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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7.08.25 조회수 | 10,357

‘효리처럼’ 나만의 속도로 사는 기술

나만의 방식으로 내 속도에 따르는 삶의 기술을 전하는 책

JTBC의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이 화제다. 제주도로 건너간 왕년의 아이돌 그룹 멤버 이효리가 가수인 남편 이상순과 민박집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엔 큰 스펙터클이 없다. 제주도에서 민박객들을 맞이 하고 집안을 청소하고 요리하고 동네를 산책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들의 일상에는 환한 조명도 플래쉬 세례도 화려한 메이크업도 없지만 충분한 행복으로 가득하다. 물론 방송에 비친 모습은 어느 정도 환상이 깃든 모습일테다. 하지만 적어도 인생의 행복에는 그리 많은 것들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지향점을 보여준다. 무한 경쟁의 시대는 우리에게 세상의 속도에 맞출 것을 강요하고 ‘노오오력’을 강조한다. 그럴수록 모두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만의 방식으로 내 속도에 따라 사는 삶의 기술에 대한 통찰을 전하는 책들이 여기에 있다.

<힘 빼기의 기술>

"난 꼭 그 자리에 오르고 말 거야." "만다꼬?"
"우리 회사를 세계 1위 회사로 만들 겁니다!" "만다꼬?"

SK텔레콤 ‘현대생활백서’, 네이버 ‘세상의 모든 지식’ 등 우리에게 익숙한 광고 문구를 창작한 카피라이터 김하나. 유연한 사고 방식으로 풀어가는 일상을 기록한 그녀의 글에는 특유의 마력이 있다. 읽다 보면 잔뜩 긴장됐던 어깨 근육의 힘이 사르르 풀린다. 힘들어하는 이에게 응원의 뜻을 담아 던지는 말 “힘내라!” 대신 “힘 빼라!”라고 말 하는 게 나을 때도 있다, 모두가 춤을 추는 공연에서 DSLR 카메라로 현장을 멋지게 기록하기 보다는 풍광에, 음악에, 감정에 푸욱 뛰어들어보라, 등이 그녀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삶 속에서 ‘힘 빼기의 기술’을 시전하는 김하나 작가의 ‘글발’만큼이나 멋진 ‘삶발’ 역시 한 수 배워보고 싶어진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가장 멋 진 사람은 꿈을 이룬 사람이 아니라,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꿈 같은 거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가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건 아니니까.

1986년 출간돼 31년 째 연재되며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 만화 ‘보노보노’. 그림체도 귀엽지만 독자들을 매혹시킨 건 ‘보노보노’가 제시하는 특유의 삶의 태도다. 어린 시절 ‘보노보노’를 처음 접한 독자들은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무심히 툭 던지는 보노보노의 말에서 띵한 울림을 주는 인생의 교훈을 얻는 건 여전하다. 서툰 어른들을 위한 공감을 이끌어 내는 에세이를 써온 김신회 작가가 ‘보노보노’ 속에서 배워갈 만한 삶의 철학을 길어냈다. 저자는 ‘보노보노’ 만화 속 한 장면을 가져온 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부딪힐 수 있는 고민과 연결시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

나는 누군가에게 영혼을 팔지 않고 살아가는 것보다 훌륭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 무엇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믿는다.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바람 잘 날 없던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선천적인 고도근시 때문에 어둡고 폐쇄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일본 소설가 소노 아야코. 권위있는 학자의 지식이나, 특별한 경험에 바탕을 둔 것도 아닌데 그녀만의 단단한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문장에는 힘이 있다. 사회적 기준에 휩쓸리지 않고 불행과 행복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세우도록 해준다. ‘불행은 생각만큼 손해는 아니다. 행복에 대한 갈망은 오직 불행한 가운데 키워지기 때문이다.’ ‘칭찬받았다고 해서 나의 실체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듯 비방 당했다고 해서 나의 본질이 훼손되는 일은 절대로 없다’ 이런 책 속 문장들을 체화할 수 있다면 내일의 우리는 보다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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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진(북DB 기자)

1983년 서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도움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력한 존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이 있어 다행입니다. kiwi@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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