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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7.09.01 조회수 | 3,591

부조리한 사회를 폭로하는 ‘을’의 고백

생계 때문에 사우나 매니저가 된 남자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1%의 얼굴들. 한국의 관료주의와 계급구조의 모순을 고발하는 소설. 사회 구조적 폭력에 맞서는 소년의 이야기까지. 상대적 ‘을’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격담과 경험담이 담겨 있는 소설들을 만나본다.

‘을’도 아닌 ‘병’… 그가 관찰한 ‘갑’의 세계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소설가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생계로 인해 사우나 매니저로 일하게 된 남자. 그가 일하게 된 신도시 고급 사우나는 대한민국 1% 부자들이 다니는 곳이다. 보증금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이곳에는 중장년층의 전문직 종사자나 사업가, 은퇴 후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는 노인들이 회원들이다. 점차 업무에 익숙해진 주인공은 회원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고 각각의 인물들에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대한민국 1% 상류층들의 민낯을 목격한다.

사우나 매니저라는 직업을 다루며 상류층의 허상을 실감 나게 풍자한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나무옆의자/2017)는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이다. 실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로 작가는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 사우나 회원들의 대사 중 70%는 내가 들은 그대로다”라고 작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사우나’라는 공간을 우리 사회의 한 축도이자 문제적 공간으로 재해석한다.

 

사회 구조의 악습에 맞서는 한 소년의 정면승부 <스파링>

공중 화장실에서 태어난 소년은 열일곱 살의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다. 보육원에서 자라 ‘먹이사슬’의 최하층에 위치한 아이. 보육원 출신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괴롭히는 당하던 소년에게 교사들이 제시한 해결책은, 피해자로 하여금 문제 상황에서 시선을 돌리도록 하는 무책임한 제안이었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행복의 가능성을 찾아나가는 소년을 이 사회는 질서유지라는 명목하에 괴물로 몰아간다.

제2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스파링>(문학동네/2016년)은 권투 선수로 성장해가는 과정 속에서 한 소년이 사회 구조적 폭력에 맨몸으로 맞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회 질서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점을 고민하고, 사회적인 기준으로는 따질 수 없는 또 다른 행복에 대한 탐구. 소설은 사회 구조에 매번 좌절하면서도 어떻게든 삶을 이어 나가보려 안간힘 쓰는 한 소년의 고독한 싸움을 따라간다. 사회를 지배해온 악습에 맞서는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묘한 쾌감과 전율을 전한다.

‘누운 배’의 추악한 밑바닥을 들추다 <누운 배>

잡지 기자 출신으로 연이 없던 조선소에 이직하게 된 주인공. 한밤중 팀장의 연락을 받고 간 곳에서 주인공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다. 선체의 총 길이 200미터, 높이 34미터, 폭 32미터의 거대한 배가 기울어져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누구도 이 배가 ‘왜’ 기울었는가에 대해서는 집중하지 않는다. ‘책임지지 않으려’ 할 뿐이다. 회장이 주입하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 갖은 방법으로 이익과 실리를 계산하는 사람들. 대책 없이 낙관적이고, 그래서 더욱 허무맹랑한 회장의 ‘혁신’은 상황을 기이하게 몰고 간다.

‘배가 눕는다’는 압도적인 상징으로 어떤 리얼리즘 소설보다도 차갑고, 무거운 이야기를 써 내려간 작품 <누운 배>(한겨레출판/2016년)은 제2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어느 날 갑자기 ‘누운 배’를 일으켜 세우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회 소설’인 동시에 ‘기업 소설’이라 평가되는 이 작품은,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관료주의와 계급 구조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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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영(북DB 기자)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색 중입니다. iylim@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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