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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5.11.26 조회수 | 40,729

대한민국 대표작가들이 포착한 80년대 배경의 소설!

응답하라, 1980년대!



소방차와 박남정, 마이클 잭슨의 댄스뮤직과, 주윤발과 장국영의 홍콩 영화까지 1980년대는 다양한 대중문화로 기억되고 있다. 86년 아시아게임과 88년 서울 올림픽을 통해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으로 집중되던 시기기도 하다. 30년이 채 지나지 않은 80년대지만 돌이켜보면 까마득히 먼 옛날처럼 기억을 되짚어보게 된다. 이런 1980년대가 tvN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통해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정치적으로는 암울했지만 어느 때보다 자유와 변화에 대한 갈망으로 들끓던 시기였으며, 아직은 낭만이 남아 있던 때라 현재의 문학작품들 속에도 80년대는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누군가는 소년소녀의 풋풋한 성장담으로 80년대를 기억했고, 누군가는 쓰라린 현실 속에서 방황하고 치유하는 과정으로 80년대를 그려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들이 80년대에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작품들을 북DB에서 엄선했다.


1. 새는 (박현욱, 문학동네, 2013)

박현욱의 <새는>은 이제는 예전 책장을 뒤져야만 볼 수 있는 카세트 테이프 형태의 목차와 구성이라는 독특한 형태로 80년대 중반, 지방의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테이프 되감기에서 시작해 트랙 1번부터 11번까지, 그리고 정지의 구성 속에 지방 고등학생 은호의 풋풋한 첫사랑과 성장담을 경쾌하고 발랄하게 그려냈다. 특히 갤러그와 죠다쉬 등 당대를 상징하던 이미지들과 유행가요들이 어우러져 80년대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축구를 주제 속에 잘 녹여냈던 작가는 <새는>을 통해 80년대의 전반적인 문화와 향수를 유행가요를 통해 탁월하게 살려냈다. 당대를 살아왔던 세대뿐 아니라, 이야기나 방송으로만 당대를 접할 수 있는 젊은 세대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책 속에서 소개하는 가요들을 들으며 책을 읽어간다면 그 시대의 문화에 좀 더 젖어들 수 있을 것이다.




2. 원더보이 (김연수, 문학동네, 2012)

그런 때가 있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지만, 마치 그 모든 것이 내 잘못인 줄로만 알고 지내던 시절, 다른 사람의 불행마저 나 때문이라 생각했던 그 시절. 불과 30년 전의 일이다. <원더보이> 속 정훈 역시 1984년 교통사고를 당한 후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아버지는 애국지사가 되고, 정훈은 타인의 속마음을 읽는 능력이 생겨 고문실로 끌려가 취조 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야 했다. 저마다 극복하기 힘든 상처를 지닌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사연에 귀 기울이며 정훈은 점차 성장하여 어른이 된다. 이 작품은 정훈의 성장소설이며, 당시 시대만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시대소설이기도 하다. 살벌한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그 속에서 희생당한 인물들을 격정적이기보다는 잔잔하고 담담하게 서술한다. 호들갑을 떨지 않지만, 차분함이 더 무서운 그런 고요한 서술. 1987년이 되어 미래를 상상하는 마무리는 현실과 묘하게 얽혀 애잔함을 자아낸다. 

3. 투명인간 (성석제, 창비, 2014)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지만 서로가 알아보는 ‘투명인간’이 있다. 이 작품은 김만수라는 투명인간이 태어난 순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일대기를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두메산골에서 3남3녀 중 넷째로 태어난 만수를 둘러싼 가족과 친구, 동료들이 차례로 화자가 되어 만수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진술하는 독특한 구성을 띄고 있다. 각각의 시선으로 바라본 만수의 모습이 커다란 그림이 되어, 그라는 한 사람을 완성해낸다. 그리고 만수가 살아낸 세상 중에 80년대가 있다. 산업화의 물결에 휩쓸렸던 70년대까지 버텨낸 주인공이 80년대에 공장에 입사하고 노사 양쪽을 오가며 격동의 80년대를 온몸으로 부딪쳐 살아간다. 풍속화처럼 섬세하게 6, 70년대를 복원해낸 작가는 80년대의 은밀하고 수상한 시대적 공기를 세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평범하고 성실한 일가족이 삼대에 걸쳐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겪게 되는 소외와 슬픔을 당시의 시대에 기대어 사실적으로 묘사해냈다. 우울한 내용을 작가 특유의 유머와 풍자로 희석해내는 성석제만의 탁월한 능력이 여지없이 발휘되는 작품이다. 

4. 청동정원 (최영미, 은행나무, 2014)

앞에 나가 투쟁할 수도, 모른 척 뒤에 숨어 삶을 영위할 수도 없었던 수많은 ‘경계인’들이 있었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뜨거웠던 80년대에 정권에 맞서거나 뒤로 숨을 용기조차 없었던 수많은 경계인들이 작가의 손을 빌어 되살아났다. 쇠붙이로 무장한 전경들이 교정의 푸른 나무들과 겹쳐지는 풍경을 묘사한 ‘청동정원’은 치열했던 당시의 분위기를 은유하고 있다. 낭만적인 대학생활을 꿈꾸던 여대생 애린이 80년 봄,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시국의 한복판에서 휘둘리는 삶을 저자는 애잔하게 표현하고 있다. 386을 대표하는 시인인 저자가 오래도록 피해 다녔던 금단의 ‘1980년대’를 당시의 청춘들의 아픔과 사랑, 절망으로 그려내며 작가는 이제 그만 부채감을 내려놓으라 말한다. 숫자만 달라졌지 여전히 변하지 않은 세상을 관조하고 있는 이 작품은 80년대를 추억하는 작품이기보다는 지금 현실과 세태를 풍자하는 쪽에 가깝다. 싱그럽지만 황폐했던 당시의 젊음에 대해 저자가 바치는 최고의 헌사인 셈이다.




5.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정유정, 비룡소, 2007)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는 <7년의 밤>과 <28>을 통해 최고의 페이지터너로 불리고 있는 저자 정유정의 청소년 소설이다. 1980년대 중반, 사고를 당한 단짝친구의 부탁으로 여행길에 오른 열다섯 살 소년 준호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다. 유명한 운동권 학생인 형에게 물건을 전해 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들어 준 준호의 여행길에 동참하게 된 여러 명의 동행들과 함께 준호는 모험길을 떠난다. 제각각의 사연으로 여행길에 동승했지만 모험이 계속되면서 싸우고 화해를 반복해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엉뚱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지고 있다. 독재정권 당시 친구의 운동권 형을 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아이들의 소동과 결부해 밝게 그려내는 저자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여행을 통해 아이들은 성장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세상은 그대로 흘러간다. 순수하고 파릇파릇했던 당대를 추억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6.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천명관, 예담, 2012)

데뷔작인 <고래>에서 능청스러운 입담과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 준 천명관이 바라본 1980년대는 어떨까? <나의 삼촌 브루스 리>는 1970년대부터 2000년까지 한국식 근대화 시대를 살아낸 평범한 개인들의 고달픈 삶을 작가 특유의 흡인력 있는 필체와 구성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소룡을 좇고자 했으나 실패하고 첫사랑 원정과의 사랑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완성해낸 삼촌의 이야기를, 작가의 분신이자 작품 속 나레이터인 ‘나’의 입을 빌어 전하고 있다. 태생부터 원조가 될 수 없었던 삼촌이 70년대 산업화와 80년대 군부독재, 민주화 혁명을 거쳐 90년대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습을 영화처럼 생생하게 그려냈다. 어디서 들어봤을 것 같은 우리의 평범한 이야기가 작가의 입을 빌어 촘촘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한국적 스토리텔링에 능한 저자의 입담과 솜씨가 한껏 발휘된 시대담이자 대중소설의 면모를 갖추고 있어 누구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7. 소년이 온다 (한강, 창비, 2014)

80년대를 되짚어볼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사건이 있다. 조심스런 접근이던, 직접적이고 열성적인 접근이던 그 사건을 말할 때는 누구나 간절해진다.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 과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한 취재와 고증을 바탕으로 세세하게 그려낸 <소년이 온다>는 21세기에 쓸 수 있는 최고의 ‘광주 회고담’이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맞서 싸우던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와 이후 남겨진 그들의 고통받는 내면이 생생하고 처절하게 그려져 읽는 사람 역시 공감하게 만든다. 친구가 계엄군이 손 총에 맞아 죽고, 동생을 찾아 헤매던 친구의 누나 역시 그 봄에 행방불명되며 동호의 삶도 변해 버린다. 무자비한 국가의 폭력이 순박한 사람들의 인생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담담하게 전하는 저자는 마치 영매와도 같다. 국가의 부조리에 맞선 순정하고 거대한 양심들에 대한 작가의 진중하고 진심 어린 접근이 인상적이다. 수많은 광주 이야기 중 지금 세대에게 권하고 싶은 첫 번째 작품이다. 




8.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예담, 2009)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통해 과거를 복원해내는 데 탁월한 감각을 자랑한 저자 박민규의 또 다른 80년대 회고담이다. 못생긴 여자와 그녀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20대 성장소설의 외피로 그려낸 이 작품은 ‘80년대 빈티지 신파’라 불리며 당시를 추억해낸다. 부조리와 편견으로 가득한 사회의 장벽 앞에서 절망하기에, 사회의 변두리로 추방당한 첫사랑의 기억을 찾기 위해 저자는 80년대의 변두리 골목으로 눈길을 돌린다. 1986년, 스무 살의 청년은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명을 만나게 되고, 그들을 추억한다.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과 외적인 것에만 집착하는 현재에게 고하는 작가의 결투장 같기도 한 이 작품은, 80년대 중반의 서울을 무대로 당시 풍경들을 제대로 묘사하고 있다. 

9. 별의별 (김종광, 문학과지성사, 2015)

김유정의 반어, 채만식의 풍자, 이문구의 능청스런 입담을 고루 갖춘 소설가로 일컬어지는 김종광의 자전적인 청소년 소설 <별의별>은 저자의 실제 고향인 충남 보령을 배경으로, 별의별 사람과 사건들이 담긴 48편의 에피소드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낸 작품이다. 7,80년대 충남 보령군 청라면의 어느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순박하지만 영악한 소년소녀들의 성장담이 펼쳐진다. 80년대 시골의 정경과 변방의 이야기가 토속적인 언어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어 읽는 재미를 한층 배가시켜 준다. 또한 잊혀져가는 농촌 풍경 속에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들을 해학과 풍자로 버무려내어, 청소년들에게 친밀하게 다가서고 있다. 별의별 사람들이 벌이는 별의별 일들을 따라가며 같이 울고 웃다 보면 , 나도 모르게 이 마을 사람들에게 동화되고 만다. 80년대가 배경이지만 지금과 다를 바 없는 일상과 첫사랑, 감정들을 만나볼 수 있어 시대에 국한되지 않고 재미있게 읽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10.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한겨레출판, 2013)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1977년부터 1981년 사이에 있었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소년의 성장기를 담아내고 있다. 귀한 4대독자이지만 난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장애를 떠안고 있는 동구의 아름답지만은 않은 유년기가 섬세하게 그려진다. 어린 소년의 시선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를 들여다 보기에, 동구가 바라보는 군부독재와 민주항쟁 등의 정치적 일들은 두루뭉술하게 그려지고 있다. 동구의 눈에 비친 혼란의 시대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탱크 실물을 볼 수 있는 체험에 불과하며, 어른들이 겪는 고초 역시 에피소드로만 비춰질 뿐이다. 그렇기에 소년의 미숙한 시선 끝에 닿은 현실은 어른이 보는 그것보다 더 정확하고 예리하며 살벌하다. 주인공의 섬세한 내면심리와 감정의 변화를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 뼈아픈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인상적이며 탁월한 데뷔작은 가슴 먹먹하게 다가온다.


김정원(북DB 기자)

산다는 건 연극 같아. 내 삶의 무대에서 끊임없이 꿈꾸려 노력하는 보통의 존재. lovetime79@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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