 의사 남성이다. 소설 전체는 주변 인물에게 빙의해 말하는 증세를 보이는 김지영이 상담받으러 찾아간 병원의 의사가 내담자 ‘김지영 씨’의 사연을 기록한 결과물인 셈이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남성중심적인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고충을 객관적 시각에서 풀어내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하지만 결국에는 ‘김지영 씨’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의사마저도 남성 중심 위주의 사고를 갖고 있음을 드러내며 소설은 끝이 난다. 하지만 영화에서 정신과 의사의 성별은 여성으로 바뀌었고, 주된 화자이기보다는 주변부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2. 남성의 부적절한 면보다 여성 간 연대가 더 강조되었다 

원작에선 다양한 남성 군상이 등장한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김지영에 대한 뒷 이야기를 하면서 “씹다 버린 껌을 누가 씹냐”라고 말하는 대학 선배, “여자가 너무 똑똑하면 회사에서도 부담스러워 한다”고 말하는 학과장, 첫 손님으로 여자를 태우면 재수가 없다고 말하는 택시 기사, 점심 메뉴로 강된장을 고른 김지영에게 ‘된장녀’라고 불쾌한 농담을 던지는 직장 상사. 영화에선 이런 남성상이 삭제되고 대신 여성 간의 연대를 강조하는서사의 비중이 늘었다. 자신도 차별의 그늘 아래 살았지만 딸에게 “지영아, 너 하고픈 거 해”라고 말하는 어머니, 새로 차린 회사에서 능력 있는 여직원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 여 자 상사, 몰래 카메라가 설치된 사실을 알고 함께 그것을 찾아서 제거하는 여성 직원들. 고립된 피해자로서의 여성보다는 능동적으로 맞서는 여성의 서사가 영화에선 강조됐다.


3. 말하지 못하던 ‘김지영’, 입을 열다


원작의 톤은 다소 현실적이며 회의적이다. 끝끝내 김지영은 타인에 빙의해서만 말할 수 있는 존재다. 정신과 상담에서도 ‘먼저 입을 열진 않지만 한번 물꼬가 트이면 깊은 곳의 이야기까지 스스로 끄집어내 담담하고 조리 있게 잘 말한다’(p.270). 하지만 영화에선 다르다. 김지영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수단으로 글쓰기를 선택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문예지에 투고한 글은 지면에 실린다. 원작에 비해 희망적인 결말이다. 이 소설이 처음 세상의 빛을 본 건 2016년, 그간 우리 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여성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한 시기다. 영화는 지난 3년간 변화를 겪은 사회상을 반영함과 동시에, 끝끝내 자신의 입으로 말하지 못했던 김지영에게 목소리를 돌려주고 사회로 나가는 출구를 열어 주면서 끝이 난다.


※ <82년 김지영>과 함께 읽으면 좋은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소설 5편


<82년생 김지영>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겪어야 하는 차별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높은 공감을 얻었다. 엄연히 존재했으나 말하지 못했던 불합리한 현실은 이야기의 형태로 유통되면서 비로소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계속해서 고민의 끈을 이어가고 싶다면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소설 5편도 참고해보자.


<작은 마음 동호회>
저 : 윤이형/ 출판사 : 문학동네/ 발행 : 2019년 8월 12일


대통령 탄핵 집회에 나가고 싶어하는 엄마들(‘작은 마음 동호회’), 성폭력 고발한 후배에게 연대 요청을 받은 후배(‘피클’) 등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기록한 소설가 윤이형의 단편집.


<다른 사람>
저 : 강화길/ 출판사 : 한겨레출판/ 발행 : 2017년 8월 29일

 

데이트 폭력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  여성으로 겪어야만 하는 공포와 불안, 상처와 고통을 섬세하게 그려내 영페미니스트의 목소리를 구체적으로 담아낸 책.


<현남 오빠에게>
저 : 조남주, 최은영, 김이설, 최정화,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출판사 : 다산책방/ 발행 : 2017년 11월 15일


대한민국의 주목받는 일곱 명의 여성 작가가 본격 ‘페미니즘 소설’을 표방하며 단편집을 펴냈다. 일상에서 느낀 불편함이 폭력이란 걸 알아채기까지의 과정(‘현남오빠에게’), 갱년기에 접어든 엄마 ‘나’의 이야기(‘경년’) 등 일곱 편의 이야기가 실렸다.


<새벽의 방문자들>
저 : 장류진, 박민정, 김현, 김현진, 하유지, 정지향/ 출판사 : 다산책방/ 발행 : 2019년 7월 5일


<현남 오빠에게>를 잇는 페미니즘 테마소설집. 새벽마다 오피스텔의 초인종을 누르는 수상한 자들(‘새벽의 방문자들’), 공장에 취업한 예비신부 주인공이 겪는 부당한 처우(‘룰루와 랄라’) 등 현실성 짙은 이야기가 실렸다.


<이제야 언니에게>
저 : 최진영/ 출판사 : 창비/ 발행 : 2019년 9월 20일


‘끔찍한 오늘을 찢어버리고 싶다’ 성폭력 피해생존자 이제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심리와 현실을 마주한 소설. 감당할 수 없을만큼 불행하지만 꼭 말해져야 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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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진(북DB 기자)

1983년 서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도움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력한 존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이 있어 다행입니다. kiwi@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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